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다세대주택이나 오피스텔처럼 벽 하나를 사이에 둔 주거 형태가 늘면서, 옆집에서 들려오는 소음 때문에 계약기간이 남았는데도 당장 이사를 나가고 싶다는 상담이 부쩍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임차인분들 중 상당수는 “이 정도로 시끄러운데 당연히 계약을 깨고 나갈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옆집 문제니까 집주인은 책임이 없다는 것도 이상하잖아요”라는 생각으로 임대인에게 일방적으로 해지를 통보하고 짐부터 뺀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임대인이 “계약대로 잔여 차임을 지급하라”거나 “원상회복 전까지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고 나오면, 소음이 괴로웠다는 사정만으로는 해지의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해 곤란해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법원은 임대인의 책임이 인정되는 경계를 ‘임차인이 손쉽게 감수할 수 있는 사소한 장해’와 ‘계약 목적대로 사용·수익할 수 없는 정도의 장해’로 뚜렷이 나누어 판단하고 있고, 옆집 소음처럼 제3자의 행위에서 비롯된 문제일수록 이 경계를 더 엄격하게 적용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아래에서는 옆집 소음을 이유로 임대차 계약을 중도 해지할 수 있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그리고 해지가 어려울 때 검토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옆집 소음이 괴로워도 곧바로 임대인 책임이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임대인의 해지 책임은 소음 그 자체가 아니라 임대인의 의무 위반 여부로 판단됩니다.
민법 제623조는 임대인이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하고 계약존속 중 그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민법 제627조는 임차인의 과실 없이 목적물의 일부를 사용·수익할 수 없게 된 경우 차임감액을 청구할 수 있고, 잔존 부분만으로는 임대차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옆집 소음은 임대인이 직접 만들어내는 장해가 아니라, 이웃 세대 거주자의 생활 행위에서 비롯된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임대인에게 해지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소음 자체가 아니라, ‘임대인이 그 장해를 제거하거나 완화할 의무를 지는지’부터 따져야 합니다.
실제로 위층 세대의 소음을 이유로 임대인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보증금 반환을 청구했던 사건에서, 법원은 임차인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임대인에게는 임대차 존속기간 중 목적물을 임차인의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로 유지시킬 적극적 의무와 임차목적물의 파손이나 기타 장해가 발생하여 임차인이 임차목적물을 사용·수익하지 못할 경우 이를 수선할 의무가 있다. 다만 층간소음과 같은 외부적 요인과 관련된 장해는 임차목적물의 성능과 관련된 것이므로 관련 법령에서 정한 기준을 기준으로 사용·수익의 장해 여부나 수선 필요성을 판단하여야 한다(서울북부지방법원 2024. 5. 21. 선고 2023가단124967 판결).
이 사건에서 법원은 층간소음 관련 법령이 정한 기준이 공동주택을 짓는 사업주체나 입주자 사이에 지켜야 할 행위기준일 뿐, 공동주택을 소유한 임대인에게 곧바로 부과되는 의무는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이 법리는 위층뿐 아니라 벽을 사이에 둔 옆집, 즉 벽간소음 문제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옆집 소음이 아무리 괴로워도, 그 자체만으로 임대인의 의무 위반이 자동으로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2. 소음이 기준을 넘었다는 사실은 임차인이 직접 입증해야 합니다
감으로 괴롭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고, 객관적 측정 자료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공동주택관리법 제20조 제1항은 뛰거나 걷는 동작에서 발생하는 소음뿐 아니라 벽간소음 등 인접한 세대 간의 소음(대각선에 위치한 세대 간의 소음 포함)도 층간소음의 범위에 명시적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즉 위층이 아니라 옆집이라 하더라도 층간소음에 관한 법령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국토교통부·기후에너지환경부령인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와 기준에 관한 규칙’은 뛰거나 걷는 동작으로 인한 직접충격 소음은 1분간 등가소음도 기준으로 주간 39dB, 야간 34dB를, 텔레비전·음향기기 사용으로 인한 공기전달 소음은 5분간 등가소음도 기준을 넘지 않도록 노력하라고 정하고 있습니다. 임차인이 해지나 손해배상을 주장하려면, 이 기준을 넘는 소음이 실제로 반복되었다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해야 합니다.
