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공자로 등록돼 보상을 받아오던 중 형사사건에 휘말려 실형이 확정되면, 그동안 받아온 보상 전부가 끊길 수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가유공자 본인뿐 아니라 그 유족이나 가족이 범죄를 저질러도 같은 결과가 생길 수 있어, 형사사건 하나가 온 가족의 생계와 직결된 보상 문제로 번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배제가 영구적인지, 시간이 지나면 다시 등록할 길이 있는지는 정작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국가유공자법이 정한 적용 배제 사유와 재등록 요건을 구체적으로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국가유공자 적용 배제란 — 보상 전면 중단의 근거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국가유공자법) 제79조는 이미 국가유공자로 등록돼 있거나 앞으로 등록될 사람이 일정한 범죄로 유죄가 확정되면, 국가보훈부장관이 그 사람을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국가유공자법은 물론 다른 법률에 따라 받을 수 있는 모든 보상을 하지 않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보상은 단순히 매달 지급되는 보훈급여금에 그치지 않습니다. 교육지원, 취업지원, 의료지원, 대부지원 등 국가유공자법과 관련 법률이 정한 예우와 혜택 전반이 함께 끊깁니다.
이 조항이 무겁게 다가오는 이유는 배제가 일시적인 지급 정지가 아니라 적용 대상 자체에서 제외하는 조치이기 때문입니다. 국가유공자법 제78조가 정한 '보상의 정지'는 품위손상행위 등을 이유로 최장 3년의 범위에서 보상 일부를 정지하는 데 그치지만, 제79조의 적용 배제는 기간을 정하지 않고 원칙적으로 등록 자체를 무효로 돌리는 더 강한 조치입니다. 그만큼 어떤 범죄가, 어떤 형량으로 확정되어야 이 조항이 작동하는지를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국가유공자법 제79조의 적용 배제는 일정 기간 보상을 멈추는 정지 조치가 아니라, 등록 대상 자체에서 제외해 향후 모든 보상을 차단하는 조치다.
1년 이상 실형이 기준 — 어떤 범죄가 배제 사유가 되나
국가유공자법 제79조제1항이 정한 배제 사유는 죄명에 따라 요구되는 형량이 다릅니다. 국가보안법 위반이나 형법 제87조부터 제90조까지·제92조부터 제101조까지·제103조(내란·외환·이적 관련 범죄)를 위반해 금고 이상의 실형이 확정된 경우는 형량과 무관하게 곧바로 배제 사유가 됩니다. 이와 별도로 제1항제3호는 살인·강도·강간·강제추행 등 성범죄, 상습절도·상습장물, 사기·공갈의 상습범과 그 미수죄, 방화죄 등을 열거하면서 금고 1년 이상의 실형이 확정된 경우를 배제 사유로 규정합니다. 국가유공자가 공무원 신분으로 재직하며 직무와 관련해 뇌물죄 등을 저질러 금고 1년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제4호)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서 실무상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이 '실형'이라는 요건입니다. 같은 죄명으로 유죄가 확정되더라도 그 형이 집행유예이거나 벌금형이라면 제79조의 배제 사유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예컨대 상습사기죄로 기소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된 경우는 배제 대상이 아니지만, 같은 죄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이 확정돼 교정시설에 수용된 경우는 배제 대상이 됩니다. 반대로 아무리 죄질이 가벼워 보여도 국가보안법 위반이나 내란·외환 관련 범죄는 형량 하한 없이 금고 이상 실형만 확정되면 배제된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야 합니다.
