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 정문을 지나는데 초병이 "출입증 확인 부탁드립니다"라고 했고, 그냥 들어갔다는 이유로 초소침범죄로 입건되는 일이 있습니다. 군형법 제78조는 초병의 제지에 불응한 경우를 처벌하지만, 출입증을 확인하겠다는 말이 곧바로 '제지'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초병이 확인을 부탁한 사실만으로는 정문 통과를 금지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고, 그 기준이 수사와 재판에서 그대로 다투어집니다. 이 글에서는 초소침범죄의 성립요건, 법원이 '제지'를 어떻게 판단하는지, 입건되었을 때 무엇을 살펴야 하는지 정리하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초소침범죄의 구조 — 군형법 제78조가 처벌하는 두 가지 행위
군형법 제78조는 "초병을 속여서 초소를 통과하거나 초병의 제지에 불응한 사람"을 처벌합니다. 행위 유형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초병을 속이고 초소를 통과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초병이 제지했는데도 따르지 않는 것입니다. 출입증 확인 문제는 대부분 뒤쪽, 즉 '제지에 불응'의 해석에서 갈립니다.
법정형은 상황에 따라 세 단계로 나뉩니다. 적전인 경우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 전시·사변 시 또는 계엄지역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 그 밖의 평시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입니다. 일상적인 부대 출입 사건은 마지막 유형에 해당하므로 벌금형이 없고 징역 또는 금고만 규정되어 있다는 점을 먼저 알아두어야 합니다.
이 죄는 평시 기준으로 법정형 자체는 높지 않지만, 군인 신분에서는 징계나 인사상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고 형사처벌이 확정되면 그 자체가 부담이 됩니다. 그래서 '제지가 있었는가'라는 첫 요건부터 정확히 다투는 것이 중요합니다.
속여서 통과 — 초병을 기망해 초소를 지나가는 행위.
제지에 불응 — 초병이 금지를 요구했는데 그 행위를 착수하거나 계속하는 행위.
평시 법정형 —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
초소침범죄는 초병을 속였거나, 초병의 '제지'가 먼저 있었고 이에 불응했을 때 성립한다. 제지가 없으면 불응도 없다.
초병·초소·제지·불응 — 대법원이 정리한 개념
대법원 2016. 6. 23. 선고 2016도1473 판결은 초소침범죄의 핵심 개념을 풀이했습니다. 먼저 '초병'은 경계를 고유의 임무로 하여 지상, 해상 또는 공중에 책임 범위를 정하여 배치된 사람을 말하고(군형법 제2조 제3호), '초소'는 초병이 현실적으로 배치되어 경계임무를 수행하는 일정한 범위의 장소를 말합니다. 즉 초병이 배치되어 있지 않은 곳은 초소로 보기 어렵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제지'와 '불응'의 정의입니다. 판결은 초병의 제지를 "초병이 경계임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일정한 행위의 금지를 요구하는 것"으로, 불응을 "초병의 제지를 받고서도 제지의 대상이 된 행위를 착수하거나 그러한 행위를 계속하는 것"으로 풉니다. 요구의 내용이 '무엇을 하지 말라'는 금지여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 정의에서 곧바로 논리가 이어집니다. 제지는 불응보다 먼저 있어야 하고, 제지의 대상이 된 행위가 무엇인지(예를 들어 정문 통과)가 특정되어야 합니다. 공소사실이 "출입증 제시를 요구했는데 그대로 통과했다"는 식으로 되어 있다면, 그 요구가 통과 금지의 의미였는지부터 입증되어야 합니다.
'제지'란 일정한 행위의 금지 요구이고, '불응'은 제지받은 그 행위를 하거나 계속하는 것이다.
"패스 확인 부탁드립니다" — 출입증 확인 요청은 제지인가
2016도1473 사건에서 피고인은 야간에 술을 마시고 복귀하다가 정문 초병에게서 "패스 확인 부탁드리겠습니다"라는 말을 들었지만 출입증을 보이지 않고 정문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원심은 초병이 출입증 제시를 요구했는데도 응하지 않았으므로 제지에 불응한 것이라고 보아 초소침범죄를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 말은 어구상 출입증(패스) 확인을 부탁한다는 의미로 보일 뿐, 그 자체만으로 어떤 행위의 금지를 요구하는 말이라고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했습니다. 당시 초병이 피고인의 얼굴을 보고 부대 간부임을 알았고, 피고인을 막아서거나 부대 안으로 들어온 뒤 퇴거를 요구하는 행동도 하지 않았다는 점도 함께 고려되었습니다.
