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상가 임대차 갱신 시점을 앞두고, 건물주가 리모델링을 이유로 임차인에게 퇴거를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임차인들은 “그래도 재건축은 아니니 갱신요구권으로 버티면 되겠지”라고 안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임대인이 “리모델링 공사 들어가니 나가주셔야 합니다”라고 통보하며 실제로 대규모 철거와 설계도까지 준비해 놓은 상황이라면, 단순히 버티겠다는 생각만으로는 갱신요구권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 대법원과 하급심은 리모델링·재건축을 이유로 한 갱신거절 사유를 임대인에게 엄격한 증명책임을 지우는 방향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리모델링’이라는 이름 자체가 아니라 공사의 실질적 규모와 고지 시점이 핵심 판단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리모델링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 갱신거절 사유가 되는 경우와 되지 않는 경우, 그리고 임차인이 갱신요구권으로 버틸 수 있는 구체적 근거를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단순한 리모델링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정한 갱신거절 사유가 아닙니다
‘리모델링’이라는 말만으로는 임차인의 갱신요구권을 막을 수 없습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1항은 임차인이 임대차기간 만료 전 6개월부터 1개월 사이에 계약갱신을 요구하면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절할 수 없다고 정합니다. 다만 법은 예외적으로 갱신거절이 가능한 사유 8가지를 열거하는데, 리모델링·재건축과 관련된 사유는 제7호 하나뿐입니다.
제7호는 임대인이 목적 건물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철거하거나 재건축하기 위하여 건물의 점유를 회복할 필요가 있는 경우로 적용 범위를 한정하고 있습니다. 즉 아무리 ‘리모델링’이라는 이름을 붙이더라도, 실제 공사가 건물 전부 또는 대부분을 뜯어내는 수준에 이르지 않는다면 이 조항 자체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실무에서 임대인이 말하는 ‘리모델링’은 도장·바닥재 교체, 일부 칸막이 공사, 냉난방·전기 설비 개선처럼 건물 골조는 그대로 둔 부분 공사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수준의 공사는 점유 회복이 필요한 ‘전부 또는 대부분의 철거·재건축’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그 자체만으로는 갱신거절의 정당한 사유가 되지 못합니다.
반대로 골조까지 철거하는 대수선이나 증축을 수반하는 대규모 공사라면 실질적으로 재건축에 해당해 제7호가 적용될 여지가 있습니다. 따라서 ‘리모델링’이라는 명칭보다 실제 공사 계획의 규모가 무엇인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리모델링”이라는 이름이 아니라, 공사가 건물 전부 또는 대부분의 철거·재건축에 이르는 실질을 갖추었는지가 갱신거절의 정당성을 가릅니다.
2. 재건축을 이유로 갱신을 거절하려면 계약체결 당시 구체적으로 고지했어야 합니다
임대차계약을 맺을 때 공사계획을 알리지 않았다면 나중에 재건축을 내세워도 소용없습니다.
설령 공사 규모가 제7호에 해당할 정도로 크다 해도, 임대인이 곧바로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제7호 가목은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공사시기 및 소요기간 등을 포함한 철거 또는 재건축 계획을 임차인에게 구체적으로 고지하고 그 계획에 따르는 경우에만 갱신거절을 허용합니다.
핵심은 ‘계약 체결 당시’라는 시점입니다. 계약을 맺을 때 구체적인 공사 시기·소요기간·설계 계획 등을 알리지 않았다면, 몇 년이 지난 갱신 시점에 와서야 재건축·리모델링 계획을 통보해도 가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합니다.
이 ‘계약 체결’의 의미를 두고 최근 하급심에서도 임차인에게 유리한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구지방법원은 2022년 8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1항 제7호 가목의 ‘임대차계약 체결’에는 계약의 갱신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대구지방법원 2022. 8. 10. 선고 2021나313650 판결). 임차인이 계약을 여러 차례 갱신해 오다가 그 갱신 국면에서 비로소 재건축 계획을 고지받았다면, 최초 계약 체결 당시 고지가 없었던 이상 가목의 갱신거절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따라서 임대차계약을 맺은 지 오래된 임차인이라면, 처음 계약할 때 리모델링·재건축 계획을 들은 적이 있는지부터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들은 적이 없다면 이후 어떤 규모의 공사를 내세우더라도 가목만으로는 갱신거절이 정당화되지 않습니다.
