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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수선충당금을 다른 용도로 쓴 관리주체 책임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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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수선충당금을 다른 용도로 쓴 관리주체 책임은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아파트·오피스텔 관리비 회계감사에서 장기수선충당금이 애초 계획과 다른 용도로 집행된 사실이 드러나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주체 사이에 분쟁이 벌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관리주체 쪽에서는 “입주민들도 어차피 필요한 지출이라 동의했다”, “나중에 충당금을 다시 채워 넣으면 문제없다”는 생각으로 일을 처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막상 회계감사나 입주자대표회의 교체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지면, 이런 해명만으로는 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최근 법원은 장기수선충당금을 비롯한 공동주택 적립금의 용도 외 사용에 대해 관리주체의 책임 범위를 행정·형사·민사 세 갈래로 나누어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사용 경위에 따라 과태료만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업무상횡령죄까지 문제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아래에서는 장기수선충당금을 다른 용도로 쓴 관리주체가 어떤 법적 책임을 지게 되는지, 그리고 책임이 무겁게 또는 가볍게 갈리는 기준이 무엇인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관리주체가 장기수선충당금을 마음대로 쓰면 여러 갈래의 법적 책임이 따릅니다

관리주체는 관리사무소장 개인이 아니라 관리업무를 맡은 자 전체를 가리키는 개념입니다.

공동주택관리법 제2조 제1항 제10호는 ‘관리주체’를 자치관리기구의 대표자인 관리사무소장뿐 아니라, 관리업무를 인계하기 전의 사업주체, 위탁관리를 맡은 주택관리업자, 임대사업자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즉 “관리주체 책임”이라는 말은 관리소장 한 사람의 형사책임에 그치지 않고, 위탁관리업체나 입주자대표회의까지 함께 문제될 수 있는 범위를 가리킵니다.

장기수선충당금은 같은 법 제30조에 따라 장기수선계획에서 정한 주요 시설의 교체·보수 용도로만 쓰도록 엄격히 제한되어 있습니다. 예외적으로 하자 관련 분쟁조정 비용, 하자진단·감정 비용 및 그 청구 비용에 한해 입주자 과반수의 서면동의가 있으면 사용할 수 있을 뿐, 그 밖의 용도로는 원칙적으로 손댈 수 없는 자금입니다.

실무에서는 “회계상 남는 돈이니 급한 불부터 끄자”는 식으로 장기수선충당금을 경상비, 소송비용, 심지어 다른 공사 대금으로 돌려쓰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런 유용이 한두 번의 실수가 아니라, 관리규약이나 입주자 동의 절차 없이 관행적으로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관리주체는 관리사무소장 개인에 국한되지 않으며, 장기수선충당금은 장기수선계획에 따른 용도 외에는 원칙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자금입니다.


2. 용도 외 사용은 공동주택관리법상 과태료 대상이자 업무상횡령 형사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행정제재와 형사처벌은 별개 트랙으로 함께 진행될 수 있습니다.

공동주택관리법 제90조 제3항은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주체가 관리비·사용료와 장기수선충당금을 법에 따른 용도 외의 목적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고, 이를 위반하면 같은 법 제102조 제2항 제9호에 따라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장기수선충당금이 관리주체 명의 계좌에서 관리·집행되는 구조라면 형법상 업무상횡령죄(제356조)까지 문제될 수 있습니다. 관리주체는 입주자들을 위해 장기수선충당금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고, 업무상 임무에 위배해 이를 임의로 처분하면 단순횡령보다 무거운 업무상횡령이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형사처벌의 핵심은 단순히 용도를 벗어났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는지입니다. 대법원은 이 개념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습니다.

횡령죄에서 불법영득의 의사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위탁의 취지에 반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 권한 없이 그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처럼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의사를 의미하므로, 보관자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소유자의 이익을 위하여 이를 처분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2017. 2. 15. 선고 2013도14777 판결).

즉 관리주체가 장기수선충당금을 자신이나 제3자의 이익을 위해 빼돌렸다면 업무상횡령이 성립하지만, 반대로 입주자·소유자 전체의 이익을 위해 사용했다고 볼 사정이 있다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장기수선충당금의 용도 외 사용은 최대 1천만원 이하 과태료와는 별도로,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면 업무상횡령죄까지 문제될 수 있습니다.


3. 다만 소유자 이익을 위한 지출이라면 책임을 면할 여지도 있습니다

같은 용도 외 사용이라도 동의 절차와 지출 목적에 따라 결론이 갈립니다.

실제로 대법원이 관리주체의 손을 들어준 사례도 있습니다.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특별수선충당금(현행 공동주택관리법상 장기수선충당금과 같은 성격의 자금)을 아파트 구조진단 견적비와, 시공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의 변호사 선임료로 사용해 업무상횡령으로 기소된 사건이었습니다.

특별수선충당금은 주요시설 교체 및 보수를 위하여 별도로 적립한 자금으로 원칙적으로 그 범위 내에서 사용하도록 용도가 제한된 자금이나, 피고인이 구분소유자들 또는 입주민들로부터 포괄적인 동의를 얻어 특별수선충당금을 위탁의 취지에 부합하는 용도에 사용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하기는 어렵다(대법원 2017. 2. 15. 선고 2013도14777 판결).