결국 '요구 → 제지'로 곧바로 연결하는 판단은 잘못이라는 취지로 원심은 파기되었습니다. 다만 이것은 출입증을 보여주지 않아도 된다는 면죄부가 아니라, 제지가 있었는지는 말의 형식이 아니라 그 말이 놓인 상황 전체로 판단한다는 뜻입니다. 초병이 길을 막거나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라고 했다면 사정은 전혀 달라집니다.
확인 부탁 — 출입증 확인을 청하는 표현만으로는 통과 금지 요구로 보기 부족.
초병의 인식 — 초병이 상대를 부대 구성원으로 알고 있었는지.
초병의 행동 — 막아서기, 퇴거 요구, 상황 보고 같은 대응이 있었는지.
제지 여부를 가르는 사정 — 법원이 보는 세 가지
대법원은 출입증 확인 요구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제지를 단정하지 말고, 다음 사정이 인정되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혀서 판단하라고 했습니다. 첫째, 출입증 확인의 목적이 단순히 전산으로 출입 기록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고, 들어올 당시의 구체적 출입 자격을 전산으로 대조·확인하는 것이어서 그 확인이 되지 않으면 정문 통과 자체가 금지되는 체계인지입니다.
둘째, 출입증을 확인하지 않으면 다른 방법으로 출입 자격이 확인되더라도 들어오는 것이 금지되어 있고, 평소 초병이 상급자에 대해서도 그렇게 운영해 왔는지입니다. 셋째, 출입증을 확인하지 않은 사람이 들어오려 하거나 들어온 경우 초병이 통상 취해야 하는 제지 대응행위를 실제로 그 사람에게 했는지입니다.
이 세 가지는 변론의 방향을 정해 줍니다. 부대의 출입 통제 방식, 평소 관행, 사건 당시 초병의 실제 행동이라는 사실관계를 모아야 하고, 부대 출입 규정과 근무 수칙, 초병 진술, 출입 기록이 핵심 증거가 됩니다. 반대로 이 사정들이 갖춰져 있다면 제지가 인정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도 현실적으로 보아야 합니다.
출입증 확인 요구의 목적, 평소 관행, 초병의 실제 대응 — 이 세 가지가 '제지'가 있었는지를 가른다.
제지가 인정되는 경우 — 불응과의 경계
제지가 인정되는 전형적인 상황은 초병이 "정지하십시오",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신원 확인 전에는 통과 불가합니다"처럼 금지의 의미를 분명히 하거나, 몸으로 막아서고 차단기를 내리는 등 물리적 조치를 취한 경우입니다. 이때는 그 지시를 무시하고 통과하면 '착수'에 해당해 불응이 성립할 여지가 큽니다.
불응은 제지 대상 행위를 착수하거나 계속하는 것이므로, 제지가 있었더라도 그 대상 행위와 무관한 행동은 불응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통과 금지가 제지의 내용인데 이후 초소 안에서 벌어진 언행은 별개로 평가됩니다. 2016도1473 판결도 원심이 출입증 요구를 제지로 단정하고 그 전제에서 부대 안으로 들어온 이후의 행동까지 불응으로 덧붙인 점을 잘못으로 지적했습니다.
또한 초병의 제지에 응하다가 오해로 잠시 지체된 경우, 제지 내용을 듣지 못했거나 알아들을 수 없었던 경우에는 고의 여부가 문제 됩니다. 야간이나 소음, 거리 때문에 금지 요구를 인식하지 못했다면 불응의 고의를 다툴 수 있고, 이는 당시 상황과 초병·피고인의 진술, 주변 CCTV로 확인합니다.
입건·조사 단계의 대응 — 진술과 자료
조사 단계에서 가장 흔한 실수는 기억에 의존해 "그냥 지나갔다"고 포괄적으로 인정하는 것입니다. 이 한마디가 제지를 인정하는 취지로 조서에 남을 수 있습니다. 초병이 정확히 어떤 말을 했는지, 어떤 동작을 했는지, 자신은 그것을 어떻게 이해했는지를 구분해서 진술해야 합니다.
