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홍보 직원이나 지인이 "계약서에 이름만 빌려주면 수수료를 주겠다"고 제안하는 일이 있습니다. 실제로 집을 사는 사람이 아니라 계약 실적이나 분양률을 채우기 위한 가짜 분양계약이라면, 그 계약이 유효한지와 약속받은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지가 함께 문제 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실제 분양 의사가 없는 계약은 무효가 될 수 있고, 그 계약을 전제로 한 수수료 약정도 법의 보호를 받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무효라고 해서 명의를 빌려준 사람이 모든 책임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대출 채무와 형사책임이 명의자에게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글에서는 명의만 빌려준 사람에게 계약·수수료·처벌이 각각 어떻게 작동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가짜 분양계약은 통정허위표시 — 당사자 사이에서는 무효
명의만 빌려주는 분양계약은 계약서에 매수인 이름이 적혀 있어도 양쪽 모두 그 계약에 따른 권리·의무를 실제로 발생시킬 뜻이 없습니다. 민법 제108조 제1항은 상대방과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를 무효로 정하고 있고, 여기서 말하는 통정허위표시는 표의자가 진의와 다른 표시를 한다는 점을 상대방과 서로 알고 하는 경우를 뜻합니다. 분양 직원이 "실제 입주는 하지 않고 계약서만 쓰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명의자가 이를 알고 서명했다면 이 요건에 가깝습니다. 무효인 계약에서는 명의자에게 분양대금을 낼 채무가 애초에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 법리상 출발점입니다.
다만 실제 분쟁에서는 이 무효를 증명하는 일이 관건입니다. 법원은 계약서 문언보다 계약 경위와 대금 흐름을 봅니다. 계약금을 누가 냈는지, 명의자가 현장을 보거나 분양 조건을 협의한 적이 있는지, 수수료 약속이 문자·메신저로 남아 있는지가 모두 판단 자료가 됩니다. 통정했다는 사실은 무효를 주장하는 쪽이 입증해야 하므로 명의를 빌려주는 대화 기록이 있다면 삭제하지 말고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실제 분양 의사가 없다는 점을 서로 알고 쓴 분양계약은 민법 제108조 제1항에 따라 당사자 사이에서 무효이고, 그 입증 자료는 계약 경위와 대화 기록이다.
수수료 약정도 무효 — 반사회질서와 불법원인급여
가짜 분양계약이 무효이면 그 계약에 명의를 빌려주는 대가로 정한 수수료 약정도 함께 문제가 됩니다. 민법 제103조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법률행위를 무효로 정하는데, 분양률을 부풀리거나 수분양자를 속이거나 금융기관에서 중도금 대출을 받기 위해 허위 계약을 만들어 주고 대가를 받기로 한 약속은 여기에 해당할 가능성이 큽니다. 계약이 유효인 것처럼 꾸미는 행위 자체가 목적이므로 그 대가를 법원이 강제해 줄 이유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미 받은 수수료는 돌려줘야 할까요. 민법 제746조는 불법의 원인으로 급여를 한 사람이 그 반환을 청구하지 못하게 정하고 있어, 수수료를 준 쪽이 명의자에게 민사로 돌려달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반대로 수수료를 못 받은 명의자가 약정을 근거로 지급을 청구하는 것도 같은 이유로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명의자에게 유리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민사에서 반환청구가 막혀도 형사절차에서는 범죄로 얻은 이익에 대해 형법 제48조의 몰수·추징이 별도로 문제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수료 청구 — 반사회질서 약정으로 무효라 지급을 강제하기 어려움.
수수료 반환 — 지급한 쪽은 불법원인급여로 반환 청구가 제한됨.
이미 받은 수수료 — 민사 반환과 별개로 형사에서 몰수·추징 대상이 될 수 있음.
대화·송금 내역 — 수수료 약속과 지급 경로가 곧 형사 입증자료가 되므로 임의로 삭제하지 말 것.
