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내가 상대를 만진 것이 아니라 상대가 내 몸을 만진 것인데도 강제추행이냐”는 문의가 부쩍 늘고 있습니다.
상담을 해보면 “내가 손을 댄 게 아니니 추행은 아니다”, “상대가 거부하지 않고 손을 갖다 댔으니 문제없다”라고 생각하신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수사기관은 상대의 손을 끌어다 자신의 몸에 대게 한 행위, 상대에게 자신의 신체를 만지도록 요구하고 따르게 한 행위까지 강제추행으로 보고 사건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고, 이때 “내가 만진 게 아니다”라는 항변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강제추행죄에서 추행의 판단 기준과 폭행·협박의 범위를 폭넓게 해석하고 있으며, 행위자가 피해자의 몸을 직접 만졌는지보다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했는지를 중심으로 봅니다.
아래에서는 상대에게 내 몸을 만지게 한 행위가 어떤 경우에 강제추행이 되는지, 그리고 반대로 성립하지 않는 경우는 무엇인지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추행은 누가 누구의 몸을 만졌는지가 아니라 성적 자유를 침해했는지로 판단합니다
접촉의 방향은 성립 여부를 가르지 않고, 피해자의 성적 자유가 침해되었는지가 기준입니다.
형법 제298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조문 어디에도 “행위자가 피해자의 신체를 접촉해야 한다”는 문구는 없습니다.
대법원이 말하는 추행의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추행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말하고, 이에 해당하는지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20. 3. 26. 선고 2019도15994 판결).
이 기준에는 “누가 누구의 손을 움직였는가”가 들어 있지 않습니다. 상대의 성기나 가슴, 엉덩이를 내가 만지는 것과, 내 신체 부위를 상대가 만지도록 하는 것 모두 피해자 입장에서는 원치 않는 성적 접촉이라는 점에서 같습니다. 그래서 수사기관은 접촉의 방향이 아니라 상대의 의사에 반하는 성적 접촉이 있었는지를 봅니다.
내가 만진 것이 아니라는 사정은 추행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아니며, 상대의 성적 자유가 침해되었는지가 핵심입니다.
2. 상대의 손을 끌어 내 몸에 대게 하면 상대를 도구로 삼은 강제추행이 됩니다
직접 만지지 않았어도 상대를 도구로 삼으면 간접정범으로 강제추행이 성립합니다.
가장 흔한 유형은 상대의 손목을 잡아 자신의 신체 부위에 가져다 대는 경우, 또는 “만져보라”며 상대의 손을 억지로 끌어 접촉하게 하는 경우입니다. 이때 변호 논리는 “내가 만진 게 아니고 상대 손이 닿은 것”이라는 주장으로 모이는데,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대법원 2018. 2. 8. 선고 2016도17733 판결은 강제추행죄가 행위자가 직접 실행해야만 성립하는 자수범이 아니라고 보았고, 피해자를 도구로 삼아 피해자 자신의 신체를 이용해 추행행위를 한 경우에도 강제추행죄의 간접정범이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피해자의 몸을 도구로 삼아 추행한 경우까지 처벌한다면, 피해자의 손을 도구로 삼아 행위자 자신의 몸을 만지게 한 경우도 같은 틀에서 판단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여기서 쟁점은 상대가 스스로 한 행동으로 볼 수 있는지입니다. 상대가 거부 의사를 밝혔는데도 지위·완력·분위기로 몰아붙여 따르게 했다면, 상대의 손은 행위자의 의사를 실현하는 수단일 뿐입니다. 상대가 술에 취하거나 잠들어 판단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손을 움직이게 했다면 형법 제299조의 준강제추행으로 다뤄질 수 있고, 이 경우 폭행·협박 요건 자체가 필요 없습니다.
직접 만지지 않았더라도, 상대의 손과 몸을 수단으로 삼아 자신의 몸을 만지게 했다면 강제추행의 책임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3. 상대의 의사에 반해 손을 끌어당기는 행위 자체가 폭행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강제추행의 폭행은 상대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이면 충분하고 그 강도는 묻지 않습니다.
강제추행죄는 폭행 또는 협박을 요건으로 하기 때문에, “때리거나 위협한 적이 없다”는 항변을 하는 분이 많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기습추행의 경우 이렇게 봅니다.
기습추행의 경우에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기만 하면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하고 폭행행위에 해당한다(대법원 2020. 3. 26. 선고 2019도15994 판결).
상대의 손목을 잡아당겨 내 신체에 대는 행위는 그 자체가 유형력의 행사입니다. 별도로 때리거나 위협한 사실이 없어도 이 동작 하나가 곧 폭행이 되고 추행 행위와 시간적으로 겹칩니다.