국가보안법 위반, 금고 이상 실형 확정 — 형량 하한 없이 즉시 배제 사유(제1호)
형법상 내란·외환·이적 관련 범죄, 금고 이상 실형 확정 — 형량 하한 없이 즉시 배제 사유(제2호)
살인·강도·성범죄·상습사기·상습횡령 등, 금고 1년 이상 실형 확정 — 배제 사유(제3호)
재직 중 직무 관련 뇌물죄 등, 금고 1년 이상 형 확정 — 배제 사유(제4호)
유족·가족이 범죄를 저지른 경우 — 배제는 그 사람에게만 미친다
국가유공자법 제79조제2항은 국가유공자 본인이 아니라 그 유족이나 가족이 제1항 각 호의 범죄로 실형이 확정된 경우에도 같은 법리를 적용합니다. 다만 이 조항이 배제하는 것은 범죄를 저지른 그 사람이 받을 수 있는 보상이지, 같은 가족 구성원 전체의 보상이 아닙니다. 예컨대 전몰군경의 유족으로 등록된 자녀 여러 명 중 한 명이 강도상해죄로 실형이 확정되었다면, 배제되는 것은 그 자녀 개인이 받아오던 보상이고 나머지 형제자매나 배우자가 받는 보상까지 함께 끊기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국가유공자 유족·가족 등록은 개인 단위로 지원 내용이 배정되는 경우가 많아, 정작 실형을 선고받은 당사자에게 상당한 교육지원금이나 취업지원 혜택이 걸려 있었다면 그 개인이 입는 손실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형사사건이 진행 중인 유족이라면 실형이 확정될 경우 자신의 보상이 어떻게 되는지를 미리 파악해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재등록의 조건 — 형 집행이 끝난 날부터 3년
제79조제3항은 이렇게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사람이라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국가유공자로 등록될 길을 열어둡니다. 제1항제3호·제4호처럼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배제된 경우에는 그 형의 집행이 끝나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날부터 3년이 지나야 재등록 신청을 검토받을 수 있습니다. '집행이 끝난 날'은 통상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날을 뜻하고,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날'은 특별사면 등으로 잔형 집행이 면제된 시점을 뜻합니다. 상습적 품위손상행위(제5호)를 사유로 배제된 경우에는 이와 달리 배제된 날로부터 2년이 지나면 재등록을 검토받을 수 있어, 사유에 따라 기산점과 기간이 다르다는 점도 구분해야 합니다.
다만 3년이 지났다고 재등록이 저절로 이뤄지는 것은 아닙니다. 법 조문은 국가보훈부장관이 "그 뉘우친 정도가 현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등록신청을 받아 다시 적용 대상자로 결정할 수 있다고 정해, 재등록을 재량 판단의 영역으로 남겨두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제79조제4항은 이런 재등록 결정을 할 때 보훈심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못박고 있어, 3년이라는 기간은 신청 자격이 열리는 시점일 뿐 결과를 보장하는 기간이 아닙니다.
형 집행 종료 후 3년은 재등록 '신청이 가능해지는 시점'일 뿐이며, 실제 재등록 여부는 뉘우친 정도에 대한 보훈심사위원회의 심의·의결에 달려 있다.
절대 재등록이 안 되는 경우 — 내란·외환 관련 범죄
제79조제3항 단서는 재등록의 문이 아예 닫히는 예외를 하나 두고 있습니다. 제1항제2호, 즉 형법 제87조부터 제90조까지·제92조부터 제101조까지·제103조가 정한 내란·외환·이적 관련 범죄로 금고 이상 실형이 확정돼 배제된 사람은, 형 집행이 끝나고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재등록 대상자로 결정될 수 없습니다. 뉘우친 정도가 아무리 뚜렷해도 이 사유만큼은 법이 재량 판단의 여지 자체를 없애둔 것입니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지점은 같은 제1항이라도 국가보안법 위반(제1호)은 이 영구 배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금고 이상 실형이 확정돼 배제된 경우는 제3호·제4호 사유와 마찬가지로 형 집행 종료 후 3년이 지나면 재등록 신청 자격이 생깁니다. 죄명만 보고 '안보 관련 범죄니 영구 배제'라고 단정하면 실제 조문과 어긋난 결론에 이를 수 있으므로, 자신이 배제된 근거 조항이 제1호인지 제2호인지를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재등록 가능성을 판단하는 출발점입니다.
재등록 신청 절차 — 등록신청과 보훈심사위원회
재등록 신청은 새로 국가유공자가 되려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국가유공자법 제6조에 따른 등록신청 절차를 거칩니다. 국가보훈부장관은 신청을 받으면 요건을 확인한 뒤 국가유공자·유족·가족에 해당하는지를 결정하는데, 앞서 본 대로 제79조제3항에 따른 재등록 결정은 보훈심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법령이 재등록 신청 시 제출해야 할 서류를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지는 않지만, 심사위원회가 판단하는 핵심 쟁점이 '뉘우친 정도'인 이상 수형 생활 중의 태도, 출소 이후의 생활 상황, 피해 회복이나 사회봉사 등 반성의 실질을 뒷받침할 자료를 함께 준비하는 것이 심의에 도움이 됩니다.
