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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자가 사고를 낸 경우, 보호의무자인 부모의 배상책임이 인정되는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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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자가 사고를 낸 경우, 보호의무자인 부모의 배상책임이 인정되는 기준 

강대현 변호사

정신질환을 앓는 자녀나 형제가 사고를 내면, 피해자는 곧바로 가족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것처럼 생각합니다. 그러나 민법은 원칙적으로 가해자 본인이 책임지도록 정해 두었고, 부모의 배상책임은 자녀가 사고 당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있었는지, 부모가 감독의무를 실제로 게을리했는지가 확인돼야 비로소 인정되는 예외적 구조입니다. 대법원도 정신질환자 보호의무자의 배상책임을 다룬 판결에서, 질환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구체적인 위험을 인지하고도 대비하지 않았는지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이 글에서는 정신질환자 가족이 낸 사고에서 보호의무자인 부모가 실제로 언제, 어떤 근거로 배상책임을 지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정신질환자 사고, 원칙은 본인 책임이다

민법 제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정합니다. 손해배상책임의 출발점은 언제나 가해행위를 한 본인이고, 정신질환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부모나 가족이 자동으로 책임을 떠안는 것은 아닙니다. 자녀가 성인이고 독립적으로 생활하고 있다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다만 여기에는 중요한 예외가 있습니다. 민법 제754조는 "심신상실 중에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배상의 책임이 없다"고 정하면서도,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심신상실을 초래한 때"에는 이 면책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단서를 둡니다. 즉 사고 당시 자녀가 심신상실 상태였고 그 상태를 스스로 고의·과실로 만든 것이 아니라면, 자녀 본인은 배상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이 공백을 메우는 조문이 바로 감독자책임을 정한 민법 제755조이고, 이 조문이 부모의 책임을 논할 때 실질적인 출발점이 됩니다.

여기서 반드시 구분해야 할 지점이 있습니다. 조현병·양극성정동장애 같은 진단명이 붙었다고 해서 곧바로 심신상실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형사재판에서 심신상실·심신미약을 가릴 때와 마찬가지로, 민사에서도 사고 당시 사물을 변별하고 그에 따라 행동을 통제할 능력이 있었는지를 개별적으로 따집니다. 증상이 심해 판단능력을 완전히 잃은 상태였는지, 아니면 증상이 있더라도 최소한의 변별·통제능력은 남아 있었는지에 따라 이후 논의되는 부모 책임의 근거 조문 자체가 달라집니다.

정신질환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사고 당시 심신상실 상태였는지 여부가 부모의 배상책임 구조를 가르는 첫 번째 갈림길이다.

민법 제755조 감독자책임 — 입증책임이 뒤바뀌는 지점

자녀가 심신상실 상태에서 사고를 내 본인은 책임이 없는 경우, 민법 제755조 제1항이 적용됩니다. "다른 자에게 손해를 가한 사람이 제753조 또는 제754조에 따라 책임이 없는 경우에는 그를 감독할 법정의무가 있는 자가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다만, 감독의무를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것이 조문의 내용입니다.

이 조문이 실무에서 갖는 무게는 입증책임의 위치에 있습니다. 일반 불법행위(민법 제750조)에서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고의·과실을 직접 입증해야 하지만, 제755조에서는 피해자가 가해행위와 손해, 그리고 가해자가 심신상실 상태였다는 사실만 입증하면 됩니다. 그 다음 단계에서 "나는 감독의무를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할 책임은 감독의무자인 부모 쪽으로 넘어갑니다. 사실상 과실이 추정된 상태에서 시작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막연히 "나는 최선을 다했다"는 진술만으로는 부족하고 구체적인 조치의 흔적을 남겨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755조 제2항은 "감독의무자를 갈음하여 제753조 또는 제754조에 따라 책임이 없는 사람을 감독하는 자도 제1항의 책임이 있다"고 정합니다. 정신의료기관이나 요양시설이 위탁받아 실질적으로 환자를 감독하고 있었다면 그 기관도 이 조항의 책임 주체가 될 수 있다는 뜻이고, 이는 뒤에서 다시 다루는 입원 중 사고 문제와 직접 연결됩니다.

