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조종 혐의로 수사를 받는 이들이 가장 먼저 걱정하는 것은 징역형과 벌금이지만, 실제로 재산에 더 크게 타격을 주는 것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몰수·추징입니다. 자본시장법은 시세조종으로 챙긴 이익뿐 아니라, 유형에 따라서는 그 행위에 쏟아부은 자금 자체까지 몰수 대상으로 삼습니다. 결과적으로 손해를 봤든 이익을 봤든 상관없이, 매매에 투입한 원금이 통째로 사라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글에서는 자본시장법상 몰수·추징이 정확히 어떤 재산을 어디까지 겨냥하는지, 왜 죄명에 따라 그 범위가 달라지는지, 그리고 실무에서 이를 어떻게 다툴 수 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시세조종, 벌금형과 별개로 몰수·추징까지 따라온다
자본시장법 제443조는 시세조종·부정거래 등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이나 회피한 손실액의 4배 이상 6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을 규정하고, 그 이익이 5억원 이상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중합니다. 여기까지는 형사처벌의 문제이고, 많은 피의자·피고인이 재판 결과를 걱정할 때 이 형량 구간에만 신경을 씁니다.
그런데 자본시장법 제447조의2는 이와 완전히 별개로 몰수·추징이라는 부수처분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몰수는 재산 자체를 국가에 귀속시키는 것이고, 몰수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면(이미 소비했거나 처분한 경우 등) 그 가액만큼을 추징으로 대신 걷어갑니다. 문제는 이 몰수·추징의 대상이 단순히 "시세조종으로 번 돈"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시세조종의 유형에 따라서는 애초에 그 행위에 쏟아부은 매매자금 원금 자체가 몰수 대상이 되기 때문에, 벌금보다 몰수·추징 규모가 훨씬 크게 나오는 사건이 드물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 다루려는 핵심은 바로 이 지점입니다. 몰수·추징을 하나의 뭉뚱그려진 개념으로 알고 있으면 실제 사건에서 자신이 얼마를 빼앗길 수 있는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조문이 이익과 동원자금을 명확히 구분해서 규정하고 있고, 그 구분에 따라 방어 전략도 완전히 달라진다는 점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몰수·추징의 두 갈래 — "취득한 재산"과 "제공한 재산"은 다르다
제447조의2 제1항은 제443조 제1항 각 호(제10호 제외)에 해당하는 자가 "해당 행위를 하여 취득한 재산"을 몰수하고, 몰수할 수 없으면 그 가액을 추징하도록 정합니다. 이건 결과적으로 챙긴 이익, 즉 부당이득 자체를 겨냥한 규정입니다. 미공개중요정보 이용이든 시세조종이든 부정거래든, 불공정거래 유형을 가리지 않고 적용되는 일반 조항입니다.
반면 같은 조 제2항은 제443조 제1항 제4호부터 제7호까지에 해당하는 자가 "해당 행위를 위하여 제공하였거나 제공하려 한 재산"도 몰수하고, 불가능하면 추징하도록 정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제공한 재산"이 바로 시세조종 행위 자체에 투입한 매매자금, 즉 종잣돈입니다. 이익이 얼마 남았는지와 무관하게, 그 행위를 하기 위해 쓴 돈 자체가 몰수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이 필요적 몰수 구조는 형법의 일반 원칙과 비교하면 그 무게가 더 뚜렷해집니다. 형법 제48조 제1항은 범죄행위에 제공하였거나 제공하려 한 물건을 "몰수할 수 있다"고 정해 법원의 재량에 맡기는 임의적 몰수입니다. 그러나 자본시장법 제447조의2는 "몰수하며"라고 규정해 법원에 재량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 필요적 몰수로 만들어 놨습니다. 실제로 이 조항은 2021년 개정을 거치며 임의적 판단 체계에서 필요적 몰수 체계로 바뀌었는데, 그전까지는 법원이 범죄의 경중과 부당이득 규모 등을 따져 재량으로 몰수 여부를 정하다 보니 사건마다 처분이 들쭉날쭉하다는 문제의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447조의2 제1항은 "취득한 재산"(이익)을, 제2항은 "제공하였거나 제공하려 한 재산"(동원자금)을 각각 몰수·추징 대상으로 삼는다 — 이익이 남았는지와 무관하게 종잣돈 자체가 필요적으로 몰수될 수 있다.
