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사건에서 추징금은 "몰수하지 못한 마약의 값"을 돈으로 다시 걷는 제도이고, 유죄가 인정되면 형량과 별도로 거의 예외 없이 붙습니다. 이 글은 추징금이 어떤 기준으로 계산되는지, 공범이 있을 때 누가 얼마를 내는지, 못 냈을 때 무슨 일이 생기는지를 실제 계산 예시로 풀어 설명합니다.
공소장이나 판결문 마지막 줄에 "피고인으로부터 ○○원을 추징한다"는 문장을 보고 처음 추징이라는 단어를 접하는 분이 많습니다. 벌금과 비슷해 보이지만 성격이 다르고, 계산 방식도 다르며, 못 냈을 때의 결과도 다릅니다.
징역이나 집행유예에만 신경 쓰다가 재판이 끝난 뒤 수백만 원, 많게는 수천만 원의 추징금 고지서를 받고 당황하는 경우가 실제로 적지 않습니다. 순서대로 짚어 보겠습니다.
추징금은 벌금이 아니라 "몰수의 대체물"입니다
추징은 처벌의 크기를 정하는 벌금과 달리, 몰수해야 할 마약이 이미 없어졌을 때 그 가액만큼을 대신 빼앗는 제도입니다. 그래서 벌금형이 아니라 징역형을 받아도 추징은 따로 붙고, 집행유예가 되더라도 추징금은 그대로 내야 합니다.
근거 조문은 마약류관리법 제67조입니다. 이 조항은 "몰수한다"라고 단정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법원이 재량으로 뺄 수 없는 이른바 필요적 몰수·추징입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67조(몰수) 이 법에 규정된 죄에 제공한 마약류·임시마약류 및 시설·장비·자금 또는 운반 수단과 그로 인한 수익금은 몰수한다. 다만, 이를 몰수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 가액을 추징한다.
일반 형법상의 몰수(형법 제48조)는 법원이 "할 수 있다"는 임의적 몰수인 데 반해, 마약류관리법의 몰수·추징은 요건만 갖춰지면 반드시 선고해야 합니다. 변호인이 아무리 선처를 구해도 추징 자체를 없앨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대법원은 마약류관리법상의 추징을 범죄로 얻은 이익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징벌적 성격의 처분으로 봅니다. 이 한 문장이 아래에서 다룰 계산 방식과 공범 문제의 출발점이 됩니다.
무엇이 몰수되고, 무엇이 추징으로 바뀌는가
경찰이 압수한 마약은 몰수되고, 이미 투약해서 사라진 마약이나 팔아서 넘어간 마약은 돈으로 환산해 추징됩니다. 하나의 사건 안에서도 몰수와 추징이 함께 선고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몰수 대상은 조문 그대로 마약류 자체, 범행에 쓴 시설·장비·자금·운반수단, 그리고 수익금입니다. 실무에서 자주 문제되는 항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압수된 마약: 몰수됩니다. 이 부분은 추징으로 계산되지 않습니다.
이미 투약한 마약: 몰수가 불가능하므로 그 가액을 추징합니다. 투약 횟수만큼 금액이 쌓입니다.
팔아서 받은 돈(매매대금): 수익금으로 몰수·추징 대상입니다. 이미 써 버렸어도 가액을 추징합니다.
사서 넘겨준 마약: 넘겨준 사람 손에는 마약이 없으므로 가액을 추징합니다.
범행에 쓴 휴대전화·저울·차량: "제공한 시설·장비·운반수단"으로 몰수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일상적으로 쓰던 휴대전화까지 몰수하는지는 사건마다 판단이 갈립니다.
정리하면 압수품은 몰수, 사라진 것은 추징입니다. 그래서 같은 양의 마약이 관련된 사건이라도, 압수 시점에 마약이 얼마나 남아 있었는지에 따라 추징금은 크게 달라집니다.
추징금 계산의 세 가지 규칙
추징금은 ①어떤 값을 기준으로 하는지, ②언제의 시가로 계산하는지, ③몇 회분으로 인정되는지 세 요소로 결정됩니다. 이 셋을 알면 공소장의 추징 청구액이 어떻게 나온 숫자인지 역산할 수 있습니다.
규칙 1. 매매대금이 확인되면 그 돈, 아니면 시가
마약을 사고팔았고 그 대금이 특정되면, 판 사람에게는 실제로 받은 매매대금이 추징됩니다. 대금이 특정되지 않거나 무상으로 주고받은 경우, 또는 투약분처럼 거래가 아닌 경우에는 그 마약의 시가를 기준으로 합니다.
시가는 수사기관이 마약류의 종류별로 정리해 두는 기준가격표에 따라 산정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실무상 필로폰 1회 투약분(약 0.03g)은 대체로 10만 원 안팎으로 계산되는 경우가 많고, 대마는 이보다 낮은 단위로 산정됩니다. 다만 이 숫자는 시기와 지역, 거래 형태에 따라 달라지므로 절대적인 기준은 아닙니다.
