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신고서에 적은 물품 가격이 실제 거래가격과 다르다는 이유로 세관 조사를 받게 되면, 많은 분들이 "세금을 덜 낸 것도 아닌데 왜 처벌 대상이냐"고 묻습니다. 관세법에는 세액을 줄였는지와 상관없이, 부당한 이득을 얻을 목적으로 물품 가격을 조작해 신고한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별도의 조항이 있기 때문입니다. 수입뿐 아니라 수출·반송 신고도 대상이어서 외환 송금, 수출 금융, 환급과 맞물리면 사건이 순식간에 커지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관세법상 가격조작죄가 어떤 요건에서 성립하는지, 관세포탈죄와 무엇이 다른지, 조사를 받게 되면 어떤 점을 먼저 점검해야 하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관세법 가격조작죄 — 세액이 아니라 '가격 신고' 자체를 처벌하는 조항
관세법 제270조의2는 가격조작죄를 규정합니다. 부당하게 재물이나 재산상 이득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할 목적으로 물품의 가격을 조작하여 신청 또는 신고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일정 금액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입니다. 핵심은 처벌 대상이 '세금을 덜 낸 결과'가 아니라 '가격을 조작해서 신고한 행위'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관세가 늘지도 줄지도 않는 사건, 심지어 무관세 품목이나 관세율이 0%인 물품에서도 가격 조작 자체로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이 조항이 따로 만들어진 이유는 물품 가격이 관세 계산에만 쓰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수입 대금으로 외화를 내보낼 때, 수출 실적을 근거로 금융 지원이나 보험·환급을 받을 때에도 신고된 가격이 기초 자료가 됩니다. 그 가격이 부풀려지거나 줄여졌다면 세수 손실이 없어도 외환 질서와 금융·보험 영역에서 부당한 이득이 생길 수 있습니다. 가격조작죄는 이런 우회 경로까지 형사처벌의 범위에 넣은 규정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가격조작죄의 처벌 대상은 세액의 감소가 아니라, 부당한 이득을 얻을 목적으로 물품 가격을 조작해 신고하거나 신청한 행위 그 자체다.
처벌 대상이 되는 신고 — 수입·수출·반송 신고와 보정·수정신고까지
제270조의2는 조작된 가격을 담은 '신청 또는 신고'의 종류를 직접 열거합니다. 열거된 것이 모두 가격이 적히는 서류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 범위를 정확히 알아야 내가 낸 서류가 처벌 조항의 사정권에 있는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관세법 제241조 제1항·제2항에 따른 수출·수입·반송 신고 — 품명·규격·수량·가격을 세관장에게 신고하는 가장 기본적인 서류.
관세법 제244조 제1항에 따른 입항전수입신고 — 선박·항공기가 입항하기 전에 미리 하는 수입신고.
관세법 제38조의2에 따른 보정신청 — 신고납부한 날부터 6개월 이내에 세액이나 과세가격의 오류를 바로잡는 신청.
관세법 제38조의3 제1항에 따른 수정신고 — 보정기간이 지난 뒤 부족한 세액을 바로잡는 신고.
눈여겨볼 대목은 보정신청과 수정신고도 포함된다는 점입니다. 처음 신고에서 실수로 낮게 적었더라도 바로잡는 과정에서 다시 조작된 가격을 써내면 그 서류가 별도의 신고로서 문제가 됩니다. 반대로 자진해서 정확한 가격으로 보정·수정신고를 하는 것은 정상적인 절차이므로, 오류를 알게 되었다면 조사가 시작되기 전에 이 절차를 쓰는 것이 방어의 출발점이 됩니다. 수출 신고도 대상이라는 점 때문에 수입업자뿐 아니라 수출업자도 같은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성립요건 — '조작'과 '부당한 이득 목적'이 모두 있어야 한다
가격조작죄가 성립하려면 객관적으로는 물품의 가격을 조작해서 신고했어야 하고, 주관적으로는 부당하게 재물이나 재산상 이득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할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신고가격이 실제와 다르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차이를 만든 의도와 그 의도가 향한 이득이 입증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단순한 계산 착오, 환율 적용 오류, 운임·보험료 처리 방식의 이견은 '조작'이 아니라 과세가격 결정 방법의 다툼에 가까워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조작에 해당하는 전형적인 모습으로는 이중송장(실제 거래용과 세관 제출용을 따로 만드는 것), 위조·변조된 계약서나 인보이스, 실제 지급한 대금과 다르게 적은 신고서 등이 있습니다. 반면 '목적'은 내심의 문제라서 수사기관은 정황으로 입증합니다. 신고가격과 송금액의 차이, 차액의 흐름, 거래 상대방과 주고받은 이메일·메신저, 평소 거래가격과의 괴리 같은 자료가 동원됩니다. 방어하는 입장에서는 가격이 달라진 합리적 이유(할인·리베이트의 사후 정산, 환율 변동, 계약 변경 등)를 시간순 자료로 설명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관세포탈죄와의 차이 — 세액 영향이 없어도 가격조작은 따로 처벌된다
가장 많이 혼동되는 것이 관세법 제270조 제1항 제1호의 관세포탈죄입니다. 포탈죄는 세액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과세가격이나 관세율 등을 거짓으로 신고한 경우에 성립하고, 수입신고를 한 사람이 대상이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포탈한 관세액의 5배와 물품원가 중 높은 금액 이하의 벌금이 법정형입니다. 즉 포탈죄는 '세금을 줄이려는 의도'가 핵심입니다.
