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동대문 도매상가나 지역 상권 곳곳에서 보증금 없이 월세만 미리 내고 짧게는 한 달, 길게는 반년 정도 영업하는 이른바 ‘깔세’ 매장이 늘고 있습니다. 팝업스토어, 계절 장사, 컨테이너 형태의 임시 매대까지 형태도 다양해졌습니다.
제가 상담한 깔세 임차인분들 중 적지 않은 분들이 “보증금도 없는 계약인데 법이 지켜줄 리가 없다”는 생각으로 계약서 내용을 꼼꼼히 살피지 않은 채 도장을 찍습니다. 그런데 막상 장사가 자리를 잡아 권리금을 받고 넘기려 하거나, 계약기간이 남았는데 임대인이 갑자기 비워달라고 하면 “보증금도 안 낸 처지에 무슨 권리를 주장하느냐”는 반박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는 ‘상가건물’에 해당하는지를 보증금의 유무가 아니라 그 구조물이 법률상 건물에 해당하는지와 실제 영업에 사용됐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태도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보증금 없는 깔세 계약에 임대차보호법이 어떤 기준으로 적용되는지, 그리고 임차인이 놓치기 쉬운 보호 장치는 무엇인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깔세는 보증금 없이 월세를 미리 내는 단기 임대차 방식입니다
깔세는 정식 법률 용어가 아니라 무보증 선납 월세 거래를 가리키는 실무 용어입니다.
‘깔세’라는 말은 “세를 미리 깔고 쓴다”는 뜻에서 나온 부동산 실무 용어로, 임대차계약서에 정식으로 등장하는 법률 용어는 아닙니다. 보증금을 걸지 않는 대신 계약기간 전체의 월세를 한 번에 선납하거나, 매달 선불로 내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도매시장 특수 기간의 임시 매대, 명절이나 축제 대목의 반짝 장사, 리모델링 전 공실을 짧게 활용하는 팝업스토어, 컨테이너나 조립식 부스로 꾸린 임시 매장까지 깔세가 쓰이는 형태는 다양합니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보증금 반환 부담 없이 단기 현금을 확보할 수 있고, 임차인 입장에서는 초기 자금 부담이 줄어든다는 이유로 서로 선호하는 거래 방식입니다.
문제는 이런 계약일수록 계약서에 ‘일시사용’, ‘임시영업’, ‘단기사용’ 같은 문구가 형식적으로 들어가고, 임차인도 “어차피 짧게 쓰고 나갈 자리”라는 생각에 계약 내용을 꼼꼼히 살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그 문구 하나로 법의 보호 여부가 자동으로 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깔세는 임대차의 형식일 뿐이며, 그 표현 자체가 임대차보호법 적용 여부를 스스로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2. 보증금이 없다는 사정만으로 임대차보호법 적용이 배제되지는 않습니다
법 적용 여부는 보증금 액수가 아니라 건물 해당성과 일시사용 여부로 판단합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2조 제1항과 제3조 제1항은 이 법이 적용되는 상가건물 임대차를 “사업자등록의 대상이 되는 건물로서, 임대차 목적물을 영업용으로 사용하는 임대차”라고 정하고 있습니다. 조문 어디에도 보증금이 일정액 이상이어야 한다는 요건은 없습니다. 즉 보증금이 0원이라는 사정 자체는 법 적용을 막는 사유가 아닙니다.
다만 깔세 계약에는 실제로 법 적용이 갈리는 두 가지 문턱이 있습니다. 첫째는 임대차 목적물이 법률상 독립된 ‘건물’에 해당하는지입니다. 컨테이너나 조립식 부스처럼 토지에서 쉽게 분리할 수 있거나 최소한의 기둥·지붕·주벽을 갖추지 못한 구조물은, 대법원 판례상 법률상 건물이 아니라 동산으로 취급되어 원칙적으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토지로부터 쉽게 분리할 수 있거나 기둥과 지붕 및 주벽이 없다면 건물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구조물은 토지의 정착물인 건물이 아니라 동산에 불과하므로 이를 목적으로 하는 임대차에 대하여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25. 11. 13. 선고 2024다293016 판결).
