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PTSD 진단을 받았다면 강간치상이 되나요
피해자가 PTSD 진단을 받았다면 강간치상이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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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강제추행 등

피해자가 PTSD 진단을 받았다면 강간치상이 되나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가 정신과 진료를 받고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진단서를 제출하면서, 사건의 죄명이 강간 또는 강제추행에서 강간치상·강제추행치상으로 바뀌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고소당한 쪽은 “몸에 상처 하나 없는데 무슨 상해냐”, “그날 이후 마음이 힘든 건 누구나 마찬가지 아니냐”고 말씀하시고, 피해를 입은 쪽은 “병원에서 PTSD라고 했으니 당연히 치상 아니냐”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쪽이든 실제 재판에서는 그 기대와 다른 결론이 나오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상해에 육체적 기능뿐 아니라 정신적 기능의 장애도 포함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면서도, 진단명 자체가 아니라 피해자의 건강상태가 실제로 불량하게 변경되고 생활기능에 장애가 생겼는지를 구체적으로 따지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PTSD 진단이 강간치상의 ‘상해’로 인정되는 기준, 인과관계를 다투는 지점, 치상이 붙었을 때의 형량과 절차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강간치상의 ‘상해’에는 정신적 기능의 장애도 포함됩니다

외부로 드러난 상처가 없어도 정신적 기능에 장애가 생겼다면 치상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형법 제301조는 강간(제297조), 강제추행(제298조), 준강간·준강제추행(제299조) 등의 죄를 범한 사람이 상대방을 상해하거나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강간 자체의 법정형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므로, 치상이 붙으면 형의 하한과 상한이 모두 올라갑니다.

여기서 말하는 상해가 무엇인지가 이 주제의 출발점입니다. 대법원은 강간치상죄의 상해를 피해자의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하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는 것으로 보고, 그 생리적 기능에 육체적 기능뿐 아니라 정신적 기능도 포함된다고 판시해 왔습니다.

강간치상죄나 강제추행치상죄에 있어서의 상해는 피해자의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하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는 것, 즉 피해자의 건강상태가 불량하게 변경되고 생활기능에 장애가 초래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여기서의 생리적 기능에는 육체적 기능뿐만 아니라 정신적 기능도 포함된다(대법원 2017. 6. 29. 선고 2017도3196 판결).

이 판결은 수면제를 먹여 피해자를 간음·추행한 사건인데, 피해자가 반복된 범행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까지 입은 것으로 보인다는 사정도 함께 판단 자료로 삼았고, 피해자가 의식을 회복한 뒤 특별한 치료를 받지 않았더라도 상해 판단을 달리할 것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결국 치료를 받았는지보다 건강상태와 생활기능이 실제로 어떻게 변했는지가 기준입니다.

상해는 눈에 보이는 상처가 아니라, 건강상태의 불량한 변경과 생활기능 장애로 판단하며, 정신적 기능도 그 대상입니다.


2. PTSD 진단서가 있다고 곧바로 상해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진단명이 아니라, 증상의 구체적 내용·정도·지속 기간과 일상생활에 미친 영향을 봅니다.

PTSD를 상해로 본 대표적 판결은 대법원 1999. 1. 26. 선고 98도3732 판결입니다. 이 사건은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의 상해가 문제 된 사건으로, 법원은 의사의 회신을 근거로 피해자에게 불안, 불면, 악몽, 자책감, 우울감정, 대인관계 회피, 일상생활에 대한 무관심, 흥미상실 등의 증상이 있었고 그것이 극심한 위협적 사건 뒤에 나타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해당한다고 인정했습니다.

상해는 피해자의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하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는 것으로, 반드시 외부적인 상처가 있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고, 여기서의 생리적 기능에는 육체적 기능뿐만 아니라 정신적 기능도 포함된다(대법원 1999. 1. 26. 선고 98도3732 판결).

