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돈을 빌린 적이 없는데 갑자기 차용증을 근거로 대여금 반환 소송장이 날아왔다는 상담이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상담하시는 분들 중 상당수는 “내가 쓴 적이 없으니 법원이 알아서 가려주겠지”, “도장 모양이 비슷한 것뿐이니 아니라고 하면 끝난다”고 생각하고 답변서를 대충 내거나 기일을 가볍게 넘깁니다. 그런데 상대방이 내민 차용증에 내 이름과 도장이 찍혀 있으면 법원은 일단 그 문서를 진짜로 추정하고, 위조라고 주장하는 쪽이 그 추정을 깨뜨리지 못하면 그대로 패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민사소송법은 사문서에 본인의 서명이나 날인이 있으면 진정한 것으로 추정하고, 그 문서가 처분문서라면 진정성립이 인정되는 순간 기재된 내용대로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즉 위조 사건은 소송 초기에 문서의 진정성립을 어떻게 다투는지에 따라 결과가 갈립니다.
아래에서는 위조된 차용증으로 소송을 당했을 때 무엇을 어떤 순서로 주장하고 입증해야 하는지, 그리고 형사 절차는 어떻게 병행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답변서에서 문서의 성립을 명확히 부인해야 다툴 수 있습니다
“빌린 적 없다”가 아니라 “이 문서는 내가 작성하거나 날인한 것이 아니다”라고 부인해야 합니다.
대여금 소송에서 상대방은 차용증을 증거로 제출하며 돈을 빌려줬다고 주장합니다. 이때 피고가 해야 할 첫 대응은 단순히 돈을 빌린 사실이 없다고 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차용증 자체의 성립, 즉 서명과 날인이 내가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답변서에 분명히 적는 것입니다. 민사소송법 제357조는 사문서는 그것이 진정한 것임을 증명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어서, 피고가 성립을 인정하면 그 문서는 곧바로 증거로 쓰이고 부인해야 비로소 원고에게 증명 책임이 생깁니다.
실무에서 놓치기 쉬운 점은 부인의 방식입니다. “도장은 내 것이 맞지만 내가 찍은 것이 아니다”라는 주장과 “도장도 내 것이 아니다”라는 주장은 법적 의미가 완전히 다릅니다. 앞의 경우는 인영이 내 인장과 일치한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어서 도장의 진정이 추정되고, 그 위에 문서 전체의 진정성립이 추정됩니다. 그러니 인장이 내 것인지, 그 인장을 누가 보관했는지, 언제 어디서 사용될 수 있었는지를 처음부터 정리해 일관되게 주장해야 합니다.
또한 법원은 답변서의 진술을 바탕으로 쟁점을 정리합니다. 성립을 다투는 이유(필적이 다르다, 작성 일자에 해외에 있었다, 인감을 분실했다 등)를 구체적으로 적으면 이후 필적 감정과 사실조회 신청의 필요성이 쉽게 받아들여집니다. 무작정 부인만 하면 법원이 증거조사에 소극적일 수 있습니다.
위조를 다투려면 처음부터 “문서의 성립을 부인한다”고 명시하고,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적어야 합니다.
2. 서명·날인이 있으면 진정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그 추정을 깨뜨리는 증거가 필요합니다
인영이 내 인장과 같다면 법원은 일단 문서 전체를 진짜로 봅니다.
민사소송법 제358조는 이렇게 정하고 있습니다.
사문서는 본인 또는 대리인의 서명이나 날인 또는 무인(拇印)이 있는 때에는 진정한 것으로 추정한다(민사소송법 제358조).
법원 실무는 이 조문을 두 단계로 적용합니다. 먼저 문서에 찍힌 인영이 본인의 인장에 의한 것임이 인정되면 그 인영은 본인의 의사로 찍힌 것으로 추정하고, 그 인영이 진정하면 문서 전체가 진정하게 성립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그래서 인감도장이 찍힌 차용증에 대해 “내가 찍지 않았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고, 도장이 도용되었거나 위조되었다는 점, 또는 날인 이후에 문서 내용이 바뀌었다는 점(변조)을 객관적 증거로 보여줘야 합니다.
추정을 깨뜨리는 대표적인 증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인장이 분실·도난 상태였다면 분실 신고서와 인감증명서 재발급 이력, 인장을 가족이나 직원이 보관했다면 그 보관 경위를 보여주는 진술과 자료, 차용증 작성일에 내가 현장에 있을 수 없었다면 출입국 기록·근무 기록·카드 사용 내역·통신 위치 기록 같은 알리바이 자료입니다. 이런 자료로 도장이 내 의사와 무관하게 찍혔을 합리적 가능성을 보이면 추정의 전제가 흔들리고, 원고가 문서의 진정성립을 증명해야 하는 책임이 되살아납니다.
