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직장이 이직처에 험담해 채용이 취소됐어요
전 직장이 이직처에 험담해 채용이 취소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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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직장이 이직처에 험담해 채용이 취소됐어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최종 합격을 앞두고 평판조회 단계에서 입사가 무산됐다는 상담이 부쩍 늘고 있습니다. 채용 담당자가 “전 직장 쪽에서 좋지 않은 얘기가 나왔다”며 돌려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전 직장 상사가 설마 거기까지 하겠나”, “평판조회에서 한 말이니 어차피 처벌은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막상 채용이 취소되고 나면, 어떤 말이 오갔는지조차 확인할 길이 없어 속앓이만 하다가 증거가 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평판조회 전화를 받고 사실대로 답했을 뿐인데 고소를 당했다며 찾아오시는 전 직장 관계자분도 계십니다.

최근 대법원은 명예훼손죄의 공연성에 관해 전파가능성 이론을 유지하면서 그 판단 기준을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소수의 사람에게만 한 말이라도 처벌 여부가 갈릴 수 있고, 말한 내용이 진실이라 하더라도 책임에서 자동으로 벗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아래에서는 전 직장이 이직처에 한 험담이 어떤 경우에 형사·민사 책임으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채용이 취소됐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채용 담당자 한 사람에게 한 말도 명예훼손이 될 수 있습니다

듣는 사람이 몇 명이냐보다, 그 말이 다른 사람에게 퍼질 수 있었는지가 핵심입니다.

형법 제307조의 명예훼손죄는 ‘공연히’ 사실이나 허위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할 때 성립합니다. 여기서 공연성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그래서 이직처 인사담당자 한 명에게 전화로 한 말은 공연성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20도5813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전파가능성 이론을 유지했습니다. 특정 소수에게 말했더라도 그 상대방이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가능성이 있으면 공연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때 말을 들은 사람과 피해자의 관계, 말하게 된 경위, 비밀을 지켜줄 만한 관계인지 등을 종합해서 따집니다.

채용 절차의 평판조회는 이 판단에서 아주 특징적입니다. 인사담당자는 들은 내용을 대표, 팀장, 인사위원회에 보고하는 것이 업무입니다. 즉 전파가 예정되어 있는 구조라서, 비밀 유지 관계를 인정하기 어렵고 전파가능성이 인정될 여지가 큽니다. 다만 해당 채용 판단에만 쓰이고 외부로 나가지 않는 자리였다면 피고인 쪽에서 공연성을 다툴 수 있으므로, 누구에게 어떤 경로로 전달됐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평판조회의 상대방이 한 명이더라도, 그 내용이 채용 결정 라인으로 전달되는 구조라면 공연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2.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라는 항변도 처벌을 막아주지 못합니다

진실한 사실이라도 오로지 공공의 이익이 아니면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습니다.

명예훼손은 허위사실에만 성립하는 죄가 아닙니다. 형법 제307조 제1항은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도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고, 제2항은 허위사실을 적시한 경우를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더 무겁게 처벌합니다.

그래서 전 직장 쪽에서 가장 많이 내세우는 방어가 “사실을 말한 것”입니다. 이에 관해 형법 제310조는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습니다.

제307조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형법 제310조).

요건이 둘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말한 내용이 객관적 진실이어야 하고, 동시에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이직처가 채용 판단을 위해 정당하게 요청한 질문에 업무 능력과 근태에 관해 성실히 답한 경우라면 공익성이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반면 퇴사 과정의 갈등, 개인적 감정, 보복 의도가 섞여 있거나, 묻지도 않은 사생활·징계·소문까지 먼저 꺼냈다면 공익성은 크게 흔들립니다.

또한 허위사실 적시는 제310조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퇴사 때 공금을 횡령했다”, “상사와 불륜이 있었다”처럼 사실이 아닌 내용이 섞였다면, 사실 확인 여부 자체가 사건의 중심이 됩니다.

사실이어도 목적이 공익이 아니면 처벌을 피하기 어렵고, 허위라면 제310조 항변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3. 업무방해와 신용훼손은 허위사실이 있어야 문제됩니다

평판 험담은 명예훼손이 주력 죄명이고, 업무방해는 허위사실 유포가 입증될 때 검토합니다.

채용이 취소됐다는 결과 때문에 업무방해죄를 먼저 떠올리는 분이 많습니다. 형법 제313조는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기타 위계로써 사람의 신용을 훼손한 자를, 제314조 제1항은 제313조의 방법 또는 위력으로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를 모두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허위사실의 유포’는 의미가 좁게 정해져 있습니다.

업무방해죄에서 ‘허위사실의 유포’란 객관적으로 진실과 부합하지 않는 사실을 유포하는 것으로서 단순한 의견이나 가치판단을 표시하는 것은 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대법원 2021. 9. 30. 선고 2021도6634 판결).

즉 “일을 대충 하는 사람”, “같이 일하기 힘든 사람”처럼 평가나 의견에 그친 말은 업무방해의 허위사실 유포가 되기 어렵습니다. 또 제313조의 ‘신용’은 지급능력이나 지급의사 같은 경제적 신용을 가리키는 것이어서, 업무 능력이나 인품에 대한 험담은 신용훼손보다 명예훼손으로 다투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따라서 상대방이 “징계를 받고 쫓겨났다”, “횡령 의혹으로 조사받았다”처럼 사실 여부를 객관적으로 가릴 수 있는 허위 내용을 이직처에 알려 이직처의 채용 판단을 그르치게 했다면 업무방해(위계)를 함께 검토할 수 있고, 평가·의견 수준이라면 명예훼손과 민사책임 중심으로 접근하게 됩니다.