확보할 자료는 정문 CCTV와 출입기록, 초병 근무일지, 부대의 출입통제 지침입니다. 특히 평소 초병이 상급자나 간부에게 출입증 확인을 요구한 뒤 어떻게 처리했는지가 중요하므로, 같은 부대 다른 인원의 통상 처리 방식이 드러나는 자료가 도움이 됩니다. 이러한 자료는 시간이 지나면 보존기한이 지나 사라질 수 있으니 서둘러 보전을 요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혐의 자체는 인정하더라도 평시 사건이면 법정형이 1년 이하로 낮고, 고의의 정도, 통과 경위, 반성 여부, 초병과의 합의 여부 등이 양형에 반영됩니다. 사건이 같은 날 다른 행위, 예를 들어 초병에 대한 질책이나 강요 같은 행위와 함께 있다면 각 죄를 분리해서 방어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2016도1473 사건에서도 강요와 초소침범은 별개 쟁점으로 판단되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초병이 출입증을 보여달라고 했는데 보여주지 않고 들어가면 무조건 초소침범죄인가요?
A. 아닙니다. 출입증 확인 요청이 곧바로 통과 금지의 제지가 되는 것은 아니며, 대법원은 "패스 확인 부탁드리겠습니다"라는 말만으로는 금지 요구로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초병이 막아서는 등 통과를 금지한 사정이 있다면 제지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Q. 초병이 저를 알아보고 있었다면 처벌이 어려운가요?
A. 초병이 상대를 부대 구성원으로 알고 있었다는 사정은 제지 여부를 판단하는 한 요소입니다. 다만 부대의 출입 통제 체계가 구체적인 출입 자격 대조를 요구해 확인되지 않으면 통과가 금지되는 구조라면 달리 평가될 수 있어, 사실관계 전체를 봐야 합니다.
Q. 초소침범죄의 처벌 수위는 어느 정도인가요?
A. 군형법 제78조에 따라 적전은 1년 이상 5년 이하, 전시·사변·계엄지역은 3년 이하, 그 밖의 경우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입니다. 평시 부대 출입 사건은 마지막 유형이고, 벌금형은 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Q. 초병의 말을 못 들었거나 이해하지 못했다면 어떻게 되나요?
A. 불응이 성립하려면 제지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 행위에 나아가야 하므로 고의가 쟁점이 됩니다. 야간이나 거리 때문에 금지 요구를 인식하지 못했다면 그 사정을 CCTV와 진술로 뒷받침해 다툴 수 있습니다.
Q. 조사받을 때 가장 먼저 준비할 것은 무엇인가요?
A. 초병이 한 정확한 말과 동작, 자신이 이해한 내용을 기억이 선명할 때 정리하고, 정문 CCTV·출입기록·근무일지의 보전을 요청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포괄적으로 "지나갔다"고 인정하는 진술은 제지를 인정하는 취지로 조서에 남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Q. 초소침범과 함께 다른 혐의가 있으면 어떻게 되나요?
A. 별개의 죄로 각각 성립 여부를 따집니다. 2016도1473 사건에서도 강요, 건조물침입, 초소침범이 각각 다른 법리로 판단되었으므로, 혐의별로 방어 전략을 나누어 세워야 합니다.
맺음말
초소침범죄는 초병의 '제지'가 먼저 있었고 이에 '불응'했을 때 성립하는 죄입니다. 출입증 확인을 부탁하는 말은 그 자체만으로 통과를 금지하는 제지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며, 법원은 확인의 목적, 평소 관행, 초병의 실제 대응을 종합해 제지 여부를 가립니다.
결국 사건의 결론은 말 한마디가 아니라 그날의 구체적 사실관계에서 갈립니다. 입건되었다면 진술을 정리하기 전에 CCTV와 출입기록 같은 객관 자료부터 확보하고, 제지가 있었는지 먼저 따져 보시길 권합니다.
평시 기준 법정형이 1년 이하로 비교적 낮다고 해서 가볍게 넘길 사안은 아닙니다. 군인 신분에서는 형사절차와 별도로 징계 문제가 따라올 수 있고, 조서에 한번 남은 진술은 이후 재판에서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조사 전 단계에서 제지의 내용과 불응의 고의를 어떻게 다툴지 방향을 잡아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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