앞서 본 사건에서도 법원은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위층에서 발생한 소음이 관련 법령이 정한 기준을 초과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감정 결과나 기관 측정 없이 “너무 시끄러웠다”는 진술만으로는 소송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를 통해 무료로 소음을 측정하고 상담을 받을 수 있고, 이렇게 확보한 측정 자료와 상담 이력은 이후 관리주체 신고, 조정 신청, 소송 어디에서든 핵심 증거가 됩니다.
층간소음 기준을 넘었다는 사실이 객관적 자료로 확인되지 않으면, 법원은 임차인의 손을 들어주지 않습니다.
3. 소음의 원인이 건물 자체의 하자라면 임대인 책임은 커집니다
이웃의 생활소음과 건물 자체의 방음·설비 하자는 책임 소재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옆집 거주자가 뛰거나 큰 소리로 음향기기를 쓰는 것과, 애초에 건물을 지을 때 세대 사이 벽체나 바닥의 차음 시공이 부실했던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후자는 이웃의 행위가 아니라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인도한 목적물 자체의 하자이기 때문입니다.
임대차계약에서 임대인은 목적물을 계약 존속 중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할 의무를 부담하므로, 목적물에 파손 또는 장해가 생긴 경우 그것이 임차인이 별 비용을 들이지 아니하고도 손쉽게 고칠 수 있을 정도의 사소한 것이어서 임차인의 사용·수익을 방해할 정도의 것이 아니라면 임대인은 수선의무를 부담하지 않지만, 그것을 수선하지 아니하면 임차인이 계약에 의하여 정해진 목적에 따라 사용·수익할 수 없는 상태로 될 정도의 것이라면 임대인은 수선의무를 부담한다(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0다89876, 89883 판결).
즉 벽체 자체의 차음 성능이 현저히 떨어지거나, 옆집과 공유하는 배관·환기설비·펌프에서 소음이 발생하는 경우처럼 건물 자체의 구조·설비 하자가 원인이라면, 그 정도가 사소한 수준을 넘는 한 임대인이 수선의무를 부담합니다.
이런 사정을 임대인에게 알렸는데도 상당한 기간 시정하지 않았다면, 임차인은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9다96984 판결 참조).
원인이 이웃의 생활 행위인지, 건물 자체의 결함인지에 따라 임대인의 책임 여부는 정반대로 갈립니다.
4. 해지가 어렵다면 차임감액이나 손해배상을 단계적으로 검토할 수 있습니다
계약 해지만이 유일한 해법은 아니며, 상황에 맞는 청구를 단계적으로 구성할 수 있습니다.
임대인의 의무 위반이 인정되더라도, 그 정도가 계약을 해지할 만큼은 아니라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민법 제627조 제1항에 따라 사용·수익하지 못한 부분의 비율만큼 차임감액을 청구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야간에만 소음이 심하다면 전체 차임이 아니라 그 시간대 사용가치가 떨어진 비율만큼만 감액을 구하는 식입니다.
임대인을 거치지 않고, 소음을 직접 유발한 옆집 거주자를 상대로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공동주택관리법이 정한 기준을 반복적으로 초과하는 소음은 사회통념상 수인한도를 넘는 생활방해로 평가될 수 있고, 이는 임대인의 계약상 의무와는 별개로 불법행위 책임의 문제입니다.
다만 손해배상이든 해지든, 청구 상대가 임대인인지 옆집 거주자인지에 따라 입증해야 할 사실관계와 근거 법리가 달라지므로, 소음의 원인과 정도를 먼저 구체적으로 정리한 뒤 어느 쪽에 어떤 청구를 할지 함께 검토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5. 신고부터 소송까지, 절차는 이런 순서로 진행됩니다
신고와 조정 기록을 먼저 남겨두는 것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옆집 소음 문제는 통상 ①관리사무소(관리주체)에 소음 발생 사실을 알리고 중재를 요청 → ②공동주택 층간소음관리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거나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의 측정·상담을 이용 → ③그래도 개선되지 않으면 임대인에게 내용증명으로 하자 시정과 해지 의사를 통지 → ④협의가 안 되면 법원(예컨대 수원 소재 주택이라면 수원지방법원)에 임차보증금반환청구나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하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 과정에서 임의로 먼저 이사부터 나가버리면, 정당한 해지 사유가 인정되지 않을 경우 오히려 임대인으로부터 잔여 차임이나 손해배상을 청구당할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해지 의사를 통지하기 전,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소음이 발생한 일시·빈도와 층간소음관리위원회 또는 이웃사이센터의 측정 결과를 소음일지 형태로 정리합니다.