어떤 시세조종이 "동원자금까지" 몰수 대상인가
제447조의2 제2항이 적용되는 제443조 제1항 제4호부터 제7호까지는 모두 제176조(시세조종행위 등의 금지) 위반입니다. 4호는 176조 1항 위반으로 통정매매·가장매매 등 위장거래형 시세조종, 5호는 176조 2항 위반으로 매매유인 목적의 현실거래형 시세조종(허수주문·물량몰기 등으로 시세를 변동시키는 행위), 6호는 176조 3항 위반으로 시세고정·안정조작, 7호는 176조 4항 위반으로 파생상품과 기초자산을 엮어 시세를 왜곡하는 연계시세조종을 가리킵니다. 이 네 가지 유형에 해당하면 이익뿐 아니라 매매에 투입한 자금 자체까지 몰수·추징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실무에서 자주 간과되는 지점이 나옵니다. 같은 불공정거래라도 제443조 제1항 제8호·제9호(제178조의 부정거래행위, 풍문 유포·위계·폭행·협박)나 미공개중요정보 이용(제1호부터 제3호까지)은 제447조의2 제2항의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이 유형들은 제1항의 "취득한 이익"만 몰수·추징 대상이 됩니다. 즉 같은 불공정거래 사건이라도 어떤 죄명으로 기소되느냐에 따라 몰수·추징의 범위 자체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시세조종(176조)으로 기소되면 원금까지 위험해지지만, 부정거래(178조)나 미공개정보 이용으로만 기소되면 이익 상당액을 넘는 몰수까지는 이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실제 수사 초기 단계에서 어떤 죄명이 적용될지가 아직 유동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시세조종과 부정거래가 같은 사건에서 경합적으로 검토되는 경우, 최종적으로 176조 위반(4~7호)으로 기소되는지 178조 위반(8~9호)으로만 기소되는지에 따라 몰수·추징 규모가 몇 배씩 차이 날 수 있습니다. 변호인 입장에서는 수사 초기부터 이 죄명 구성 자체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제공하였거나 제공하려 한 재산" — 실무에서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리키나
조문의 "제공하였거나 제공하려 한 재산"은 실무적으로 시세조종 행위 자체에 투입된 매매자금 원금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종목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차명계좌 여러 개에 자금을 분산 입금하고 반복적으로 매수 주문을 넣었다면, 그렇게 매수에 투입된 자금 전체가 "제공하려 한 재산"에 해당할 여지가 큽니다. 시세조종이 성공해 차익을 실현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그 행위 자체에 쓰인 돈이라는 사실관계만 확인되면 몰수·추징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자금의 출처나 명의도 절대적인 기준이 되지 못합니다. 차입금으로 조달했든, 지인이나 직원 명의 계좌를 빌려 썼든, 실제로 시세조종행위에 투입된 자금이라면 대상에서 당연히 제외되지 않는다는 것이 실무의 경향입니다. 형법상 몰수는 원칙적으로 범인 소유의 물건을 전제로 하지만, 여러 사람이 역할을 나눠 자금을 대고 계좌를 빌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시세조종 사건에서는 누구 명의의 자금인지보다 실제로 그 행위에 쓰였는지가 더 중요하게 취급됩니다.
또 하나 놓치기 쉬운 부분은, 시세조종이 결과적으로 손해로 끝난 경우입니다. 주가를 끌어올리려 자금을 투입했는데 오히려 시세가 예상대로 움직이지 않아 손실을 봤다면, 제1항의 "취득한 이익"은 없거나 마이너스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2항은 이익의 존부와 무관하게 "제공하였거나 제공하려 한 재산"을 몰수 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손해를 본 사건에서도 투입한 원금 자체가 몰수·추징될 수 있습니다. 이익 산정 결과만 보고 몰수·추징 위험이 없다고 안심하는 것은 위험한 판단입니다.
