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명부 열람·등사 가처분, 명의개서대리인 아닌 회사를 상대로 신청해야 하는 이유
주주명부 열람·등사 가처분, 명의개서대리인 아닌 회사를 상대로 신청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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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명부 열람·등사 가처분, 명의개서대리인 아닌 회사를 상대로 신청해야 하는 이유 

강대현 변호사

경영권 분쟁이나 위임장 대결이 시작되면 주주 쪽에서 가장 먼저 필요로 하는 것이 주주명부입니다. 누가 얼마나 지분을 갖고 있는지 알아야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준비하든, 우호 주주를 설득하든 다음 수를 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회사가 열람·등사를 거부하면 다급한 마음에 실제로 문서를 보관하고 있는 명의개서대리인을 상대로 가처분을 신청했다가, 정작 그 신청 자체가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각하되는 사례가 드물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이 문제를 2023년 결정으로 명확히 정리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왜 주주명부 열람·등사 가처분의 상대방이 반드시 회사여야 하는지, 명의개서대리인을 잘못 상대방으로 삼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주주명부 열람·등사청구권이란 — 상법 제396조가 주는 단독주주권

상법 제396조는 이사에게 회사의 정관과 주주총회 의사록을 본점과 지점에, 주주명부와 사채원부를 본점에 비치할 의무를 지우면서(제1항), 주주와 회사채권자는 영업시간 내에 언제든지 이 서류들의 열람 또는 등사를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제2항). 여기서 눈여겨볼 부분은 이 권리에 지분율 제한이 없다는 점입니다. 단 1주만 가진 주주라도 회사를 상대로 주주명부 열람·등사를 청구할 수 있는 단독주주권입니다. 회사의 경영 상황을 감독하고 자신의 지위를 지키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접근권이기 때문에, 지분 규모와 상관없이 인정되는 것입니다.

이 권리가 실제로 절실해지는 국면은 대개 정해져 있습니다.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준비하며 소집통지 대상을 확정해야 할 때, 위임장 대결을 앞두고 우호·적대 지분의 분포를 파악해야 할 때, 혹은 회사의 경영 상황에 의문을 품고 다른 주주들과 연대를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이런 국면에서는 회사가 협조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고, 결국 소송이 아니라 신속한 가처분으로 열람·등사를 강제해야 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문제는 이 가처분을 누구를 상대로 신청해야 실효성이 있느냐입니다.

상법 제396조 제2항은 지분율 제한 없이 주주라면 누구나 회사를 상대로 열람·등사를 청구할 수 있는 단독주주권을 규정한다.

명의개서대리인은 왜 상대방이 될 수 없나 — 이행보조자에 불과한 지위

주식이 대량·집단으로 거래되면 회사가 직접 명의개서 사무를 처리하기 번거로워집니다. 그래서 상법 제337조 제2항은 회사가 정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명의개서 업무를 대행하는 명의개서대리인을 둘 수 있도록 하고, 명의개서대리인이 취득자의 성명·주소를 주주명부 복본에 기재하면 회사가 직접 명의개서한 것과 같은 효력을 인정합니다. 실무에서는 한국예탁결제원이나 시중은행의 증권대행 부서가 이 업무를 맡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명의개서대리인이 하는 일은 어디까지나 회사와의 계약에 따른 사무 대행입니다. 회사의 이행보조자 또는 수임인 지위에서 명의개서와 주주명부 작성·관리를 수행하고, 계약 내용에 따라 총회 소집통지나 배당금 지급 같은 부수 업무도 처리하지만, 열람·등사 청구를 허용할지 스스로 결정할 권한은 없습니다. 실제로 예탁결제원 등에 열람을 요청하면 담당자가 "회사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며 스스로 판단하지 않고 회사의 지시를 기다리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는 판례가 정리한 법적 지위와 정확히 일치하는 실무 관행입니다.

  • 명의개서 — 주식 취득자의 성명·주소를 주주명부(복본)에 기재하는 사무 처리.

  • 주주명부 작성·관리 — 회사 본점 비치분과 별도로 명의개서대리인 영업소에 복본을 비치.

  • 부수 업무 — 계약 내용에 따라 총회 소집통지, 배당금·이자 지급 등도 대행 가능.

  • 독자적 판단권 — 열람·등사를 허용할지 말지는 회사(이사)가 결정, 명의개서대리인은 결정권 없음.

명의개서대리인은 회사의 이행보조자·수임인에 불과해 열람·등사를 허용할지 스스로 결정할 권한이 없다.

대법원 2022마6500 결정 — "회사를 채무자로 하여 신청할 수 있을 뿐"

이 쟁점을 정면으로 다룬 사건이 대법원 2023. 5. 23.자 2022마6500 결정입니다. 주주들이 회사와 명의개서대리인인 한국예탁결제원을 함께 채무자로 하여 주주명부 열람·등사 가처분을 신청했는데, 1심과 원심(대구고등법원)은 회사에 대한 신청은 받아들이면서도 명의개서대리인에 대한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재항고를 기각하며 이 결론을 그대로 확정했습니다.