다만 이 판결이 상해를 인정한 근거는 진단명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피해자가 2일간 치료약을 복용했고 6개월간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점이 사실로 인정되었고, 이러한 증상이 강간을 당한 모든 피해자가 필연적으로 겪는 증상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점이 함께 판단되었습니다. 이는 반대로 해석하면, 사건 직후의 일시적 충격·불안처럼 성범죄 피해자가 통상 겪는 정도의 반응만으로는 치상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진단서 한 장보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기록 전체, 즉 최초 내원 시점, 증상의 종류와 지속 기간, 처방 내역, 치료 경과, 직장·학업·수면·대인관계 등 생활기능이 실제로 어떻게 달라졌는지가 증거로 다투어집니다. 2017도3196 판결이 강조했듯 상해 발생 여부는 객관적·일률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연령, 성별, 신체·정신상의 구체적 상태 등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PTSD 진단은 치상 인정의 강력한 자료이지만, 증상의 구체성과 생활기능 장애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3. 강간과 PTSD 사이의 인과관계와 예견가능성이 따로 다투어집니다

진단이 있어도 ‘그 사건 때문에 생긴 증상인지’를 입증하지 못하면 치상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강간치상은 결과적 가중범이므로, 상해가 강간 또는 강제추행 행위로 인해 발생했다는 인과관계가 필요합니다. PTSD는 성범죄 외에도 사고, 폭행, 가정 문제, 직장 스트레스 등 다른 원인으로도 생길 수 있고, 피해자에게 이전부터 우울증·불안장애 같은 기왕증이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어느 부분이 이 사건으로 인한 것인지가 쟁점이 됩니다.

그래서 진단 시점이 중요합니다. 사건 직후 곧바로 정신과를 찾았는지, 아니면 수개월이 지나 고소를 준비하는 시점에 진단받았는지에 따라 법원이 증상과 사건의 연결을 보는 정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진단서에 기재된 ‘발병 원인’이 피해자 진술에만 의존한 것인지, 의사가 사건 외의 다른 스트레스 요인까지 검토했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필요하면 법원은 의사에 대한 사실조회나 감정을 통해 이를 다시 확인합니다.

예견가능성도 별개의 문제입니다. 형법 제15조 제2항은 결과로 인하여 형이 중할 경우 그 결과의 발생을 예견할 수 없었을 때에는 중한 죄로 벌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강간·강제추행 과정에서 정신적 충격이 생기는 것은 통상 예견할 수 있다고 보는 경우가 많아, 실제 재판에서는 예견가능성보다 인과관계와 상해 정도의 입증 쟁점이 훨씬 더 크게 다투어집니다.

치상이 인정되려면 PTSD가 존재하는 것을 넘어, 그것이 해당 행위로 인해 생겼다는 점이 증거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4. 치상이 붙으면 법정형과 집행유예 가능성이 크게 달라집니다

일반 강간·강제추행은 형법 제301조로, 특수강간 등은 성폭력처벌법 제8조로 형이 무거워집니다.

형법상 강간·강제추행·준강간 등은 앞서 본 대로 제301조에 따라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입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의 특수강간 등(제3조 제1항, 제4조, 제6조, 제7조)에 치상이 붙으면 같은 법 제8조 제1항에 따라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등(제5조)에 치상이 붙으면 제8조 제2항에 따라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됩니다.

이 차이는 집행유예 가능성에서 실질적으로 드러납니다. 형법상 집행유예는 3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할 때 가능한데, 형법 제301조의 하한 5년 이상은 법률상 감경(작량감경)을 하면 그 2분의 1인 2년 6개월까지 내려갈 수 있어 이론상 집행유예가 가능한 구간에 들어옵니다. 반면 성폭력처벌법 제8조 제1항의 하한 10년은 감경해도 5년이므로 집행유예 선고가 불가능합니다.

결국 합의, 반환, 초범 여부, 범행 경위 같은 양형 사정은 치상 여부와 별개로 중요하지만, 치상이 인정되는지 자체가 형량의 출발선을 정한다는 점에서 상해 인정 여부를 다투는 실익이 매우 큽니다. 상해가 인정되지 않으면 기본 범죄인 강간 또는 강제추행으로 판단됩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진단서 확보 시점과 진료기록 정리가 치상 여부 판단의 방향을 정합니다.

