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소지하거나 시청했다는 혐의를 받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그런 내용인 줄 몰랐다"고 항변합니다. 그런데 2025년 4월 22일부터 시행된 개정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제11조 제5항에서 '알면서'라는 문구를 삭제했고, 이 때문에 이제는 몰랐다는 주장 자체가 아예 통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퍼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형사법의 기본 원칙은 조문 한 단어가 빠졌다고 곧바로 뒤집히지 않습니다. 문언이 바뀌었다고 고의 없이도 처벌된다는 뜻은 아니며, 다툼의 무게중심이 옮겨갔을 뿐입니다. 이 글에서는 '알면서' 문구가 삭제된 배경과 지금도 여전히 살아있는 고의 요건, 그리고 실무에서 고의를 다투는 구체적인 방법을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아동·청소년성착취물 소지·시청죄 — 제11조 제5항의 구성요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 제11조는 아동·청소년성착취물과 관련된 행위를 그 죄질에 따라 촘촘하게 나누어 처벌합니다. 제1항은 성착취물 자체를 제작·수입·수출한 자를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제3항은 배포·제공하거나 이를 목적으로 광고·소개하거나 공연히 전시·상영한 자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합니다. 가장 가볍게 보이는 행위인 구입·소지·시청은 제5항이 별도로 규정하는데, 여기에도 1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라는 무거운 법정형이 붙어 있습니다. 벌금형을 선택할 여지 자체가 조문에 없다는 점이 이 죄의 특징입니다.
여기서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이 무엇을 가리키는지도 정확히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같은 법 제2조 제5호는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하여 성적 행위를 표현하는 필름·영상·화상 등을 아동·청소년성착취물로 정의합니다. 실제 인물이 아니라 일러스트나 애니메이션, 딥페이크로 합성한 영상이라도 등장인물이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히 인식될 수 있다면 이 정의에 포함된다는 뜻입니다. 이 정의 규정은 뒤에서 볼 '성인인 줄 알았다'는 항변의 한계와도 직결됩니다.
제1항 — 제작·수입·수출,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제2항 — 영리 목적 판매·대여·배포·제공 또는 그 목적의 소지·운반·광고·소개·전시·상영, 5년 이상의 유기징역.
제3항 — 배포·제공 또는 그 목적의 광고·소개·전시·상영, 3년 이상의 유기징역.
제5항 — 구입·소지 또는 시청, 1년 이상의 유기징역.
제11조 제5항은 소지·시청이라는, 배포나 제작에 비하면 가벼워 보이는 행위에도 1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라는 무거운 법정형을 두고 있다 — 벌금형 선택 여지가 없는 구조라는 점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2025년 4월 22일 개정 — '알면서' 문구는 왜 사라졌나
개정 전 제11조 제5항은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구입하거나 아동·청소년성착취물임을 알면서 이를 소지·시청한 자는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법률 제20931호로 개정되어 2025년 4월 22일부터 시행된 현행 조문은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구입·소지 또는 시청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로 문구가 바뀌었습니다. 문장 구조만 놓고 비교하면 '알면서'라는 세 글자가 통째로 빠진 것입니다.
이 변화가 실무에 던지는 파장은 작지 않습니다. 조문만 놓고 보면 마치 행위자가 그 내용을 인식했는지와 무관하게 구입·소지·시청이라는 객관적 사실만 있으면 처벌되는 것처럼 읽힐 여지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수사기관이 조문 개정을 근거로 "이제는 몰랐다는 주장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취지로 접근하는 사례도 보고됩니다. 하지만 형사처벌의 요건은 개별 조문의 문구만으로 완결되지 않고, 형법총칙이 그 위에 얹혀 함께 작동합니다. 다음 항목에서 그 근거를 짚어보겠습니다.
형법 제13조는 살아있다 — 문구가 빠져도 고의범이라는 원칙
형법 제13조(고의)는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다만,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라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 형법이 원칙적으로 모든 범죄를 고의범으로 취급하고, 과실만으로 처벌하려면 그 죄를 정한 법률에 과실범을 처벌한다는 별도의 명문 규정이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청소년성보호법 제11조 제5항 어디에도 "과실로 소지·시청한 자를 처벌한다"는 규정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 조항에서 '알면서'라는 단어가 사라졌다고 해서 과실범으로 바뀌었다고 볼 근거는 형법 체계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비교하자면, 형법 제257조 상해죄 조문에도 "고의로"라는 단어는 없습니다. 그런데도 상해죄가 고의범이라는 데는 아무 이견이 없습니다. 형법총칙 제13조가 모든 범죄 구성요건에 공통으로 적용되어 '고의'라는 요건을 보충해 주기 때문입니다. 제11조 제5항의 '알면서'는 원래도 형법총칙이 당연히 요구하는 내용을 조문에 한 번 더 명시적으로 써 둔 것에 가까웠고, 그 문구가 빠졌다고 해서 형법총칙이 함께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알면서' 문구 삭제가 실제로 바꾸는 것은 고의 요건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그 요건을 조문에 명시적으로 적어 둘 것인지의 문제입니다.