규칙 2. 기준 시점은 재판을 선고할 때
대법원은 몰수할 수 없어 가액을 추징할 때의 기준 시점을 범행 당시가 아니라 재판 선고 당시로 봅니다. 몰수를 대신하는 처분이므로, 지금 그 물건이 있다면 얼마짜리인지를 따진다는 논리입니다.
실무에서는 대개 수사 단계에서 산정한 금액이 그대로 공소장과 판결에 반영되지만, 시가 변동이 큰 마약류라면 이 기준 시점이 다툼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규칙 3. 인정된 범행 횟수만큼 곱해진다
투약 사건에서 추징금은 결국 인정된 투약 횟수 × 1회분 시가입니다. 공소사실에 투약 10회가 적혀 있으면 추징금도 10회분으로 청구됩니다.
이 점이 중요한 이유는, 추징 자체는 다툴 수 없어도 횟수는 다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발검사 결과나 공범 진술만으로 특정된 투약 횟수 중 입증이 부족한 부분이 무죄가 되면, 그만큼 추징금도 줄어듭니다.
계산 예시로 보는 세 가지 사건
같은 필로폰 사건이라도 단순 투약인지, 함께 투약했는지, 사고팔았는지에 따라 추징금은 몇 배씩 차이가 납니다. 아래 예시는 실무에서 흔한 유형을 이해하기 쉽게 재구성한 것이며, 금액은 계산 원리를 보여 주기 위한 가정입니다.
사례 A. 혼자 구매해 혼자 투약한 경우
텔레그램으로 필로폰 0.5g을 70만 원에 사서 6회에 걸쳐 투약했고, 체포 당시 남은 0.3g이 압수된 상황을 가정해 봅니다.
압수된 0.3g: 몰수. 추징 계산에서 제외됩니다.
투약한 6회분: 몰수 불가이므로 시가로 추징. 1회분 10만 원 기준이면 60만 원입니다.
구입에 쓴 70만 원: 매수인이 지급한 돈은 매수인 자신에게서 추징하지 않습니다. 이 돈은 판매자 쪽의 수익금으로 판매자에게서 추징됩니다.
결과적으로 이 사람의 추징금은 투약분 60만 원 선입니다. 구입한 양 전체가 아니라 사라진 양만 계산된다는 점을 기억하세요.
사례 B. 사서 친구와 나눠 투약한 경우
같은 0.5g을 사서 친구와 각각 3회씩 투약했고, 나머지 0.2g은 압수된 상황입니다. 여기서 흔히 오해하는 지점이 나옵니다.
구매한 사람: 자신이 투약한 3회분뿐 아니라, 친구에게 건네준 3회분도 "수수(교부)"한 마약으로 가액이 추징됩니다. 즉 6회분 상당액입니다.
받아서 투약한 친구: 무상으로 받았더라도 마약을 수수하고 투약했으므로 자신의 3회분 상당액이 추징됩니다.
같은 3회분의 마약이 건넨 사람과 받은 사람 양쪽에서 각각 추징됩니다. "그 돈은 이미 내가 냈으니 친구는 안 내도 되지 않느냐"는 논리는 통하지 않습니다. 추징이 이익 환수가 아니라 징벌이기 때문입니다.
사례 C. 판매까지 한 경우
1g을 100만 원에 사서 0.5g은 투약(10회)하고, 0.5g을 150만 원에 되판 상황입니다.
투약한 10회분: 시가로 추징. 1회분 10만 원 기준이면 100만 원입니다.
되팔아 받은 150만 원: 수익금 전액이 추징됩니다. 원가 100만 원을 빼고 이익 50만 원만 걷는 것이 아닙니다.
합계: 250만 원 상당의 추징이 가능해집니다.
매매가 끼는 순간 추징금은 시가가 아니라 실제 오간 돈 전액으로 계산되므로 규모가 급격히 커집니다. 판매 사건에서 추징금이 수천만 원에 이르는 것은 이 구조 때문입니다.
공범이 있으면 "나눠서"가 아니라 "각자 전액"입니다
여러 명이 함께 마약을 소지하거나 매매한 경우, 추징금은 인원수로 나뉘지 않고 원칙적으로 공범 각자에게 전액이 선고됩니다. 이것이 마약 사건 추징에서 가장 많이 놀라는 대목입니다.
일반적인 범죄수익 환수라면 각자 실제로 얻은 이익만큼만 추징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마약류관리법의 추징을 징벌적 처분으로 보기 때문에, 실제로 이익을 얻었는지와 상관없이 범행에 관여한 마약류 전체의 가액을 각자에게서 추징할 수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두 사람이 공모해 필로폰 10g을 함께 들여왔는데 그중 8g이 이미 유통되어 사라졌다면, 사라진 8g의 가액이 두 사람 각각에게 따로 붙을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이 다 내면 다른 사람은 면제되는 연대채무 구조도 아닙니다.