특히 서명 부분은 날인보다 다투기가 수월합니다. 서명은 필적이라는 개인 고유의 특징이 있어 필적 대조로 진위를 가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도장이 찍혀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불리한 추정이 생기므로, 그 추정을 뒤집을 객관적 자료를 서둘러 확보해야 합니다.
3. 필적 감정과 문서 감정으로 위조 여부를 과학적으로 입증합니다
필적·인영 대조와 감정은 위조 항변을 뒷받침하는 가장 직접적인 증거입니다.
민사소송법 제359조는 문서가 진정하게 성립된 것인지는 필적 또는 인영을 대조하여 증명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실무에서는 법원에 감정을 신청하고, 법원이 지정한 감정기관(국립과학수사연구원, 대검찰청 과학수사부 문서감정실, 사설 감정기관 등)이 대조 자료와 문제 문서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감정의 품질은 대조 자료에 달려 있습니다. 같은 시기에 내가 직접 쓴 서류(계약서, 신청서, 은행 서류, 자필 메모, 내용증명 등)를 가능한 한 많이 모아야 하고, 그 자료가 너무 적거나 시기가 많이 다르면 감정 결과가 “판단 불가”로 나올 수 있습니다. 대조할 만한 필적이 마땅치 않으면 민사소송법 제361조에 따라 법원이 상대방에게 그 문자를 손수 쓰도록 명할 수 있고, 정당한 이유 없이 따르지 않거나 필치를 바꾸어 쓴 경우에는 법원이 문서 진정 여부에 관한 상대방의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내가 감정에 필요한 필적 제출이나 시필을 거부하면 이 규정이 나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인영의 경우 인영 대조 감정으로 문서의 도장이 실제 내 인감도장에서 나온 것인지, 스캔·복사·컴퓨터 합성으로 만든 것인지 가릴 수 있습니다. 또한 문서 감정으로는 잉크의 종류, 필기구 차이, 글씨를 쓴 순서(선후 관계), 나중에 덧붙인 흔적 등을 확인해 도장은 진짜인데 금액이나 날짜 부분만 바뀐 변조 여부까지 확인합니다. 원본 문서가 아니라 사본만 제출된 경우에는 감정에 한계가 있으므로 법원에 원본 제출을 요구하고, 원고가 이를 거부하면 사본의 증거가치를 다투어야 합니다.
다만 감정 결과가 곧바로 법원 판단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감정 결과를 중요한 자료로 삼되 다른 증거와 함께 종합하므로, 감정과 함께 돈의 흐름(실제 송금 여부)과 사정 변경 자료를 같이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필적·인영 감정은 위조를 입증하는 핵심이며, 대조 자료를 충분히 확보할수록 결과의 신뢰도가 높아집니다.
4. 실제 금전 거래가 있었는지 계좌 흐름으로 반박하고, 위조에는 형사 책임이 따릅니다
차용증이 진짜여도 돈이 오가지 않았다면 대여금은 성립하지 않으며, 위조라면 형사 책임이 뒤따릅니다.
대여금 청구가 인정되려면 문서의 성립과 별개로 금전을 실제로 교부했다는 사실이 있어야 합니다. 원고가 차용증을 내세워도 해당 금액이 실제로 피고에게 전달된 계좌 내역이 없다면 법원은 문서의 기재만 믿지 않고 금전 교부 사실을 다시 따집니다. 그러니 차용증에 적힌 날짜 전후로 원고에게서 내 계좌로 돈이 들어온 기록이 있는지 거래내역을 전부 발급받아 확인하고, 원고에게도 송금 내역 제출을 구하는 것이 좋습니다. 현금으로 줬다고 주장한다면 그 금액을 마련한 경위(인출 기록 등)와 건네준 장소·시각 등을 구체적으로 대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위조된 차용증을 법원에 제출한 행위는 형사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형법 제231조는 행사할 목적으로 권리·의무에 관한 타인의 문서를 위조하거나 변조한 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형법 제234조는 위조된 사문서를 행사한 자를 같은 형으로 처벌합니다. 여기에 위조 문서로 소송을 제기해 돈을 받아가려 했다면 법원을 속여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려는 소송사기로서 형법 제347조에 따라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또한 민사소송법 제363조는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진실에 어긋나게 문서의 진정을 다툰 당사자에게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어서, 반대로 진짜 문서를 위조라고 허위로 다투는 것도 위험합니다.
주의할 점은 형사 고소가 민사 판결을 대신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수사기관의 처분이나 형사 판결 결과는 민사 법원에 중요한 참고가 되지만, 민사 법원은 별도로 증거를 판단하므로 두 절차를 모두 준비해야 합니다. 허위 사실로 고소하면 형법 제156조의 무고죄(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가 문제될 수 있으므로, 근거 없이 상대방을 몰아세우지 말고 증거를 갖춰 진행해야 합니다.
