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의 부탁으로 회사의 신용보증 구상채무에 연대보증인으로 이름을 올렸는데, 몇 년이 지나 신용보증기관으로부터 대위변제금을 갚으라는 소장을 받는 일이 있습니다. 보증을 선 기억은 1년짜리 신용보증 때뿐인데, 회사는 그 뒤 신용보증을 두 번 더 연장해 사고가 났고 기관은 "신용보증기간이 연장됐으니 당신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때 쟁점은 신용보증기간이 늘어난 것과 내 구상보증 관계가 계속되는 것이 같은 문제인지입니다. 대법원은 일정한 유형에서 두 기간을 따로 보아, 내 보증기간이 먼저 끝났다면 그 뒤에 확정된 구상채무에는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어떤 경우에 면책되고 어떤 경우에 책임이 유지되는지, 그 갈림길이 무엇인지 정리합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신용보증과 구상보증인 — 보증 위에 보증이 얹힌 구조
신용보증은 담보가 부족한 기업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신용보증기관이 은행에 대해 "이 기업이 못 갚으면 우리가 갚겠다"고 보증해 주는 제도입니다. 기업이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신용보증기관이 은행에 대위변제를 하고, 그 순간부터 기업은 신용보증기관에 대해 구상채무를 지게 됩니다. 신용보증기관은 보증을 서 주는 대가로 기업의 대표자나 제3자에게 이 구상채무를 연대보증하게 하는데, 이 연대보증인이 바로 구상보증인입니다.
그래서 법률관계가 세 겹으로 쌓입니다. 아래층은 기업과 은행의 대출 거래이고, 가운데는 신용보증기관이 은행에 부담하는 신용보증채무이며, 맨 위가 기업이 신용보증기관에 갚을 구상채무를 구상보증인이 보증하는 관계입니다. 구상보증인이 책임지는 것은 맨 위층, 즉 신용보증기관이 대위변제한 뒤 생기는 구상채무입니다. 따라서 "내 보증기간이 언제까지인가"는 대출 기간이 아니라 구상보증계약 자체가 언제 끝나는가의 문제로 따져야 합니다.
주채무자 — 대출을 받고 신용보증을 위탁한 기업. 대위변제 후 구상채무를 부담.
신용보증기관 — 은행에 신용보증서를 발행한 쪽. 대위변제 후 구상채권자가 됨.
구상보증인 — 신용보증기관에 대한 기업의 구상채무를 연대보증한 사람.
핵심 질문 — 구상보증계약이 사고 시점에 아직 살아 있었는가.
구상보증인의 책임은 대출 기간이 아니라, 사고가 확정되는 시점에 내 구상보증계약이 아직 존속하고 있었는지로 결정된다.
근보증인가 개별보증인가 — 책임 여부를 가르는 첫 분기점
신용보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개별보증은 보증서에 적힌 특정 대출 한 건, 즉 채무와 변제기가 특정된 확정채무를 보증하는 방식입니다. 근보증은 신용보증한도와 보증기간 범위 안에서 계속 반복해 생기고 늘고 줄어드는 불확정한 채무를 통틀어 보증하는 방식으로, 회전보증이 대표적입니다. 둘 중 어느 쪽인지는 대법원이 인용하는 대법원 1998. 2. 27. 선고 96다8277 판결에 따라 신용보증기관이 발행한 보증서의 기재로 정해집니다.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구상보증계약의 성격이 신용보증의 성격을 따라가기 때문입니다. 신용보증이 근보증이면 그 구상채무를 보증한 계약도 계속적 보증계약이 되고, 신용보증이 개별보증이면 구상보증도 확정채무에 대한 보증이 됩니다. 계속적 보증에는 보증기간이 끝나면 그 뒤 생기는 채무에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법리와 해지권 법리가 적용되지만, 확정채무 보증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실무에서 흔히 하는 착각은 대출이 실제로 한 번만 실행되었으니 개별보증이라고 단정하는 것입니다. 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1다53171 판결에서 원심이 바로 이 논리로 개별보증이라고 보았지만, 대법원은 보증서에 신용보증한도 3억 5,000만원, 보증방법 회전보증, 보증기간 1년이라고 적혀 있고 개별보증용 기재란(수출계약·L/C번호 등)이 모두 비어 있다는 점을 들어 근보증으로 보아야 한다고 하며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대출이 몇 번 실행되었는지가 아니라 보증서 문언이 기준입니다.