매매에 실제로 투입된 매수대금 전액 — 차익 여부와 무관하게 대상.
차명계좌·차입금으로 조달한 자금 — 명의가 다르다는 사정만으로 제외되지 않음.
결과적으로 손실을 본 경우 — 이익은 없어도 투입 원금 자체가 대상이 될 수 있음.
반복매매로 같은 자금을 여러 차례 재사용한 경우 — 실제 투입 원금 기준인지 순매수액 기준인지가 다툼의 대상.
부당이득액 산정과 혼동하면 안 되는 이유 — 인과관계 다툼의 여지
제1항의 "취득한 재산"(이익) 산정에는 인과관계 문제가 강하게 개입합니다. 법원은 위반행위와 주가 변동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만 부당이득을 산정해야 하고, 그 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은 검사가 부담한다고 보는 것이 실무의 태도입니다. 시세조종 기간 중 주가가 올랐다고 해서 그 상승분 전부를 곧바로 부당이득으로 계산할 수는 없고, 시장 전반의 흐름이나 다른 재료의 영향을 걸러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실제로 이 인과관계를 다퉈 부당이득액 산정 부분에서 일부 무죄를 받아내고 몰수·추징 규모를 크게 줄인 사례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논리를 제2항의 동원자금 몰수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제2항은 "얼마나 벌었는가"가 아니라 "그 행위에 무엇을 썼는가"를 묻는 조항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시세조종 행위에 실제로 자금이 투입됐다는 사실관계만 확인되면 성립하므로, 주가 상승과의 인과관계를 따지는 방어 논리가 설 자리가 상대적으로 좁습니다. 그래서 변호 전략의 무게중심은 "이 돈이 정말 시세조종 행위 자체에 쓰였는지, 아니면 같은 계좌에서 이뤄진 정상적인 별개의 매매에 쓰인 것인지"를 다투는 쪽으로 옮겨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계좌별 매매내역, 자금 이체 경위, 매매 시점과 검찰이 지목하는 시세조종 국면 사이의 대응관계를 세밀하게 정리해 두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여러 계좌를 오가며 자금이 순환된 사건일수록 검찰이 산정한 "제공한 재산"의 범위가 실제보다 넓게 잡혀 있을 가능성이 있고, 이 부분을 특정해 다투는 것이 몰수·추징액을 실질적으로 줄이는 방법입니다.
수사 단계부터 재산이 묶인다 — 몰수보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가 포착되면 수사기관은 재판 확정 전에 재산이 처분되어 몰수·추징이 무력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법원에 몰수보전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몰수보전이 인용되면 기소되기 전이라도 해당 계좌의 예금이나 부동산 등 재산의 처분이 제한됩니다.
실무적으로는 압수수색과 함께 계좌 동결이 먼저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정작 재판에서 몰수·추징의 범위를 다퉈볼 기회를 갖기도 전에 자금이 묶여 생활이나 사업 운영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흔하게 벌어집니다. 몰수보전명령에 대해서는 불복 절차가 마련돼 있어, 보전된 재산의 범위가 실제 혐의사실에 비해 지나치게 넓게 잡혔다고 판단되면 그 범위 자체를 다투는 것도 초기 대응의 한 축이 됩니다. 수사 단계에서부터 어떤 계좌, 어떤 자금이 보전 대상으로 지목됐는지 정확히 파악해 두는 것이 이후 재판에서의 방어와도 이어집니다.
몰수·추징 범위를 좁히는 실무 방어 포인트
가장 먼저 검토할 것은 시세조종의 성립요건 자체를 다투는 것입니다. 176조 각 항은 "매매를 유인할 목적", "그릇된 판단을 하게 할 목적", "시세를 고정·안정시킬 목적" 같은 주관적 목적 요건을 명시하고 있어, 매매 행위는 있었더라도 이런 목적이 있었는지를 다투는 것이 1차 방어선이 됩니다. 목적 요건이 부정되면 176조 위반 자체가 성립하지 않아 제447조의2 제2항의 동원자금 몰수 문제도 함께 해소됩니다.
