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관공서, 학교, 어린이집, 상가, 아파트 관리사무소 등을 상대로 같은 내용의 민원을 수십 차례 넣는 일이 늘면서, 민원을 받는 쪽도 넣은 쪽도 “이것도 범죄가 되느냐”는 질문을 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민원은 국민의 권리인데 몇 번 넣는다고 뭐가 문제냐”, “틀린 말을 한 게 아니라 의심되는 부분을 알려준 것뿐”이라고 생각하신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담당 부서의 업무가 사실상 마비되고, 같은 사안에 대한 조사와 회의가 되풀이되면서 상대방이 업무방해로 고소하겠다고 나서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반대로 허위 민원에 시달리는 쪽은 “전화를 받고 현장 점검을 나가는 데만 몇 주가 갔다”며 어디까지 대응할 수 있는지 막막해합니다.
최근 대법원은 업무방해죄에서 허위사실의 유포와 위계·위력의 범위를 사안별로 구체적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민원 제기가 국민의 정당한 권리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허위 내용을 반복해서 제기해 상대방의 업무를 실제로 방해할 위험을 만들었다면 업무방해죄뿐 아니라 무고죄나 명예훼손죄까지 함께 문제될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반복적인 허위 민원이 어떤 경우에 업무방해가 되는지, 정당한 민원과 처벌 대상의 경계가 어디인지, 양쪽 입장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허위 민원도 상대방의 업무를 방해하면 업무방해죄가 문제됩니다
민원은 권리이지만, 허위로 반복하면 상대방의 ‘업무’를 침해하는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형법 제314조 제1항은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위계 또는 위력으로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사람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민원 사건에서 문제되는 것이 바로 이 조항입니다. 민원을 받는 공무원, 학교·어린이집 관계자, 가게 사장님, 관리사무소 직원의 일은 모두 이 조항이 보호하는 ‘업무’에 해당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업무는 직업 또는 사회생활상의 지위에서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일이면 충분합니다. 공무원이 민원을 처리하는 일도 당연히 포함됩니다. 다만 공무원의 업무에 대해서는 위력 행사 등 일정한 방법을 쓴 경우에 한해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판례 흐름이고, 허위 민원에 대한 심사가 이루어지는 사건에서는 담당 공무원이 얼마나 확인했는지가 중요한 쟁점이 됩니다.
또 하나 짚어둘 점은, 업무방해죄는 실제로 업무가 마비되는 결과가 발생해야만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가 방해될 위험이 발생하면 족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결국 처리가 다 됐으니 방해된 게 없다”는 항변은 그것만으로는 통하지 않습니다.
정당한 민원 제기는 권리이지만, 허위 내용을 반복해 상대방의 업무를 방해할 위험을 만들면 형법 제314조 제1항의 문제가 됩니다.
2. 허위 내용이 담긴 민원은 ‘허위사실 유포’ 또는 ‘위계’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핵심은 내용이 객관적 사실과 다른지, 그리고 담당자의 확인을 우회했는지입니다.
민원 내용이 거짓일 때 업무방해죄에서 가장 먼저 검토하는 것은 허위사실의 유포입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그 의미를 밝히고 있습니다.
업무방해죄에서 ‘허위사실의 유포’란 객관적으로 진실과 부합하지 않는 사실을 유포하는 것으로서 단순한 의견이나 가치판단을 표시하는 것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2021. 9. 30. 선고 2021도6634 판결).
따라서 “이 가게는 위생 상태가 좋지 않은 것 같다”는 평가나 느낌이 아니라 “이 가게는 유통기한이 지난 재료를 쓴다”처럼 사실로서 증명이 가능한 내용이 거짓이면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합니다. 같은 취지의 민원을 여러 기관에 나눠 넣는 경우에는 각각의 기관에 대한 행위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공무원이 신청이나 민원을 받아 자격이나 사실관계를 심사하는 업무에서는 ‘위계’가 쟁점이 됩니다. 대법원 2020. 9. 24. 선고 2017도19283 판결은 신청을 받아 요건을 심사해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업무에서, 담당자가 허위 자료를 쉽게 믿고 받아들인 경우에는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지만, 담당자가 충분히 심사했는데도 허위임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법리를 밝혔습니다. 즉 담당자가 확인 절차를 제대로 밟았는데도 속았는지가 기준입니다.