구상보증인의 보증기간이 먼저 끝났다면 — 이후 확정된 구상채무는 책임 밖
대법원은 근보증으로서의 신용보증채무 이행으로 생긴 구상채무를 보증한 사람이 신용보증채무가 확정되기 전에 적법하게 보증계약을 해지한 때에는, 구체적인 보증채무가 발생하기 전에 보증계약 관계가 종료되므로 그 이후 신용보증사고가 나서 구상채무가 확정되어도 아무런 보증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봅니다(대법원 1998. 6. 26. 선고 98다11826 판결, 2007. 5. 31. 선고 2005다61195 판결이 2011다53171에서 참조판례로 인용됩니다). 계속적 보증은 그 시점까지 이미 발생해 확정된 채무에 대해서만 책임이 남고, 그 뒤의 불확정한 채무는 보증 범위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구조입니다.
2011다53171의 핵심은 이 법리를 한 걸음 더 확장한 데 있습니다. 구상보증인이 직접 해지 통보를 한 경우만이 아니라, 주계약상 거래기간 연장으로 신용보증기간이 늘어났으나 구상보증인에 대한 관계에서는 보증기간이 연장되지 않아 구상보증계약 관계가 먼저 종료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판시했습니다. 보증기간이 지나 계약이 자연스럽게 끝난 것도 해지와 같은 결과를 낳는다는 뜻입니다.
사안을 풀어 보면 이렇습니다. 신용보증기관은 2007. 9. 12. 회사와 신용보증한도 3억 5,000만원, 보증기간 2007. 3. 26.부터 2008. 3. 26.까지로 제1 신용보증약정을 맺었고, A 씨는 이때 구상채무를 연대보증했습니다. 2008. 3. 24. 회사는 신용보증기간을 2008. 3. 27.부터 2009. 3. 27.까지로 하는 제2 신용보증약정을 새로 맺었으나, A 씨는 여기에는 연대보증인으로 입보하지 않았고 다른 사람이 보증인으로 들어왔습니다. 이후 회사가 대출금을 갚지 못해 신용보증기관이 2008. 11. 5. 대위변제를 했지만, 대법원은 A 씨의 구상보증계약이 제1 약정의 보증기간 경과로 먼저 종료되었고, 그 종료 시점에는 신용보증채무가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A 씨는 아무 책임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구상보증인이 갱신 약정에 입보하지 않았다면, 신용보증기간이 연장되어도 그의 구상보증계약은 처음 정한 보증기간이 지나면서 종료된다.
신용보증기간 연장에 입보하지 않았다면 — 갱신 약정서 서명 여부가 전부다
위 판결에서 책임이 갈린 두 사람의 차이는 단 하나, 제2 신용보증약정에 연대보증인으로 서명했는가였습니다. 같은 사건에서 제2 약정 때 입보한 사람은 책임을 부담하는 결론이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대법원은 해당 보증인 측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신용보증기관의 입장에서는 갱신 때마다 새 약정서를 쓰고 보증인을 다시 받는 것이 기본 절차이고, 그 새 약정서에 서명하지 않은 사람은 새 구상보증계약의 당사자가 아닙니다.
그래서 분쟁이 생기면 확인할 서류가 정해져 있습니다. 첫 신용보증약정서와 신용보증서에 적힌 보증기간·한도·보증방법, 이후 갱신된 약정서마다 보증인란에 누가 서명했는지, 그리고 은행과 회사 사이 여신거래약정의 기한 변경 서류입니다. 이 서류를 시간순으로 나열해 보면 내 서명이 어느 약정까지 이어졌는지, 그 이후로 대위변제가 발생했는지가 한눈에 드러납니다.
주의할 것은 입보하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입증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신용보증기관이 갱신 약정서에 내 서명이 있다고 주장하면 필적과 인감 사용 경위를 다투어야 하고, 반대로 서명이 없다면 기관이 "묵시적으로 연장에 동의했다"고 주장할 여지를 검토해야 합니다. 처분문서의 문언이 명확하면 그 문언대로 의사표시를 인정하는 것이 법원의 태도이므로, 갱신 약정서에 내 이름이 없다는 사실은 강한 방어 자료가 됩니다.
