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전혀 기억에 없는 계약서, 대출 약정서, 보증서,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제 이름과 서명이 들어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어 상담을 요청하시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 많은 분들이 “내가 쓴 적 없으니 당연히 무효 아닌가요”, “도장이 찍힌 것도 아니고 서명이 다르니 가만히 있어도 되겠죠”라고 생각하십니다. 그런데 상대방이 계약서를 증거로 내세우며 소송을 제기하거나 압류에 나서면, 서명이 위조라는 사실은 말만으로 인정되지 않고 내가 직접 다투고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민법은 대리권 없는 사람이 맺은 계약은 본인이 추인하지 않는 한 효력이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서명이 위조된 계약서는 원칙적으로 나에게 효력이 없지만, 그 사실을 법적으로 확정하려면 시기와 방법을 맞춰 대응해야 합니다.
아래에서는 서명이 위조된 계약서가 왜 무효가 되는지, 어떤 소송과 고소로 무효를 확정하는지, 그리고 지금 당장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내가 서명하지 않은 계약은 원칙적으로 나에게 효력이 없습니다
위조된 서명으로 만든 계약은 본인의 의사표시가 아니므로 본인을 구속하지 못합니다.
계약은 당사자의 의사표시가 합치해야 성립합니다. 누군가 제 이름으로 서명을 위조해 계약서를 만들었다면 저는 의사표시를 한 적이 없으므로 그 계약의 당사자가 아닙니다. 법적으로는 대리권 없는 사람이 본인의 이름으로 계약을 맺은 무권대리의 문제로 정리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 효과는 민법 제130조가 정하고 있습니다. 대리권 없는 사람이 타인의 대리인으로 한 계약은 본인이 추인하지 않으면 본인에 대하여 효력이 없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추인’입니다. 이미 위조 사실을 알고도 계약 이행에 따른 이익을 받거나, 상대방과 변제 방법을 협의하는 등 계약을 인정하는 듯한 행동을 하면 추인으로 해석될 위험이 있어, 사실을 알게 된 즉시 위조를 이유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민법 제132조는 추인이나 거절의 의사표시를 상대방에게 해야 상대방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추인 거절의 뜻은 내용증명으로 계약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또 상대방이 확답을 최고했는데 정해진 기간 안에 답을 하지 않으면 민법 제131조에 따라 추인을 거절한 것으로 보기는 하지만, 침묵에 기대지 말고 서면으로 거절 의사를 남기는 편이 분쟁에서 훨씬 유리합니다.
서명을 위조당했다면 원칙적으로 계약은 나에게 효력이 없지만, 추인으로 비치는 행동은 하지 말고 거절 의사를 서면으로 남겨야 합니다.
2. 서명이 다르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고, 진정성립 다툼에서 증명 구조를 알아야 합니다
계약서에 서명이나 날인이 있으면 진정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위조라고 다투는 쪽이 이 추정을 흔들어야 합니다.
민사소송법 제357조는 사문서는 그것이 진정한 것임을 증명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지만, 제358조는 다음과 같이 추정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사문서는 본인 또는 대리인의 서명이나 날인 또는 무인(拇印)이 있는 때에는 진정한 것으로 추정한다(민사소송법 제358조).
그래서 상대방이 계약서를 증거로 내면 그 서명이 제 것으로 추정되고, 저는 “내 서명이 아니다”라고 부인하면서 그 추정을 깨뜨릴 구체적인 사정을 제시해야 합니다. 법원이 서명이 진짜인지 판단할 때 가장 많이 쓰는 수단은 민사소송법 제359조가 정한 필적 또는 인영의 대조입니다. 실무에서는 법원이 필적감정을 명하면 감정기관에서 계약서의 서명과 제가 평소에 쓴 자필 서류(은행 거래신청서, 주민센터 서류, 입사서류 등)를 비교해 감정서를 제출합니다.
감정이 의미 있으려면 비교 대상이 되는 대조 자료가 충분해야 하고, 서명 시기와 가까운 시기의 자필이 좋습니다. 그래서 위조를 의심하는 순간 이런 자료를 흩어지기 전에 모아 두어야 합니다. 또한 필적만이 아니라 계약 체결 당일 제가 어디에 있었는지(출장·입원·해외 체류 기록), 계약 내용에 맞는 자금 흐름이 있었는지, 계약서 작성 경위를 아는 사람이 누구인지 같은 간접사실도 위조 주장을 뒷받침합니다.
