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들어 이혼을 준비하시는 분들 중, 함께 살고 있는 전셋집 계약서가 배우자 한 사람 이름으로만 되어 있어서 이 보증금을 어떻게 나눠야 하는지부터 막막해하시는 경우를 자주 뵙습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이 집 계약은 제 이름으로 했으니까 이 보증금은 당연히 제 거죠”라며 안심하시는 분도 있고, 반대로 “저는 이름이 안 올라가 있으니 포기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라며 지레 체념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재산분할 절차에 들어가면, 계약서에 적힌 이름과 실제로 그 돈을 누가 갖게 되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라는 사실에 두 분 모두 당황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전세보증금이 누구 명의로 되어 있든 혼인 중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된 것이라면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계약서상 명의는 임대인과의 관계에서만 의미를 가질 뿐, 부부 사이의 재산 정산에서는 결정적 기준이 되지 못합니다.
아래에서는 배우자 명의로 된 전세계약이 이혼 과정에서 실제로 어떻게 처리되는지, 그리고 보증금을 안전하게 지키려면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전세계약의 명의자라고 해서 보증금의 주인인 것은 아닙니다
임대차계약의 당사자 지위와 전세보증금의 실질적 귀속은 서로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임대차계약은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계약이고, 계약서에 이름을 올린 사람만이 임대인에 대해 임차인으로서의 권리, 즉 대항력을 주장하거나 보증금 반환을 청구할 권리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계약의 효력이 그 계약을 맺은 당사자 사이에서만 미친다는 원칙에서 비롯된 것으로, 부부 사이라고 해서 당연히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명의가 없으니 나는 이 돈과 무관하다” 또는 반대로 “명의가 있으니 이 돈은 전부 내 것”이라고 단정하시는데, 이는 임대인과의 대외적 관계에서 누가 보증금을 돌려받을 권리를 갖는지와, 부부 사이의 대내적 관계에서 그 돈이 실질적으로 누구의 몫인지를 혼동한 것입니다.
실제로 전세보증금은 대부분 부부가 혼인생활 중 함께 모은 돈이거나, 한쪽이 먼저 마련했더라도 이후 생활비 분담이나 대출 상환 과정에서 다른 배우자의 기여가 결합된 경우가 많습니다. 계약서에 적힌 이름 하나로 이런 실질적 기여관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계약서에 적힌 이름은 임대인에 대한 관계를 정할 뿐, 부부 사이에서 그 돈이 누구의 몫인지는 별도로 정해집니다.
2. 전세보증금은 이혼 시 재산분할의 대상이 됩니다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채무는 혼인 중 재산형성에 수반한 것으로 청산의 대상이 됩니다.
민법 제839조의2에 따라 협의이혼이든 재판상 이혼이든 배우자는 상대방에게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고, 협의가 되지 않으면 가정법원이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와 그 밖의 사정을 참작해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합니다.
대법원은 이 ‘재산’의 범위를 정할 때 명의를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혼인중에 쌍방의 협력에 의하여 이룩한 부부의 실질적인 공동재산은 부동산은 물론 현금 및 예금자산 등도 포함하여 그 명의가 누구에게 있는지 그 관리를 누가 하고 있는지를 불문하고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것이고, 부부 일방이 혼인중 제3자에 대하여 채무를 부담한 경우에 그 채무 중에서 공동재산의 형성에 수반하여 부담하게 된 채무는 청산의 대상이 되는 것인데, 부동산에 대한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혼인중 재산의 형성에 수반한 채무로서 청산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대법원 1999. 6. 11. 선고 96므1397 판결).
즉 전셋집이 남편 명의로 계약돼 있든 아내 명의로 계약돼 있든, 그 보증금 자체는 원칙적으로 부부가 함께 만든 재산으로 취급되어 분할 대상 재산목록에 오릅니다. 다만 혼인 전부터 한쪽이 보유하던 자금만으로 마련한 경우처럼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예외적으로 취급될 수 있습니다.
전세보증금은 명의와 무관하게 원칙적으로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되고, 예외는 특별한 사정이 입증될 때만 인정됩니다.
3. 명의가 없어도 상당한 몫을 받을 수 있고, 이혼했다고 저절로 넘어오지도 않습니다
분할 비율은 혼인기간·자금출처·생활기여도로 정해지고, 명의 이전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재산분할 비율을 정할 때 법원이 보는 것은 계약서의 이름이 아니라 실질적인 기여도입니다. 혼인기간, 보증금을 처음 마련할 때 각자 낸 돈의 출처, 이후 재계약이나 증액 시 누가 자금을 보탰는지, 맞벌이 여부와 가사·양육 분담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됩니다. 맞벌이 부부라면 절반에 가까운 비율이 인정되는 경우가 많고, 외벌이였더라도 가사노동에 대한 기여가 인정되어 상당한 비율을 인정받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여기서 자주 오해하시는 지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명의자인 배우자가 사망하면 함께 살던 배우자가 임차권을 이어받는다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9조의 임차권 승계 규정은 임차인이 사망한 경우에만 적용되고, 이혼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혼은 사망이 아니므로, 명의가 없는 배우자가 보증금을 받으려면 상속이나 자동승계가 아니라 반드시 재산분할 협의나 심판을 거쳐야 합니다.
따라서 “이름이 없으니 어차피 못 받는다”거나 “이혼하면 저절로 반은 내 것이 된다”는 두 가지 생각 모두 정확하지 않습니다. 실제 몫은 협의나 조정, 또는 재판을 통해 구체적으로 정해져야 확정됩니다.