대법원이 밝힌 논리는 두 갈래입니다. 첫째, 상법이 이사회 의사록(제391조의3), 재무제표(제448조), 회계장부(제466조) 등 각종 서류에 대해 주주에게 열람·등사 청구권을 부여한 취지와 체계, 제396조 문언, 명의개서대리인의 지위를 종합하면 주주는 회사를 상대로만 제396조 제2항에 따른 열람·등사를 청구할 수 있고, 명의개서대리인에게 직접 청구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둘째, 민사집행법 제300조 제2항이 정한 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에서는 신청인과 주장 자체로 저촉되는 지위에 있는 자를 상대방으로 삼아야 하는데, 열람·등사 허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이사를 기관으로 하는 회사이지 명의개서대리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주주는 회사를 채무자로 하여 회사 본점 또는 명의개서대리인의 영업소에 비치된 주주명부의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을 할 수 있을 뿐이고, 직접 명의개서대리인을 채무자로 하여 그 가처분을 신청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가처분 당사자적격의 법리 — "저촉되는 지위"란 무엇인가

민사집행법 제300조 제2항이 정하는 임시지위 가처분은 다툼 있는 권리관계에 대해 현저한 손해를 피하거나 급박한 위험을 막기 위해 잠정적으로 법률관계를 정하는 절차입니다. 대법원은 이런 가처분에서는 주장 자체로 다툼 있는 권리관계에 대해 정당한 이익이 있는 자가 신청할 수 있고, 그 경우 주장 자체로 신청인과 저촉되는 지위에 있는 자를 상대방으로 삼아야 한다는 법리를 오래전부터 유지해 왔습니다. 열람·등사 청구권이라는 권리관계에서 주주와 저촉되는 지위, 즉 그 청구를 들어줄지 말지를 실제로 결정하는 주체는 이사가 기관으로 있는 회사이지, 회사의 요청에 따라 사무만 처리하는 명의개서대리인이 아닙니다.

이 법리가 실무에서 중요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가처분은 본안소송보다 신속하게 잠정적 구제를 받기 위한 절차인데, 상대방을 잘못 지정하면 애초에 신청 자체가 부적법해 각하되고, 그 시간 동안 정작 필요한 구제는 하나도 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임시주주총회 소집기한이나 위임장 대결 일정처럼 시급성이 생명인 상황에서 각하로 몇 주를 허비하면, 가처분 인용 결정을 받더라도 이미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시점이 되어버릴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흔한 실수 — 명의개서대리인만 상대로 신청하는 경우

이런 착오가 반복되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상장회사나 규모가 있는 비상장회사는 주주명부 원본이나 복본이 실제로 명의개서대리인의 영업소에 보관되어 있고, 열람·등사도 물리적으로 그곳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실제로 문서를 갖고 있는 쪽"을 상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법적 책임의 주체, 즉 열람·등사 허용 여부를 결정할 권한이 있는 주체와 문서를 물리적으로 보관하는 주체는 다를 수 있고, 가처분의 상대방은 전자를 기준으로 정해야 합니다.

  • 명의개서대리인만 단독으로 채무자로 지정해 신청하는 경우 — 부적법 각하.

  • 회사는 채무자에서 빼고 명의개서대리인 영업소에 비치된 주주명부만 특정해 신청하는 경우 — 실질은 명의개서대리인을 상대로 한 청구와 같아 각하.

  • 회사와 명의개서대리인을 공동채무자로 신청하는 경우 — 회사에 대한 부분만 인용되고 명의개서대리인에 대한 부분은 기각되는 것이 실무례(2022마6500 사건의 원심·1심 구조).

가처분이 각하되면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신청서를 작성하고 인지대·송달료를 다시 내고 심문 기일을 새로 잡아야 합니다. 경영권 분쟁처럼 시간이 곧 승패를 가르는 상황에서 이런 재신청 기간은 결코 가볍지 않은 손실입니다.

올바른 신청 방법 — 채무자와 신청취지를 어떻게 구성하나

가처분 신청 시 채무자는 회사로 특정해야 합니다. 다만 실제로 열람·등사가 이루어질 장소는 회사 본점일 수도 있고 명의개서대리인의 영업소일 수도 있으므로, 신청취지에는 "채무자는 채권자에게 회사 본점 및 명의개서대리인 영업소에 비치된 주주명부를 열람·등사하게 하라"는 식으로 비치 장소까지 포함해 특정하되 채무자는 회사 하나로 고정하는 것이 대법원이 제시한 결론에 부합합니다.

