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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 기여분 인정과 상속재산분할 방법 

유수빈 변호사

기여분인정


등기부에는 이름이 한 줄도 없었다

집값의 대부분을 부담한 배우자, 기여분 인정과 상속재산분할까지

이름 대신 기록으로 증명한 사건, 검사 출신 변호사가 직접 겪은 이야기

"선생님, 저 이 집을 위해 전 재산을 다 쏟아부었어요. 그런데 제 이름이 등기부에 없다는 이유만으로 아무것도 못 받는 건가요?"

그녀가 내 앞에서 처음 꺼낸 말이었다.

목소리는 떨렸다.

손에는 남편 단독 명의로 된 부동산 등기부등본 한 장이 쥐어져 있었다.

그녀는 작은 가게를 운영하며 남편과 오랜 시간을 함께 살아온 B씨였다.

집을 살 때 B씨가 결혼 전부터 모아 온 돈이 들어갔고, B씨 명의의 사업자 대출도 보탰다.

그런데 등기는 남편 단독 명의로 되었다.

그 뒤로도 대출 이자, 생활비, 남편의 병원비를 B씨가 부담했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상속재산을 나누는 문제가 시작되었다.

다른 상속인들의 입장은 단순했다. 등기 명의가 남편 앞으로 되어 있으니 법정상속분대로 나누면 된다는 것이었다.

B씨가 들인 돈과 시간은 그 계산에 들어 있지 않았다.

등기부에 없는 이름을 기록으로 증명하는 일

나는 B씨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등기부는 사진 한 장 같은 것입니다. 지금 이 부동산이 누구 이름으로 되어 있는지만 보여줘요.

그 집이 어떻게 마련되었고 누가 유지해 왔는지는 거기에 적혀 있지 않습니다.

그 부분은 등기부가 아니라 다른 기록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돈이 오간 내역, 대출 서류, 이자를 낸 기록이 그것입니다."

여기서 쓰는 제도가 기여분이다.

공동상속인 중에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했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을 유지하거나 늘리는 데 특별히 기여한 사람이 있으면, 그 몫을 먼저 인정한 뒤 나머지를 나누도록 하는 제도다.

다만 여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법이 요구하는 것은 "특별한" 기여다.

부부라면 서로 부양하고 협력할 의무가 있으므로, 통상적인 수준의 생활비 부담이나 간병만으로는 기여분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기여분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건이 적지 않다.

B씨의 경우 통상적인 부부 사이의 협력을 넘는 재산상 기여가 있었고, 그것이 기록으로 남아 있다는 점이 달랐다.

기억이 아니라 숫자로 정리했다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B씨의 기억을 기록으로 바꾸는 작업이었다.

B씨는 오랜 세월을 이야기로 들려주었다. 그러나 법원이 판단하는 것은 이야기가 아니라 자료다.

남편 계좌로 이체된 내역을 기간별로 정리했다.

집을 살 때 들어간 자금의 출처를 확인했고, B씨 명의 대출 서류와 사업자등록증을 함께 묶었다.

담보대출 이자를 누가 언제 얼마나 냈는지도 납입 내역으로 정리했다.

이 자료들을 하나의 표로 만들었다. 언제, 얼마가, 어디서 나와 어디로 갔는지가 한눈에 보이도록 했다.

검사로 일하던 시절, 나는 기록으로 사실을 재구성하는 일을 오래 했다.

그때 배운 것이 여기서도 같았다.

사람의 기억은 흔들리지만, 돈이 지나간 자리는 남는다.

B씨가 등기부에 남기지 못한 이름은 계좌 기록에 남아 있었다.

또 하나 확인된 사정이 있었다.

상속인 중 한 명이 남편 생전에 이 집은 B씨의 것으로 정리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던 사실이었다.

이 역시 기여의 실질을 뒷받침하는 사정으로 정리해 제출했다.

법원은 청구를 받아들였다

다른 상속인들 중 일부는 심판청구서를 받고도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다투지 않겠다는 뜻으로 절차가 진행되면서, B씨가 주장한 기여 사실 자체는 사실상 다툼이 없는 상태가 되었다.

법원은 기여분을 인정하고 상속재산을 분할하는 심판을 했다.

다만 이 결과를 두고 오해가 없도록 덧붙입니다.

상대방이 다투지 않은 사정이 있었고, 기여 사실이 자료로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던 결과입니다.

같은 주장이라도 상대방이 적극적으로 다투는 사건에서는 기여분이 얼마나 인정될지, 인정될지 여부 자체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상속에서 자신의 몫이 빠져 있다고 느낀다면, 이것부터 확인하라

① 등기 명의만으로 결론이 나지 않는다.

명의가 누구 앞으로 되어 있는지와, 그 재산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는 다른 문제다.

다만 그 차이를 주장하려면 자료가 있어야 한다.

② 돈이 오간 기록부터 확보하라.

계좌 거래 내역, 대출 서류, 이자 납입 내역, 병원비 결제 내역이 핵심이다.

금융거래 내역은 보관 기간이 정해져 있으므로 빨리 확인해야 한다.

③ "특별한" 기여인지 먼저 따져보라.

부부나 자녀로서 통상적으로 하는 부양이나 협력은 기여분으로 인정되기 어렵다.

통상의 수준을 넘는 부분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④ 간병 기여도 기록이 필요하다.

간병은 특히 증명이 어렵다.

간병 기간, 실제로 한 일, 다른 상속인의 관여 정도를 남겨두는 것이 좋다.

⑤ 기간을 놓치지 마라.

상속에는 상속포기와 한정승인, 유류분 청구처럼 기간이 정해진 절차가 여럿 있다.

어떤 절차가 필요한지에 따라 기간이 다르므로 먼저 확인해야 한다.

⑥ 생전에 정리해 두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부부가 함께 마련한 재산이라면 공동명의로 해두거나, 자금 출처를 남겨두는 것이 좋다.

이런 분쟁의 상당수는 명의를 정리하지 않은 채 시간이 흐른 데서 시작된다.

등기부가 기록하지 못하는 것

이 사건을 하면서 오래 생각한 것이 있다.

등기부는 한 장짜리 서류다. 거기에는 이름과 날짜, 지분만 적힌다.

그 집을 마련하기 위해 누가 무엇을 포기했는지, 누가 밤에 계산기를 두드렸는지는 기록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법이 그 시간을 보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법은 그것을 이야기가 아니라 자료의 형태로 본다.

B씨가 되찾은 것은 그 시간 자체가 아니라, 그 시간이 남긴 기록이었다.

그래서 이 글을 읽는 분들께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함께 마련하고 있는 재산이 있다면, 그 기록을 지금부터 남겨두시기 바랍니다.

나중에 증명해야 할 사람은 결국 남아 있는 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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