관리사무소·임대인에게 신고하거나 요청한 내역(문자, 통화 기록, 내용증명)을 시간 순서대로 모아둡니다.
소음의 원인이 옆집 거주자의 생활 행위인지, 벽체·설비 등 건물 자체의 하자인지 구분할 수 있는 자료(건축 도면, 하자보수 이력 등)를 함께 확보합니다.
이렇게 정리한 자료를 바탕으로 임차보증금반환청구와 손해배상청구를 함께 구성할 수 있는지 변호사와 미리 검토해두면, 협의 단계에서도 임대인을 상대로 한 협상력이 훨씬 높아집니다.
마치며
옆집 소음 문제는 “그래도 이웃인데 참아야지”, “곧 이사 갈 거니까”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음에 시달리는 임차인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항의보다, 어떤 자료가 임대인의 의무 위반이나 옆집 거주자의 수인한도 초과를 뒷받침하는지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측정 자료와 신고 이력이 쌓일수록 해지, 차임감액, 손해배상 어느 쪽으로 가더라도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소음의 원인 제공자로 지목되거나, 근거 없이 해지·손해배상을 요구받는 임대인·이웃 입장에서도 “옆집 문제라 나와는 무관하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건물 자체의 하자 여부, 실제 측정 기준 초과 여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집니다.
저는 옆집 소음으로 괴로움을 겪는 임차인 쪽과, 반대로 소음 문제로 해지·손해배상을 요구받는 임대인·이웃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자료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옆집 소음으로 계약을 깨야 할지 고민되신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얼마나 시끄러워야 계약을 해지할 수 있나요?
A. 소음이 괴롭다는 느낌만으로는 부족하고, 공동주택 층간소음 기준(직접충격 소음 1분 등가소음도 주간 39dB·야간 34dB 등)을 넘는 소음이 반복된다는 사실이 측정 자료로 확인되어야 합니다. 그 정도에 못 미치면 법원은 임대인의 의무 위반 자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Q. 집주인이 “옆집 문제니까 나는 책임 없다”고 하면 어떻게 되나요?
A. 소음의 원인이 순수하게 이웃의 생활 행위라면 그 말이 맞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벽체나 설비 등 건물 자체의 하자가 원인이라면 임대인의 사용·수익 유지의무와 수선의무 위반이 될 수 있으므로, 원인부터 구분해야 합니다.
Q. 일단 참을 수 없어서 먼저 이사부터 나갔는데, 보증금은 받을 수 있나요?
A. 정당한 해지 사유가 나중에 인정되지 않으면, 임대차 기간 중 임의로 이사한 것으로 취급되어 잔여 차임이나 손해배상을 요구받을 위험이 있습니다. 가능하면 측정 자료와 신고 이력을 먼저 확보한 뒤 해지 의사를 통지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손해배상은 집주인과 옆집 거주자 중 누구에게 청구해야 하나요?
A. 임대인의 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채무불이행 손해배상은 임대인에게, 옆집 거주자의 생활방해 자체에 대한 위자료는 그 거주자에게 각각 청구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사안에 따라 두 청구를 함께 검토할 수도 있습니다.
Q. 관리사무소에 신고하지 않고 바로 소송부터 해도 되나요?
A. 가능은 하지만 권하지 않습니다. 관리사무소·층간소음관리위원회 신고와 조정 시도 이력 자체가, 소음이 실제로 있었고 임차인이 개선을 요구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증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Q. 임대차 계약서에 층간소음 관련 특약을 넣을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소음 발생 시 임대인의 조치 의무나 해지 요건을 구체적으로 정한 특약을 넣어두면, 분쟁이 생겼을 때 민법 제623조·제627조의 일반 기준보다 더 명확한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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