무엇을 말했는지가 ‘검증 가능한 허위 사실’인지 ‘평가’인지에 따라 적용 죄명이 갈립니다.


4. 처벌 수위는 낮아도 합의와 민사 청구가 현실적인 해결 경로가 됩니다

명예훼손은 반의사불벌죄라 합의가 가능하고, 민사 위자료 청구는 별도로 진행됩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은 법정형이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이고, 허위사실 적시라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입니다. 명예훼손죄는 형법 제312조 제2항에 따라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입니다. 그래서 실제로는 고소 이후 사과·정정과 합의금 협의로 사건이 정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간도 중요합니다. 형사소송법상 공소시효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이 3년,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이 5년입니다. 민사 손해배상은 민법 제766조에 따라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안에 청구해야 합니다.

민사에서는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와 제751조(비재산적 손해의 배상)에 따라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채용이 취소됐다고 해서 “입사했다면 받았을 급여”가 곧바로 손해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험담과 채용 취소 사이의 인과관계, 즉 그 말이 없었다면 합격했을 것이라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는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그래서 현실적으로는 위자료 청구를 중심으로 하되, 이직처 담당자의 진술·확인서가 확보될 때 재산상 손해까지 다툴 여지가 생깁니다.

형사는 합의가 가능하고, 민사는 인과관계를 얼마나 입증하느냐가 승패를 가릅니다.


5. 고소 전 증거 확보가 절차 전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누가 어떤 말을 언제 했는지 확인할 자료가 없으면 수사는 시작되기 어렵습니다.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및 이직처 담당자 참고인 조사 → ③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 사건은 전 직장 관계자가 한 ‘말’이 핵심이어서, 처음부터 참고인인 이직처 담당자의 진술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채용이 취소된 뒤에는 감정적으로 전 직장에 연락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1. 채용 취소 통보 문자·이메일·통화 기록을 보관하고, 취소 사유가 어떻게 설명됐는지 일시와 함께 정리합니다.

  2. 이직처 담당자에게 평판조회에서 오간 내용을 서면이나 메시지로 확인받을 수 있는지 요청하되, 압박으로 비치지 않도록 정중하게 접근합니다. 본인이 직접 참여한 통화 녹음은 증거가 될 수 있지만, 타인 사이 대화를 몰래 녹음한 것은 통신비밀보호법 문제가 생깁니다.

  3. 험담의 내용이 사실인지 허위인지, 그리고 퇴사 과정에서 전 직장과 어떤 갈등이 있었는지 관련 문서(징계 여부, 퇴직 합의서 등)로 대조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명예훼손·업무방해 사건 경험이 있는 변호사와 상의하면, 형사 고소와 민사 위자료 청구를 함께 검토해 현실적인 대응 순서를 정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채용이 취소되면 “내가 뭘 잘못했나”라는 자책이 먼저 들어, 정작 무슨 말이 오갔는지 확인하는 일은 뒤로 미뤄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직처의 기억과 기록은 시간이 지날수록 흐려집니다.

험담으로 피해를 입은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항의보다, 어떤 말이 어떤 경로로 전달됐는지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자료를 쌓는 것이 먼저입니다. 취소 통보, 담당자의 설명, 퇴사 당시 문서가 모일수록 형사와 민사 모두에서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평판조회에 응했다가 고소를 당한 입장에서도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라는 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질문에 맞춰 답했는지, 목적이 공익이었는지, 사실을 입증할 자료가 있는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평판 관련 분쟁에서 피해를 주장하는 쪽과 책임을 추궁당하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한 문장의 표현과 전달 경로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경우를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증거가 남아 있는 지금,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전 직장 상사가 이직처에 제 험담을 한 사실을 알게 됐는데, 증거가 없으면 방법이 없나요?

A. 어렵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이직처 담당자의 진술이나 취소 사유를 설명한 메시지가 중요한 증거가 되므로, 먼저 담당자에게 정중하게 확인을 구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Q. 이직처 담당자 한 명에게만 말했는데도 명예훼손이 되나요?

A.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전파가능성 이론을 유지하고 있어, 듣는 사람이 채용 결정 라인으로 내용을 전달하는 지위에 있다면 공연성이 인정될 여지가 큽니다.

Q. 내용이 사실이면 처벌되지 않나요?

A. 사실이어도 처벌될 수 있습니다. 형법 제310조는 진실한 사실이면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경우에만 처벌하지 않으므로, 사적 감정이 섞인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되기 어렵습니다.

Q. 업무방해죄로도 고소할 수 있나요?

A. 검증 가능한 허위사실이 유포된 경우에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평가나 의견 표현은 업무방해의 허위사실 유포로 보기 어렵습니다.

Q. 고소하고 나서 합의하면 사건은 끝나나요?

A. 명예훼손은 반의사불벌죄여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다만 합의서에 사과·정정 조항과 재발 방지 내용을 꼭 넣어 두는 것이 좋습니다.

Q. 채용 취소로 못 받은 급여를 손해배상으로 받을 수 있나요?

A. 험담과 채용 취소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되어야 하는데 쉽지 않습니다. 이직처 담당자의 확인서가 확보되는지에 따라 재산상 손해 청구 가능성이 달라지며, 위자료 청구는 상대적으로 현실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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