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신탁회사 명의로 소유권이 넘어간 오피스텔이나 상가, 다세대주택을 매매하거나 임차했다가, 계약 상대방을 잘못 잡는 바람에 보증금이나 매매대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분쟁이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에는 “등기부에 신탁이라고 적혀 있어도, 원래 건물주가 그대로 관리하고 있으니 그 사람하고 계약하면 되는 줄 알았다”, “예전부터 알고 지낸 임대인이라 신탁이든 아니든 상관없다고 생각했다”며 계약을 진행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문제가 생기면,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상대방이 등기부상 소유자인 신탁회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보증금 반환이나 소유권 이전을 거부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신탁등기된 부동산의 계약 상대방이 누구인지, 신탁원부에 어떤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지에 따라 법적 책임의 소재를 엄격하게 구분하는 판단을 잇달아 내놓고 있습니다. 신탁원부를 확인하지 않고 계약했다가는, 계약 자체는 유효하더라도 정작 보증금이나 대금을 청구할 상대방을 잘못 짚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신탁등기된 부동산을 매매하거나 임차할 때 누구를 계약 상대방으로 삼아야 안전한지, 그리고 신탁원부를 통해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신탁등기가 있으면 등기부상 소유자는 수탁자이지 원래 소유자가 아닙니다
신탁이 설정되면 부동산의 소유권은 형식과 실질 모두 수탁자에게 완전히 넘어갑니다.
신탁등기된 부동산의 등기사항전부증명서(등기부등본) 갑구를 열람해 보면, 소유자 란에 위탁자가 아니라 부동산신탁회사 등 수탁자의 명의가 기재되고, 그 옆에 “신탁”이라는 문구와 함께 신탁원부 번호가 표시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소유권을 이전하며 신탁계약을 체결하면, 신탁법에 따라 그 부동산의 소유권은 대내외적으로 수탁자에게 귀속됩니다(신탁법 제2조, 제31조). 위탁자가 예전 소유자였다는 사실이나, 여전히 그 건물의 열쇠를 갖고 임차인을 관리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소유권이 다시 위탁자에게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실무에서는 위탁자가 “명의만 신탁회사로 되어 있을 뿐 실제 주인은 나”라는 식으로 안내하며 계약을 진행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매수인이나 임차인 입장에서는 등기부를 잠깐 보고도 신탁 문구를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지만, 이는 계약 상대방을 확정하는 데 있어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정보입니다.
신탁등기가 있는 부동산은 등기부상 소유자, 즉 수탁자가 원칙적인 계약 상대방입니다.
2. 신탁원부를 확인하지 않고 위탁자와만 계약하면 수탁자에게 대항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신탁원부에 위탁자의 임대·처분 권한이 정해져 있지 않다면, 위탁자와의 계약만으로는 수탁자를 구속하지 못합니다.
신탁원부는 등기소에서 열람·발급받을 수 있는 서류로, 위탁자·수탁자·수익자가 각각 누구인지, 신탁의 목적, 그리고 신탁재산을 관리·처분하는 구체적인 방법—임대차 체결 권한을 위탁자에게 위임했는지, 매매나 담보 설정 시 수탁자의 사전 동의가 필요한지—이 기재되어 있습니다.
대법원은 신탁계약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위탁자가 수탁자의 사전 승낙을 받아 신탁부동산을 임대하고 그 내용이 신탁원부에 기재되어 있다면, 그 임대차 약정으로 수탁자에게도 대항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임대차보증금을 돌려줄 의무는 여전히 위탁자에게 있을 뿐, 수탁자나 수탁자로부터 소유권을 넘겨받은 사람에게는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신탁계약에서 정한 방식대로 위탁자가 수탁자의 사전 승낙을 받아 신탁부동산을 임대하고 그 내용이 신탁원부에 기재되어 있다면 임차인은 그 약정으로 수탁자에게 대항할 수 있으나,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는 어디까지나 위탁자가 부담할 뿐 수탁자나 그로부터 소유권을 이전받은 사람은 이를 승계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22. 2. 17. 선고 2019다300095, 300101 판결).
즉 신탁원부에 근거가 없는 위탁자와의 계약, 혹은 신탁원부 내용을 확인하지 않은 채 체결한 계약은 매수인이나 임차인 스스로 위험을 떠안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신탁원부에 정해진 범위를 벗어난 위탁자와의 계약은, 수탁자를 상대로는 효력을 주장하기 어렵습니다.
3. 임대차라면 인도와 전입신고를 마쳐도 수탁자 동의 여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수탁자 동의 없는 임대차라도, 위탁자가 나중에 소유권을 되찾으면 대항력이 살아날 수 있습니다.
주택이나 오피스텔을 임차할 때 흔히 “집을 넘겨받고 전입신고만 하면 대항력이 생긴다”고 알고 있지만, 신탁등기된 부동산에서는 이야기가 조금 다릅니다. 신탁부동산의 임대 권한은 원칙적으로 수탁자에게 있고, 위탁자가 수탁자의 동의 없이 체결한 임대차는 애초에 처분권한 없는 사람과의 계약이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담보신탁이 설정된 주택에서 위탁자가 수탁자의 동의 없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임차인에게 집을 인도해 전입신고까지 마친 사안에서, 이후 위탁자가 신탁재산의 반환 등을 원인으로 소유권을 되찾으면 그 시점에 처분권한 없음이 치유되어 임차인이 곧바로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을 취득한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8다44879, 44886 판결).
다시 말해 수탁자의 동의를 받지 못한 채 위탁자와 임대차계약을 맺었다면, 위탁자가 소유권을 되찾을 때까지는 임차인이 매우 불안정한 지위에 놓입니다. 신탁이 계속 유지되는 동안 수탁자가 제3자에게 부동산을 처분해 버리면, 임차인은 그 제3자에게 임대차를 주장할 방법이 없습니다.
