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신문사 인쇄용지 입찰담합, 제지사 6곳에 과징금 30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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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사가 발주한 인쇄용지 구매 입찰에서 국내 주요 제지사들이 낙찰예정자와 입찰가격 등을 미리 정해 놓고 경쟁한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조사 결과 밝혀졌습니다.
공정위는 이러한 행위를 입찰담합으로 보고 6개 제지사에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하는 한편, 2개 법인은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인쇄용지 시장에서 경쟁 사업자들이 입찰 과정에 개별적으로 참여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전에 낙찰자를 정하는 방식으로 경쟁을 제한했다는 점에서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오늘은 농민신문사 인쇄용지 입찰담합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농민신문사 인쇄용지 입찰에서 발생한 일
이번 담합에는 무림에스피, 무림페이퍼, 무림피앤피, 한솔제지, 한국제지, 홍원제지 등 6개 제지사가 참여했습니다.
2021년 6월부터 2024년 11월까지 농민신문사가 연말 간행물과 정기간행물 등에 사용할 인쇄용지를 구매하기 위해 실시한 총 6건의 입찰에서 담합이 이루어졌습니다.
입찰 참여 전 사업자들이 서로 연락하거나 모임을 갖고 누가 낙찰받을 것인지, 다른 업체는 들러리로 참여할 것인지, 얼마에 투찰할 것인지 등을 미리 협의하였습니다.
정상적인 입찰은 업체들이 각자의 원가와 생산 능력 등을 고려해 독립적으로 가격을 제시하고 경쟁합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입찰 전에 결과를 어느 정도 정해놓은 뒤 실제 투찰이 이루어졌습니다.
제지사들의 입찰담합이 이루어진 배경
디지털 매체가 확산되면서 종이를 사용하는 인쇄물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이에 따라 제지사 사이의 가격 경쟁도 심해져 인쇄용지 시장이 어려워졌습니다.
여기에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환율 상승 등의 영향으로 제조 원가 부담까지 커지는 바람에 수요는 줄고 비용은 증가하는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사업자들은 가격 경쟁을 피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담합을 시작하였습니다.
농민신문사 입찰 역시 이러한 시장 상황과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제지사들은 경쟁 과정에서 낮은 가격으로 낙찰받는 것을 피하고, 기존의 높은 가격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입찰 결과와 가격을 사전에 조율한 것입니다.
제지사의 담합 방법
제지사들은 입찰이 진행되기 전에 전화 연락이나 모임 등을 통해 낙찰예정자를 정하고, 낙찰예정자가 실제로 낙찰받을 수 있도록 나머지 업체들은 들러리로 입찰에 참여했습니다.
투찰 가격 역시 사전에 협의해 낙찰예정자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오도록 했습니다.
농민신문사의 입찰은 일정한 사업실적과 생산·공급 능력 등을 갖춘 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제한경쟁 방식이었기 때문에 실제 참여할 수 있는 업체가 제한적이었습니다.
결국 시장에서 경쟁 관계에 있던 주요 제지사들이 서로 협의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고, 이를 이용해 입찰 결과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물론 일부 입찰에서는 당초 예상했던 업체가 그대로 낙찰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다른 제지사가 대신 낙찰받으면서 당초 합의한 가격 수준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담합의 효과가 이어졌습니다.
담합으로 낙찰률을 높일 수 있어
담합이 이루어진 기간인 2021년 6월부터 2024년 11월까지 해당 입찰의 평균 낙찰률은 96.2%였고, 일부 입찰에서는 낙찰률이 약 99.4%까지 올랐습니다.
반면 담합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2018년부터 2020년까지의 평균 낙찰률은 87.6%였습니다.
낙찰률만으로 담합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높은 낙찰률과 함께 사업자들이 낙찰예정자와 들러리사, 투찰 가격 등을 사전에 합의한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입찰담합은 겉으로는 여러 업체가 경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가격과 낙찰자를 미리 정해 놓기 때문에 발주처가 경쟁을 통해 더 유리한 조건을 얻을 기회를 제한합니다.
국내 인쇄용지 시장은 소수 업체가 중심
이번 사건을 이해하려면 국내 인쇄용지 시장의 모습도 알아두어야 합니다.
인쇄용지는 책이나 신문, 잡지 등을 만들 때 사용하는 종이로, 종류에 따라 표면에 코팅을 하지 않은 종이와 아트지처럼 표면을 매끄럽게 처리한 종이가 있습니다.
국내 인쇄용지 시장에서는 한솔제지와 무림 계열 제지사, 한국제지와 홍원제지 등이 함께 경쟁하고 있어, 수많은 회사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시장이라기보다는 몇몇 제지사가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구조입니다.
이처럼 경쟁하는 업체의 수가 많지 않은 시장에서는 업체들이 서로 가격이나 입찰 정보를 주고받거나 미리 낙찰자를 정하게 되면 경쟁이 쉽게 약해질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 역시 시장의 주요 제지사들이 입찰 전에 낙찰예정자와 가격 등을 미리 정하면서 정상적인 가격 경쟁을 제한하여 문제가 됐습니다.
공정위의 제재 수위는
공정위는 이번 행위에 대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상 입찰담합 규정을 적용했습니다.
6개 제지사 모두에게 향후 동일하거나 유사한 담합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시정명령을 내렸으며, 총 30억 900만 원의 과징금도 부과했습니다. 또한 담합 가담 정도 등을 고려하여 한솔제지와 한국제지 2개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입찰은 여러 업체가 경쟁하면서 발주처가 보다 합리적인 가격과 조건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경쟁 업체들이 사전에 낙찰자를 정하고 가격까지 맞춘다면 형식적으로는 입찰이 진행됐더라도 실질적인 경쟁은 사라지게 됩니다.
이번 농민신문사 발주 인쇄용지 입찰담합 사건 역시 경쟁해야 할 사업자들이 입찰 전에 서로 협의해 경쟁 자체를 제한하였습니다.
인쇄용지처럼 시장의 주요 사업자가 제한적인 산업에서는 이러한 담합이 반복될 경우 발주처뿐 아니라 시장 전체의 가격 경쟁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공정한 입찰을 위해서는 사업자들이 각자의 판단에 따라 독립적으로 가격을 결정하고 경쟁해야 하며, 낙찰예정자나 투찰 가격 등을 사전에 합의하는 행위는 공정거래법상 중대한 위반이라는 점을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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