최초 계약 체결 시 구체적인 고지가 없었다면, 나중에 어떤 공사 계획을 내세워도 가목상 갱신거절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3. 안전사고 우려나 다른 법령에 따른 철거가 아니면 갱신거절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나목·다목 요건도 엄격하게 인정되고, 그 증명책임은 임대인에게 있습니다.
가목 외에도 제7호는 두 가지 사유를 더 두고 있습니다. 나목은 건물이 노후·훼손 또는 일부 멸실되는 등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는 경우, 다목은 다른 법령에 따라 철거 또는 재건축이 이루어지는 경우입니다.
나목은 단순히 “건물이 오래됐다”, “리모델링하면 더 안전해진다”는 정도의 설명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안전진단·정밀안전진단 결과처럼 붕괴·훼손 우려를 구체적으로 뒷받침할 자료가 있어야 인정됩니다.
다목은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처럼 다른 법령상 절차가 실제로 진행되고 있어야 하는데, 그 진행 단계도 중요합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정비사업의 진행 경과에 비추어 임대차 종료 시 단기간 내에 관리처분계획인가·고시가 이루어질 것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업시행인가·고시가 이루어졌다는 사정만으로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1항 제7호 (다)목에서 정한 계약갱신 거절사유가 있다고 할 수 없고, 이러한 사유가 존재한다는 점에 대한 증명책임은 임대인에게 있다(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19다249831 판결).
이 판례가 다룬 사안은 도시정비사업이지만, 그 논리는 리모델링을 이유로 한 갱신거절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임대인이 “정비사업 때문에 리모델링·재건축을 한다”고 주장한다면, 사업이 추진위원회 단계인지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 단계인지까지 구체적으로 밝히고 입증해야 하며, 이를 입증하지 못하면 갱신거절은 효력이 없습니다.
나목·다목 모두 구체적 자료로 뒷받침되어야 하고, 그 사유가 있다는 점은 임대인이 증명해야 합니다.
4. 갱신거절이 정당한지에 따라 임차인과 임대인의 처지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요건을 갖추지 못한 갱신거절은 오히려 임대인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지울 수 있습니다.
가목·나목·다목 중 어느 하나도 충족하지 못한 상태에서 임대인이 갱신을 거절했다면, 그 거절은 효력이 없습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3항에 따라 계약은 종전과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체결된 것으로 간주되므로, 임차인은 그대로 영업을 계속할 수 있습니다.
이 상태에서 임대인이 무리하게 건물인도(명도)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임차인이 요건 미비를 다투면 임대인이 패소할 위험이 큽니다. 나아가 부당한 갱신거절 과정에서 임차인이 새 임차인을 주선해 권리금을 회수할 기회까지 방해받았다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에 따라 임대인은 별도의 손해배상 책임까지 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임대인이 실제로 건물 전부 또는 대부분을 철거·재건축할 계획이고, 가목·나목·다목 중 하나를 실제로 충족한다면 갱신거절은 정당합니다. 이 경우 임차인은 갱신요구권만으로는 버틸 수 없지만, 이사 비용이나 잔여 영업기간에 대한 보상, 우선입주 협의 등은 별도로 요구해 볼 여지가 있습니다.
5. 갱신거절에 대응하는 절차는 통지 확인부터 소송까지 이렇게 진행됩니다
서면 통지 시점과 공사계획 자료를 먼저 확보하는 것이 대응의 출발점입니다.
리모델링을 이유로 한 갱신거절에 대응하는 과정은 통상 ①임차인이 계약만료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 사이에 서면으로 갱신요구 의사를 명확히 통지 → ②임대인이 리모델링·재건축을 이유로 갱신거절 통지를 하면 그 안에 구체적 공사계획(시기·소요기간·설계·인허가 여부)이 담겨 있는지 확인 → ③임대인이 실제로 건물인도 소송을 제기하면(관할은 통상 건물 소재지 법원, 수원 지역 상가라면 수원지방법원) 가목·나목·다목 요건 미비를 다투는 응소 전략을 세우고 → ④필요한 경우 임차인 쪽에서 먼저 임차권 존재 확인 등의 소를 제기해 지위를 명확히 하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임대인으로부터 리모델링을 이유로 한 갱신거절 통보를 받았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최초 임대차계약서와 그 이후 갱신 과정에서 재건축·리모델링 계획을 고지받은 문서(특약사항·안내문·문자·통화녹취 등)가 있는지 확인합니다.
