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에는 대학가나 직장인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친구나 지인끼리 방을 함께 구해 하나의 임대차계약서에 공동명의로 도장을 찍는 경우가 크게 늘었습니다.
계약 당시에는 “어차피 같이 살 거니까 이름만 나란히 올리면 되지”, “내가 먼저 나가게 되면 그냥 방만 빼면 끝나는 거 아니야”라고 가볍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막상 한 명이 취업이나 개인 사정으로 먼저 나가려 하면, 임대인은 “계약서에 두 분 이름이 다 있으니 두 분이 알아서 정리해 오세요”라며 정리를 거부하고, 남은 룸메이트는 “네가 먼저 나가겠다고 했으니 보증금이랑 남은 기간 월세는 네가 알아서 해”라며 책임을 떠넘기려 하는 상황이 자주 벌어집니다.
최근 대법원은 공동임차인이 내부적으로 보증금 분담 비율을 나누어 정했다고 하더라도 임대차계약 자체가 그 지분에 따라 쪼개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계약서에 이름을 올린 이상, 한 사람의 사정만으로 계약관계에서 조용히 빠져나갈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아래에서는 공동명의로 임대차계약을 맺은 룸메이트 중 한 명이 먼저 나가고 싶을 때 법적으로 어떤 책임 구조에 놓이는지, 그리고 안전하게 계약관계를 정리하려면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공동명의 계약은 한 사람만의 책임이 아니라 전원이 연대하여 지는 책임입니다
공동임차인은 민법상 연대하여 임대차 계약상 의무를 부담하는 지위에 있습니다.
민법 제654조는 제616조를 임대차에 준용해, “수인이 공동하여 물건을 차용한 때에는 연대하여 그 의무를 부담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이 함께 임대차계약서에 이름을 올렸다면, 월세를 누가 냈는지, 누가 방을 더 많이 썼는지와 무관하게 두 사람 모두가 차임 전액, 관리비, 원상회복 비용까지 연대하여 책임지는 채무자가 됩니다.
연대채무라는 것은 임대인이 두 사람 중 아무나 골라 전액을 청구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한 명이 먼저 이사를 나가고 남은 사람이 월세를 밀리기 시작하면, 임대인은 이미 나간 사람에게도 밀린 월세 전액을 청구할 수 있고, 이미 나간 사람이 “나는 방을 뺐으니 상관없다”고 항변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실제로 상담을 해보면 많은 분들이 “계약서에 이름만 올렸을 뿐 실제로 산 건 얼마 안 된다”거나 “월세는 계속 상대방이 냈다”는 사정을 근거로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임대인에 대한 대외적 책임은 계약서상 임차인 지위에서 나오는 것이지 실제 거주 기간이나 실제 납부액과는 무관합니다. 내부 정산은 어디까지나 임차인들 사이의 문제일 뿐입니다.
공동명의 임대차 계약은 이름을 올린 전원이 연대하여 책임지는 계약이며, 실제 거주 여부나 월세 납부 비율은 임대인에 대한 책임 범위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2. 혼자 “나가겠다”고 통보해도 계약 자체는 끝나지 않습니다
임대차계약의 해지는 임차인 전원의 의사표시가 있어야 효력이 생깁니다.
민법 제547조 제1항은 당사자 일방이 여러 명인 경우 계약의 해지나 해제는 그 전원으로부터 또는 전원에 대하여 해야 한다고 정합니다. 임차인이 두 명 이상인 임대차계약에서 계약 자체를 끝내려면 임차인 전원이 함께 해지 의사표시를 해야 하고, 한 사람만 임대인에게 “저는 나가겠습니다”라고 통보한다고 해서 계약이 부분적으로라도 종료되지 않습니다.
여기서 자주 혼동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계약을 끝내는 것”과 “계약당사자 구성원 중 한 명이 빠지는 것”은 법적으로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전자는 임대차 관계 자체의 소멸이고, 후자는 계약상 지위의 변경입니다. 한 명만 나가고 나머지 한 명이 계속 거주하고 싶다면, 이는 계약 해지가 아니라 계약당사자 변경의 문제로 다뤄야 합니다.
공동임차인으로서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것은 기본적으로 임대차계약에 따른 권리·의무를 함께하겠다는 것이고, 임대차보증금에 관한 지분을 정하여 그 지분에 따라 임대차보증금을 지급하거나 반환받기로 약정하였다고 하더라도 임대차계약 자체를 지분에 따라 분리하겠다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21. 10. 28. 선고 2021다238650 판결).