명의가 없다고 포기할 필요도, 이혼했다고 저절로 넘어온다고 안심할 필요도 없습니다. 몫은 협의·조정·재판으로 정해집니다.
4. 재산분할을 미루는 사이 보증금을 둘러싼 위험은 오히려 커집니다
재산분할청구권에는 2년의 제척기간이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입증도 어려워집니다.
민법 제839조의2 제3항은 재산분할청구권이 이혼한 날부터 2년이 지나면 소멸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협의이혼을 하면서 “나중에 정리하자”며 재산 문제를 미뤄두었다가 2년이 지나버리면, 명의가 없는 배우자는 더 이상 법원에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없게 됩니다.
2년이 지나지 않았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이 불리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세 재계약 시점에 보증금이 증액되면서 그 증액분의 자금출처가 뒤섞이고, 임대인이 이미 명의자인 배우자에게 보증금을 반환해 다른 용도로 써버리는 경우도 있으며, 계약서와 입출금 내역 같은 자료 확보도 시간이 지날수록 어려워집니다.
또한 명의자인 배우자가 임대인과 재계약을 하면서 임의로 계약조건을 바꾸거나 보증금 일부를 미리 인출해 쓰는 경우, 이를 뒤늦게 다투기는 훨씬 까다로워집니다. 이혼 절차를 진행하는 단계에서부터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을 재산분할 대상 목록에 명확히 포함시켜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5. 보증금을 지키려면 이런 순서로 확인해야 합니다
임대차계약서와 자금 흐름부터 정리하는 것이 재산분할의 출발점입니다.
이혼 시 전세보증금 문제는 통상 ①협의이혼 절차 중 재산분할 협의, 협의가 되지 않으면 가정법원(수원 지역이라면 수원가정법원)에 재산분할 조정신청 → ②조정이 성립하지 않으면 재산분할심판으로 넘어가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의 귀속과 분할비율을 정하는 재판 진행 → ③조정조서나 확정판결에 따라 임대인에게 채권양도 통지를 하거나 임대인의 동의를 얻어 임차인 명의를 변경 → ④상대방이 임의로 이행하지 않으면 수원지방법원에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 등 강제집행을 신청하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꼼꼼하게 챙겨야 하는 것은 서류입니다. 감정적으로 다투기 전에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임대차계약서 원본과 보증금이 어느 계좌에서 나가고 들어왔는지 보여주는 입출금 내역을 확보합니다.
재산분할 대상 재산목록에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을 금액과 함께 명시적으로 기재합니다.
조정이나 판결로 몫이 정해지면 즉시 임대인에게 채권양도 사실을 통지하거나 명의변경에 대한 동의를 받아 둡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이혼·재산분할과 임대차 문제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재산분할 협의부터 임대인과의 채권양도 절차까지 실질적인 회수 방안을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전세보증금 문제는 “그래도 한때 같이 산 집인데”라는 생각 때문에, 또는 막상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명의자였던 배우자 입장에서는 임대인과의 관계에서 임차인 지위를 가지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보증금 전부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재산분할 절차에서는 그 전제가 그대로 유지되지 않습니다. 명의가 없던 배우자 입장에서도 계약서에 이름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지레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실제 결론은 자금출처와 기여도, 협의와 조정의 결과에 따라 달라집니다.
저는 이혼 과정에서 전세보증금을 비롯한 재산분할 문제를, 명의자와 비명의자 양쪽 입장에서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계약서의 이름 하나로 결론이 정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여러 사건에서 확인해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전세계약이 배우자 명의로 되어 있는데, 저는 보증금을 한 푼도 못 받나요?
A. 아닙니다. 계약 명의와 무관하게 보증금은 원칙적으로 재산분할 대상이 되고, 혼인기간·자금출처·생활기여도에 따라 상당한 비율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Q. 배우자가 사망한 것도 아닌데 임차권을 넘겨받을 수 있나요?
A. 주택임대차보호법 제9조의 임차권 승계는 임차인이 사망한 경우에만 적용됩니다. 이혼 시에는 상속·자동승계가 아니라 재산분할 협의나 심판을 통해 몫을 정해야 합니다.
Q. 임대인이 명의변경에 동의해주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A. 임대인의 동의 없이 임차인 지위 자체를 강제로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이 경우 조정조서·판결에 따라 보증금반환채권을 채권양도 방식으로 이전받고, 임대인에게 통지해 대항요건을 갖추는 방법이 실무적으로 활용됩니다.
Q. 재산분할을 협의이혼 당시 정하지 못했는데, 나중에 따로 청구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다만 민법 제839조의2에 따라 이혼한 날부터 2년이 지나면 재산분할청구권이 소멸하므로, 기한 안에 청구해야 합니다.
Q. 보증금 전액을 결혼 전 제 돈으로 마련했는데도 분할 대상인가요?
A. 혼인 전부터 보유한 특유재산만으로 마련했다는 특별한 사정이 입증되면 예외적으로 분할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기여도가 낮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후 재계약·증액 과정에서 배우자의 기여가 섞였다면 그 부분은 분할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Q. 재산분할이 확정되기 전에 배우자가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먼저 받아가면 어떻게 하나요?
A. 재산분할 절차 중에는 처분금지가처분 등 보전처분을 통해 임대인에 대한 보증금반환채권이 임의로 처분되지 않도록 조치할 수 있습니다. 상황이 급박하다면 조정·심판 신청과 함께 이를 검토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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