임대인이 내세우는 공사가 인허가·설계도·공사일정까지 갖춘 전부 또는 대부분의 철거·재건축 수준인지, 아니면 부분 인테리어 수준의 리모델링에 그치는지 구분합니다.
갱신요구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했는지와 임대인의 거절 통지 시점·내용을 문서로 정리해 둡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상가임대차 갱신거절 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갱신요구권으로 버틸 수 있는 사안인지, 아니면 이사 비용·권리금 협의로 방향을 전환해야 하는 사안인지를 초기에 가려낼 수 있습니다.
마치며
갱신 시점이 다가올 때 임대인으로부터 갑작스레 리모델링 통보를 받으면, 당장 무엇부터 확인해야 할지 몰라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퇴거를 요구받은 임차인 입장에서는 감정적으로 버티겠다고 선언하기보다, 최초 계약 시 고지 여부와 공사 계획의 구체성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반대로 실제 노후화·안전 문제나 정비사업으로 건물을 정비해야 하는 임대인 입장에서도, ‘리모델링’이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하고 요건별 자료를 갖춰 두어야 뒤늦은 분쟁을 피할 수 있습니다.
저는 상가임대차 갱신거절을 다투는 임차인 측과, 정당한 재건축·리모델링 계획을 진행하려는 임대인 측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요건 하나하나를 어떻게 입증하고 반박하는지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리모델링 통보를 받고 갱신요구권으로 버틸 수 있는지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임대인이 리모델링한다고 구두로만 말했는데 나가야 하나요?
A. 아닙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1항 제7호는 건물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철거·재건축하기 위해 점유를 회복할 필요가 있는 경우로 엄격히 한정하고, 그중 가목은 계약체결 당시 구체적 고지를 요구합니다. 구두 통보만으로는 부족하고 공사 시기·기간·인허가 등 구체적 자료가 있어야 합니다.
Q. 계약을 여러 번 갱신해 왔는데, 이번 갱신 시점에 재건축 계획을 고지받았습니다. 그래도 갱신거절이 인정되나요?
A. 최근 하급심은 가목의 ‘계약 체결’에 계약의 갱신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최초 계약 당시 고지가 없었다면 이번 갱신 국면에서의 고지만으로는 가목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습니다.
Q. 건물이 낡아서 안전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 진단서 없이도 갱신거절이 되나요?
A. 어렵습니다. 나목은 노후·훼손·일부 멸실 등 안전사고 우려를 요구하는데, 이를 뒷받침할 안전진단 결과 등 구체적 근거가 없으면 임대인의 주장만으로는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Q. 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 구역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나가야 하나요?
A. 아닙니다. 대법원은 사업시행인가·고시만으로는 부족하고, 관리처분계획인가·고시가 이루어졌거나 단기간 내 이루어질 것이 객관적으로 예상돼야 하며, 그 증명책임은 임대인에게 있다고 밝혔습니다.
Q. 갱신거절이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A. 계약은 동일한 조건으로 갱신된 것으로 봅니다. 임대인이 명도소송을 제기해도 요건 미비를 다투며 응소할 수 있고, 부당한 거절로 권리금 회수 기회까지 방해받았다면 손해배상도 함께 청구할 수 있습니다.
Q. 반대로 임대인 입장에서 정당하게 재건축을 진행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요?
A. 계약체결 당시부터 공사시기·소요기간 등 구체적 계획을 서면으로 고지하거나, 안전진단 등 안전사고 우려를 뒷받침하는 자료, 또는 관계 법령상 절차(인허가·관리처분계획인가 등) 진행 상황을 갖추고 이를 임차인에게 명확히 전달해야 정당한 갱신거절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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