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처가 회생절차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으면 대부분의 공급업체는 일단 납품을 끊어야 하는지부터 고민합니다. 그런데 회생절차는 파산과 달리 사업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절차이고, 관리인은 사업을 굴리려면 원자재나 부품 공급이 계속 필요하기 때문에 개시결정 이후에도 거래가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개시결정 뒤에 계속 납품한 대금이 다른 채권들과 똑같이 회생계획에 묶여 몇 년씩 나눠 받거나 깎이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개시결정 이후 발생한 대금채권은 법이 정한 요건을 갖추면 공익채권으로 분류되어 회생채권보다 훨씬 유리하게 취급됩니다. 이 글에서는 어떤 경우에 공익채권이 되는지, 그리고 공익채권이라도 조심해야 할 함정은 무엇인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회생절차 개시 후 계속 납품하면 왜 공익채권이 되나
회생절차 개시결정이 내려지면 채무자의 재산에 관한 관리처분권은 관리인에게 넘어가고, 관리인은 그 사업을 계속 운영하면서 회생계획을 준비합니다. 제조업체라면 원자재나 부품 공급이 끊기는 순간 생산 자체가 멈추기 때문에, 관리인은 개시결정 이후에도 기존 거래처와의 발주·납품 관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발생하는 대금채권의 법적 성격이 무엇이냐가 공급업체 입장에서는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채무자회생법 제179조 제1항 제5호는 "채무자의 업무 및 재산에 관하여 관리인이 회생절차개시 후에 한 자금의 차입 그 밖의 행위로 인하여 생긴 청구권"을 공익채권으로 규정합니다. 관리인이 개시결정 이후 발주해 받은 자재·부품 대금은 이 "그 밖의 행위"에 해당해 공익채권으로 인정됩니다. 이 조항이 있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거래상대방이 공익채권이라는 보호 없이 언제 회수할지 모르는 회생채권 신세가 될 것을 걱정해 거래를 끊어버리면, 정작 회생절차로 살리려는 사업 자체가 멈춰버리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원자재 공급업체가 거래처의 회생절차 개시결정 이후에도 발주서에 따라 계속 납품을 이어갔다면, 개시결정 이후 발생한 부분의 대금채권은 이 규정에 따라 공익채권이 됩니다. 반대로 개시결정 전에 이미 납품이 끝나고 대금만 남아 있던 부분은 이 조항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먼저 구분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회생절차 개시 후 관리인이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 한 자금차입·자재구입 등 행위로 생긴 청구권은 회생채권이 아니라 공익채권이다.
개시결정 전후로 완전히 달라지는 처우 — 회생채권과 공익채권
채무자회생법 제118조 제1호는 "채무자에 대하여 회생절차개시 전의 원인으로 생긴 재산상의 청구권"을 회생채권으로 규정합니다. 즉 개시결정이 나기 전에 이미 납품하고 대금만 남은 부분은 원칙적으로 회생채권으로 분류됩니다. 같은 거래처, 같은 품목을 납품했더라도 개시결정이라는 날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채권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입니다.
회생채권과 공익채권의 차이는 단순한 분류상의 차이가 아니라 실제 회수액과 회수 시기를 좌우합니다. 회생채권은 회생계획이 인가되면 그 계획에서 정한 비율만큼 감면되고 나머지를 3~10년에 걸쳐 분할변제받는 경우가 흔한 반면, 공익채권은 회생계획과 무관하게 변제기가 되면 곧바로 전액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개시결정 며칠 전에 납품했느냐 며칠 후에 납품했느냐에 따라 회수액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개시결정 전 납품분이 회생채권이라면 반드시 법원이 정한 신고기간 안에 제148조 제1항에 따라 회생채권으로 신고해야 합니다. 신고기간을 놓치면 원칙적으로 그 권리를 회생절차 안에서 행사할 방법이 사라지므로, 거래가 개시결정 전후로 걸쳐 있는 공급업체라면 개시결정 전 납품분에 대한 채권신고를 절대 빠뜨려서는 안 됩니다.
회생채권(개시결정 전 납품분) — 회생계획에 따라 감면·분할변제, 신고기간 내 채권신고 필수.
