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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 명의 수면제 처방, 기소유예 사례 

유수빈 변호사

기소유예

통증에서 시작된 일이 네 개의 죄명으로 돌아왔다

타인 명의로 반복된 수면제 처방, 자수에서 교육이수조건부 기소유예까지

스스로 경찰서 문을 열고 온 사건, 검사 출신 변호사가 직접 겪은 이야기

"변호사님, 50회면 너무 많은 거 아닌가요. 기소유예가 가능하긴 한 건가요?"

그가 내 앞에서 처음 꺼낸 말이었다.

자신의 잘못을 축소하려는 질문이 아니었다.

이미 자신이 한 일의 무게를 알고 있는 사람의 질문이었다.

그는 20대 후반의 회사원 K씨였다.

상담실에 오기 전, 그는 이미 자수서를 직접 작성해 경찰서에 제출한 상태였다.

누가 시킨 것이 아니었다. 스스로 내린 결정이었다.

시작은 허리 통증이었다.

오래 이어진 통증이 수면 문제로 이어졌고, 처방받아 복용하던 수면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예전만큼 듣지 않았다.

K씨는 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같은 약을 추가로 처방받기 시작했다.

한 번이 두 번이 되었고, 그 횟수는 50회에 이르렀다.

그 결과 붙은 죄명은 하나가 아니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사기, 주민등록법 위반, 국민건강보험법 위반.

네 가지 혐의가 동시에 문제 되었다.

한 번의 행동이 네 개의 문을 열었다

나는 K씨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K씨는 스스로 한 가지 일을 했다고 생각하실 겁니다. 약을 더 받은 것이죠.

그런데 그 한 번의 행동이 서로 다른 네 개의 문을 동시에 열었습니다.

허가 없이 향정신성의약품을 취득한 것이 하나입니다.

의사를 속여 처방을 받아 낸 것이 또 하나입니다.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를 쓴 것이 또 하나이고, 건강보험 급여가 잘못 지급되게 한 것이 나머지입니다.

죄명이 네 개라는 건 그만큼 여러 사람과 제도가 영향을 받았다는 뜻입니다."

K씨가 복용한 것은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였다.

의사의 처방으로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약이지만, 의존성 때문에 향정신성의약품으로 관리된다.

처방 없이 취득하거나 타인 명의로 받아 내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이 된다.

이 점을 K씨에게 분명히 했다.

병원에서 주는 약이라는 사실이 면죄부가 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이 사건이 결코 가벼운 사건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미 가장 어려운 일을 한 뒤였다

내가 이 사건을 맡았을 때, K씨는 이미 여러 가지를 해둔 상태였다.

수사기관이 알기 전에 스스로 경찰서를 찾아가 자수했다.

자수 이전부터 약 복용을 끊고 있었고, 그 기간이 이미 몇 달에 이르렀다.

매일 단약일지를 쓰고 있었다.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의 약물 오남용 예방교육을 스스로 신청해 이수했다.

그리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부정하게 지급된 급여가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신고했다.

검사로 일하던 시절, 나는 반성문을 많이 읽었다.

그중 기록에서 무게를 갖는 것은 언제나 확인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K씨의 경우 내가 새로 만들어야 할 것이 많지 않았다.

이미 있는 사실들을 어떤 순서로, 어떤 의미로 정리해 전달할 것인지가 남은 일이었다.

의견서에는 다섯 가지를 담았다.

첫째, 수사기관이 인지하기 전에 스스로 자수했다는 점이다.

자수는 단순한 반성의 표시가 아니라 법이 정한 참작 사유다.

둘째, 자수 이전부터 약을 끊고 있었고 그 기간과 과정이 일지로 남아 있다는 점이다.

셋째, 재발 방지 교육을 자발적으로 이수하고 수료증을 제출했다는 점이다.

넷째,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는 점이다.

다섯째, 부정수급 사실을 스스로 신고했고 금액이 확정되는 대로 전액 납부하겠다는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혔다는 점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사건이 판매나 유통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K씨는 약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거나 팔지 않았다.

검찰의 판단은 교육이수조건부 기소유예였다

검찰은 네 가지 혐의 모두에 대해 교육이수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결정서에는 피의사실이 인정된다는 점이 먼저 적혀 있었다.

그 위에서 동종 범죄 전력이 없는 점, 스스로 자수한 점,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며 재범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점을 참작했다.

그리고 재범방지 교육 프로그램 이수를 조건으로 기소를 유예했다.

분명히 해둘 것이 있다.

기소유예는 잘못이 없었다는 뜻이 아니다.

수사를 받은 기록은 남고, 교육 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면 사건이 다시 기소될 수 있다.

부정수급액을 납부할 의무도 그대로 남는다.

그리고 이 처분은 여러 사정이 겹쳐 나온 결과다.

50회라는 횟수만 보면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니었다.

같은 약이라도 판매나 제공이 있었거나, 자수가 없었거나, 계속 복용 중이었다면 판단은 전혀 달랐을 것이다.

처방약 문제로 조사를 받게 됐다면, 이것부터 확인하라

① 병원에서 받은 약이라는 사실은 방어가 되지 않는다.

타인 명의를 이용하거나 의사를 속여 처방을 받아 냈다면 처벌 대상이다.

② 하나의 행동에 여러 죄명이 붙을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약물 관련 법률뿐 아니라 사기, 주민등록법, 건강보험 관련 문제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

전체 구조를 모른 채 한 가지만 해명하면 나머지가 그대로 남는다.

③ 약을 다른 사람에게 주거나 팔지 마라.

나눠 주는 것만으로도 사건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

④ 지금 끊고, 그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라.

복용 중단 시점과 경과, 의료기관 상담이나 치료 기록, 교육 이수 확인증처럼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필요하다.

말로 하는 반성은 기록에 남지 않는다.

⑤ 부정하게 지급된 급여가 있다면 스스로 정리하라.

금액을 확인하고 납부 계획을 세우는 것 자체가 중요한 사정이 된다.

⑥ 의존 문제는 법률 문제와 별개로 치료가 필요하다.

절차가 끝나도 몸의 문제는 남는다.

이 부분은 변호인이 아니라 의료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문을 두드린 사람과, 두드리지 못한 사람

처분 결과를 전하던 날 K씨가 물었다.

"자수 안 했으면 어떻게 됐을까요?"

나는 솔직하게 답했다. 수사기관이 먼저 알게 되었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라고.

이 사건을 하면서 오래 생각한 것이 있다.

통증에서 시작된 일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가 하는 점이다.

처음 한 번은 절박함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뒤로 이어진 49번은 다른 이름을 갖게 되었다.

그 사이 어느 지점에서든 멈출 수 있었고, K씨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가 한 일 중 가장 어려웠던 것은 자수가 아니라, 그전에 약을 끊은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병원에서 받은 약이 손에서 떠나지 않는다고 느끼신다면, 그 문제를 먼저 의료기관과 상의해 보시기 바란다.

법률 절차는 그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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