또한 대법원은 2023. 9. 21. 선고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로, 강제추행에서 폭행·협박을 종전의 최협의가 아니라 상대방의 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의 행사 또는 공포심을 유발할 만한 해악의 고지로 넓게 보는 방향으로 판례를 정리했습니다. 이후에는 폭행·협박이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였는지를 다투는 방어가 힘을 얻기 어려워졌습니다.
손을 끌어 대는 동작 하나만으로도 폭행 요건은 충족될 수 있고,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였는지는 더 이상 쟁점의 중심이 아닙니다.
4. 모든 경우가 강제추행이 되는 것은 아니며, 성립하면 처벌과 후속 불이익이 큽니다
상대의 자발적 동의와 고의 유무가 다툼의 핵심이며, 유죄가 되면 형사처벌 외에 신상정보 등록 문제까지 따라옵니다.
성립하지 않는 경우도 분명 있습니다. 상대가 진지하게 동의했거나 먼저 요구했다는 사정이 대화 내용·문자·정황으로 확인되면 추행에 이르지 않을 수 있고, 상대의 의사에 반한다는 인식(고의)이 없었다면 범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상대가 내 손을 이끈 경우와 내가 상대의 손을 끈 경우는 전혀 다르게 평가됩니다. 다만 사건 직후 이어진 메시지 내용, 장소, 관계, 거부 의사 표시 여부가 쌍방의 진술 충돌 속에서 판단되므로, 말만으로 다투기보다 객관 자료로 입증해야 합니다.
대상이 13세 미만이라면 형법 제305조에 따라 폭행·협박 없이도 강제추행에 준하여 처벌되고, 상대가 19세 미만이면 아동·청소년 성보호법상 가중 규정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둘 이상이 함께했다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의 특수강제추행이 적용될 여지도 있습니다.
유죄가 확정되면 징역·벌금형뿐 아니라 성폭력범죄자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 되고, 형량에 따라 취업제한 등 후속 불이익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합의 여부와 반성 정도는 성립 자체가 아니라 양형 단계에서 참작되는 사정입니다.
5. 신고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첫 진술이 사건의 방향을 정하므로 조사 전에 자료와 진술 방향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강제추행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사건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신고 접수 → ②피해자·피의자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판단의 중심이 되므로 첫 조사에서의 진술 내용이 이후 전 과정에 영향을 미칩니다.
경찰 조사 통보를 받았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건 전후의 문자·메신저 대화, 통화 기록을 확보해 상대의 동의나 요구가 있었는지, 거부 의사가 있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장소의 CCTV, 동석자, 출입 기록처럼 당시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자료가 있는지 파악하고 보존합니다.
접촉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누가 먼저 어떤 동작을 했는지를 시간순으로 정리해, 조사 전에 변호사와 진술 방향을 맞춥니다.
이렇게 정리한 자료를 바탕으로 성범죄 사건 경험이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으면 성립 요건별 다툼 지점과 합의·양형 전략을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이런 사건은 “내가 만진 것도 아닌데 설마”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사이 진술이 굳어지고 증거가 사라집니다.
피해를 호소하는 입장에서는 상대가 직접 만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해가 부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고, 당시 상황과 거부 의사를 기억이 흐려지기 전에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대로 혐의를 받는 입장에서도 “상대가 손을 댄 것”이라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상대의 동의나 요구가 있었는지, 폭행·협박과 고의가 있었는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를 주장하는 쪽과 혐의를 받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접촉의 경위와 진술 정리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제가 상대를 만진 게 아니라 상대가 제 몸을 만졌는데도 처벌되나요?
A. 상대가 원하지 않는데 손을 끌어 대게 하거나 만지도록 강요했다면 처벌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피해자를 도구로 삼은 경우에도 간접정범으로 강제추행을 인정합니다.
Q. 때리거나 위협한 적은 없는데 폭행·협박이 인정되나요?
A. 인정될 수 있습니다. 기습추행은 상대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만 있으면 그 강약을 따지지 않고 폭행으로 봅니다.
Q. 상대가 거부하지 않았으면 동의한 것인가요?
A. 그렇게 단정할 수 없습니다. 거부하지 못할 상황이었는지 관계와 경위, 당시 정황을 종합해 판단하므로, 침묵만으로 동의를 주장하기는 어렵습니다.
Q. 상대가 먼저 요구했다면 어떻게 되나요?
A. 상대의 요구나 동의가 대화 기록 등으로 확인되면 추행의 성립이나 고의가 부정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메시지와 CCTV 같은 객관 자료의 보존이 중요합니다.
Q. 합의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합의가 성립 자체를 없애지는 못하지만 양형에서는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됩니다. 다만 합의 과정에서 2차 가해로 오해받지 않도록 방식에 주의해야 합니다.
Q. 경찰 조사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하고, 신상정보 등록 같은 후속 불이익까지 대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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