소명자료로는 먼저 주주 지위를 뒷받침하는 자료(주식보유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증권계좌 잔고증명이나 명의개서 확인서 등)를 준비하고, 회사에 열람·등사를 청구했으나 거부당했다는 사실(내용증명이나 이메일 등 청구·거부 기록)을 소명해야 합니다. 여기에 임시주주총회 소집 기한이 임박했다거나 위임장 대결 일정이 정해져 있다는 등 보전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사정을 함께 제시하면 심문 절차에서 신속한 판단을 받는 데 도움이 됩니다.

채무자는 회사로 고정하되, 신청취지에는 회사 본점과 명의개서대리인 영업소에 비치된 주주명부를 모두 포함해 특정하는 것이 안전하다.

회사가 열람·등사를 거부할 수 있는 경우는 — 회계장부열람권과의 차이

상법에는 주주명부 외에도 열람·등사청구권이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데, 요건이 저마다 다릅니다. 대표적으로 제466조의 회계장부열람권은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3 이상을 가진 주주만 청구할 수 있고, 그것도 "이유를 붙인 서면"으로 청구해야 하며, 회사는 그 청구가 부당하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하면 거부할 수 없다고 정합니다. 반면 제396조의 주주명부 열람·등사청구권에는 이런 지분율 요건도, "이유를 붙인 서면" 요건도 없습니다. 조문은 그저 "영업시간 내에 언제든지" 청구할 수 있다고만 정하고 있어, 회계장부열람권보다 훨씬 폭넓게 인정되는 권리입니다.

그렇다고 이 권리에 아무런 한계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지분율이나 서면 요건이 없다는 것은 회사가 손쉽게 거부할 명문상 근거도 없다는 의미이지, 어떤 목적으로 청구하든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까지는 아닙니다. 다만 제466조와 달리 제396조에는 회사가 "부당한 목적"을 증명해 거부할 수 있다는 명문 규정 자체가 없으므로, 실무상 회사가 열람·등사를 거부하려면 그만큼 더 무거운 사정을 들어야 합니다.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면 상법 제635조 제1항 제4호에 따라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주주명부 열람·등사를 청구하는 데 지분율 제한이 있나요?

A. 상법 제396조에 따른 주주명부 열람·등사청구권은 지분율 요건이 없는 단독주주권으로, 1주만 가진 주주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발행주식 총수의 3% 이상을 요구하는 회계장부열람권(제466조)과는 요건이 다릅니다.

Q. 명의개서대리인에게 직접 열람을 요청했다가 거부당했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명의개서대리인을 상대로 가처분을 신청해도 대법원 판례상 부적법해 각하되므로, 회사를 채무자로 하여 다시 신청해야 합니다. 신청취지에 명의개서대리인 영업소에 비치된 주주명부까지 포함해 특정하면 됩니다.

Q. 회사와 명의개서대리인을 함께 채무자로 신청하면 안 되나요?

A. 공동으로 신청해도 명의개서대리인에 대한 부분은 기각되는 것이 실무례이므로, 처음부터 회사만을 채무자로 특정해 신청하는 편이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습니다.

Q. 회사가 계속 거부하면 가처분 외에 다른 방법은 없나요?

A. 정당한 사유 없이 열람·등사를 거부하면 이사 등은 상법 제635조 제1항 제4호에 따라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실효성 있는 강제 방법은 여전히 열람·등사를 명하는 가처분이나 본안소송입니다.

Q. 상장회사도 같은 법리가 적용되나요?

A. 네, 상장회사 역시 명의개서대리인(주로 한국예탁결제원이나 시중은행 증권대행부서)을 두고 있을 뿐 상법 제396조의 적용 자체가 달라지지 않으므로, 회사를 채무자로 해야 한다는 법리가 그대로 적용됩니다.

Q. 보전의 필요성은 어떤 사정으로 소명하면 되나요?

A. 임시주주총회 소집기한이 임박했거나 위임장 대결 일정이 정해져 있는 등 지금 열람·등사를 받지 못하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나 급박한 위험이 있다는 사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맺음말

주주명부 열람·등사청구권은 지분율에 상관없이 누구나 회사를 상대로 행사할 수 있는 강력한 권리이지만, 가처분으로 이를 신속하게 강제하려 할 때는 상대방을 정확히 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대법원 2022마6500 결정이 확인한 대로, 명의개서대리인은 회사의 이행보조자에 불과해 가처분의 상대방이 될 수 없고, 채무자는 언제나 회사여야 합니다.

경영권 분쟁이나 위임장 대결처럼 시간이 곧 결과를 좌우하는 상황에서는 신청 단계에서의 사소한 실수가 각하로 이어져 정작 필요한 시점에 아무런 구제도 받지 못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채무자 특정과 신청취지 작성, 보전의 필요성 소명까지 처음부터 정확하게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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