공익채권(개시결정 후 납품분) — 회생계획과 무관하게 수시·전액 변제, 별도 신고 불요.
구분 기준 — 대금청구권이 발생한 원인행위(발주·공급)가 개시결정 전인지 후인지.
신청 후 개시결정까지 그 사이 납품분은 — 공익채권 특례
실무에서는 회생절차개시 신청과 실제 개시결정 사이에 보전처분 등을 거치며 1개월 안팎의 시차가 생기는 경우가 많고, 이 기간에도 거래가 계속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이 사이 기간의 납품분이 회생채권도 아니고 공익채권도 아닌 애매한 지위에 놓인다면 공급업체는 이 기간만이라도 거래를 끊으려 할 것이고, 그러면 정작 회생절차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물자 공급이 막혀버립니다.
이런 공백을 막기 위해 제179조 제1항 제8호는 "계속적 공급의무를 부담하는 쌍무계약의 상대방이 회생절차개시신청 후 회생절차개시 전까지 한 공급으로 생긴 청구권"을 공익채권으로 규정합니다. 원자재나 부품처럼 정기적·계속적으로 공급하는 계약관계라면, 개시결정이 아직 나지 않았더라도 신청 이후의 공급분은 이 조항으로 보호받습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제179조 제1항 제8호의2는 "회생절차개시신청 전 20일 이내에 채무자가 계속적이고 정상적인 영업활동으로 공급받은 물건에 대한 대금청구권"까지 공익채권으로 인정합니다. 신청 사실을 미처 몰랐던 상태에서 평소처럼 정상적으로 거래한 공급업체를 신청일 직전 20일까지 소급해 보호하는 취지입니다. 다만 이 보호는 20일이라는 기간 제한이 있어 그보다 이전의 거래분까지 소급되지는 않습니다.
계속적 공급계약이라면 회생절차개시 신청 이후 공급분은 물론, 신청 전 20일 이내의 정상적인 공급분까지도 공익채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
공익채권의 실제 힘 — 수시변제·우선변제, 그리고 강제집행
제180조 제1항은 공익채권을 회생절차에 의하지 않고 수시로 변제한다고 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공익채권이 회생채권과 회생담보권에 우선하여 변제된다고 정합니다. 즉 회생계획 인가를 기다릴 필요 없이 변제기가 도래하면 관리인에게 곧바로 지급을 청구할 수 있고, 다른 채권자들의 배당 순위와 무관하게 앞서 변제받을 지위를 갖습니다.
관리인이 변제를 미루면 통상의 민사절차, 즉 지급명령이나 소송을 통해 이행을 구할 수 있고 승소 확정 후에는 강제집행도 가능합니다. 다만 제180조 제3항은 그 강제집행이나 가압류가 회생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고 채무자에게 환가하기 쉬운 다른 재산이 있는 경우 등에는 법원이 관리인의 신청 또는 직권으로 그 절차의 중지나 취소를 명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공익채권이라고 해서 언제든 무제한으로 강제집행을 밀어붙일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실무에서는 관리인이 해당 거래가 정말 개시 후 관리인의 지시나 승인으로 이루어졌는지를 다투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발주서, 납품확인서, 세금계산서, 거래명세표처럼 거래 시점과 상대방을 특정할 수 있는 자료를 건별로 챙겨두는 것이 분쟁을 줄이는 실질적인 방법입니다.
회생절차 밖에서 수시로 변제받을 수 있다(회생계획 인가를 기다릴 필요 없음).
회생채권·회생담보권보다 먼저 변제받는다.
회생채권자가 아니므로 회생계획에 대한 의결권은 없다.
강제집행이 가능하지만 회생에 지장을 주면 법원이 중지·취소를 명할 수 있다.
계속 공급계약이라도 관리인이 해제할 수 있다 —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의 위험
계속적 공급계약이 개시결정 당시 채무자와 상대방 모두 이행을 완료하지 않은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에 해당하면, 제119조 제1항에 따라 관리인은 그 계약을 해제·해지하거나 반대로 이행을 선택할 재량을 갖습니다. 다시 말해 개시결정이 났다고 자동으로 종전 공급계약이 그대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관리인이 사업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야 발주가 실제로 계속됩니다.
