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상가나 사무실을 임차해 쓰다가 계약이 끝나 나가려 할 때, 임대인으로부터 “들어올 때 있던 시설까지 전부 철거하고 나가라”는 요구를 받는 임차인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여러 임차인이 거쳐간 상가라면, 정작 내가 설치하지도 않은 파티션·간판·바닥재까지 철거 대상에 포함되면서 분쟁이 커집니다.
임차 계약을 맺을 때 상당수 임차인은 “원래 있던 시설이니 나중에 문제되면 전 임차인 책임이지, 내 책임은 아니겠지”라고 안심합니다. 그런데 계약이 끝나 목적물을 반환할 시점이 되면, 임대인은 계약서의 “원상복구” 조항 한 줄을 근거로 “원상복구는 지금 있는 모든 시설을 철거하고 완전히 비우는 것”이라 주장하며, 전 임차인이 남긴 시설물까지 현재 임차인에게 철거 비용을 물리려 합니다.
최근 대법원은 이런 분쟁에서 원상복구의무의 기준점을 ‘임차인이 실제로 목적물을 넘겨받았을 때의 상태’로 못박아 임대인의 무리한 요구에 선을 그었습니다. 원상복구는 건물이 처음 지어졌을 때의 상태나 임대인이 임의로 정한 기준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취지입니다.
아래에서는 원상복구의무의 법적 근거와 범위, 전 임차인이 설치한 시설물까지 철거해야 하는지, 그리고 예외적으로 책임이 넘어오는 경우와 분쟁을 막기 위해 지금 확인해야 할 것들을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원상복구의무는 임차 당시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지 건물이 처음 지어졌을 때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원상복구의 기준점은 ‘임차인이 넘겨받은 시점의 상태’입니다.
민법 제654조는 사용대차에 관한 제615조를 임대차에도 준용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제615조는 “차주가 차용물을 반환하는 때에는 이를 원상에 회복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는데, 여기서 ‘원상’이란 임차인이 임차물을 넘겨받았을 때의 상태를 뜻합니다. 즉 원상복구는 시간을 거슬러 건물이 준공됐을 때나 최초 임차인이 들어오기 전의 텅 빈 상태로 되돌리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실무에서 임대인들이 자주 오해(또는 유리하게 해석)하는 지점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여러 임차인이 거쳐간 상가라면 그 사이 설치된 파티션, 바닥재, 조명, 간판, 냉난방 설비가 누적돼 있는데, 임대인은 “원상복구니까 전부 뜯고 빈 골조 상태로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런 요구는 원상복구의무의 본래 범위를 벗어난 것입니다.
특히 신규 임차인이 입주할 때 이미 전 임차인이 설치한 시설물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그 상태 그대로 사용해왔다면, 반환 시에도 ‘그 상태’로 돌려주면 충분합니다. 임차인이 스스로 추가하거나 변경한 부분만 자신의 책임으로 원상회복하면 되는 것이지, 자신이 만들지도 사용을 시작하지도 않은 부분까지 책임질 이유는 없습니다.
원상복구의 기준은 ‘임차 시작 시점의 상태’이며, 건물이 지어졌을 때나 임대인이 임의로 정한 기준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2. 대법원은 종전 임차인이 설치한 시설물까지 철거할 의무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전 임차인이 설치한 부분은 철거 대상이 아닙니다.
이 원칙은 최근 대법원 판례로도 다시 확인됐습니다. 대법원은 임대인이 임차인을 상대로 종전 임차인 등이 설치한 부분의 철거를 구한 사건에서 다음과 같이 판시했습니다.
임차인이 임차목적물의 현상을 변경한 때에는 원칙적으로 변경 부분을 철거하는 등으로 임차목적물을 임대 당시의 상태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나, 임대 당시 이미 임차목적물에 종전 임차인 등이 설치한 시설이 있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차인은 그가 임차하였을 때의 상태로 임차목적물을 반환하면 되고 종전 임차인 등이 설치한 부분까지 원상회복할 의무는 없다(대법원 2023. 11. 2. 선고 2023다249661 판결).
이 판단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을 재확인한 것입니다. 대법원은 1990년 판결에서도 임차인이 임차했을 때의 상태로 반환하면 되고 그 이전의 사람이 시설한 것까지 원상회복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1990. 10. 30. 선고 90다카12035 판결).