'소지'의 의미와 인식의 대상 — 대법원이 보는 기준
고의가 여전히 필요하다는 것과 별개로, '소지'라는 행위 자체가 무엇을 뜻하는지도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대법원 2023. 10. 12. 선고 2023도5757 판결은 청소년성보호법 제11조 제5항의 '소지'란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자기가 지배할 수 있는 상태에 두고 지배관계를 지속시키는 행위"를 말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판결은 피고인이 자신이 지배하지 않는 서버 등에 저장된 성착취물에 접근했지만 이를 다운로드하는 등 실제로 지배할 수 있는 상태로 나아가지는 않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지'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시청할 수 있는 상태, 접근할 수 있는 상태에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소지를 인정하는 것은 문언 해석의 한계를 넘는다는 것입니다.
인식의 대상도 명확히 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고의가 성립하려면 행위자가 '그 파일이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어야 하는데, 여기서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이란 앞서 본 제2조 제5호에 따라 실존 인물뿐 아니라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표현물까지 포함합니다. 즉 등장인물이 실제로 몇 살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더라도, 외견·상황상 미성년자로 명백히 인식될 수 있는 내용이라면 그 사실 자체가 고의 판단의 근거가 됩니다. '실제 나이를 몰랐다'는 주장과 '그런 내용물인지조차 몰랐다'는 주장은 이처럼 서로 다른 층위의 항변이라는 점을 구분해야 합니다.
계속범이라는 함정 — 개정 전후에 걸친 소지는 어느 법을 적용받나
개정 시점을 전후해 파일을 계속 보관해 온 경우에는 또 다른 쟁점이 생깁니다. 대법원 2023. 3. 16. 선고 2022도15319 판결은 청소년성보호법 제11조 제5항의 소지죄가 "아동·청소년성착취물임을 알면서 소지를 개시한 때부터 지배관계가 종료한 때까지 하나의 죄로 평가되는" 이른바 계속범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계속범은 원칙적으로 실행행위가 종료되는 시점, 즉 지배관계가 끝나는 시점에 시행 중인 법률이 적용됩니다. 따라서 2025년 4월 22일 이전부터 파일을 보관하기 시작해 그 이후까지 계속 가지고 있었다면, 그 소지 행위 전체에는 '알면서' 문구가 빠진 현행 조문이 적용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다만 이것이 인식 요건 자체를 없애는 것은 아닙니다. 판례가 소지죄를 계속범으로 본 전제 자체가 "아동·청소년성착취물임을 알면서 소지를 개시한 때부터"라는 표현에 있듯, 애초에 그 사실을 인식한 시점부터 계속범이 성립한다는 구조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예를 들어 처음 파일을 전달받았을 때는 내용을 확인하지 못해 몰랐다가, 나중에 내용을 확인하고도 삭제하지 않은 채 계속 보관했다면 그 인식 시점 이후부터 소지의 계속성이 인정될 여지가 큽니다. 반대로 인식한 직후 곧바로 삭제했다면 지배관계의 지속이라는 요건 자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결국 개정법 적용 여부와 별개로, 다툼의 핵심은 언제나 '언제부터 인식했는가'로 귀결됩니다.
고의를 다투는 법 — 간접사실로 증명되는 구조
피고인이 법정에서 "몰랐다"고 진술하면 고의가 곧바로 부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2024. 1. 4. 선고 2023도13081 판결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추행죄가 문제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고의를 부인하는 경우 법원은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종합해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결과를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때 고려되는 사정으로는 행위자의 나이·지능·판단능력,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행위 태양과 전후 정황, 평소의 행동양태 등이 제시되었습니다. 죄명은 다르지만 '주관적 인식을 어떻게 증명하는가'라는 법리 구조는 아동·청소년성착취물 소지·시청죄의 고의 판단에도 그대로 통합니다.
실무에서 이 간접사실은 대부분 디지털포렌식 자료로 나타납니다. 파일을 어떤 경로로 취득했는지(스스로 검색해 내려받았는지, 단체대화방에서 무작위로 전송받았는지), 파일명이나 폴더를 별도로 정리·분류해 두었는지, 반복해서 열람했는지 아니면 한 번 재생된 기록만 있는지, 수신 후 삭제·신고했는지 방치했는지가 모두 인식 여부를 추단하는 간접사실이 됩니다. 검색 기록이나 채팅 대화 내용에 성착취물을 지칭하는 은어가 등장한다면 그 자체로 인식을 뒷받침하는 강한 정황이 되고, 반대로 수신 직후 신고하거나 삭제한 기록이 남아 있다면 인식과 용인의 의사를 다투는 유리한 자료가 됩니다.
파일 취득 경위 — 능동적 검색·다운로드인지, 수동적 수신인지.
보관 방식 — 별도 폴더 정리·비밀번호 설정 등 관리 흔적 유무.
열람 횟수와 기간 — 1회성 재생인지, 장기간 반복 열람인지.
수신 이후 대응 — 즉시 삭제·신고했는지, 방치했는지.
대화·검색 기록 — 성착취물임을 인식했음을 시사하는 표현 존재 여부.