공급업체 입장에서 이 불확실성을 방치하고 싶지 않다면 관리인에게 계약의 해제·해지 또는 이행 여부를 확답하라고 최고할 수 있고, 관리인이 최고를 받고도 30일 안에 답하지 않으면 해제·해지권을 포기한 것으로 봅니다(제119조 제2항). 계속 납품하면서도 대금 회수가 불안하다면 이 최고 제도를 활용해 관리인의 입장을 서면으로 명확히 확인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만약 관리인이 계약을 해제·해지하기로 하면, 그 이전에 이미 이행한 부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공익채권이 아니라 제121조 제1항에 따라 회생채권으로 취급됩니다. 채무자가 받은 반대급부가 재산 중에 현존하면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있지만, 현존하지 않으면 그 가액 상환에 관한 청구권만 공익채권으로 인정됩니다(제121조 제2항). 즉 계약이 통째로 해제되는 국면에서는 이미 이행한 부분의 대금청구권과 계약 해제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지위가 서로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구분해야 합니다.
관리인이 공급계약을 해제·해지하면 그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회생채권일 뿐이고, 공익채권이 되는 것은 개시 후 실제로 이행이 끝난 부분의 대금청구권에 한정된다.
회생이 파산으로 바뀌면 어떻게 되나 — 재단채권 전환과 그 한계
회생계획이 인가되지 못하거나 인가 후라도 회생절차가 폐지되어 파산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그동안 쌓인 공익채권이 통째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제6조 제4항·제9항에 따라 회생절차에서 생긴 공익채권은 파산절차에서 재단채권으로 전환되어 일반 파산채권보다 우선하는 지위를 그대로 유지합니다.
다만 우선순위가 유지된다고 회수 자체가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채무자의 재산이 공익채권 전체를 갚기에도 부족하다는 것이 명백해지면, 제180조 제7항에 따라 사업 계속을 위해 법원 허가를 받아 차입한 자금에 관한 채권을 먼저 변제하고 나머지 공익채권은 법령상 우선순위와 무관하게 채권액 비율에 따라 안분해 변제합니다. 회생절차가 파산으로 넘어갈 정도로 재산 상태가 나쁘다면 공익채권이라도 100% 회수를 장담하기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실무적으로는 채무자의 회생계획 인가 여부와 매출·현금흐름을 주기적으로 확인하면서, 대금 지급이 밀리기 시작하는 시점에 공익채권 지위를 근거로 신속히 이행청구나 소송에 나서는 편이 유리합니다. 절차가 파산으로 전환된 뒤에는 파산관재인을 상대로 재단채권으로서 다시 청구해야 하는 절차적 부담도 뒤따릅니다.
대금을 받아내려면 — 실무 체크리스트
공익채권 지위를 인정받으려면 그 거래가 개시결정 이후 관리인의 행위나 승인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부터 입증해야 합니다. 관리인 명의의 발주서나 구매확인서, 개시결정 이후 날짜로 발행된 세금계산서와 거래명세표, 물건을 실제로 인도했다는 납품확인서(인수증)를 거래 건별로 정리해 두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대금 지급이 지연되면 회생채권처럼 법원에 신고할 필요 없이 곧바로 관리인에게 이행을 청구할 수 있고, 협의가 안 되면 지급명령이나 민사소송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다만 청구에 앞서 해당 거래가 개시결정 후(제5호), 개시신청 후 개시결정 전(제8호), 개시신청 전 20일 이내(제8호의2) 중 어느 구간에 해당하는지부터 정리해 두면 관리인과의 협의나 소송에서 근거를 훨씬 명확하게 제시할 수 있습니다.
계속 거래를 이어갈지 판단할 때는 관리인이 해당 공급계약의 존속 여부를 명확히 확인해 주는지 앞서 본 최고 제도로 점검하고, 채무자의 회생계획 인가 가능성과 현금흐름을 함께 살펴 결제조건(선급금 비중, 현금결제 전환 등)을 조정하는 실무적 대응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관리인 명의의 발주서·구매확인서를 거래 건별로 보관할 것.
