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연인 사이에서 상대방이 잠든 사이 이루어진 신체 접촉이 준강제추행 고소로 이어지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사귀는 사이인데 이 정도 스킨십이 무슨 문제가 되겠느냐”, “자는 척하는 줄 알았다”, “싫었으면 깨어나서 말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연인이 아침에 일어나 불쾌감을 느끼고, 혹은 헤어진 뒤에 문제를 삼으면 “평소에도 스킨십을 했다”, “거부 표시가 없었다”는 해명은 생각보다 힘을 쓰지 못합니다.
최근 대법원은 피해자가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해당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고, 쟁점은 결국 피고인이 그 상태를 알고 이용했는지로 모아지고 있습니다. 연인 관계라는 사정이 처벌의 예외가 되지는 않으며, 유죄가 확정되면 형벌뿐 아니라 신상정보 등록까지 따라붙을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잠든 연인에 대한 스킨십이 어떤 경우에 준강제추행으로 평가되는지, 그리고 고소를 당했다면 무엇부터 정리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연인 사이라는 사정은 준강제추행 성립을 막아주지 않습니다
잠든 사람에게는 동의할 수 있는 상태 자체가 없다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추행을 한 사람을 형법 제298조 강제추행의 예에 따라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폭행이나 협박이 필요 없다는 점이 일반 강제추행과의 가장 큰 차이입니다. 피해자가 의식이 없어 반항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를 이용했다는 사실만으로 구성요건이 충족됩니다.
실무에서는 “여자친구인데 평소에도 스킨십을 했다”는 점을 방어 논리로 내세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평소의 관계가 곧 그 순간의 동의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성적 행위에 대한 동의는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그 시점에 표시되어야 하는 것이고, 잠든 상태의 피해자는 수락도 거절도 할 수 없습니다.
또한 연인 사이 사건은 헤어진 뒤에 고소가 접수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성범죄는 친고죄가 폐지되어 합의로 고소가 취하되더라도 수사기관이 사건을 계속 진행할 수 있고, 피해자가 일정 기간 뒤에 고소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연인이라는 관계는 동의의 증거가 아니며, 잠든 상태의 신체 접촉은 연인 사이에서도 준강제추행이 될 수 있습니다.
2. 깊이 잠든 상태는 항거불능 상태로 평가됩니다
완전히 의식을 잃지 않았더라도 정상적인 판단·대응이 불가능했다면 항거불능입니다.
준강제추행의 첫 번째 요건은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였다는 것입니다. 심신상실은 정신기능의 장애로 성적 행위에 대한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없는 상태를, 항거불능은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으로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를 말합니다. 깊은 잠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 판단 기준에 대해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설시하고 있습니다.
피해자가 깊은 잠에 빠져 있거나 술·약물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 또는 완전히 의식을 잃지는 않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유로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다면 준강간죄 또는 준강제추행죄에서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해당한다(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
따라서 피해자가 술을 마신 뒤 잠들었는지, 수면제를 복용했는지, 단순히 피곤해서 곤히 잠들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피해자가 중간에 뒤척이거나 반응을 보였는지, 몇 시쯤 잠들었는지, 얼마나 마셨는지를 카카오톡 대화와 CCTV, 결제 내역, 진술로 재구성해 이 요건을 판단합니다.
핵심은 피해자가 자고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 순간 정상적인 판단과 대응이 가능했는지 여부입니다.
3. “자는 척하는 줄 알았다”는 항변은 고의 여부로 다투게 됩니다
다툴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지점은 상대의 상태를 알고 이용했는지에 대한 고의입니다.
준강제추행은 고의범입니다. 따라서 피고인이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 상태를 이용해 추행한다는 인식까지 있어야 유죄가 됩니다. 대법원 2024. 4. 12. 선고 2021도9043 판결 역시 준강간미수 사건에서 이 상태에 대한 피고인의 인식이 문제된 사례를 다루었고, 법원은 이를 피고인의 진술에 의존하지 않고 사건 전후의 객관적 정황으로 판단합니다.
구체적으로는 ①피해자의 호흡·움직임·반응 등 깨어 있다고 오인할 만한 사정이 있었는지 ②접촉이 시작된 뒤 피해자가 응답하거나 반응했는지 ③사건 직전까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서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④그 전부터 비슷한 접촉이 합의 아래 반복되었는지 등이 따져집니다. 특히 사건 직후 주고받은 메시지에서 “미안하다”, “술 마시고 실수했다”는 식의 표현이 있으면 고의를 인정하는 정황으로 쓰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반대로 피해자가 접촉 과정에서 몸을 맞대거나 대답을 하는 등 깨어 있다고 볼 정황이 있었다면, 항거불능 상태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주장은 수사 초기에 일관되게 유지되어야 하고, 진술이 번복되면 신빙성이 크게 떨어집니다.