  • 가해자가 심신상실 등으로 민법 제753조·제754조에 따라 책임이 없을 것.

  • 손해를 가한 사람을 감독할 법정의무가 있는 자(부양의무자·후견인)일 것.

  • 감독의무자가 스스로 "감독의무를 게을리하지 않았음"을 입증하지 못하면 책임이 인정됨.

보호의무자인 부모 — 정신건강복지법이 정한 감독의무의 근거

민법 제755조가 말하는 "감독할 법정의무가 있는 자"가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는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이 채워줍니다. 이 법 제39조 제1항은 "「민법」에 따른 후견인 또는 부양의무자는 정신질환자의 보호의무자가 된다"고 정합니다. 민법 제974조 제1호는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 사이에 서로 부양의무가 있다고 정하므로, 정신질환을 앓는 자녀의 부모는 나이·독립 여부와 무관하게 원칙적으로 보호의무자 지위를 갖습니다.

같은 법 제40조 제3항은 "보호의무자는 보호하고 있는 정신질환자가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해치지 아니하도록 유의하여야 하며, 정신질환자의 재산상의 이익 등 권리보호를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정합니다. 대법원은 이 조항이 바로 민법 제755조가 말하는 "법정 감독의무"의 구체적 내용을 이룬다고 보아, 두 법을 결합해 부모의 감독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합니다.

다만 부모라고 언제나 보호의무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정신건강복지법 제39조 제1항 단서는 피성년후견인·피한정후견인, 파산선고를 받고 복권되지 않은 사람, 해당 정신질환자를 상대로 소송 중이거나 소송했던 사람과 그 배우자, 미성년자, 행방불명자 등은 보호의무자가 될 수 없다고 정합니다. 부모라도 이런 사유에 해당한다면 애초에 보호의무자 지위 자체가 없어, 책임 논의의 출발점이 달라집니다.

대법원이 감독의무 위반을 판단하는 기준

이 쟁점을 정면으로 다룬 대법원 2021. 7. 29. 선고 2018다228486 판결은 판단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합니다. 이 사건에서 양극성정동장애를 앓던 자녀가 아파트 방에서 불을 질렀고, 아버지가 직접 불을 껐습니다. 그런데 약 4시간 뒤 자녀가 같은 방에서 다시 불을 질러 인접 세대로 불이 번지며 손해가 발생했고, 대법원은 아버지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대법원은 먼저 보호의무자의 감독의무가 "정신질환자의 행동을 전적으로 통제하고 그 행동으로 인한 모든 결과를 방지해야 하는 일반적인 의무"는 아니라고 선을 긋습니다. 관련 법령의 취지, 신의성실의 원칙, 형평의 원칙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리적으로 제한된 범위에서의 의무"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위반 여부는 정신질환자의 생활·심신상태, 친족관계와 동거 여부, 일상적인 접촉 정도, 재산관리 관여 상황, 과거에도 타인에게 위해를 가한 적이 있는지와 그 내용, 보호와 치료 상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해 개별적으로 판단합니다.

핵심 기준은 "피보호자인 정신질환자가 타인을 위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구체적인 위험을 인지하였는데도 대비를 하지 않은 경우와 같이, 부양의무자 등에게 정신질환자의 행위에 관해서 책임을 묻는 것이 타당한 객관적 상황이 인정되는지"입니다. 위 사건에서 아버지는 첫 방화를 직접 목격하고 진화까지 했으므로 재발 위험을 구체적으로 인지한 상태였는데도, 이후 네 시간 동안 별다른 조치 없이 방치했다는 점이 책임 인정의 결정적 근거가 됐습니다. 진단명이나 병력 자체가 아니라, 위험을 알고도 손 놓고 있었는지가 승패를 가른 셈입니다.