개시결정 전후로 세금계산서·거래명세표의 발행일을 구분해 정리할 것.
대금 지연 시 회생채권 신고절차 없이 곧바로 이행청구·소송이 가능함을 활용할 것.
계약 존속이 불투명하면 제119조의 최고 제도로 관리인의 확답을 서면으로 받아둘 것.
자주 묻는 질문
Q. 회생절차 개시결정 전에 납품한 대금도 공익채권인가요?
A. 아니요, 개시결정 전에 생긴 대금채권은 원칙적으로 회생채권입니다. 회생채권은 법원이 정한 신고기간 안에 신고해야 하고 회생계획에 따라 감면·분할변제되는 경우가 많아, 공익채권과는 회수액과 회수 시기가 크게 달라집니다.
Q. 회생절차 개시 신청만 됐고 아직 개시결정이 나지 않았는데 계속 납품했다면요?
A. 계속적 공급의무를 부담하는 쌍무계약이라면 신청 이후 개시결정 전까지 공급한 부분도 공익채권으로 인정됩니다. 신청 전 20일 이내에 정상적으로 공급한 부분도 별도 규정으로 공익채권이 될 수 있습니다.
Q. 공익채권이면 대금을 항상 100% 받을 수 있나요?
A. 원칙적으로 회생채권·회생담보권보다 우선해 수시로 변제받지만, 채무자 재산이 공익채권 총액조차 갚기 부족한 게 명백해지면 채권액 비율로 안분해 변제될 수 있습니다. 회생이 파산으로 전환돼도 재단채권으로 우선순위는 유지되지만 회수가 100%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Q. 대금 지급이 늦어지면 곧바로 강제집행부터 해도 되나요?
A. 공익채권은 소송이나 강제집행이 가능하지만, 그 집행이 회생에 현저한 지장을 주고 채무자에게 다른 환가 가능한 재산이 있다면 법원이 중지나 취소를 명할 수 있습니다. 강제집행에 앞서 관리인에게 이행을 먼저 요구하는 것이 통상의 순서입니다.
Q. 관리인이 갑자기 납품 계약을 끊겠다고 하면 어떻게 되나요?
A.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이라면 관리인은 계약을 해제·해지할 권한이 있고, 이 경우 이미 이행한 부분에 대한 손해배상은 공익채권이 아니라 회생채권으로 처리됩니다. 관리인에게 이행 여부를 확답하라고 최고해 불확실한 상태를 빨리 정리해 두는 것이 방법입니다.
Q. 개시결정 전 납품분을 회생채권으로 신고하는 기한을 놓치면 끝인가요?
A. 원칙적으로 신고기간 안에 신고해야 하지만, 본인의 책임으로 볼 수 없는 사유로 놓쳤다면 그 사유가 끝난 뒤 1개월 안에 추후보완 신고가 가능합니다. 다만 회생계획안 심리를 위한 관계인집회가 끝난 뒤에는 이마저 할 수 없으므로 신고기간 관리 자체가 중요합니다.
맺음말
회생절차에 들어간 거래처와 계속 거래한다는 것은 언뜻 위험해 보이지만, 개시결정 이후 발생한 대금채권은 법이 공익채권으로 별도 보호하고 있어 무작정 거래를 끊는 것만이 답은 아닙니다. 다만 이 보호는 자동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거래 시점이 개시결정 전인지 후인지, 관리인의 행위나 승인으로 이루어졌는지, 계약 자체가 해제되지 않고 유지되었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시화·반월이나 이천 부발처럼 부품·자재 공급망이 촘촘하게 얽힌 산업단지에서는 거래처 하나가 회생절차에 들어갔다고 곧바로 납품을 중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일수록 계약이 계속 유지되는지, 지금 진행 중인 거래가 공익채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시점에 해당하는지를 미리 점검해 두는 편이 이후 대금 분쟁을 줄이는 길입니다.
거래 규모가 크거나 회수 불확실성이 우려된다면, 계약서와 발주 내역을 정리해 공익채권 해당 여부와 관리인의 계약 이행 의사를 미리 확인해 두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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