돈이 오간 흔적이 없다는 점과 위조에 대한 형사 책임을 함께 제시하면 위조 항변의 설득력이 크게 높아집니다.
5. 소장을 받은 날부터 판결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소장 송달 후 30일 안에 답변서를 내지 않으면 무변론 패소할 수 있으므로 초기 대응이 전부입니다.
위조 차용증 사건은 통상 ①소장 송달 후 30일 이내 답변서 제출(문서 성립 부인 명시) → ②변론기일에서 문서 진정 여부를 쟁점으로 정리하고 필적 감정·사실조회·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 신청 → ③감정 결과 회신 및 증거조사 → ④변론 종결 후 판결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수원 지역 피고라면 수원지방법원이나 그 지원에서 재판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고, 형사 고소를 병행한다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에 고소장을 접수하고 수원지방검찰청으로 송치되는 흐름을 밟습니다. 답변서를 기한 안에 내지 않으면 변론 없이 원고 승소 판결이 선고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위험합니다.
소장을 받았다면 감정적으로 반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소장에 첨부된 차용증 사본을 받아 서명·날인, 금액, 날짜, 이자 약정 부분을 내 필적·인장과 하나씩 대조하고 원본 제출을 요구할 준비를 합니다.
차용증 작성일 전후의 내 계좌·카드·출입국·근무 기록을 모아 원고와의 금전 거래나 만남이 있었는지 확인합니다.
답변서에 문서 성립 부인과 그 이유를 적어 기한 안에 제출하고, 필적·인영 감정 신청과 형사 고소 병행 여부를 검토합니다.
이렇게 자료를 갖추면 민사 방어와 형사 대응을 같은 사실관계 위에서 일관되게 진행할 수 있고, 어느 쪽 절차에서든 같은 증거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위조 의혹이 있는 차용증 소송은 “내가 안 썼으니 곧 밝혀지겠지”라는 기대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답변 기한과 문서 성립에 대한 첫 진술이 이후 전체 재판의 방향을 좌우합니다.
차용증이 위조되었다고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감정과 알리바이, 금전 거래 내역 같은 객관적 증거를 빠르게 확보하는 것이 감정적 호소보다 중요합니다. 반대로 위조 의혹을 받는 입장에서도 문서의 작성 경위와 실제 금전 교부 사실을 입증할 자료를 준비하지 않으면 형사와 민사 양쪽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저는 대여금과 문서 위조 분쟁에서 문서 진위를 다투는 쪽과 문서를 근거로 청구하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 증거 확보와 쟁점 설정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소장이나 고소장을 받고 막막하시다면, 지금이 증거를 지킬 수 있는 마지막 시점입니다. 답변 기한이 지나기 전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차용증에 제 도장이 찍혀 있는데 제가 찍은 적이 없다면 위조라고 다툴 수 있나요?
A. 다툴 수 있지만 쉽지는 않습니다. 인영이 내 인장과 같으면 날인이 진정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인장 분실·도용 정황이나 작성일의 알리바이 같은 증거로 그 추정을 깨뜨려야 합니다.
Q. 답변서를 기한 안에 내지 못하면 어떻게 되나요?
A. 소장 부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30일 안에 답변서를 내지 않으면 법원이 변론 없이 원고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할 수 있습니다. 위조를 다툴 계획이라면 우선 기한 안에 문서 성립 부인 취지를 담은 답변서를 내야 합니다.
Q. 필적 감정은 어떻게 신청하고, 결과는 믿을 수 있나요?
A. 변론기일에 감정신청서를 내면 법원이 필요성을 판단해 감정인을 지정합니다. 대조 자료가 충분할수록 신뢰도가 높고, 자료가 부족하면 판단 불가가 나올 수 있으니 같은 시기에 직접 쓴 서류를 최대한 모아야 합니다.
Q. 차용증이 진짜라도 돈을 받지 않았다면 갚아야 하나요?
A. 대여금 청구는 금전을 실제로 교부했다는 사실이 있어야 성립합니다. 차용증이 있어도 송금이나 교부 사실이 없다는 점을 계좌 내역 등으로 보여주면 청구가 배척될 수 있습니다.
Q. 위조한 사람을 형사 고소하면 민사 재판에도 도움이 되나요?
A.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확보되는 감정 결과나 관련자 진술이 민사 증거로 활용될 수 있지만, 민사 법원은 별도로 증거를 판단하므로 두 절차를 함께 준비해야 합니다.
Q. 상대방이 위조 차용증으로 소송을 냈다면 어떤 책임을 물을 수 있나요?
A. 사문서위조와 위조사문서행사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이를 이용해 소송으로 돈을 받으려 했다면 소송사기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민사상으로는 손해배상 청구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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