신청 시점도 중요합니다. 형 집행 종료일로부터 3년이 되는 날 이전에 신청하면 요건 미비로 반려될 수 있으므로, 자신의 형 집행종료증명서나 가석방 관련 서류를 통해 정확한 기산일을 확인한 뒤 신청 시기를 잡아야 합니다.
실무 유의점 — 국가보훈부는 매년 범죄경력을 확인한다
국가유공자법 제79조제6항은 국가보훈부장관이 국가유공자·유족·가족이 배제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연 1회 이상 확인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국가보훈부장관은 관계 기관에 범죄경력자료나 교정시설 수용 정보를 요청할 수 있고(제5항·제6항), 요청받은 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이에 따라야 합니다(제7항). 즉 실형이 확정된 사실을 본인이 국가보훈부에 스스로 신고하지 않더라도, 정기 조회 과정에서 확인돼 배제 절차가 시작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형사사건이 실형으로 확정될 가능성이 있는 국가유공자나 그 가족이라면, 판결이 확정된 이후 언젠가 통보를 받고 나서야 배제 사실을 알게 되기보다는 확정 시점부터 재등록 기산일과 향후 절차를 미리 파악해두는 편이 유리합니다. 배제 처분 자체에 사실관계나 법 적용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면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있는 절차도 별도로 남아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집행유예를 받으면 국가유공자 적용 배제 대상인가요?
A. 아닙니다. 국가유공자법 제79조가 정한 배제 사유는 금고 이상의 '실형'이 확정된 경우만 해당하므로, 같은 죄명이라도 집행유예나 벌금형이 확정된 경우에는 이 조항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Q. 3년이 지나면 자동으로 재등록되나요?
A. 아닙니다. 형 집행 종료 후 3년 경과는 재등록 신청이 가능해지는 시점일 뿐이며, 국가보훈부장관이 뉘우친 정도가 현저하다고 인정하고 보훈심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실제로 재등록 결정이 이뤄집니다.
Q. 유족 중 한 명이 범죄로 배제되면 다른 가족의 보상도 끊기나요?
A. 아닙니다. 국가유공자법 제79조제2항은 배제 사유에 해당하는 그 유족·가족 개인이 받을 보상만 중단하도록 정하고 있어, 같은 가족의 다른 구성원이 받는 보상까지 함께 끊기지는 않습니다.
Q. 국가보안법 위반과 내란죄는 재등록 기준이 같나요?
A. 다릅니다. 형법상 내란·외환·이적 관련 범죄(제79조제1항제2호)로 배제된 경우는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재등록이 허용되지 않지만, 국가보안법 위반(제1호)은 다른 실형 확정 사유와 마찬가지로 집행 종료 후 3년이 지나면 재등록 신청의 문이 열립니다.
Q. 재등록 신청 시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요?
A. 법령이 정한 별도의 서류 목록은 없지만, 수형 중 태도와 출소 후 생활, 피해 회복 노력 등 뉘우친 정도를 뒷받침할 자료를 함께 제출하는 것이 보훈심사위원회 심의에 도움이 됩니다.
Q. 배제 여부를 국가보훈부가 어떻게 알게 되나요?
A. 국가보훈부장관은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가족이 배제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연 1회 이상 확인하도록 법에 정해져 있고, 이를 위해 범죄경력자료나 교정시설 수용 정보를 관계 기관에 요청할 수 있습니다.
맺음말
국가유공자 적용 배제는 형이 확정되는 순간 곧바로 모든 보상을 멈추게 하는 무거운 조치이지만, 그 안에도 죄명별로 다른 형량 기준과 재등록 가능성이 세밀하게 나뉘어 있습니다. 집행유예인지 실형인지, 배제 근거가 제1호인지 제2호인지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자신이 처한 상황을 조문에 정확히 대입해보는 작업이 먼저입니다.
형 집행이 끝난 뒤 3년이라는 기간도 재등록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신청의 문을 여는 시점일 뿐이므로, 그 사이 준비해야 할 자료와 심사위원회가 중시하는 판단 요소를 미리 정리해두는 쪽이 유리합니다. 수원과 경기남부 지역에서도 형사사건 확정 이후 국가유공자 관련 보상 문제로 문의하는 사례가 꾸준히 있는 만큼, 배제 통보를 받았거나 받을 가능성이 있다면 조문을 근거로 한 대응 방향부터 점검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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