반면 가격조작죄는 '부당한 재산상 이득을 얻으려는 의도'가 핵심이고 세액에 영향이 있었는지는 요건이 아닙니다. 수입가격을 오히려 높여 신고해 해외로 대금을 더 많이 송금하는 경우, 수출가격을 부풀려 금융이나 보험상 이득을 노리는 경우처럼 관세는 늘어나거나 변동이 없어도 처벌 조항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두 조항은 구성요건이 달라 같은 사실관계에서 어느 쪽으로 의율되는지가 갈리기도 하며, 조사 단계에서 적용 법조가 무엇인지 확인하는 것이 방어 전략 수립의 첫 단계입니다.
관세포탈죄는 '세금을 줄이려는 목적', 가격조작죄는 '부당한 재산상 이득을 얻으려는 목적'이 핵심이며, 후자는 세액이 줄지 않았어도 성립할 수 있다.
법정형과 벌금 산정 — 5천만원·물품원가·가격 차액 중 가장 큰 금액이 상한
제270조의2의 징역형은 2년 이하이고, 벌금은 다음 세 금액 중 가장 높은 금액 이하로 정해집니다. 법정형이 정액이 아니라 사건 규모에 연동되는 구조라서, 거래 금액이 큰 사건일수록 벌금 상한도 함께 올라갑니다.
5천만원 — 거래 규모가 작아도 적용되는 최저 상한선.
물품원가 — 신고 대상 물품의 원가 자체가 상한이 될 수 있음.
신고한 물품가격과 과세가격 사이의 차액 — 조작의 폭이 클수록 상한이 커짐(수출·반송 신고는 선적항까지의 운임·보험료를 포함한 가격을 과세가격으로 봄).
실무적으로 이 구조가 의미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예를 들어 실제 거래가격 1억원 상당의 물품을 3억원으로 부풀려 신고했다면 가격 차액은 2억원이어서 벌금 상한이 5천만원이 아니라 그 차액 기준으로 올라갑니다. 다만 상한은 법원이 선고할 수 있는 최대치일 뿐이고, 실제 선고는 조작의 정도, 반복성, 실제로 얻은 이득, 반성과 시정 노력 등을 종합해 정해집니다. 상한이 높다는 이유로 처음부터 실형을 각오할 필요는 없지만, 규모가 큰 사건에서는 벌금 폭이 상당히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수사 절차의 특징 — 세관 고발 전치주의, 통고처분, 즉시 고발
관세범은 일반 형사사건과 시작 방식이 다릅니다. 관세법 제284조 제1항은 관세범에 관한 사건에 대해 관세청장이나 세관장의 고발이 없으면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정합니다. 그래서 세관 조사 단계에서의 대응이 곧 형사재판 여부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관은 조사 후 범죄의 확증을 얻으면 제311조에 따라 벌금에 상당하는 금액, 몰수에 해당하는 물품, 추징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납부하라는 통고처분을 할 수 있고, 통고가 있으면 공소시효는 정지됩니다.
통고처분은 이행하면 같은 사건으로 다시 기소되지 않는 간이한 종결 수단이지만, 모든 사건에서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제312조는 범죄의 정상이 징역형에 처해질 것으로 인정될 때에는 통고처분 없이 즉시 고발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조작 규모가 크거나 반복적이거나 증거인멸 정황이 있으면 이 경로로 가기 쉬워서, 조사 초기에 사건의 성격이 통고처분 수준인지 고발 수준인지를 가늠하고 그에 맞춰 소명 자료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개인뿐 아니라 법인의 대표자나 직원이 업무에 관해 위반행위를 하면 제279조 양벌규정에 따라 법인이나 사업주에게도 벌금형이 과해질 수 있고, 주의·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았음을 입증하면 면책 여지가 있습니다.