구체적 위험을 인지했는데도 대비하지 않은 객관적 상황이 인정되는지 — 이것이 대법원이 보호의무자의 감독의무 위반을 판단하는 실질적 기준이다.

책임능력이 있는 정신질환자라면 — 부모 책임의 다른 경로

사고 당시 자녀가 심신상실 정도에 이르지 않고 최소한의 사물변별능력·행위통제능력이 인정된다면, 자녀는 책임능력이 있는 것으로 취급되어 민법 제755조가 적용되지 않고 본인이 제750조에 따른 1차 책임자가 됩니다. 그렇다고 부모 책임이 곧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같은 판결에서 "정신질환자가 책임능력이 있는 경우에도 그 손해가 감독의무자의 감독의무 위반과 인과관계가 있으면 감독의무자는 일반불법행위자로서 민법 제750조에 따라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명시합니다. 다만 이 경로는 제755조와 성격이 다릅니다. 입증책임이 전환되지 않으므로, 피해자가 부모의 구체적인 과실—예를 들어 위험성을 알면서도 방치했거나 치료를 중단시킨 사정—을 직접 입증해야 책임이 인정됩니다.

실무에서는 자녀 본인과 부모를 함께 피고로 삼아, 자녀에게는 제750조에 따른 직접 책임을, 부모에게는 사안에 따라 제755조(심신상실이 인정될 경우) 또는 제750조(책임능력이 인정될 경우)에 따른 책임을 병렬적으로 주장하는 방식이 흔히 쓰입니다. 어느 조문이 적용되느냐에 따라 입증의 방향과 난이도가 크게 달라지므로, 사고 당시 정신상태에 대한 진단 자료 확보가 소송 초기 단계에서부터 중요해집니다.

정신병원에 입원 중이었다면 — 감독의무가 넘어가는 경우

민법 제755조 제2항은 감독의무자를 갈음해 실제로 감독하는 자도 같은 책임을 진다고 정합니다. 자녀가 적법하게 정신의료기관에 입원해 있었다면, 그 기간 동안의 실질적인 보호·감독은 병원 의료진에게 넘어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입원 중 발생한 사고는 우선적으로 병원의 관리·감독 책임 문제로 검토됩니다.

그렇다고 부모의 책임이 완전히 소멸하는 것은 아닙니다. 입원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정당한 이유 없이 입원을 미루거나 거부한 경우, 의료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부모가 주도해 조기 퇴원시킨 경우, 통원치료 단계로 전환된 뒤 약물 복용이나 정기 통원을 관리하지 않고 방치한 경우 등은 정신건강복지법 제40조 제3항의 의무 위반으로 다시 평가될 수 있습니다.

결국 사고가 입원 중에 발생했는지, 통원·재가 상태에서 발생했는지가 책임 소재를 가르는 첫 갈림길이고, 입원 중이었더라도 퇴원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 부모가 어떤 식으로 관여했는지가 두 번째 갈림길이 됩니다. 병원의 진료기록·입퇴원 결정 경위 자료가 이 단계에서 핵심 증거가 되는 이유입니다.

실제 소송에서 다투는 지점 — 증거가 승패를 가른다

피해자 쪽에서는 부모가 위험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정황을 쌓는 데 집중합니다. 과거 위해행동 전력을 보여주는 경찰 신고 기록이나 병원 진료기록, 진단서·소견서, 사고 이전 치료가 중단된 시점과 경위, 부모와 자녀의 동거·접촉 빈도, 가족 간 상담 기록처럼 부모가 위험성을 알고 있었음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주로 활용됩니다.

반대로 부모 쪽에서는 민법 제755조 단서가 정한 "감독의무를 게을리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합니다. 정기적인 통원·투약 관리 기록, 입원을 시도했으나 본인 동의 거부나 요건 미비로 성사되지 못한 경위, 위험 징후가 있을 때 경찰에 신고하거나 격리 조치를 취한 이력, 과거 위해 전력이 전무해 사고를 예견하기 어려웠다는 사정 등이 방어의 핵심 자료가 됩니다.