따라서 임대인이 계약서의 “원상복구” 문구 하나만을 근거로, 임차인이 설치하지도 않은 전 임차인의 시설물까지 철거하라고 요구한다면, 그 요구는 원칙적으로 근거가 부족합니다. 임차인은 입주 당시 이미 존재했던 시설물에 대해서는 철거·복구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계약서에 별다른 특약이 없다면, 전 임차인이 남긴 시설물까지 철거할 의무는 원칙적으로 임차인에게 없습니다.
3. 권리금을 주고 시설을 인수했거나 영업을 그대로 넘겨받았다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무엇을 넘겨받았는지에 따라 철거 책임의 범위가 달라집니다.
다만 위 원칙에도 예외가 있습니다. 단순히 권리금을 지급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전 임차인의 원상회복의무까지 넘겨받았다고 보기 어렵지만, 임차권 자체가 전전 양도되거나 전 임차인의 영업을 그대로 양수해 사업자등록·시설·거래관계를 통째로 이어받은 경우라면 사정이 다릅니다.
종전 임차인으로부터 영업을 양수하여 시설을 그대로 인수해 임차한 경우, 그 시설이 종전 임차인이 설치한 것이라 하더라도 현재의 임차인이 임대차 종료 시 이를 철거하여 원상회복할 의무를 부담한다(대법원 2019. 8. 30. 선고 2017다268142 판결).
즉 “누가 설치했는가”보다 “현재 임차인이 그 시설을 자신의 것으로 인수해 사용해왔는가”가 관건입니다. 영업 양수 과정에서 전 임차인과 시설·권리 일체를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면, 그 인수의 대가로 원상회복 책임까지 함께 넘어온 것으로 볼 여지가 커집니다.
다만 권리금 지급 사실만으로 원상회복의무 승계를 인정하는 것은 당사자가 작성한 계약서의 내용을 벗어난 무리한 해석이라는 점도 함께 짚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임차 계약서와 시설 인수 경위를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합니다.
전 임차인의 영업과 시설을 그대로 양수했다면, 철거 책임도 함께 넘어올 수 있습니다.
4. 원상복구 의무가 없는데도 철거를 강행하면 임대인이 오히려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근거 없는 철거 요구에 응하지 않아도, 손해배상 책임은 임대인 쪽에 있을 수 있습니다.
원상복구의무가 없는 부분까지 임대인이 철거를 요구하며 보증금에서 그 비용을 임의로 공제하는 경우가 실무에서 흔히 발생합니다. 그러나 위 판례들에 따르면 전 임차인이 설치한 시설물은 애초에 임차인의 원상회복 대상이 아니므로, 그 부분의 철거비를 보증금에서 공제하는 것은 근거 없는 공제입니다.
이 경우 임차인은 부당하게 공제된 금액에 대해 보증금반환청구소송을 통해 되돌려 받을 수 있고, 임대인이 이미 철거를 강행해 시설물을 훼손했다면 오히려 임차인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여지도 생깁니다. 반대로 임차인이 근거 없는 철거 요구에 못 이겨 스스로 비용을 들여 철거했다면, 그 비용에 대해 임대인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계약서에 “향후 임차인이 시설을 인수·유지하며, 임대차 종료 시 전 임차인 설치분을 포함해 원상복구한다”는 식으로 범위가 구체적으로 특정된 특약이 있다면 그 특약이 우선합니다. 반대로 “원상복구”라는 단어만 있고 범위를 정하지 않은 특약은, 그 자체로 전 임차인 시설물까지 포함한다고 넓게 해석되지 않는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5. 분쟁을 피하려면 입주 시점의 상태를 기록으로 남기고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입주 당시 사진과 계약서 문구가 나중의 분쟁을 좌우합니다.
임대인이 전 임차인의 시설물까지 철거를 요구할 때는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다음 순서로 대응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①임대인의 철거 요구를 문자·공문 등 기록이 남는 형태로 받아 요구의 근거(계약서 조항인지, 구두 요구인지)를 확인하고, ②입주 당시 촬영한 사진이나 현황확인서, 중개사가 작성한 확인·설명서 등으로 ‘내가 넘겨받았을 때의 상태’를 증명할 자료를 모읍니다. ③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내용증명을 보내 원상복구의무의 범위에 대한 이의를 명확히 제기하고, ④그래도 합의가 안 되면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거나, 수원 지역 상가라면 수원지방법원에 보증금반환청구·명도소송 등으로 절차를 진행하게 됩니다.