둘째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6조가 정한 ‘일시사용을 위한 임대차’에 해당하는지입니다. 법은 일시사용 임대차임이 명백한 경우 적용을 배제하는데, 계약기간의 길이, 계약 갱신 여부, 전기·수도 등 영업에 필요한 시설을 갖췄는지, 독립된 영업공간으로 볼 수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실질적으로 판단합니다. 계약서에 ‘일시사용’이라는 문구만 넣었다고 해서 곧바로 일시사용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구조물의 명칭이나 계약서 문구만으로는 결론이 나지 않고, 실제로 어떻게 설치되고 사용됐는지가 관건입니다.
보증금이 없다고 법의 보호가 자동으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구조물이 법률상 건물에 해당하는지와 실제로 일시사용에 그쳤는지가 관건입니다.
3. 보증금이 없어도 월세만 있으면 환산보증금으로 적용범위가 정해집니다
보증금이 0원이라도 월차임에 100을 곱한 금액이 법이 보는 보증금이 됩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시행령 제2조는 보증금 외에 차임이 있는 경우, 월 단위 차임액에 100을 곱한 금액을 보증금에 합산해 ‘환산보증금’을 산정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깔세처럼 보증금이 0원이라도 월세가 있다면 그 월세에 100을 곱한 금액이 그대로 법이 보는 보증금이 되는 셈입니다.
이 환산보증금을 기준으로 법의 전면 적용 여부가 갈립니다. 지역별 기준금액은 서울특별시 9억원,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서울 제외)과 부산광역시 6억9천만원, 그 밖의 광역시·세종특별자치시·파주시·화성시·안산시·용인시·김포시·광주시 5억4천만원, 그 밖의 지역 3억7천만원입니다. 수원시는 과밀억제권역에 속해 기준금액이 6억9천만원인데, 예컨대 보증금 없이 월세 200만원인 깔세 계약이라면 환산보증금은 2억원으로 기준액 이하이니 법이 전면 적용됩니다.
설령 월세가 높아 환산보증금이 지역 기준을 초과하더라도 보호가 전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2조 제3항은 대항력(제3조), 계약갱신요구권(제10조 제1항·제2항·제3항 본문),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제10조의4), 3기 차임 연체에 따른 해지(제10조의8)만큼은 환산보증금을 초과하는 임대차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즉 고액 월세 깔세 계약이라도 이 핵심 보호만큼은 유지됩니다.
보증금이 없어도 월세가 있는 한 환산보증금으로 적용범위가 정해지고, 그 범위를 넘더라도 대항력과 갱신요구권 같은 핵심 보호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4.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지키려면 사업자등록과 확정일자를 챙겨야 합니다
깔세 매장이라도 건물 인도와 사업자등록을 마치면 다음 날부터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습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은 임차인이 건물을 인도받고 사업자등록을 신청하면 그 다음 날부터 제3자에 대해 대항력이 생긴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등기가 없어도, 심지어 보증금이 없어도 이 요건만 갖추면 임대인이 건물을 팔거나 새로운 임대인으로 바뀌어도 남은 계약기간과 조건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깔세 임차인 중 상당수가 “어차피 짧게 쓸 건데”라는 생각으로 사업자등록 자체를 미루거나 생략한다는 점입니다.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으면 대항력이 아예 발생하지 않아, 건물이 매도되거나 경매에 넘어갈 경우 새로운 소유자에게 남은 기간의 임차권을 주장할 근거가 사라집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는 상가건물에 해당하는지는 공부상 표시가 아닌 건물의 현황·용도 등에 비추어 영업용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실질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9다40967 판결).
여기에 더해 관할 세무서에서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까지 받아두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5조 제2항에 따라 경매나 공매가 진행될 때 후순위 권리자보다 먼저 선납한 월세나 남은 보증금 상당액을 배당받을 수 있는 우선변제권까지 확보됩니다. 계약이 끝났는데도 선납한 월세나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다면, 같은 법 제6조에 따라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한 채 다른 곳으로 옮길 수도 있습니다.
깔세 계약이라도 건물 인도와 사업자등록, 확정일자만 챙기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모두 확보할 수 있습니다.