조사를 받게 되었을 때의 대응 — 자진 시정과 소명 자료 정리
조사 통지를 받았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문제가 된 신고서, 계약서, 인보이스, 송금 내역, 통관 서류를 한 세트로 모아 시간순으로 맞춰 보는 것입니다. 가격이 다르게 적힌 이유가 있다면 그 이유가 거래 당시 문서로 뒷받침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이후 진술은 이 자료와 어긋나지 않게 해야 하므로, 자료 검토 없이 즉흥적으로 진술하는 것은 피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진술서와 피의자신문조서는 나중에 번복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미 신고된 가격에 오류가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면 보정신청(신고납부일부터 6개월 이내)이나 수정신고 같은 정식 절차로 바로잡는 방안이 있습니다. 시정 여부와 시점은 '부당한 이득 목적'이 없었다는 정황, 그리고 양형에서 유리한 사정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조사가 이미 시작된 뒤의 시정은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고, 반대로 조사 중에 서류를 새로 만들어 내는 행위는 증거 조작으로 오해받아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반드시 순서와 방법을 먼저 정해야 합니다. 거래 상대방과 말을 맞추려는 연락도 정황 증거가 되므로 삼가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관세를 하나도 덜 내지 않았는데도 처벌받을 수 있나요?
A. 가격조작죄는 세액의 감소를 요건으로 하지 않습니다. 부당하게 재물이나 재산상 이득을 얻을 목적으로 물품 가격을 조작해 신고하면 성립할 수 있어, 무관세 품목이나 세액에 변동이 없는 거래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부당한 이득 목적이 입증되지 않으면 성립하지 않습니다.
Q. 단순한 실수로 가격을 잘못 적은 경우도 해당하나요?
A. 조작이라는 객관적 행위와 부당한 이득 목적이라는 주관적 요소가 모두 필요하므로, 계산 착오나 환율 적용 오류 같은 단순 실수는 통상 해당하지 않습니다. 다만 같은 오류가 반복되거나 오류의 방향이 늘 유리한 쪽이면 고의를 의심받기 쉽습니다. 실수를 알았다면 보정신청이나 수정신고로 바로잡아 두는 것이 좋습니다.
Q. 수출 신고에도 적용되나요?
A. 적용됩니다. 제270조의2가 제241조 제1항·제2항의 신고, 즉 수출·수입·반송 신고를 모두 대상으로 열거하고 있어, 수출가격을 부풀려 금융·보험상 이득을 노린 경우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과세가격은 선적항까지의 운임·보험료를 포함한 가격으로 비교합니다.
Q. 법인이 한 일인데 대표자도 처벌되나요?
A. 직접 행위를 한 사람은 행위자로서 처벌 대상이 되고, 법인이나 사업주에게는 양벌규정에 따라 벌금형이 과해질 수 있습니다. 대표자가 직접 지시했거나 알면서 묵인했다면 대표자 본인의 책임도 문제 됩니다. 법인이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했다면 양벌 책임을 면할 수 있습니다.
Q. 세관 조사만 받으면 재판까지 가지 않을 수도 있나요?
A. 관세범은 세관장의 고발이 있어야 검사가 기소할 수 있고, 사안이 가벼우면 통고처분으로 마무리되기도 합니다. 통고처분을 이행하면 재판 없이 종결됩니다. 다만 징역형이 예상될 정도로 정상이 무거우면 즉시 고발되므로, 초기 대응이 결과를 가릅니다.
Q. 이미 신고한 가격이 틀렸다는 걸 알았다면 어떻게 하나요?
A. 신고납부일부터 6개월 이내라면 보정신청, 그 이후에는 수정신고로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조사가 시작되기 전에 정식 절차로 시정한 사실은 부당한 이득 목적이 없었다는 정황과 양형 사유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다만 어떤 방식으로 시정할지는 이미 나간 송금과 서류와의 정합성을 먼저 검토하고 정해야 합니다.
맺음말
관세법상 가격조작죄는 세액을 줄였는지가 아니라, 부당한 이득을 얻을 목적으로 물품 가격을 조작해 신고했는지를 묻는 규정입니다. 그래서 세금에 변화가 없는 거래, 수출 신고, 보정·수정신고에서도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법정형의 벌금 상한은 5천만원·물품원가·가격 차액 중 가장 큰 금액으로 정해져 사건 규모에 따라 달라집니다.
관세범은 세관의 조사와 고발, 통고처분이라는 독자적인 절차를 거치므로 어느 단계에서 어떤 자료로 소명하느냐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가격이 달라진 경위를 설명할 문서를 먼저 정리하고, 오류가 있다면 정식 절차로 바로잡는 순서를 지키는 것이 기본입니다. 조사 통지를 받았다면 진술 전에 사실관계와 적용 법조부터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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