본격적인 분쟁으로 번지기 전, 임차인 입장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아래 세 가지입니다.
임대차계약서에 원상복구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한 특약이 있는지, 있다면 ‘전 임차인 설치분’을 포함한다는 문구가 명시돼 있는지 확인합니다.
입주 당시 촬영한 사진, 부동산 중개 시 작성된 현황확인서 등 ‘넘겨받았을 때의 상태’를 증명할 자료를 확보합니다.
전 임차인으로부터 영업이나 시설을 양수한 계약이 있었다면, 그 계약에 시설·권리·의무 승계에 관한 조항이 있는지 다시 확인합니다.
이런 자료를 갖춰두면, 임대인이 근거 없이 철거 범위를 넓혀 요구할 때 협상에서도, 이후 법적 절차에서도 훨씬 유리한 위치에서 대응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임대차가 끝나갈 무렵 “원상복구”라는 말을 듣고도 정확한 범위를 따져보지 않고 임대인의 요구에 그대로 응하거나, 반대로 별일 아니라고 넘겼다가 보증금에서 예상치 못한 금액이 빠져나가는 것을 보고서야 대응에 나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다음 임차인을 받기 전에 건물을 깨끗한 상태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 이해되지만, 그 부담을 현재 임차인에게 전부 넘기는 것이 법적으로 항상 정당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임차인 입장에서도 “전 임차인 것이니 나와는 무관하다”고만 생각하고 계약서의 특약이나 영업 양수 경위를 확인하지 않으면, 뒤늦게 철거 책임을 인정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원상복구 범위를 둘러싼 분쟁에서 시설물 철거를 요구받은 임차인 쪽과, 반대로 임차인에게 원상복구를 요구하는 임대인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결국 계약서의 문구와 입주 당시 상태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입증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갈리는 것을 여러 번 확인했습니다.
원상복구의 범위가 애매하게 느껴진다면, 보증금에서 돈이 빠져나가기 전에 확인해야 할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임대인이 전 임차인이 설치한 파티션까지 철거하라고 하는데, 계약서에는 그냥 ‘원상복구’라고만 적혀 있습니다. 철거해야 하나요?
A. 원칙적으로는 철거하지 않아도 됩니다. 대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임차인은 자신이 임차했을 때의 상태로 반환하면 되고, 종전 임차인이 설치한 부분까지 원상회복할 의무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Q. 권리금을 주고 들어왔는데, 그것만으로 전 임차인의 원상복구의무까지 제가 지게 되나요?
A. 권리금 지급 사실만으로는 원상회복의무 승계가 인정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영업 자체를 양수해 시설·거래관계를 통째로 이어받은 경우라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임대인이 이미 보증금에서 철거 비용을 공제하고 나머지만 돌려줬습니다. 되돌려 받을 수 있나요?
A. 전 임차인이 설치한 시설물에 대한 것이라면, 원칙적으로 근거 없는 공제이므로 보증금반환청구소송을 통해 그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Q. 계약서에 ‘원상복구’라는 문구만 있고 범위가 안 적혀 있는데, 그것만으로 전 임차인 시설까지 포함되나요?
A. 그렇게 넓게 해석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원상복구의 범위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은 특약은 전 임차인 설치분까지 포함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Q. 임대인 요구에 못 이겨 이미 제 돈으로 전 임차인 시설을 철거했습니다. 나중에라도 비용을 돌려받을 방법이 있나요?
A. 임대인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철거 당시 사진, 지출 영수증 등 철거 사실과 비용을 증명할 자료를 미리 확보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제가 들어올 때부터 있던 시설인지, 제가 나중에 새로 설치한 것인지 다투는 경우도 있나요?
A. 네, 실제 분쟁에서 가장 많이 다투는 지점입니다. 입주 당시 사진이나 중개사의 현황확인서가 없으면 입증이 어려워지므로, 입주 시점에 상태를 기록해두는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