무효라도 벗어나지 못하는 함정 — 선의의 제3자와 중도금 대출
가장 위험한 지점은 민법 제108조 제2항입니다. 통정허위표시의 무효는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어서, 사정을 모르고 그 계약을 기초로 새로운 법률관계를 맺은 제3자에게는 "가짜 계약이라 무효"라고 주장할 수 없습니다. 분양 현장에서 이 제3자는 대개 중도금·잔금 대출을 실행한 금융기관입니다. 은행은 명의자를 정상적인 수분양자로 믿고 대출을 내주었으므로 명의자는 대출 원리금 상환 채무를 그대로 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명의자가 수수료 몇백만 원을 약속받고 분양계약서에 서명했는데, 계약서와 함께 대출 서류에도 서명했다면 사정은 크게 달라집니다. 분양 직원이 대출금을 받아 사업주체에게 넘기고 사라져 버리면 은행은 명의자에게 대출금 전액을 청구하고, 명의자는 "가짜 계약이었다"는 항변이 막혀 이자와 원금을 떠안게 됩니다. 은행이 명의대여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점을 명의자가 입증해야 통정허위표시 항변이 열리는데, 이는 쉽지 않습니다. 결국 몇백만 원의 수수료가 수억 원대 채무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이 명의대여의 가장 큰 위험입니다.
주택법 제65조 — 공급질서 교란과 공급계약 취소
분양 대상이 주택이라면 주택법도 함께 봐야 합니다. 주택법 제65조 제1항은 누구든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이 법에 따라 건설·공급되는 주택을 공급받거나 공급받게 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주택을 공급받을 수 있는 지위를 양도·양수하거나 이를 알선하는 것도 금지합니다. 실제로 살 사람이 따로 있는데 청약 자격이 있는 사람의 명의로 계약을 하게 하는 방식이 대표적입니다. 이를 어기면 주택법 제101조 제3호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며,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의 3배가 3천만원을 넘으면 그 금액 이하의 벌금이 가능합니다.
민사 효과도 무겁습니다. 같은 조 제2항은 국토교통부장관 또는 사업주체가 위반자의 주택 공급 신청 지위를 무효로 하거나 이미 체결한 공급계약을 취소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취소는 재량이 아니라 의무입니다. 게다가 제5항에 따라 최대 10년 범위에서 주택 입주자 자격이 제한될 수 있어, 명의자 본인이 이후 청약 기회를 잃을 수 있습니다.
주택 분양계약에 명의를 빌려주면 주택법 제65조 위반으로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 공급계약 취소, 입주자 자격 제한까지 함께 문제 될 수 있다.
사기 공범과 방조 — 명의대여가 범죄가 되는 경우
가짜 분양계약이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거나 다른 수분양자를 유인하는 수단이었다면 형법상 사기가 문제 됩니다. 형법 제347조 제1항은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자를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명의자가 직접 은행을 속이지 않았더라도 허위 계약이라는 것을 알면서 서명해 대출 실행의 핵심 서류를 만들어 주었다면 공동정범(형법 제30조)이나 방조범(형법 제32조)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법원이 보는 기준은 명의자가 범행 전체 구조를 어느 정도 알았는지, 자기 이익(수수료)이 있었는지, 범행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입니다. 단순히 직원의 말을 믿고 서명했고 허위 계약이라는 인식이 없었다면 고의가 부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반대로 "은행에는 실제 입주한다고 말하라"는 지시를 받았거나 수수료를 약속받았다면 인식이 있었다는 정황으로 작용합니다. 그래서 수사 초기에 어떤 설명을 들었고 서류에 무엇을 서명했는지를 시간순으로 정리해 두는 것이 방어의 출발점입니다.
전매제한과 명의신탁 — 실제 매수인이 따로 있는 경우
가짜 분양계약이 아니라 실제 매수인이 따로 있고 그 사람의 사정 때문에 명의만 빌려주는 형태도 흔합니다. 이 경우 주택법 제64조 제1항은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등에서 공급되는 주택의 전매제한기간 내 전매와 전매 알선을 금지하고, 위반자는 주택법 제101조 제2호에 따라 같은 형량(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받습니다. 명의를 빌려주고 대가를 받는 행위가 전매 알선으로 평가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또한 실제 매수인이 대금을 부담하면서 명의자 이름으로 등기하는 구조라면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에 따른 명의신탁 문제도 함께 검토됩니다. 명의신탁약정은 무효이고 명의자가 소유권을 취득한 것으로 처리되는 경우도 있어서, 명의자에게 뜻하지 않은 재산세·취득세 부담이나 소유권 분쟁이 생길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이름만 빌려줬을 뿐"이라는 사정은 책임을 덜어주지 못하고, 오히려 계약·세금·형사 문제가 한꺼번에 명의자에게 돌아옵니다.