다만 여기에도 한계는 있습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실제로 관여한 부분을 넘어서는 마약류까지 추징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므로, 공범 중 일부가 별도로 취급한 물량까지 무조건 얹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내가 관여한 범위"를 수사 단계에서 명확히 정리하는 것이 추징금 방어의 핵심이 됩니다.
추징금 못 내면 어떻게 되나
추징금은 벌금과 달리 못 냈다고 노역장에 가지는 않지만, 재산 강제집행과 출국금지, 최대 5년의 집행 시효 관리라는 다른 방식으로 따라옵니다. "감옥 안 가니까 안 내도 된다"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노역장 유치는 없습니다
형법 제69조 제2항은 벌금이나 과료를 내지 않으면 노역장에 유치하도록 정하고 있지만, 추징에는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추징금 미납을 이유로 다시 구금되지는 않습니다.
대신 재산 강제집행이 들어옵니다
추징은 재산형과 같은 방식으로 검사가 집행하며, 민사 강제집행 절차를 준용합니다. 급여, 예금, 부동산, 자동차 등이 압류 대상이 되고, 재판 확정 후에는 검찰이 재산 조회를 통해 집행에 나섭니다.
또한 수사·재판 중에 재산을 빼돌릴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마약류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추징보전명령이 내려져 판결 전부터 계좌나 부동산이 묶일 수 있습니다. 판매·유통 사건에서는 구속과 함께 추징보전이 들어오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2천만 원 이상 미납이면 출국금지 대상
출입국관리법상 추징금 2천만 원 이상을 내지 않은 사람은 출국금지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벌금은 1천만 원 이상이 기준입니다. 판매 사건에서 추징금이 이 선을 넘는 경우가 많아, 해외 출장이나 이민을 앞둔 분이라면 반드시 확인해야 할 부분입니다.
집행 시효는 5년, 하지만 쉽게 끊깁니다
형법 제78조에 따라 몰수·추징의 형 시효는 5년입니다. 그러나 검찰이 압류 등 강제처분에 착수하면 시효가 중단되므로, 5년만 버티면 없어진다는 기대는 현실과 다릅니다.
분납·납부 연기는 신청할 수 있습니다
한꺼번에 내기 어렵다면 관할 검찰청에 분할납부나 납부연기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소득과 재산 상황을 소명해야 하며, 승인 여부는 검찰의 판단에 달려 있습니다. 미납 상태로 방치하기보다 먼저 신청하는 편이 이후 집행 과정에서 훨씬 유리합니다.
추징금을 줄일 수 있는 다툼의 지점들
추징 자체는 피할 수 없어도, 계산의 전제가 되는 사실관계를 다투면 금액은 줄어듭니다. 변호인이 실제로 살펴보는 항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투약 횟수의 입증: 모발 분절검사 결과나 공범 진술로 특정된 횟수 가운데 객관적 근거가 약한 부분은 무죄 판단을 구할 수 있고, 그만큼 추징금이 줄어듭니다.
압수품과의 중복 계산: 압수되어 몰수되는 분량이 추징액에 다시 들어가 있지 않은지 확인합니다.
매매대금의 실제 수령 여부: 거래가 미수에 그쳐 돈을 받지 못했다면 그 대금은 수익금이 아니므로 추징 대상이 아닙니다.
관여 범위: 공범 사건에서 내가 실제로 관여하지 않은 물량이 포함되어 있는지 따집니다.
시가 산정의 적정성: 재판 선고 시점 기준으로 지나치게 높게 산정되었다면 이의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추징금을 미리 납부하거나 공탁하는 것이 형량에 직접 영향을 주지는 않습니다. 추징은 양형 요소가 아니라 별도의 부가 처분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재판부에 성실한 태도를 보이는 간접적 효과는 있을 수 있어, 자금 여력이 있다면 변호인과 시기를 상의할 만합니다.
정리: 판결문의 추징 금액을 읽는 법
추징금은 "사라진 마약의 값 + 받은 돈 전액"이며, 공범이면 각자 전액, 못 내면 노역장 대신 재산집행과 출국금지가 따라옵니다. 공소장을 받았다면 추징 청구액이 몇 회분으로, 어떤 시가로, 어느 범위까지 계산된 것인지 먼저 역산해 보세요.
그 숫자가 실제 사실관계보다 크다면 다툴 여지가 있고, 맞다면 납부 계획을 세우는 것이 다음 단계입니다. 형량 방어와 별개로 추징금은 재판이 끝난 뒤에도 오래 남는 문제이므로, 초기부터 함께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법률 조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 개인의 상황에 맞는 정확한 법률 자문은 반드시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본문의 사례는 판례의 취지를 이해하기 쉽게 재구성한 것으로,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대응 방법 및 결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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