처음엔 동의했는데 중간에 거부했으면 강간이 되나요
처음엔 동의했는데 중간에 거부했으면 강간이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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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강제추행 등

처음엔 동의했는데 중간에 거부했으면 강간이 되나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연인이나 지인 사이에서 처음에는 서로 동의해 시작한 성관계가 도중에 “그만하자”는 말과 함께 틀어지면서, 강간으로 고소하겠다거나 반대로 고소당했다는 상담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처음엔 분명히 좋다고 했는데 중간에 말을 바꾼 것뿐이다”, “이미 시작했으니 끝까지 가도 되는 줄 알았다”고 생각했던 경우였습니다. 반대로 피해를 호소하는 분들은 “처음엔 동의했지만 도중에 싫다고 했는데 멈추지 않았다”고 하면서도, 이것이 법적으로 강간이 되는지 확신하지 못하고 계십니다.

최근 대법원은 강간죄의 폭행·협박 여부를 피해자가 성교 당시 처하였던 구체적인 상황을 기준으로 종합 판단하고 있습니다. 한편 성관계 도중 거부 의사를 밝혔는데 상대방이 곧바로 멈춘 사안에서는 강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 판결도 있어서, ‘거부했다’는 사실만으로는 결론이 정해지지 않습니다.

아래에서는 처음에는 동의했다가 도중에 거부한 경우 어떤 때에 강간죄가 되고 어떤 때에 되지 않는지, 그리고 이런 상황에 놓였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처음에 동의했더라도 그 동의가 끝까지의 허락이 되지는 않습니다

성관계에 대한 동의는 시작 시점의 한 번이 아니라, 진행되는 동안 계속 유지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처음에 동의했다는 사실은 그 시점의 성관계에 대한 동의일 뿐, 이후 모든 행위에 대한 포괄적 허락이 아닙니다. 성적 자기결정권은 성관계를 할지 말지, 언제 멈출지까지 포함하는 권리이고, 도중에 마음이 바뀌어 거부 의사를 밝혔다면 상대방은 그 시점부터 행위를 멈춰야 합니다.

그런데 형사 책임이 성립하는지는 이와 별개의 문제입니다. “거부했는데도 계속했다”는 사실이 곧바로 강간죄 성립을 뜻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형법 제297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어, 동의가 없었다는 사정 외에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별도로 입증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실제 사건에서는 처음의 동의 여부보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거부 의사가 표시되었는지, 그 뒤 상대방이 어떻게 행동했는지가 결론을 가릅니다. 문자·메신저 대화, 당시 상황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모두 이 지점에서 쓰입니다.

처음의 동의는 이후 행위를 모두 허락한 것이 아니지만, 형사처벌 여부는 도중 거부 이후의 상황으로 판단됩니다.


2. 강간죄는 ‘동의 없음’이 아니라 폭행·협박으로 항거를 곤란하게 했는지를 따집니다

폭행·협박의 정도는 사후에 평가하지 않고, 성교 당시 피해자가 처했던 구체적 상황을 기준으로 봅니다.

대법원이 강간죄의 폭행·협박을 요구하는 이유는 현행 형법 제297조가 그렇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폭행·협박은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여야 합니다. 다만 이 판단이 지나치게 좁게 이루어지지 않도록,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습니다.

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한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있었는지 여부는 그 폭행·협박의 내용과 정도는 물론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성교 당시와 그 후의 정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피해자가 성교 당시 처하였던 구체적인 상황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사후적으로 보아 피해자가 성교 이전에 범행 현장을 벗어날 수 있었다거나 피해자가 사력을 다하여 반항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고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이 법리는 도중에 거부한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거부 의사를 밝힌 뒤 몸을 세게 붙잡거나 위에서 짓눌러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면, 피해자가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거나 도망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폭행·협박이 없었다고 볼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이 판결은 폭행·협박 요건 자체를 없앤 것이 아닙니다.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이며 당시 상황에 부합할수록 신빙성이 인정되지만, 폭행·협박을 뒷받침할 만한 사정이 전혀 없다면 도중 거부만으로 강간죄가 인정되기는 어렵습니다.

강간죄 성립 여부는 동의의 유무가 아니라, 거부 이후 폭행·협박이 있었는지와 그것이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했는지로 결정됩니다.


3. 도중에 거부했더라도 상대방이 곧바로 멈췄다면 강간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거부 의사를 밝혔을 때 행위가 중단되었는지가 가장 결정적인 쟁점입니다.

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4도8722 판결은 성관계 도중 피해자가 “이건 강간이야”라고 말하자 피고인이 곧바로 행위를 중단했고, 그 전에 폭행·협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사안에서 강간죄 성립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동의에 따라 시작된 성관계에서 도중 거부 의사가 표시되었더라도, 그 직후 행위가 멈추었다면 가해자의 폭행·협박으로 항거가 곤란해진 상태에서 간음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이 판결을 반대로 읽으면 기준이 분명해집니다. 거부 의사를 밝힌 이후에도 행위가 계속되었다면, 계속된 과정에서 어떤 유형력이 쓰였는지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손목을 붙잡아 눌렀는지, 몸무게로 움직이지 못하게 했는지, 소리를 내지 못하게 입을 막았는지, 거부하면 어떻게 하겠다는 말이 있었는지 같은 구체적 사정이 폭행·협박 판단의 재료입니다.