고의를 부인하는 사건에서 법원은 진술이 아니라 디지털포렌식으로 드러나는 간접사실을 통해 인식 여부를 판단한다 — 다투려면 그 간접사실부터 정리해야 한다.
실무에서 다툴 수 있는 지점과 한계
"성인인 줄 알았다"는 항변은 생각보다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습니다. 앞서 본 대로 제2조 제5호는 실제 나이가 아니라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외견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등장인물의 체형·교복·배경 등 정황상 미성년자로 명백히 인식될 수 있는 내용이었다면 실제 나이를 몰랐다는 사정만으로는 고의가 부정되기 어렵습니다. 반면 확인 방법 없이 우연히 도달한 파일을 일부 재생해 봤을 뿐 별도로 저장하거나 반복 시청하지 않았다면, 애초에 '지배관계의 지속'이라는 소지의 구성요건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실제로 다투어 볼 만한 지점은 크게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소지'라는 객관적 구성요건 자체를 다투는 것으로, 다운로드나 별도 저장 없이 열람만 한 경우 대법원 2023도5757 판결의 법리에 따라 지배관계의 지속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방식입니다. 다른 하나는 고의를 다투는 것으로, 파일 취득 경위와 이후 대응(즉시 삭제·신고 등)을 근거로 그 내용을 인식하지 못했거나 인식 즉시 용인 없이 대응했다는 점을 간접사실로 입증하는 방식입니다. 두 갈래 모두 수사 초기 디지털포렌식 단계에서 어떤 자료가 확보되느냐에 따라 유불리가 크게 갈리므로, 진술을 준비하기 전에 관련 기록부터 정리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알면서' 문구가 삭제됐으니 이제는 몰라도 처벌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형법 제13조에 따라 과실범을 처벌하려면 그 죄를 정한 법률에 별도의 명문 규정이 있어야 하는데, 청소년성보호법 제11조 제5항에는 그런 규정이 없습니다. 조문에서 '알면서'라는 단어가 빠졌어도 형법총칙상 고의 요건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Q. "몰랐다"고 주장하면 그 자체로 무죄가 되나요?
A. 아닙니다. 법원은 진술만으로 고의 유무를 판단하지 않고, 파일 취득 경위·보관 방식·열람 횟수·수신 이후 대응 같은 간접사실을 종합해 적어도 미필적 고의가 있었는지를 판단합니다. 단순 부인만으로는 이 간접사실들을 뒤집기 어렵습니다.
Q. 실수로 전달받아 바로 삭제했는데도 처벌되나요?
A. 소지는 자기가 지배할 수 있는 상태에 두고 그 상태를 지속시키는 행위를 의미하므로, 별도로 저장하지 않고 곧바로 삭제했다면 지배관계의 지속이라는 요건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삭제 이전에 반복 재생하거나 별도 보관한 정황이 있다면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등장인물이 성인으로 보였다고 주장하면 인정되나요?
A. 법은 실제 나이가 아니라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교복·체형·배경 등 정황상 미성년자로 명백히 인식될 수 있는 내용이었다면, 성인으로 착각했다는 주장만으로 고의가 부정되기는 어렵습니다.
Q. 개정 이전부터 보관하던 파일은 어느 법이 적용되나요?
A. 소지죄는 계속범이어서 원칙적으로 지배관계가 끝나는 시점, 즉 실행행위가 종료되는 시점의 법률이 적용됩니다. 2025년 4월 22일 이전부터 보관을 시작해 그 이후까지 계속 가지고 있었다면 현행 조문이 그 소지 행위 전체에 적용됩니다.
Q. 소지·시청과 배포는 처벌 수위가 왜 다른가요?
A. 같은 제11조 안에서도 행위 태양별로 법정형이 다릅니다. 배포·제공 등을 처벌하는 제3항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인 반면, 구입·소지·시청을 처벌하는 제5항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상대적으로 가볍습니다. 유통에 관여했는지, 단순히 보유·열람만 했는지를 기준으로 죄질이 구분되기 때문입니다.
맺음말
'알면서' 문구가 삭제됐다는 사실만으로 아동·청소년성착취물 소지·시청죄가 고의와 무관한 범죄로 바뀐 것은 아닙니다. 형법총칙이 요구하는 고의 요건은 여전히 살아 있고, 다만 그 요건이 조문에 명시돼 있지 않은 만큼 수사·재판 단계에서 진술이 아니라 간접사실로 증명되고 다투어지는 비중이 커졌을 뿐입니다. 파일을 어떻게 취득했는지, 어떻게 보관했는지, 인식 이후 어떻게 대응했는지가 결국 유무죄를 가르는 핵심 자료가 됩니다.
수원지검이나 경기남부 지역 경찰에서 디지털포렌식 수사를 받고 있다면, 진술을 하기 전에 통신·저장 기록부터 냉정하게 정리해 보는 것이 먼저입니다. 조문 개정으로 불안감이 커졌다고 해서 서둘러 단정적인 진술을 하기보다, 자신의 소지·시청 경위가 어느 지점에서 어떻게 평가될 수 있는지 미리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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