손해배상 범위를 정할 때 법원은 감독의무자의 관여 정도와 예견가능성뿐 아니라 피해자 측 사정—예를 들어 피해자도 위험을 인지하고 있었는지—까지 함께 고려해 과실상계나 책임 제한을 적용하기도 합니다. 배상 비율을 일률적으로 정할 수 없고 사안마다 인정되는 증거의 두께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영역입니다.

  • 피해자 측 — 과거 위해행동 전력, 진단서·소견서, 치료 중단 경위, 동거·접촉 정도.

  • 부모 측 — 통원·투약 관리 기록, 입원 시도 경위, 신고·격리 조치 이력, 예견불가능성 자료.

  • 공통 — 사고 당시 자녀의 정신상태에 관한 진단 자료(심신상실 여부 판단의 출발점).

자주 묻는 질문

Q. 성인 자녀도 부모가 보호의무자가 되나요?

A. 민법상 부양의무자·후견인이면 나이와 무관하게 보호의무자가 됩니다. 직계혈족인 부모와 자녀는 민법 제974조 제1호에 따라 서로 부양의무가 있어, 자녀가 성년이고 독립해 있더라도 부모가 보호의무자 지위를 갖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다만 별도 후견인이 선임돼 있다면 그 후견인이 우선할 수 있습니다.

Q. 자녀가 치료를 거부해 어쩔 수 없이 방치했다면 책임을 면하나요?

A. 치료를 시도한 구체적 경위와 결과가 중요합니다. 병원 방문 시도, 입원 요건 검토, 상담·투약 관리 노력 등을 기록으로 남겨뒀다면 감독의무를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항변이 가능합니다. 단순히 "말을 듣지 않았다"는 진술만으로는 면책되기 어렵습니다.

Q.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사고를 냈다면 부모도 책임지나요?

A. 원칙적으로 실질적 감독 주체는 병원이므로 병원의 관리·감독 책임이 먼저 문제됩니다. 다만 조기 퇴원을 부모가 주도했거나, 입원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방치한 사정이 있다면 부모의 책임이 함께 인정될 수 있습니다.

Q. 형사에서 심신상실로 불기소·무죄가 났다면 민사배상책임도 없나요?

A. 형사와 민사는 별개 절차입니다. 형사에서 심신상실이 인정돼 처벌을 면하더라도, 민법 제755조에 따라 감독의무자인 부모가 민사배상책임을 지는 경우가 오히려 전형적입니다. 형사 무죄가 민사 면책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Q. 부모와 형제자매가 모두 부양의무자라면 누구에게 청구하나요?

A. 부양의무자가 여럿이면 민법 제976조에 따른 순위·협의에 따라 보호의무 순위가 정해지고, 실제로는 동거하며 주된 보호 역할을 한 사람의 감독의무 위반 여부가 핵심적으로 검토됩니다. 피해자는 보호의무자 전원이나 관련성이 큰 사람을 상대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Q. 손해배상액은 전액 부모가 부담하나요?

A. 법원은 감독의무자의 관여 정도, 예견가능성, 피해자 측 사정 등을 종합해 배상 범위를 정하며, 사안에 따라 과실상계나 책임 제한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일률적인 배상 비율은 없고 구체적 사정에 따라 달라집니다.

맺음말

정신질환자 가족이 낸 사고에서 부모의 배상책임은 자동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자녀가 사고 당시 심신상실 상태였는지, 그렇다면 부모가 감독의무를 게을리하지 않았음을 입증할 수 있는지, 책임능력이 인정되는 상태였다면 부모의 별도 과실이 인과관계와 함께 증명되는지에 따라 결론이 갈립니다. 입원·통원 이력, 위험을 인지한 정황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결국 소송의 승패를 좌우합니다.

수원지방법원에 접수되는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이런 감독의무 위반 다툼은 드물지 않게 나타나며, 사실관계를 어떻게 정리하고 어떤 자료를 먼저 확보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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