고소 단계에서 피해자가 “분명히 싫다고 했다”고 진술하더라도, 그 거부 이후 상대방이 계속했다는 점과 함께 거부 이후의 유형력 행사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면 수사기관은 강간죄의 폭행·협박 요건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피고소인 입장에서는 거부 의사를 알아차린 즉시 멈추었다는 점이 대화 내용과 정황으로 뒷받침되는지가 방어의 핵심입니다.

거부 의사가 표시된 즉시 멈췄다면 강간이 되지 않을 수 있고, 계속되었다면 그 과정의 유형력이 쟁점이 됩니다.


4. 거부 후에도 이어진 행위는 강간 외에 다른 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강간죄 성립이 어려운 경우에도 유사강간·강제추행 등 다른 죄명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강간죄(형법 제297조)가 인정되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 법정형입니다. 그리고 성기 외의 신체 부위나 도구를 사용한 행위는 형법 제297조의2 유사강간으로 2년 이상의 유기징역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폭행·협박으로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한 정도에는 이르지 않았더라도, 거부하는 상대방의 신체를 만진 행위는 형법 제298조 강제추행으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즉 간음 부분은 강간으로 처벌되지 않더라도 그 과정의 신체 접촉이 별도로 문제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이 사건 유형에서 어떤 죄명이 적용되는지는 거부 의사 표시 이후 어떤 행위가 있었는지를 행위별로 나누어 따져봐야 합니다. 하나의 사건 안에서도 간음 부분은 무혐의, 신체 접촉 부분은 기소로 갈리는 일이 실무에서 드물지 않습니다.

초범인지, 합의 여부, 반성 정도는 성립 자체가 아니라 양형 단계에서 참작되는 사정입니다. 다만 성범죄는 유죄가 확정되면 신상정보 등록 등 부수 처분이 따를 수 있어 형량 못지않게 사건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대화 내용과 당시 상황을 정리하는 것이 사건의 방향을 좌우합니다.

이런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및 대화 내용 확인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성범죄 사건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핵심이어서 초기 진술이 이후 전 과정에 영향을 줍니다.

상대방이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주장하거나 반대로 고소를 당했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1. 사건 전후의 메신저·문자 대화를 삭제하지 말고 그대로 보존하고, 거부 의사를 표시한 말이나 중단 여부가 드러나는 내용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2. 사건 당일 이동 경로, 장소, 함께 있던 시간과 연락 흔적을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3. 당시 상처, 멍, 의복 상태 등 유형력 행사를 뒷받침하거나 반박할 자료가 있는지 확인하고, 진술은 일관되게 정리해 둡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성범죄 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어느 시점의 어떤 행위가 문제되는지를 정확히 특정해 대응 방향을 세울 수 있습니다.


마치며

동의 속에 시작된 관계에서 문제가 생기면 “내가 잘못 받아들인 건 아닐까”, “상대방과 사이가 있으니”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거부했는데 멈추지 않았다고 호소하는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호소보다 거부 의사가 어떻게 표시되었고 그 뒤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시간순으로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대화 기록과 당시 상황을 뒷받침할 자료가 남아 있을수록 진술의 신빙성이 높아집니다.

반대로 고소를 당한 입장에서도 “처음엔 동의했으니 문제없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거부 의사를 인지했는지, 인지한 뒤 어떻게 행동했는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를 호소하는 쪽과 고소당한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사실관계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처음엔 동의했는데 중간에 싫다고 하면 그 뒤 성관계는 모두 강간인가요?

A. 그렇게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형법 제297조는 폭행 또는 협박을 요건으로 하므로, 거부 이후 폭행·협박으로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한 사정이 있는지가 따로 판단됩니다.

Q. 거부 의사를 말로만 했고 몸으로 저항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나요?

A. 사력을 다해 반항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폭행·협박이 없었다고 단정하지 않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다만 당시 어떤 유형력이 있었는지는 별도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Q. “이건 강간이야”라고 말하자 바로 멈췄습니다. 처벌되나요?

A. 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4도8722 판결은 유사한 사안에서 강간죄 성립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멈추기 전의 행위 내용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강간죄가 안 되면 아무 처벌도 받지 않나요?

A. 아닙니다. 거부 이후의 신체 접촉은 형법 제298조 강제추행 등 다른 죄명으로 문제될 수 있어, 행위별로 나누어 검토해야 합니다.

Q. 대화 기록이 불리하게 남아 있는데 지워도 되나요?

A. 삭제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삭제는 오히려 불리한 정황으로 작용할 수 있고, 거부 직후 멈췄다는 점을 보여줄 자료가 그 안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Q. 경찰 조사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성범죄 사건은 초기 진술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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