즉 계약 당시 “월세는 6:4로 나눠서 낸다”거나 “보증금 지분은 얼마씩”이라고 정해뒀더라도, 그 내부 약정이 임대인에 대한 관계에서 계약을 둘로 쪼개주지는 않습니다. 나가고 싶은 사람이 임대인에게 통보만 하고 짐을 빼는 것만으로는 계약관계에서 법적으로 벗어날 수 없습니다.
혼자 나가겠다는 의사표시만으로는 계약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고, 임대인과 남은 임차인의 동의 없이는 전원이 여전히 계약당사자로 남습니다.
3. 안전하게 빠지려면 임대인·잔류자·본인 3자의 계약인수 합의가 필요합니다
계약인수는 3면 합의가 원칙이지만, 2인의 합의와 나머지 당사자의 동의로도 성립할 수 있습니다.
나가려는 사람이 법적으로 깔끔하게 계약관계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계약인수’입니다. 계약인수란 기존 계약당사자 중 한 명이 계약상 지위를 통째로 다른 사람(여기서는 남은 룸메이트나 새로운 동거인)에게 넘기고 계약관계에서 완전히 빠져나오는 것을 말합니다.
계약 당사자로서의 지위 승계를 목적으로 하는 계약인수는 3면계약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통상적이나, 관계 당사자 중 2인의 합의와 나머지 당사자가 이를 동의 내지 승낙하는 방법으로도 가능하다(대법원 1996. 2. 27. 선고 95다21662 판결).
이를 임대차에 적용하면, 나가는 사람과 남는 사람 두 사람이 “임대차 지위를 남는 사람이 단독으로 인수한다”고 합의하고 임대인이 이에 동의하면(명시적 동의는 물론, 이후 보증금 반환 정산이나 재계약서 작성 등 행동을 통한 묵시적 동의도 가능합니다) 나가는 사람은 그 시점부터 계약상 책임에서 벗어납니다. 반대로 임대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계약인수는 성립하지 않고, 나가는 사람은 여전히 연대채무자로 남습니다.
실무적으로 임대인이 동의를 꺼리는 이유는 대개 남는 사람 혼자만으로는 임대료 지급 능력이나 신용이 불안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새로운 룸메이트를 구해 그 사람을 계약에 편입시키는 3자 합의(임대인·잔류자·신규 입주자)로 대신하는 방법도 실무에서 자주 쓰입니다.
나가는 사람이 계약상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나려면, 구두 통보가 아니라 임대인의 동의를 받은 계약인수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4. 임대인 동의 없이 나가면 오히려 계약 해지 사유가 되고 책임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습니다
동의 없는 임차권 양도·전대는 계약 해지 사유이고, 정산을 미루면 지연손해금까지 더해집니다.
민법 제629조는 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 없이 임차권을 양도하거나 임차물을 전대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고, 이를 위반하면 임대인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제2항). 나가는 사람이 임대인 동의 없이 짐만 빼고 남은 사람이 사실상 혼자 그 공간을 계속 쓰는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 실질적으로 임차권의 일부를 무단으로 넘긴 것과 비슷하게 평가될 소지가 있고, 임대인이 이를 문제 삼아 계약 전체를 해지하고 명도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계약이 정리되지 않은 채 시간만 흐르면 금전적 부담도 함께 불어납니다. 밀린 차임에는 민법 제397조·제379조에 따라 법정이율인 연 5%의 지연손해금이 붙고, 만약 나가는 사람이 남은 사람에게 보증금 지분을 미리 받아 놓고도 정산을 미루거나 반대로 남은 사람이 나간 사람 몫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면 민법 제741조의 부당이득 반환 문제까지 얽힐 수 있습니다.
원상회복 비용 역시 뒤로 미룰수록 책임소재가 흐려집니다. 나간 사람의 생활흔적과 남은 사람의 생활흔적이 뒤섞인 상태로 계약이 끝나면 임대인은 두 사람 중 누구에게든 원상회복 비용 전액을 청구할 수 있고, 두 사람 사이의 내부 정산은 별도의 다툼거리로 남습니다.
정리를 미루고 어물쩍 넘어가면 임대인의 계약 해지·명도 요구와, 지연손해금·부당이득 반환 같은 금전 책임이 함께 커집니다.
5. 정산과 지위 이전, 이런 순서로 정리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임대인과의 협의 없이 짐부터 빼는 것이 가장 위험한 순서입니다.
룸메이트 한 명이 먼저 나가는 상황이라면 보통 ①임대인에게 계약당사자 변경 의사를 미리 알리고 협의하는 단계 → ②협의된 내용을 내용증명이나 별도의 3자 합의서로 문서화하는 단계 → ③임대인이 동의하지 않거나 보증금·정산 문제로 다툼이 생기면 임대차보증금 반환청구나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수원 지역이라면 수원지방법원 관할)으로 넘어가는 단계 → ④소송에서 정산 내용이 확정되면 그에 따라 보증금을 지급·상계하고 계약관계를 최종 정리하는 단계로 진행됩니다.