수탁자의 동의가 확인되지 않은 임대차는, 위탁자가 소유권을 회복하기 전까지 언제든 흔들릴 수 있습니다.
4. 신탁 사실을 숨기고 계약을 유도했다면 사기죄까지 문제될 수 있습니다
계약금·보증금·매매대금을 받아내려 신탁 사실이나 수탁자 동의 여부를 속였다면 형사책임이 뒤따릅니다.
위탁자나 중개를 맡은 사람이 “신탁은 형식일 뿐 수탁자 동의는 이미 받아 놓았다”거나 “곧 신탁을 해지할 예정이라 문제없다”는 식으로 거짓말을 해 계약금·보증금·매매대금을 받았다면, 형법 제347조의 사기죄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사기죄는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중한 범죄입니다.
특히 신탁부동산은 매매대금이나 보증금 액수가 큰 경우가 많아, 피해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형이 무거워지고,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매수인·임차인 쪽에서 신탁원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계약을 진행했다면, 사기 피해를 주장하더라도 상대방의 기망행위와 편취 고의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신탁원부 열람 내역, 계약 당시 오간 문자·통화 녹음,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등 신탁 사실을 안내받았는지를 보여주는 자료를 미리 챙겨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5. 계약 전 신탁원부 확인부터 고소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계약 전 신탁원부를 확인하는 절차가 분쟁 자체를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신탁 사실을 속아 계약했다가 피해를 입은 경우,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물건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형사 절차가 진행되고, 이와 별도로 계약금·보증금·매매대금 반환을 구하는 민사 절차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다만 분쟁이 커지기 전, 계약 단계에서부터 아래 순서로 확인한다면 애초에 이런 절차 자체를 피할 수 있습니다.
등기사항전부증명서 갑구를 발급받아 소유자란에 신탁회사 등 수탁자 명의와 “신탁” 문구, 신탁원부 번호가 있는지 확인합니다.
신탁원부를 등기소에서 열람·발급받아 위탁자에게 임대차·처분 권한이 위임되어 있는지, 수탁자의 사전 동의가 필요한지를 확인합니다.
위탁자와 계약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수탁자로부터 임대차·매매에 동의한다는 서면(동의서)을 직접 발급받아 계약서에 첨부합니다.
이러한 확인 절차를 거치고도 상대방이 서류 제공을 꺼리거나 앞뒤가 맞지 않는 설명을 한다면, 계약을 서두르지 말고 신탁부동산 분쟁 경험이 있는 변호사와 먼저 상담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마치며
신탁등기된 부동산 계약은 “등기부에 신탁이라고만 적혀 있을 뿐 실제로는 예전 그대로”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확인이 소홀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탁 사실을 모르고 계약해 보증금이나 매매대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매수인·임차인 입장에서는, 신탁원부 열람 내역과 계약 당시 설명받은 정황을 최대한 정리해 두는 것이 먼저입니다. 반면 정당하게 신탁 구조를 지키며 계약을 진행하려던 위탁자나 중개인 입장에서도, 수탁자 동의 절차를 소홀히 다뤘다가는 뜻하지 않게 분쟁의 당사자가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신탁부동산을 둘러싼 계약 분쟁에서 피해를 본 매수인·임차인 쪽과, 반대로 신탁 구조를 제대로 안내하지 못해 분쟁에 휘말린 위탁자·중개인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신탁원부 한 장의 확인 여부가 결론을 완전히 바꾸는 경우를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 신탁원부부터 확인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안전장치입니다. 그 확인이 애매하다면,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신탁등기된 부동산인지는 어떻게 확인하나요?
A. 등기사항전부증명서 갑구를 발급받아 소유자란을 보면 됩니다. 위탁자가 아니라 신탁회사 등의 명의와 함께 “신탁”이라는 문구, 신탁원부 번호가 기재되어 있으면 신탁등기된 부동산입니다.
Q. 신탁원부는 어디서 확인할 수 있나요?
A. 등기소에서 열람·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위탁자·수탁자·수익자, 신탁의 목적, 임대차·처분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가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으니 계약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Q. 위탁자와 이미 계약을 체결했는데, 신탁원부에 임대 권한이 없다면 계약은 무효인가요?
A. 계약 자체가 당연히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계약으로 수탁자에게 대항할 수 없어 보증금 반환이나 목적물 인도를 수탁자에게 주장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책임은 원칙적으로 위탁자에게 물어야 합니다.
Q. 수탁자 동의 없이 임대차계약을 맺고 전입신고까지 했는데, 나중에 위탁자가 소유권을 되찾으면 어떻게 되나요?
A. 그 시점부터 처분권한 없음이 치유되어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을 곧바로 취득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입니다. 다만 그 전까지는 수탁자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하는 불안정한 상태입니다.
Q. 신탁 사실을 속이고 계약금을 받아간 경우 사기죄로 처벌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수탁자 동의를 받은 것처럼 속이거나 신탁 사실 자체를 숨기고 대금을 받았다면 형법상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고, 피해액이 크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형이 가중될 수 있습니다.
Q. 매매의 경우에도 수탁자와 직접 계약해야 하나요?
A. 원칙적으로 그렇습니다. 신탁부동산의 처분권한은 수탁자에게 있으므로, 매매계약은 수탁자를 당사자로 체결하거나 최소한 수탁자의 서면 동의를 받아야 안전합니다.
Q. 이미 피해를 본 것 같은데 변호사 상담은 언제 받아야 하나요?
A. 신탁원부 열람 결과가 나온 직후, 계약 관련 자료를 아직 갖고 있을 때가 가장 좋습니다. 형사 고소와 민사상 반환청구를 함께 검토할 수 있는 시점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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