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관계]
피고인은 지인들과 어울리던 중 당시 미성년자(15세)였던 피해자와 한 방에서 피해자의 친구 D와 함께 한 침대에 눕게 되었고, D가 먼저 잠든 사이 성관계를 가졌습니다. 본 사건에 대해 검찰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거부 의사에도 불구하고 힘으로 제압해 간음했다며 기소했습니다.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의 진술이 신고·수사·법정 단계를 거치며 여러 차례 바뀌었고, '도움을 요청했다'는 피해자 진술은 바로 옆에 있던 친구 D의 증언과도 어긋났습니다. 또한 피해자는 성관계 직후에도 피고인 곁으로 돌아가 잠을 청했고, 사건 전후로 피고인의 지인들로부터 금전 독촉을 받고 있었던 정황도 드러나, 신고 동기에 의문을 더했습니다. 피고인은 수사 초기부터 일관되게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다고 주장했습니다.
[변호인의 조력]
저는 수사 단계부터 선임되어(2023. 5. 12.), 공소사실에 대한 치밀한 반박과 진술 증거의 신빙성 탄핵에 역량을 집중했습니다.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서를 통해 쟁점을 조기에 명확히 하고, 이후 재판 진행 중 추가 의견서를 제출하며 피해자·목격자 진술의 모순점을 지속적으로 재판부에 환기시켰습니다.
증인신청을 통해 당시 현장에 있던 친구 D를 법정에 출석시켜, 피해자가 주장한 '도움 요청' 정황이나 성관계 경위에 관한 진술을 직접 교차 검증할 기회를 확보했습니다.
피해자 진술의 시간 경과에 따른 변경 양상(117신고 → 경찰조사 → 법정)을 조목조목 짚어내어, 단순한 기억의 소실로 설명하기 어려운 핵심적인 불일치가 존재함을 입증했습니다.
피해자가 피고인의 지인들로부터 받던 채무 독촉과 신고 시점의 근접성을 밝혀내어, 신고 동기에 사적인 압박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합리적으로 제시했습니다.
피고인의 최후진술과 함께 사건 전후 정황에 대한 피고인의 일관된 진술을 뒷받침하여,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을 가능성을 법원이 배제할 수 없도록 변론을 구성했습니다.
[사건결과]
법원은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판결 요지를 공시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성인지적 관점'을 유지하더라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무조건 인정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법리(2024. 1. 4. 선고 2023도13081 판결 등)를 전제로, 피해자 진술의 반복된 변경, 목격자 D와의 진술 불일치, 성관계 직후 피고인 곁으로 돌아가 잠을 청한 행동, 채무 독촉과 신고 시점의 연관성 등을 종합할 때 검사 주장과 같은 폭행·협박에 의한 간음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오히려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본 사건의 의의]
이 판결은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한 성범죄 사건에서도, 피해자라는 지위만으로 진술의 증명력이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성인지적 관점'은 진술의 무조건적 신뢰가 아니라 피해자가 처한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한 균형 잡힌 증거 판단을 요구하는 것임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특히 법원은 피해자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일관성, 객관적 정황(목격자 진술, 사건 전후 행동), 신고에 이르게 된 동기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의심스러우면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형사재판의 대원칙을 엄격히 적용했습니다. 이는 중대한 성범죄 혐의를 다투는 사건에서도, 진술 증거의 미세한 불일치와 정황 증거를 끈질기게 파고드는 변론이 무죄 판단을 이끌어내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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