“몰랐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고, 상대가 깨어 있다고 믿을 만한 객관적 정황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4. 처벌 수위는 강제추행과 같고, 형 이외의 불이익이 따릅니다
벌금형이라도 신상정보 등록 등 부수 처분은 피할 수 없을 수 있습니다.
준강제추행은 강제추행의 예에 따르므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초범이고 접촉 정도가 가볍다면 벌금형으로 정리되는 경우도 있지만, 피해자가 처벌을 강하게 원하고 합의가 되지 않으면 징역형이 선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더 부담스러운 것은 형 이외의 불이익입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2조에 따라 유죄판결이 확정되면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되고, 등록 기간은 선고된 형에 따라 10년에서 30년까지입니다. 같은 법 제16조에 따라 법원은 형 선고나 약식명령과 함께 200시간 범위에서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을 병과할 수 있으며, 일정 기간 취업이 제한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합의와 선처는 형을 낮추는 데에만 쓰이는 것이 아닙니다. 기소유예나 선고유예처럼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 되지 않는 결론을 얻는 것이 사건의 실질적 목표인 경우가 많습니다.
양형의 문제뿐 아니라 유죄 확정 여부 자체가 이후 삶에 미치는 영향을 좌우합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첫 조사 전에 진술 방향과 증거를 정리하는 것이 결과를 가릅니다.
준강제추행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및 피해자 조사 → ②피고소인 출석 조사와 휴대전화 포렌식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피해자 진술이 사건의 중심이 되므로 첫 조사에서의 진술이 이후 전체 과정에서 기준점이 됩니다.
고소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감정적으로 연락해 피해자를 설득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먼저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하는 행위는 2차 가해나 증거인멸 시도로 오해받을 수 있습니다.
사건 당일 피해자와 주고받은 메시지·통화 기록과 사건 이후의 대화를 빠짐없이 보존하고, 삭제하지 않습니다.
사건 전 시간대의 동선과 음주량, 피해자가 잠든 시각과 접촉 당시 반응에 대한 본인 기억을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사귄 기간과 평소 스킨십이 있었던 상황, 피해자가 과거 표시한 의사를 보여줄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으면 고의 인정 여부에 관한 진술 방향을 조사 전에 정리하고, 합의와 선처 여부까지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연인 사이의 일이라는 이유로 “설마 고소까지 하겠느냐”는 생각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런 사건은 첫 진술과 보존된 대화 기록에서 결론의 상당 부분이 정해집니다.
고소를 당한 입장에서는 사과하는 마음과 법적 책임은 별개라는 점을 구분해야 합니다. 무심코 보낸 사과 문자가 고의를 인정하는 자료로 쓰이기도 하므로, 어떤 연락을 어떻게 하는지부터 신중해야 합니다.
반대로 피해를 입은 입장에서도 시간이 지날수록 대화 기록과 기억이 흐려집니다. 어떤 자료가 항거불능 상태와 피고인의 인식을 뒷받침하는지 정리해두는 것이 먼저입니다.
저는 성범죄 사건에서 고소를 당한 쪽과 피해를 주장하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사실관계와 진술 방향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사귀는 사이였고 평소에도 스킨십을 했는데도 준강제추행이 되나요?
A. 될 수 있습니다. 평소의 관계가 그 순간의 동의를 대신하지 못하고, 잠든 상태에서는 동의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피해자의 반응 등 깨어 있다고 믿을 만한 정황이 있었다면 고의 부분에서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Q. 피해자가 술에 취해 잠든 경우와 그냥 곤히 잠든 경우가 다른가요?
A. 성립 요건에서는 차이가 없습니다. 대법원은 깊은 잠이나 술·약물로 정상적인 판단과 대응이 불가능한 상태라면 항거불능으로 봅니다. 다만 잠든 깊이는 사실관계로 다퉈지는 쟁점입니다.
Q. 피해자와 합의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친고죄가 폐지되어 합의만으로 사건이 자동 종결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합의는 기소유예·선고유예나 벌금형 등 가벼운 결론을 이끄는 중요한 양형 사정으로 작용합니다.
Q. 접촉 직후 피해자가 깨어나 거부해서 바로 멈췄습니다. 그래도 문제가 되나요?
A. 깨어나기 전의 접촉은 이미 준강제추행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즉시 중단했다는 사정은 양형에는 참작되지만 성립 자체를 지워주지는 못합니다.
Q. 벌금형이 나오면 신상정보 등록은 안 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성폭력처벌법 제42조에 따라 유죄판결이 확정되면 벌금형이라도 등록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소유예나 선고유예 가능성을 먼저 살피는 것이 중요합니다.
Q. 경찰에서 연락이 왔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이런 사건은 초기 진술이 고의 판단의 기준이 되고, 한번 한 진술은 번복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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