성폭력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 접수 및 피해자 조사 → ②피의자 조사와 증거 수집(진료기록, 진단서, 통화·메신저 기록 등)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치상 혐의가 붙으면 형이 무겁기 때문에 구속 수사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피해를 주장하는 쪽이든 고소당한 쪽이든 아래 순서로 자료를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1. 정신건강의학과 최초 내원일과 진단서 발급일, 진단서에 적힌 진단명과 발병 원인, 치료 기간을 먼저 확인합니다.

  2. 진료기록에 나타난 증상의 구체적 내용, 처방 내역, 치료 경과와 사건 이전의 정신과 진료 이력 유무를 대조합니다.

  3. 직장·학업·수면·대인관계 등 생활기능의 변화를 보여 주는 자료와 사건 외의 다른 스트레스 요인이 있는지를 정리합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상해 인정 여부, 인과관계, 양형 사정을 구분해 대응 방향을 세워야 합니다. 의사에 대한 사실조회나 감정이 신청될 수 있으므로 진료기록 확보는 가능한 한 초기에 이루어지는 것이 좋습니다.


마치며

성폭력 사건에서 PTSD 진단이 나오면 당사자 모두 당황해서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를 입은 쪽에서는 진단서 한 장에 의존하기보다 진료 경과와 생활기능의 변화를 일관되게 보여 주는 기록을 쌓는 것이 중요합니다. 증상이 언제부터 어떻게 나타났고 일상에 어떤 지장을 주었는지가 상해 인정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고소당한 쪽에서도 “몸에 상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치상 혐의를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됩니다. 반면 진단서가 있다고 곧바로 인정되는 것도 아니어서, 인과관계와 증상의 정도를 어떻게 다투느냐에 따라 형량의 출발선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저는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를 주장하는 쪽과 혐의를 받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진료기록을 어떻게 읽고 어떤 시점에 어떤 자료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진단서를 받았거나 치상 혐의를 통보받았다면, 지금이 방향을 정해야 할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첫 단계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피해자가 PTSD 진단을 받으면 무조건 강간치상이 되나요?

A. 아닙니다. 법원은 진단명만이 아니라 증상의 내용과 지속 기간, 치료 경과, 생활기능 장애 여부를 종합해 상해를 판단합니다. 성범죄 피해자가 통상 겪는 일시적 충격만으로는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Q. 몸에 상처가 전혀 없어도 치상이 인정될 수 있나요?

A. 인정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상해의 생리적 기능에 육체적 기능뿐 아니라 정신적 기능도 포함된다고 보고, 반드시 외부적인 상처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Q. 정신과 치료를 받지 않았으면 상해로 볼 수 없나요?

A. 치료를 받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상해가 부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건강상태의 불량한 변경과 생활기능 장애를 증명할 자료가 없으면 입증이 어려워지므로 진료와 기록의 유무는 중요합니다.

Q. 사건 후 한참 지나 받은 진단서도 증거가 되나요?

A. 증거는 될 수 있지만 진단 시점이 늦을수록 그 증상이 해당 사건 때문인지 다투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기왕증이나 다른 스트레스 요인이 있었는지도 함께 검토됩니다.

Q. 치상이 인정되면 집행유예는 어려운가요?

A. 적용 법조에 따라 다릅니다. 형법 제301조는 작량감경 시 하한이 2년 6개월이라 이론상 가능하지만, 성폭력처벌법 제8조 제1항은 하한 10년이라 감경해도 5년이어서 집행유예가 불가능합니다.

Q. 합의하면 치상 혐의도 없어지나요?

A. 강간치상은 합의로 처벌이 없어지는 범죄가 아닙니다. 다만 합의 여부는 양형에서 유리하게 참작될 수 있고, 수사 단계에서는 구속 여부 판단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Q. 경찰에서 치상 혐의로 조사받게 됐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에서 상해와 인과관계에 대한 방향이 정해지고, 진료기록 확보와 대응 전략도 그 시점에 함께 세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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