대법원은 위 사건에서 원심의 유죄 판단을 파기하고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다만 이 판결 당시에는 장기수선충당금의 용도 외 사용이 관리규약으로만 제한되고 있었다는 점도 고려된 사정이었습니다. 지금은 공동주택관리법이 개정되어 용도 외 사용 금지와 과태료 규정이 법률에 명문화되어 있으므로, 같은 사안이라도 지금 기준으로는 행정제재 책임까지는 피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핵심은 ‘동의 절차를 거쳤는지’와 ‘지출이 실질적으로 입주자 전체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는지’입니다. 사후에 슬쩍 처리한 지출과,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이나 서면동의를 거쳐 집행한 지출은 법적 평가가 크게 달라집니다.

동의 절차 없이, 또는 관리주체 자신이나 제3자의 이익을 위해 장기수선충당금을 썼다면 책임을 피하기 어렵지만, 입주자 전체의 이익을 위한 지출이었다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4. 유용 금액이 커질수록 처벌 수위가 급격히 높아집니다

과태료·업무상횡령·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금액 구간별로 겹쳐 적용됩니다.

형법 제356조에 따른 업무상횡령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며, 단순횡령(형법 제355조 제1항)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유용한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가 적용되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장기수선충당금은 매달 세대별로 소액씩 적립되지만 단지 전체로 보면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 규모로 쌓이는 경우가 많아, 한 번의 유용이라도 이득액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공동주택관리법 제102조 제2항 제9호의 과태료(1천만원 이하)는 형사처벌과 별개로 부과될 수 있는 행정제재입니다. 같은 사안에서 형사처벌과 과태료가 함께 부과되더라도 이중처벌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5. 신고부터 재판까지, 절차와 확인할 자료는 이렇습니다

고발장 접수 전 회계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장기수선충당금 유용 의혹은 통상 ①입주자대표회의나 구청(시장·군수·구청장)의 회계감사에서 문제가 드러나 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에 고발장이 접수되고 → ②관리주체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뒤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로 송치되어 기소 여부가 결정되며 → ④기소되면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으로 이어지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와 별도로 구청은 과태료 부과 절차를 독립적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장기수선충당금 유용이 의심되는 상황이라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1. 관리규약과 장기수선계획, 그리고 해당 지출에 대한 입주자 과반수 서면동의서가 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2. 장기수선충당금 전용 계좌의 거래내역과 지출결의서·증빙서류를 발급받아 집행 시점·금액·항목을 정리합니다.

  3. 그 지출이 실제로 입주자 전체의 이익(시설 보수·하자 대응 등)을 위한 것이었는지,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을 거쳤는지 대조합니다.

이렇게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공동주택 관리 분쟁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으면, 형사책임 여부는 물론 과태료·민사상 반환청구까지 함께 검토해 실질적인 대응 방향을 잡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장기수선충당금 문제는 “관리비 회계에서 흔히 있는 일”이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금 유용을 의심받는 관리주체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해명보다, 그 지출이 입주자 전체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는 사정과 동의 절차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지출결의서, 입주자대표회의 회의록, 서면동의서가 갖춰져 있을수록 형사·행정 책임 모두에서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충당금 유용을 의심하는 입주자·입주자대표회의 입장에서도 “관리소장이 알아서 했겠지”라는 막연한 생각만으로는 책임 소재를 가리기 어렵습니다. 계좌 거래내역과 집행 근거를 먼저 확보해야 형사고발이든 손해배상청구든 실질적인 결론을 낼 수 있습니다.

저는 공동주택 관리 분쟁에서 자금을 관리한 관리주체 쪽과 문제를 제기한 입주자대표회의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동의 절차와 지출 목적을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관리주체가 정확히 누구를 가리키나요? 관리소장만 해당하나요?

A. 아니요. 공동주택관리법상 관리주체는 관리사무소장뿐 아니라 주택관리업자, 임대사업자, 관리업무 인계 전 사업주체까지 포함합니다. 위탁관리 계약을 맺은 업체 자체가 책임 주체가 될 수도 있습니다.

Q. 입주자 과반수 동의를 받고 다른 용도로 썼다면 괜찮은가요?

A. 법이 정한 예외(분쟁조정·하자진단·감정 관련 비용)에 해당하고 서면동의 절차를 갖췄다면 적법합니다. 그 외의 용도라면 동의를 받았더라도 과태료 대상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형사책임 여부는 불법영득의사 유무로 별도 판단됩니다.

Q. 나중에 충당금을 다시 채워 넣으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사후에 반환하거나 변제할 의사가 있었더라도 불법영득의사 인정에 지장이 없다고 보므로, 원상복구만으로 형사책임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양형에서는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될 수 있습니다.

Q. 과태료를 냈으면 형사처벌은 면제되나요?

A. 아닙니다. 공동주택관리법상 과태료와 형법상 업무상횡령죄는 별개의 제재이므로, 과태료 납부와 별도로 형사고발·기소가 함께 진행될 수 있습니다.

Q. 위탁관리업체 소속 관리소장이 유용했다면 업체도 책임지나요?

A. 관리소장 개인의 형사책임과는 별도로, 위탁관리업체가 선관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면 입주자대표회의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고, 계약 해지 등 행정조치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Q. 유용 사실을 알게 됐는데 무엇부터 해야 하나요?

A. 관리규약·장기수선계획과 서면동의서 존재 여부, 충당금 계좌의 거래내역부터 확보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이를 근거로 고발과 함께 민사상 반환청구를 병행할지 변호사와 상의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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