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사업자는 입주자대표회의에 관리비를 내야 할까, 혼합주택단지의 경계선
임대사업자는 입주자대표회의에 관리비를 내야 할까, 혼합주택단지의 경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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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사업자는 입주자대표회의에 관리비를 내야 할까, 혼합주택단지의 경계선 

신지수 변호사

들어가며 — 한 동에 분양과 임대가 섞여 있을 때

하나의 아파트 안에 분양세대와 임대세대가 함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공동주택관리법은 이를 혼합주택단지라고 부릅니다. 같은 엘리베이터를 쓰고 같은 조경을 누리지만, 법적으로는 전혀 다른 두 개의 관리체계가 한 건물 안에서 움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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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임대세대의 관리비는 누가 걷을까요. 입주자대표회의일까요, 임대사업자일까요. 제1심은 입주자대표회의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대전고등법원은 그 판결을 통째로 취소했습니다.

사안의 개요

문제된 아파트는 1개 동 12개 라인, 총 203세대로 분양세대와 임대세대가 함께 있는 혼합주택단지였습니다. 원고인 입주자대표회의는 분양세대에서 선출된 동별 대표자들로 구성되어 있었고, 피고는 이 아파트를 건설하여 일부를 분양한 사업주체이자 임대세대 127세대를 소유했던 임대사업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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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자대표회의는 임대세대 몫의 관리비와 장기수선충당금 약 8,732만 원, 그리고 연체료 약 5,116만 원을 합한 1억 3,848만 원의 지급을 구했습니다. 근거는 공동주택관리법 제23조 제1항과 공동주택관리규약이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 임대사업자는 '입주자등'이 아니다

항소심의 논증은 하나의 출발점에서 시작합니다. 공동주택관리법 제23조 제1항은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의 '입주자등'에게 관리주체에 대한 관리비 납부의무를 지웁니다. 그렇다면 임대사업자가 입주자등에 해당해야 청구가 성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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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사용자'는 아닙니다. 같은 법은 사용자를 공동주택을 임차하여 사용하는 사람으로 정의하면서 임대주택의 임차인을 명시적으로 제외하고 있고, 애초에 피고는 임차인이 아니라 소유자입니다. 그렇다면 '입주자'인가. 재판부는 표준국어대사전이 입주자를 '새로 지은 집 따위에 들어가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고, 주택법도 입주자를 기본적으로 주택을 공급받는 자로 정의한다는 점을 들어, 분양을 한 사업주체이자 임대사업자인 피고가 입주자에 포함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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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인 근거는 법률의 체계 자체였습니다. 공동주택관리법은 임대사업자를 입주자등과 구별하여 '관리주체'의 하나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임대사업자가 임대주택의 단순한 소유자가 아니라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직접 관리의무를 부담하는 주체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혼합주택단지에 관하여 공동주택관리법은 입주자대표회의와 임대사업자가 대등한 지위에서 관리에 관한 사항을 합의하여 공동으로 결정할 것을 예정하고 있습니다. 관리비를 받아가는 상대방이 아니라, 마주 앉는 상대방이라는 뜻입니다.

징수는 각자, 지출은 공동

재판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혼합주택단지의 운영 원리를 정리했습니다. 공동주택관리법 제10조와 같은 법 시행령 제7조가 공동결정 사항으로 정한 것은 관리방법의 결정과 변경, 주택관리업자의 선정, 장기수선계획의 조정, 충당금을 사용하는 주요시설의 교체·보수, 관리비등을 사용하여 시행하는 공사와 용역입니다. 모두 '지출'에 관한 사항일 뿐, 관리비의 '징수'에 관하여 합의하여야 한다거나 징수주체가 통일됨을 전제하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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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민간임대주택법은 임대사업자가 임차인으로부터 관리비를 징수할 수 있도록 하면서, 시행규칙으로 항목을 엄격히 제한하고 그 외에는 어떠한 명목으로도 징수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분양세대의 관리비 항1목과는 내용이 다르고, 분양세대가 내는 장기수선충당금과 임대세대에 적립되는 특별수선충당금은 성격도 액수도 같지 않습니다.