다만 서명이 아니라 인감도장이 날인되고 인감증명서까지 첨부된 경우에는 상황이 더 어렵습니다. 도장이 제 것임을 인정하게 되면 날인이 제 의사에 의한 것으로 사실상 추정되기 때문에, 도장이 어떻게 상대방이나 제3자 손에 들어갔는지, 인감증명서를 누가 발급받았는지까지 따로 밝혀야 합니다. 발급 이력은 인감증명 발급 기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서명이나 날인이 있으면 진정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위조 주장은 필적 대조와 간접사실로 이 추정을 뒤집을 수 있게 준비해야 합니다.
3. 소송으로 무효를 확정하는 방법은 청구 대상에 따라 달라집니다
상대방이 아직 청구하지 않았다면 확인의 소로 먼저 나서고, 이미 청구했다면 그 소송에서 위조를 항변합니다.
상대방이 이미 계약서를 근거로 대여금이나 보증채무 이행을 청구했다면, 그 소송에서 “서명이 위조되어 계약은 나에게 효력이 없다”고 다투면 됩니다. 이때 위조 주장은 단순한 부인 이상으로, 서명의 진정성립을 다투고 감정을 신청하고, 예비적으로 무권대리 및 표현대리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까지 주장해 두어야 합니다.
상대방은 흔히 서명 위조가 인정되더라도 가족이나 직원이 대신 해 준 것이므로 민법 제126조의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라고 주장합니다. 이 조항은 대리인이 권한 외의 법률행위를 한 경우 제3자가 그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으면 본인이 책임을 진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위조자가 가족이나 지인이라면, 평소 제가 그에게 어떤 범위로 일을 맡겼는지, 상대방이 본인에게 확인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이 영역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갈리므로 초기에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대방이 아직 아무 청구를 하지 않았더라도, 계약서 때문에 부동산 등기나 채권 압류 위험이 있다면 채무부존재확인의 소 또는 계약무효(부존재)확인의 소를 먼저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 소송은 위조 계약서로 내 법적 지위가 불안해진 경우에 그 불안을 판결로 제거하는 방법입니다. 이미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다면 말소등기청구로 나아가고, 보전이 시급하면 처분금지가처분을 함께 검토합니다.
이미 위조 문서에 근거한 강제집행이 시작됐다면 집행정지와 청구이의 등 절차까지 고려해야 하므로 시간이 중요합니다. 관할은 피고 주소지나 의무이행지를 기준으로 하는데, 수원 관내라면 수원지방법원이나 그 지원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무효 확정의 길은 청구 시점에 따라 항변, 확인의 소, 말소등기, 가처분으로 갈리므로 현재 단계에 맞는 수단을 골라야 합니다.
4. 위조자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고, 형사 절차는 민사 증명에 도움이 됩니다
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는 각각 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에 해당합니다.
형법 제231조는 행사할 목적으로 권리·의무 또는 사실증명에 관한 타인의 문서를 위조한 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고, 형법 제234조는 위조된 문서를 행사한 사람도 같은 형으로 처벌합니다. 위조 계약서로 돈을 받아냈다면 사기죄까지 문제될 수 있는데, 형법 제347조 제1항의 사기죄는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고소는 위조 사실을 안 날부터 6개월 이내라는 제한이 있는 친고죄가 아니므로 기간 제한 없이 할 수 있지만, 공소시효는 장기 5년 이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로서 5년이 적용되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위조 시점이 오래됐다면 시효 도과 여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위조 문서를 법원에 증거로 낸 행위는 행사 시점에 별도 범죄가 성립합니다.
형사 고소를 하면 경찰이나 검찰이 필적 감정, 계좌 추적, 관련자 조사를 직접 진행하므로, 개인이 확보하기 어려운 자료가 수사기록에 쌓입니다. 이 기록은 민사소송에서 서명이 위조임을 입증하는 자료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위조자가 형사 절차에서 위조를 자백하면 민사에서 큰 힘이 됩니다.