제1 신용보증약정서 — 보증기간, 한도, 보증방법(회전·개별), 내 서명 여부.
갱신 신용보증약정서·신용보증서 — 보증기간 연장 후 보증인란에 내 이름이 있는지.
은행 여신거래약정과 기한연장 추가약정 — 거래기간이 언제까지 연장되었는지.
대위변제 시점 — 내 보증기간 종료 후에 사고·확정이 이루어졌는지.
반대로 책임이 유지되는 경우 — 개별보증이거나 특약이 있을 때
면책 법리를 일반화해서는 안 됩니다. 신용보증이 개별보증이어서 구상보증이 확정채무에 대한 것이라면, 대법원 1995. 10. 13. 선고 94다4882 판결이 밝힌 대로 연대보증인은 자신의 동의 없이 피보증채무의 이행기가 연장되었는지와 상관없이 연대보증채무를 부담합니다. 확정채무는 보증 당시 이미 범위가 특정되어 있으므로, 변제기가 늦춰져도 보증 범위는 늘어나지 않는다는 이유입니다.
약정서의 특약도 변수입니다. 대법원 2002. 6. 14. 선고 2002다14853 판결은 신용보증약정서 제25조 제2항에 "주채무의 이행기가 보증기간 이후까지 연장되어도 주채무자와 연대보증인은 계약에 따른 모든 책임을 진다"는 취지의 특약이 있다고 인정하고, 구상금 채무 보증인이 이행기 연장에도 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특약이 있으면 그 문언대로 책임 범위가 정해지는 것이 원칙이므로, 내가 서명한 약정서에 이런 조항이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정리하면 면책 주장이 통하려면 세 가지가 맞아야 합니다. 첫째 신용보증이 근보증(계속적 보증)일 것, 둘째 내 구상보증의 보증기간이 연장되지 않고 종료되었을 것, 셋째 대위변제와 구상채무 확정이 그 종료 이후에 이루어졌을 것입니다. 하나라도 어긋나면 면책 논리는 약해지므로 서류를 근거로 하나씩 대조해야 합니다.
보증기간 안에 이미 사고가 났다면 — 확정된 채무는 남는다
면책은 보증기간 종료 이후에 확정되는 채무에 한한 이야기입니다. 계속적 보증에서도 구상보증인의 보증기간 안에 신용보증사고가 발생해 신용보증채무가 이미 확정되었다면, 그 확정된 구상채무에 대해서는 구상보증인이 책임을 집니다. 2011다53171이 면책 결론을 낸 것도 "구상보증계약 관계 종료 당시를 기준으로 여신거래와 신용보증계약 관계가 어느 것도 종료되지 않아 신용보증채무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구상보증인의 보증기간이 2024. 3. 31.까지인데 회사가 2024. 2. 말 부도를 내 신용보증사고가 났다면, 신용보증채무와 구상채무는 그 기간 안에 확정된 것이므로 갱신 여부와 상관없이 구상보증인의 책임이 성립합니다. 이때는 연장이나 갱신 서류를 가지고 다툴 여지가 없고, 책임의 범위·한도와 구상금 산정(대위변제원금과 이자, 지연손해금)의 타당성이 쟁점이 됩니다. 반대로 같은 회사가 보증기간 종료 후인 2024. 6.에 사고를 냈다면 앞서 본 면책 법리가 문제됩니다.
그러므로 시점 정리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내 구상보증의 종료일, 은행 대출의 연체·기한이익상실일, 신용보증사고 통지일, 대위변제일을 날짜순으로 적어 보면 사고가 내 보증기간 안인지 밖인지가 바로 보입니다. 날짜 하나가 책임 유무를 결정하는 구조이므로 이 표가 방어의 출발점입니다.