성립 자체를 다투기 어려운 사안이라면, 몰수·추징의 범위를 좁히는 방향으로 방어의 무게중심을 옮겨야 합니다. 검찰이 산정한 "제공한 재산"에 시세조종행위와 무관한 정상적 매매자금이나 이미 상대방에게 귀속돼 회수 불가능한 부분이 섞여 있지 않은지 계좌별로 특정해 다투는 작업이 핵심입니다. 아울러 제1항의 이익 몰수와 제2항의 동원자금 몰수가 같은 거래를 놓고 중복 계산되어 사실상 같은 돈이 두 번 몰수되는 결과가 되지는 않는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시세조종으로 이익을 못 봤어도 몰수·추징 대상이 되나요?
A. 네, 자본시장법 제447조의2 제2항은 "제공하였거나 제공하려 한 재산"을 몰수 대상으로 하므로, 결과적으로 손해를 봤더라도 시세조종행위(176조 1항부터 4항까지)에 실제 투입된 자금이라면 몰수·추징될 수 있습니다. 다만 미공개정보 이용이나 부정거래(178조 위반)는 제1항의 취득이익만 대상이 됩니다.
Q. 차명계좌로 자금을 마련했다면 몰수를 피할 수 있나요?
A. 명의만 다르다는 사정으로 몰수 대상에서 당연히 제외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실무의 경향입니다. 실제로 시세조종행위에 쓰인 자금인지가 기준이지, 계좌 명의자가 누구인지가 절대적 기준이 되지는 않습니다.
Q. 몰수·추징과 벌금은 별개로 다 부담해야 하나요?
A. 네, 벌금은 형벌이고 몰수·추징은 부수처분으로 성격이 다릅니다. 자본시장법 위반이 인정되면 4배에서 6배에 상당하는 벌금이나 가중된 징역형과 별도로 몰수·추징이 함께 선고될 수 있어 재산상 부담이 이중으로 커질 수 있습니다.
Q. 수사 단계에서 계좌가 동결됐는데 언제까지 묶여 있나요?
A. 몰수보전이 인용되면 통상 재판이 확정될 때까지 해당 재산의 처분이 제한됩니다. 보전 범위가 혐의사실에 비해 과도하다고 판단되면 그 범위를 다투는 불복절차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Q. 부당이득액과 동원자금 몰수액이 각각 계산되면 이중으로 몰수되는 것 아닌가요?
A. 이익 몰수(제1항)와 동원자금 몰수(제2항)는 근거 조항이 다르지만, 같은 거래를 놓고 실질적으로 중복 계산되지 않도록 산정 과정에서 이를 따져 다툴 필요가 있습니다.
Q. 시세조종 혐의를 받으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해야 하나요?
A. 계좌별 매매내역과 자금 이동 경위를 스스로 먼저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떤 자금이 실제 시세조종행위에 투입됐는지, 정상적인 별개의 매매에 쓰인 것인지를 구분해 두면 이후 몰수·추징 범위를 다투는 데 결정적인 자료가 됩니다.
맺음말
시세조종 사건에서 몰수·추징은 벌금·징역형과는 별개로 작동하는 재산상 제재입니다. 특히 통정매매·가장매매·현실거래형 시세조종·시세고정안정·연계시세조종처럼 제176조가 정한 유형에 해당하면, 결과적으로 번 돈이 없더라도 그 행위에 쏟아부은 자금 원금 자체가 필요적으로 몰수·추징될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합니다. 같은 불공정거래라도 어떤 죄명으로 구성되는지에 따라 몰수·추징의 범위가 크게 달라지므로, 수사 초기 단계에서부터 죄명 구성과 계좌별 자금 흐름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몰수보전으로 계좌가 먼저 묶이는 경우가 많아 실제 방어 기회를 갖기도 전에 자금이 동결되는 경우가 흔한 만큼, 수원지검을 비롯한 수사기관의 초기 대응 단계부터 보전 범위와 자금의 실제 용도를 정리해 대응하는 것이 이후 재판 결과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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