이 법리를 민원에 적용하면, 증빙을 위조하거나 허위 사진·녹취를 붙여 담당자가 정상적으로 확인해도 거짓임을 알기 어렵게 만든 경우에는 위계가 인정될 여지가 크고, 단순히 확인하면 금방 알 수 있는 거짓을 말한 경우에는 위계로 보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반복성이 더해지면 뒤에서 보는 위력이나 허위사실 유포로 판단되는 사건이 많습니다.
허위 민원이 업무방해가 되는지는 ‘내용이 사실과 다른가’와 ‘담당자의 정상적인 확인을 우회했는가’ 두 가지로 갈립니다.
3. 같은 민원을 반복해 상대방을 압박하는 것은 ‘위력’이 될 수 있습니다
횟수와 방식이 정당한 문제 제기의 범위를 넘어 상대방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정도면 위력입니다.
대법원 2020. 11. 12. 선고 2016도8627 판결은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위력을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하게 할 만한 일체의 세력으로 보고, 현실적으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될 것까지 요구하지 않으며 업무방해의 결과가 실제로 발생할 필요도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폭행·협박뿐 아니라 사회적·경제적 지위에 의한 압박도 포함됩니다.
민원에 적용해 보면, 같은 내용으로 하루에도 수십 통의 전화를 하거나 처리 결과를 통보받고도 같은 취지의 민원을 되풀이하면서 “처리하지 않으면 언론과 상급기관에 알리겠다”고 압박하는 경우가 전형적입니다. 이때 법원은 민원 횟수 자체보다 민원의 내용이 사실에 기초했는지, 이미 처리 결과를 통지받았는지, 어떤 표현과 수단을 썼는지를 종합해서 판단하게 됩니다.
반대로 허위가 아닌 사실에 기초한 민원이라면 횟수가 다소 많더라도 쉽게 업무방해로 평가되지 않습니다. 대법원도 허위 여부를 판단할 때 일부 과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허위사실로 보지 않고, 내용 전체의 취지를 봅니다.
그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고 단지 세부적으로 약간의 차이가 있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는 정도에 지나지 않아 타인의 업무를 방해할 위험이 없는 경우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2021. 9. 30. 선고 2021도6634 판결).
행정기관 입장에서도 방어 수단이 있습니다.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 제23조 제1항은 같은 내용의 민원을 정당한 사유 없이 3회 이상 반복해 제출한 경우 2회 이상 처리결과를 통지한 뒤 그 이후의 민원을 종결처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통지서와 종결 기록은 나중에 반복 민원의 고의와 방해 정도를 입증하는 자료가 됩니다.
같은 내용을 처리 결과 통지 이후에도 반복하면서 압박했다면, 횟수와 방식에 따라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4. 업무방해 외에 무고·명예훼손까지 함께 문제될 수 있습니다
허위 민원의 내용에 따라 업무방해 하나로 끝나지 않고 죄명이 추가됩니다.
허위 민원은 내용에 따라 여러 죄명과 함께 검토됩니다. 민원 내용이 상대방이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신고한 것이라면 형법 제156조의 무고죄가 문제됩니다.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업무방해죄보다 무겁습니다. 공무원이 징계를 받도록 허위 민원을 넣은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또한 민원 내용에 특정인의 명예를 떨어뜨리는 허위 사실이 담겨 있고 그 내용이 다른 사람에게도 알려졌다면 형법 제307조 제2항의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이 문제될 수 있고,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이러한 범죄들은 하나의 민원 행위가 여러 죄에 동시에 해당하는 상상적 경합 관계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무에서는 민원인이 “국민신문고에 올린 것뿐”이라고 주장하지만, 시스템에 올렸다는 사정이 위법성을 없애 주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허위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고의가 부정되어 처벌을 피할 수 있습니다. 결국 민원을 넣을 당시 어떤 자료를 근거로 사실이라고 믿었는지가 방어의 핵심입니다.