결론은 명료합니다. 분양세대에 대하여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임대세대에 대하여는 임대사업자가 각자 관리비를 징수하고, 다만 그렇게 징수한 돈을 지출할 때 비용 분담을 포함한 제반 사항을 공동으로 결정할 뿐입니다. 입주자대표회의가 공급면적의 2분의 1을 초과하여 공동결정 사항의 최종 결정권을 갖는다 하더라도, 그 사정만으로 임대세대에 대한 징수권까지 갖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관리규약 역시 입주자등에 의하여 분양세대의 관리를 규율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므로 입주자등이 아닌 임대사업자를 구속할 규범성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이 판결이 실무에 남기는 것 — 판결문이 알려준 우회로

가장 중요한 대목은 판결 말미에 조용히 놓여 있습니다. 재판부는 "원고가 아파트 관리를 위하여 지출한 비용에 관한 비용 분담에 관한 피고와의 합의 등을 근거로 하여 그 분담액의 지급을 청구하는 것은 별론"이라고 적었습니다. 길을 막으면서 동시에 다른 길을 가리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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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혼합주택단지에서 임대세대 몫을 '관리비'로 청구하면 집니다. 이겨야 한다면 청구원인을 '공동결정에 따른 비용 분담금'으로 구성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공동주택관리법 제10조와 시행령 제7조가 정한 공동결정 절차를 실제로 밟고, 그 결과를 문서로 남겨야 합니다. 협의 요청 공문, 회의록, 분담 비율이 기재된 합의서. 이것이 없으면 임대세대분 비용은 사실상 회수할 방법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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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에서 1억 3,800만 원의 청구가 통째로 기각된 이유는 돈을 받을 권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받을 권리를 잘못된 이름으로 불렀기 때문입니다. 소송에서 청구원인의 선택은 기술이 아니라 승패 그 자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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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사업자 쪽에도 이 판결은 방패이자 의무입니다. 관리비를 직접 징수할 수 있는 만큼, 민간임대주택법과 시행규칙이 정한 항목 제한을 지켜야 하고 특별수선충당금 적립의무도 온전히 부담합니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임대사업자가 청구하는 관리비 항목이 법정 항목을 벗어나지 않았는지 점검할 실익이 있습니다.

맺으며

혼합주택단지는 제도적으로 미완의 영역입니다. 한 건물에 두 개의 법률과 두 개의 관리주체가 공존하는데, 법은 그 사이의 정산 절차를 충분히 설계해 두지 않았습니다. 그 공백은 결국 협의와 문서로 메울 수밖에 없습니다. 임대세대가 섞여 있는 단지의 입주자대표회의라면, 분쟁이 생기기 전에 비용 분담 합의서부터 만들어 두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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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공동주택 분쟁, 혼자 판단하지 마십시오

집합건물과 공동주택을 둘러싼 분쟁은 대부분 소송이 시작되기 훨씬 전에 승패가 정해집니다. 계약서의 한 조항, 회의록의 한 줄, 이의를 유보했는지 여부, 내용증명을 보냈는지 여부가 결과를 가릅니다. 반대로 말하면, 초기에 방향만 제대로 잡아도 피할 수 있었던 분쟁이 대단히 많습니다.

위와 유사한 문제로 고민하고 계시다면, 사안이 커지기 전에 언제든지 편하게 연락 주십시오. 계약서와 관리규약, 회의록만 살펴보아도 대응의 방향은 상당 부분 잡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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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랜드로 신지수 변호사

※ 본 글은 실제 선고된 하급심 판결을 소재로 한 판례평석으로, 당사자 특정을 피하기 위하여 사건번호와 당사자 표시는 기재하지 않았습니다. 개별 사안의 결론은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 사건에 관하여는 반드시 변호사의 검토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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