5. 분쟁이 생기면 이런 절차로 해결합니다
실제로 어떻게 설치되고 사용됐는지를 보여주는 자료 확보가 분쟁 대응의 출발점입니다.
깔세 계약을 둘러싼 분쟁은 통상 ①계약 위반이나 보증금(선납 월세) 반환을 요구하는 내용증명 발송 → ②상가건물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수원 지역이라면 수원지방법원 관할) 조정 신청 → ③조정이 성립하지 않으면 수원지방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또는 보증금·선납 월세 반환청구소송 제기 → ④판결이 확정됐는데도 반환이 없으면 건물에 대한 강제경매 신청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임대인으로부터 갑작스러운 퇴거 요구를 받았거나 권리금 회수를 방해받았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계약서에 ‘일시사용’, ‘임시영업’, ‘깔세’ 같은 표현이 있는지, 계약기간과 갱신 조건이 어떻게 정해져 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임차한 구조물이 콘크리트 기초 등으로 토지에 고정돼 있는지, 전기·수도 같은 영업용 시설을 갖췄는지를 사진과 도면으로 기록해 둡니다.
사업자등록을 마쳤는지, 확정일자를 받았는지, 월세 납입 내역이 계좌이체 기록 등으로 남아 있는지 점검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상가 임대차 분쟁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계약서의 형식적인 문구와 무관하게 실제로 인정받을 수 있는 보호 범위를 정확히 진단받아 대항력 확보와 보증금(선납 월세) 회수 전략을 함께 세울 수 있습니다.
마치며
깔세 계약은 “어차피 짧게 쓰고 나갈 자리”라는 생각 때문에 계약서를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문제가 생겨도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증금 없이 깔세 매장을 운영하는 임차인 입장에서는 사업자등록과 확정일자를 챙기는 것만으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반대로 단기 임대를 내준 임대인 입장에서도 “깔세니까 마음대로 내보내도 된다”는 생각만으로는 계약기간 중 퇴거 요구나 권리금 회수 방해가 정당화되지 않습니다.
저는 상가 임대차를 둘러싼 임차인 측과 임대인 측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계약서의 문구 하나보다 실제 사용 현황과 절차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보증금이 없는 계약이라고 지레 포기하지 마시고, 계약 형태와 실제 사용 현황부터 함께 점검해보시기 바랍니다. 지금이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보증금이 아예 없는 계약인데도 대항력이 인정되나요?
A. 인정될 수 있습니다. 대항력은 보증금 액수가 아니라 건물의 인도와 사업자등록 여부로 판단하므로, 보증금이 0원이라도 이 두 요건만 갖추면 다음 날부터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습니다.
Q. 계약서에 ‘일시사용을 위한 임대차’라고 명시돼 있으면 무조건 법 적용이 안 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계약서 문구는 판단 요소 중 하나일 뿐이고, 법원은 계약기간, 시설의 항구성, 실제 영업 형태 등을 종합해 일시사용 여부를 실질적으로 판단합니다.
Q. 환산보증금이 지역 기준을 넘으면 아무 보호도 못 받나요?
A. 아닙니다. 환산보증금을 초과해도 대항력, 계약갱신요구권,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3기 차임 연체 해지 규정만큼은 그대로 적용됩니다.
Q. 컨테이너나 조립식 부스로 만든 깔세 매장도 보호받을 수 있나요?
A. 구조물이 콘크리트 기초 등으로 토지에 고정되어 최소한의 기둥·지붕·주벽을 갖추고 영업용으로 사용됐다면 보호받을 수 있지만, 쉽게 옮길 수 있는 임시 구조물이라면 법률상 건물로 인정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Q. 권리금을 받고 나가려는데 임대인이 방해하면 어떻게 하나요?
A. 환산보증금과 무관하게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규정이 적용되므로,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신규 임차인과의 계약체결을 거절하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Q. 계약이 끝났는데 선납한 월세나 보증금을 못 받으면 어떻게 하나요?
A.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한 채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고, 이후 보증금(선납 월세) 반환청구소송이나 경매 신청으로 회수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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