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를 마치고 나면 수사관이 출력한 조서를 건네며 "읽어보시고 이상 없으면 서명하세요"라고 말합니다. 몇 시간의 조사로 지친 상태에서 대충 훑어보고 서명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서명 한 번이 재판까지 이어지는 가장 중요한 기록이 됩니다.
조서는 '내가 한 말'이 아니라 '정리된 말'입니다.
조서는 대화를 녹취한 것이 아니라 수사관이 문답을 요약해 작성한 문서입니다. 그 과정에서 뉘앙스가 바뀌거나, 조건을 붙여 한 말이 단정적으로 기재되거나, 부인한 부분이 애매하게 정리되는 일이 생깁니다.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가 "그렇게 생각했다"로 바뀌면 전혀 다른 의미가 됩니다.
열람하고 수정을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형사소송법은 피의자에게 조서를 열람하게 하고, 진술한 내용과 다르게 기재된 부분이 있으면 추가·삭제·변경을 청구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습니다. 눈치를 보며 그냥 넘어갈 이유가 없습니다. 고쳐지지 않는다면 그 사실 자체를 조서 말미에 기재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확인할 때 특히 주의할 부분
범행의 '고의'나 '인식'을 인정하는 것처럼 읽히는 표현
시간, 장소, 횟수 등 구체적 사실관계
부인하거나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 부분이 정확히 반영되었는지
수사관의 질문이 유도적이었는데, 답변만 남아 맥락이 사라진 부분
진술거부권도 전략입니다.
모든 질문에 답할 의무는 없습니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보장하는 진술거부권은 불이익을 이유로 행사할 수 없는 권리가 아니라, 정당하게 행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다만 무조건적인 묵비가 항상 유리한 것은 아니므로, 어떤 질문에 답하고 어떤 질문에서 거부할지는 사건 구조를 보고 미리 정해야 합니다.
변호인 참여의 의미
변호인이 조사에 참여하면 신문 중 의견을 진술하고, 부당한 신문 방식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조서 열람 단계에서 법률가의 눈으로 함께 검토할 수 있다는 점이 큽니다. 피의자 본인은 놓치기 쉬운 법률적 함의를 걸러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명 전 10분이 재판 10개월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 조서는 천천히, 끝까지 읽으셔야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