감정적으로 “일단 짐부터 빼고 보자”는 식으로 움직이면 뒤에 남는 문제가 더 커집니다. 아래 순서대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임대차계약서 원본을 확인해 임차인 명의, 보증금·차임 액수, 계약기간, 특약사항(중도 퇴거·지위변경 관련 조항 유무)을 정리합니다.
두 사람 사이에 보증금·월세를 어떻게 분담했는지 계좌 이체 내역, 정산 대화 기록(문자·카카오톡)을 모아 둡니다.
임대인에게 계약인수 동의를 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내고, 회신 여부와 내용을 기록해 둡니다.
이러한 자료들이 갖춰져 있으면, 임대인과의 협의든 이후 법적 절차든 계약관계를 정리하는 방향과 근거가 훨씬 분명해집니다.
마치며
룸메이트와의 동거는 “같이 산다”는 편안함 때문에 계약서상 책임 문제를 뒤로 미루기 쉽습니다. 그러다 막상 한 사람이 먼저 나가야 하는 상황이 오면, 서로 감정이 상한 상태에서 정리를 시작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먼저 나가려는 쪽에서는 “짐만 빼면 끝”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임대인의 동의를 받는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이를 소홀히 하면 이미 이사한 뒤에도 밀린 월세와 원상회복 비용을 함께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습니다.
계속 거주하려는 쪽에서도 “어차피 저 사람 짐 뺐으니 내 책임”이라고 섣불리 받아들이기보다, 보증금 정산과 계약 지위 이전을 명확히 문서로 남겨야 나중에 원치 않는 책임을 함께 떠안지 않습니다.
저는 공동임차인 사이의 계약 정리와 보증금 분쟁을 나가는 쪽, 남는 쪽 양쪽 입장에서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에 서류 한 장을 제대로 남겨두느냐에 따라 나중의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계약서에 이름을 올린 이상, 혼자 조용히 빠져나갈 방법은 없습니다. 지금 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저는 월세를 한 번도 낸 적이 없고 계약서에 이름만 올렸는데도 책임을 지나요?
A. 네, 책임집니다. 대외적으로 임대인에 대한 책임은 계약서상 임차인 지위에서 나오는 것이지 실제 납부 이력과는 무관합니다. 다만 실제 낸 적 없다는 사정은 임차인들 사이의 내부 정산에서는 고려될 수 있습니다.
Q. 임대인이 계약인수에 동의해주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임대인이 끝내 동의하지 않으면 나가는 사람도 계약상 지위와 책임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이 경우 남은 사람과 별도의 내부 정산 합의서를 작성해 두고, 계약기간이 끝나는 시점에 맞춰 지위 이전을 다시 요청하는 방법을 검토해야 합니다.
Q. 보증금은 누구에게 반환되나요?
A. 계약이 완전히 종료되는 경우 원칙적으로 임차인 전원과의 관계에서 반환 문제가 정리되며, 실무에서는 임차인들이 미리 지분과 수령 계좌를 정해 임대인에게 통지해 두는 것이 분쟁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Q. 먼저 나가면서 남은 사람에게 구두로 “월세는 네가 다 내”라고 말해뒀는데 효력이 있나요?
A. 임대인에 대한 관계에서는 효력이 없습니다. 임대인은 여전히 두 사람 모두에게 차임 전액을 청구할 수 있고, 구두 약속은 임차인들 사이의 내부 문제로만 다뤄집니다. 문서로 남겨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Q. 남은 사람이 새 룸메이트를 구했는데, 이 경우에도 임대인 동의가 필요한가요?
A. 필요합니다. 새로운 사람이 기존 계약에 임차인으로 들어오는 것 역시 계약당사자 변경이므로, 임대인·기존 임차인·신규 입주자 3자의 합의 또는 임대인의 동의가 있어야 유효하게 처리됩니다.
Q. 전출신고를 먼저 해도 되나요?
A. 신중해야 합니다. 공동임차인 중 한 명이라도 대항요건을 갖추고 있으면 그 대항력이 임대차 전체에 미치는데, 대항요건을 갖춘 사람이 전출하면 대항력 유지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전출 전에 남은 사람 명의로 대항요건이 유지되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Q. 계약인수 합의서는 꼭 변호사를 통해 작성해야 하나요?
A. 필수는 아니지만, 보증금 정산액·정산 시기·잔존 책임 범위(원상회복비 등)를 명확히 특정하지 않으면 나중에 분쟁이 재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금액이 크거나 임대인이 협조적이지 않다면 초기에 검토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