양형에서는 허위 정도, 반복 횟수, 방해된 업무의 규모, 피해자의 처벌 의사, 합의 여부가 주로 고려됩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민원 기록을 날짜순으로 정리해 두는 것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허위 민원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기관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수사 단계에서는 접수된 민원의 원문과 접수 시각, 처리 부서의 대응 이력이 핵심 자료가 됩니다.
민원을 받는 입장이든 제기한 입장이든,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민원 접수 일시, 접수 경로(전화·방문·온라인), 민원 원문과 녹취·첨부 자료를 날짜순으로 전부 정리합니다.
민원 내용 중 객관적 사실과 다른 부분이 무엇인지, 민원인이 그것을 알았는지 근거 자료로 대조합니다.
처리 결과 통지서, 답변서, 종결처리 기록 등을 확보해 반복 제출의 횟수와 시점을 확정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형사 고소와 함께 민사상 손해배상까지 함께 검토하면, 반복 민원으로 입은 피해를 실질적으로 회복할 방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고소를 당한 쪽이라면 민원 당시 사실이라고 믿은 근거를 초기에 정리하는 것이 방어의 출발점입니다.
마치며
허위 민원 사건은 “이 정도는 민원인의 권리”라는 생각과 “이 정도면 업무가 마비됐다”는 생각이 팽팽히 맞서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복되는 민원에 시달린 쪽에서는 감정적인 호소보다, 민원 원문과 접수 이력, 처리 결과 통지 내역을 날짜순으로 정리하는 일이 먼저입니다. 이 기록이 쌓일수록 허위성과 방해의 정도가 객관적으로 드러납니다.
반대로 허위 민원을 넣었다고 지목된 쪽에서도 “사실이라고 생각했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어떤 근거로 그렇게 믿었는지, 처리 결과를 받고도 다시 제기한 이유가 무엇인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민원과 관련된 업무방해 사건에서 피해를 주장하는 쪽과 방어하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사실관계 정리와 법리 선택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허위가 아닌 사실을 여러 번 민원으로 넣어도 업무방해가 되나요?
A. 내용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한다면 횟수가 많다는 사정만으로 허위사실 유포가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폭언·협박을 섞거나 처리 후에도 압박 수단으로 반복했다면 위력 문제는 별도로 판단됩니다.
Q. 민원 내용에 과장이 조금 섞였는데 처벌되나요?
A. 내용 전체의 중요한 부분이 사실과 맞고 세부적인 차이나 다소의 과장에 그친다면 업무방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다만 사실이 아닌 내용이 덧붙여져 업무를 방해할 위험이 있다면 달라집니다.
Q. 국민신문고에 올린 글인데도 명예훼손이나 무고가 되나요?
A. 될 수 있습니다. 올린 장소가 공적 시스템이라는 이유로 위법성이 없어지지 않습니다. 특정인이 징계나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적었다면 무고죄까지 문제됩니다.
Q. 행정기관이 반복 민원을 그냥 종결처리해도 되나요?
A.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 제23조 제1항에 따라 동일한 내용의 민원을 정당한 사유 없이 3회 이상 반복한 경우 2회 이상 처리결과를 통지한 뒤 종결처리할 수 있습니다. 이 기록은 형사 고소 때 반복성을 입증하는 자료가 됩니다.
Q. 허위인 줄 몰랐다고 주장하면 어떻게 되나요?
A. 허위임을 인식하지 못했다면 고의가 부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사실을 믿게 된 근거 자료가 있는지가 중요하며, 처리 결과를 통지받은 뒤에도 같은 내용을 반복했다면 이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Q. 경찰에서 연락이 왔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에서 민원을 넣은 경위와 근거를 어떻게 설명했는지가 이후 고의와 위계·위력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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