다만 형사 절차에서 무혐의가 나더라도 민사에서 위조 여부가 다르게 판단될 수 있으므로, 두 절차를 서로 대체재로 보지 말고 병행 전략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5. 발견 즉시 대응하는 절차와 확인 순서는 이렇습니다
위조 사실을 알게 된 시점부터 증거 확보와 의사표시가 사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실제 사건은 통상 ①위조 사실 인지 후 계약서 사본 확보와 추인 거절 통지 → ②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③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수원지방법원 형사재판, 병행해 민사 확인의 소 순으로 진행됩니다. 이득액이 큰 위조 사건은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위조 계약서를 발견했다면 감정적으로 상대방이나 위조 의심자를 추궁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계약서 원본 또는 사본, 계약 체결일, 상대방, 거래 금액을 확인하고 내 자필이 담긴 대조 서류를 최대한 모읍니다.
계약 체결일 전후 나의 행적(출입국 기록, 병원 기록, 근무 기록)과 계좌·등기부 변동 내역을 정리합니다.
내용증명으로 위조 사실과 추인 거절 의사를 상대방에게 전달하고, 동시에 고소와 확인의 소 여부를 판단합니다.
이렇게 증거와 의사표시를 정리한 뒤에 변호사의 도움을 받으면, 형사 고소와 민사 무효 확정을 함께 설계해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마치며
서명 위조 문제는 “가까운 사람이 설마 그랬을까”, “내가 안 썼으니 알아서 해결되겠지”라는 생각 때문에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는 사이 소송이 진행되고 판결이 확정되거나 재산이 이전되어 되돌리기 어려워집니다.
위조 피해를 입은 입장에서는 감정보다 증거가 먼저입니다. 자필 대조 자료, 계약 당일 행적, 거래 흐름이 갖춰질수록 민사에서 서명의 진정성립을 흔들기 쉽고 형사 고소도 탄탄해집니다.
반대로 위조 의혹을 받는 입장에서도 “본인이 허락했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어렵습니다. 실제로 위임이 있었는지, 위임 범위가 어디까지였는지를 증명할 수 있는 대화 기록과 정황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저는 문서 위조와 계약 효력을 둘러싼 분쟁에서 위조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쪽과 위조 혐의를 받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 대응 하나에 결론이 달라지는 경우를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내 서명이 들어간 기억 없는 계약서를 마주했다면, 그때가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을 바꿀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서명이 위조된 계약서는 자동으로 무효가 되나요?
A. 위조 서명은 본인의 의사표시가 아니므로 원칙적으로 본인에게 효력이 없습니다. 다만 실제 분쟁에서는 법원이 이를 확인해야 하므로, 항변이나 확인의 소로 다투고 진정성립을 증명해야 합니다.
Q. 위조 사실을 알고도 가만히 있으면 불리한가요?
A.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계약에 따른 이익을 받거나 이행 협의에 응하면 민법상 추인으로 해석될 위험이 있으므로, 알게 된 즉시 거절 의사를 서면으로 남겨야 합니다.
Q. 필적감정은 어떻게 신청하나요?
A. 민사소송 중 법원에 감정신청을 하고, 민사소송법 제359조에 따라 계약서의 서명과 내 자필 서류를 대조합니다. 대조 자료가 충분해야 하므로 평소 자필 서류를 미리 확보해야 합니다.
Q. 가족이 대신 서명했다면 어떻게 되나요?
A. 대리권이 없었다면 무권대리이지만, 상대방이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으면 민법 제126조 표현대리로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평소 맡긴 업무 범위가 쟁점이 됩니다.
Q. 위조자를 형사 고소하면 어떤 처벌을 받나요?
A. 사문서위조와 위조사문서행사는 각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고, 위조 계약서로 돈을 받았다면 사기죄가 추가될 수 있습니다.
Q. 형사 고소와 민사 소송을 같이 해도 되나요?
A. 가능합니다. 형사 수사기록이 민사에서 위조 입증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지만, 결과가 서로 다를 수 있어 병행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Q. 변호사는 언제 선임하는 것이 좋은가요?
A. 위조 사실을 안 직후가 좋습니다. 추인 거절 통지, 대조 자료 확보, 고소와 확인의 소 순서가 초기에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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