명의를 빌려줬다면 지금 해야 할 일 — 대응 순서
이미 계약서에 서명했다면 먼저 자기가 무엇에 서명했는지 확정해야 합니다. 분양계약서뿐 아니라 대출약정서, 위임장, 인감증명서 발급 내역, 통장·체크카드 제공 여부를 모두 확인해야 합니다. 그다음 분양사업자와 금융기관에 대출 실행 여부와 잔액을 문서로 확인하고, 아직 중도금 대출이 실행되지 않았다면 즉시 계약 철회 의사를 내용증명으로 남기는 것이 채무 확대를 막는 방법입니다.
수수료를 받았다면 임의로 반환하거나 감추기보다 입금 경로와 약속 경위를 그대로 보전하는 편이 낫습니다. 수사기관은 계좌 입출금 내역으로 대가 수수 사실을 확인하기 때문입니다. 소환 통보를 받았다면 진술 전에 허위 계약이라는 인식이 언제 생겼는지, 누구의 어떤 설명을 믿었는지를 정리해 두어야 하며, 일단 조서에 남은 진술은 뒤집기 어렵습니다.
서류 확인 — 분양계약서·대출약정서·위임장 등 서명한 문서 전부.
대출 조회 — 금융기관에 실행 여부와 잔액을 확인하고 미실행이면 철회 의사를 내용증명으로 남김.
대화 보전 — 수수료 약속과 "입주한다고 하라"는 류의 지시 기록을 삭제하지 않음.
진술 준비 — 인식 시점과 설명받은 내용을 시간순으로 정리한 뒤 진술.
자주 묻는 질문
Q. 명의만 빌려줬다는 사실만으로 처벌받나요?
A. 대상이 주택이면 주택법 제65조 위반으로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이 문제 될 수 있고, 대출이 얽혔다면 사기의 공동정범이나 방조범으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허위 계약이라는 인식이 없었다면 고의가 부정될 수 있어 개별 사실관계가 결정적입니다.
Q. 약속한 수수료를 못 받았다면 청구할 수 있나요?
A. 허위 계약을 전제로 한 수수료 약정은 민법 제103조에 따라 무효로 볼 가능성이 커서 지급을 강제하기 어렵습니다. 청구 과정에서 스스로 허위 계약 사실을 진술하게 되어 형사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Q. 이미 받은 수수료는 돌려줘야 하나요?
A. 수수료를 준 쪽의 민사 반환청구는 민법 제746조 불법원인급여 법리로 제한됩니다. 그러나 형사절차에서는 범죄로 얻은 이익에 대해 몰수·추징이 문제 될 수 있으므로 임의로 처분하지 말고 입금 내역을 보전하는 것이 좋습니다.
Q. 가짜 계약이니 대출금도 갚을 필요가 없는 것 아닌가요?
A. 통정허위표시 무효는 민법 제108조 제2항에 따라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합니다. 대출 은행이 허위 계약임을 몰랐다면 명의자는 대출 상환 책임을 질 수 있고, 은행이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점은 명의자가 입증해야 합니다.
Q. 이미 서명했는데 지금이라도 빠져나올 방법이 있나요?
A. 대출이 실행되기 전이라면 내용증명으로 계약 철회 의사를 남기고 서류를 회수하는 것이 채무 확대를 막는 가장 빠른 방법입니다. 대출이 실행됐다면 은행과 사업주체를 상대로 한 상환 협의, 사기 피해자로서의 고소 등 대응을 병행해야 합니다.
Q. 분양 직원이 속여서 서명했다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명의자가 직원의 설명을 믿었을 뿐 허위 계약임을 몰랐다면 고의가 인정되지 않을 수 있고, 오히려 명의자도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이를 뒷받침하려면 설명을 들은 대화 기록과 서명 당시 상황을 확보해야 합니다.
맺음말
가짜 분양계약은 통정허위표시로 당사자 사이에서는 무효이고 수수료 약정도 반사회질서로 무효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선의의 제3자인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무효를 주장할 수 없어 대출 채무가 명의자에게 남을 수 있고, 주택법 위반과 사기의 공범 문제까지 겹칠 수 있습니다. 수수료 몇백만 원이 채무와 형사책임으로 돌아오는 구조이므로 서명하기 전에 반드시 계약의 실체를 확인해야 합니다.
이미 명의를 빌려주었다면 무엇에 서명했는지, 대출이 실행됐는지, 어떤 설명을 들었는지를 먼저 확인하고 관련 기록을 보전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광교나 수지처럼 분양 물량이 많은 지역에서는 이런 제안이 잦은 만큼, 수사기관 진술이나 대출 상환 협의에 앞서 자신의 위치를 정리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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