구상금 청구를 받았을 때의 대응 — 순서와 준비
소장이나 지급명령, 내용증명을 받으면 먼저 어떤 약정을 근거로 내게 청구하는지 청구원인을 특정해야 합니다. 신용보증기관은 흔히 가장 최근 갱신 약정을 기준으로 청구하므로, 그 약정에 내 서명이 있는지부터 확인하고, 없다면 제1 약정의 보증기간 종료일과 사고일을 대조합니다. 지급명령이나 이행권고결정을 받았다면 기간 안에 이의신청을 하지 않을 경우 확정되어 집행까지 갈 수 있으므로 기한을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답변서에는 면책의 근거를 구조적으로 적는 것이 좋습니다. 신용보증이 근보증이라는 점(보증서의 한도·회전보증 기재), 내 구상보증계약이 계속적 보증이라는 점, 내 보증기간이 연장되지 않고 종료되었다는 점, 구상채무 확정이 그 이후라는 점을 서류와 날짜로 하나씩 입증하는 순서입니다. 상대방이 갱신에 동의했다는 취지나 약정서 특약을 들고 나오면 그 약정서가 내가 서명한 것인지, 문언이 구상보증인에게 적용되는 내용인지를 별도로 반박해야 합니다.
한편 회사 재산을 가족에게 넘기는 식의 처분은 피해야 합니다. 대법원 2011다53171에서도 구상보증을 새로 선 사람이 재산을 증여한 행위가 사해행위로 취소되는 결론이 유지되었습니다. 책임 유무와 별개로, 면책 여부가 확정되기 전에 재산을 옮기면 채권자취소 소송이라는 별도 위험이 생깁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신용보증기간이 연장되면 구상보증인의 책임도 자동으로 따라 연장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근보증(계속적 보증)에 해당하는 신용보증이라면, 신용보증기간이 연장되어도 구상보증인에 대한 관계에서 보증기간이 연장되지 않은 이상 구상보증계약은 처음 정한 보증기간이 지나면서 종료됩니다(대법원 2011다53171). 다만 확정채무에 대한 개별보증이라면 이행기가 연장되어도 책임이 유지될 수 있습니다.
Q. 갱신 약정서에 서명한 기억이 없는데 어떻게 확인하나요?
A. 신용보증기관에 갱신된 신용보증약정서 전체를 요청해 보증인란을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소송 중이라면 문서제출명령이나 사실조회로 받을 수 있고, 서명이 내 것이 아니라면 필적 감정으로 다툴 수 있습니다.
Q. 내 보증기간이 끝난 뒤 사고가 났다면 항상 책임이 없나요?
A. 계속적 보증의 법리가 적용되는 경우에는 면책 가능성이 높지만 항상은 아닙니다. 신용보증이 개별보증인지, 약정서에 이행기 연장에도 책임진다는 특약이 있는지, 내가 갱신에 다시 입보했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Q. 근보증인지 개별보증인지는 무엇을 보고 판단하나요?
A. 신용보증기관이 발행한 보증서의 기재로 결정됩니다. 신용보증한도와 보증기간 범위 안에서 반복 발생하는 채무를 보증하는 회전보증으로 적혀 있으면 근보증으로 보는 것이 대법원의 태도이고, 실제 대출이 한 번뿐이었다는 사정만으로 개별보증이 되지는 않습니다.
Q. 보증기간 안에 사고가 났는데 이미 회사가 폐업했다면 어떻게 되나요?
A. 내 보증기간 안에 신용보증채무와 구상채무가 확정되었다면 구상보증인의 책임이 성립합니다. 이 경우에는 연장 여부가 아니라 청구 금액이 원금·이자·지연손해금으로 정당하게 산정되었는지, 한도를 넘지 않는지를 다투게 됩니다.
Q. 면책이 인정되면 이미 낸 돈도 돌려받을 수 있나요?
A. 책임 없는 채무를 변제했다면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 일반 법리입니다. 다만 합의서나 변제 경위에 따라 쟁점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변제 전에 책임 유무부터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맺음말
신용보증 구상보증인의 책임은 "회사의 대출이 언제까지였나"가 아니라 "내 구상보증계약이 사고 시점까지 살아 있었나"로 결정됩니다. 신용보증이 근보증이고 내 보증기간이 연장되지 않은 채 끝났다면, 그 뒤 신용보증기간이 늘어나 사고가 나도 구상채무에 대한 책임은 없다는 것이 대법원 2011다53171의 결론입니다.
다만 개별보증인지, 특약이 있는지, 갱신 약정에 다시 입보했는지, 사고 확정일이 내 보증기간 안인지 밖인지에 따라 결론은 달라집니다. 청구를 받았다면 약정서와 보증서, 갱신 서류를 날짜순으로 정리하고 대위변제 시점과 대조한 뒤 대응 방향을 정하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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