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건물을 지었는데 벽에 금이 가고 누수가 반복되는 등 하자가 심각하다면, 건축주 입장에서는 계약 자체를 없던 일로 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민법은 완성된 건물에 대해서는 그 하자가 아무리 커도 도급계약 해제를 원천적으로 막아 놓았습니다. 계약을 해제해 공사대금을 돌려받고 건물을 시공사에 넘기는 방식은, 애초에 법이 허용하지 않는 길이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건축주는 심각한 하자 앞에서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이 글에서는 도급계약 해제가 막히는 이유와, 그 대신 건축주가 실제로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구체적으로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신축 건물 하자, 심해도 도급계약을 해제할 수 없는 이유 — 민법 제668조 단서
민법 제667조 제1항은 완성된 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때에는 도급인이 수급인에게 상당한 기간을 정해 하자보수를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나아가 제667조 제2항은 하자보수에 갈음하거나 보수와 함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제668조 본문은 그 하자로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정도라면 도급인이 아예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까지 정합니다. 일반적인 물건 제작이나 용역 도급계약이라면, 하자가 심각해 애초 목적을 이룰 수 없을 때 계약을 해제하고 대금을 반환받는 것이 원칙적인 구제수단입니다.
그런데 제668조에는 결정적인 단서가 붙어 있습니다. "그러나 건물 기타 토지의 공작물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문구입니다. 신축주택, 상가, 공장 같은 건물이나 교량·옹벽 같은 공작물은 이 예외에 해당해 해제 자체가 봉쇄됩니다. 이 예외는 하자의 경중을 따지지 않습니다. 벽에 실금이 있는 수준이든, 기초가 침하해 사실상 재건축이 불가피한 수준이든, 완성된 건물이라면 계약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만큼 하자가 중대해도 해제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건물은 완성되고 나면, 하자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해도 도급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 — 민법 제668조 단서가 정한 예외 없는 원칙이다.
왜 굳이 건물만 예외로 두었나 — 판례가 밝힌 이유
이유는 해제에 따르는 사회경제적 비용에 있습니다. 해제를 인정하면 수급인은 이미 받은 대금을 반환해야 하고, 건축주는 이미 지어진 건물을 철거해 원상회복해야 하는데, 이는 자원 낭비일 뿐 아니라 수급인에게도 지나치게 가혹한 결과를 낳습니다. 대법원은 폐기물 처리시설 건설공사 사건인 92다41559 판결(1994. 8. 12. 선고)에서 이 조항의 취지를 직접 설시했습니다. 토목·건축공사의 기성고 부분까지 계약해제를 인정하면 수급인에게 과대한 손실을 줄 뿐 아니라 원상회복에 따른 사회경제적 손실도 크다는 이유로, 민법 제668조 단서규정의 취지나 신의칙에 비추어 건축 부분에는 해제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 사건은 흥미로운 시사점을 줍니다. 하나의 공사계약 안에 기계·전기공사와 토목·건축공사가 섞여 있었는데, 법원은 기계·전기 부분은 해제를 인정하면서도 건축 부분만은 제668조 단서를 근거로 분리해 해제를 막았습니다. 법원이 '건물'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하자의 정도나 다른 공정과의 관계를 따지지 않고 엄격하게 해제를 차단한다는 뜻입니다. 신축주택 도급계약처럼 공사 전체가 결국 '건물' 하나로 귀결되는 경우라면, 이 예외는 공사 전체에 빈틈없이 적용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 건축주가 실제로 청구할 수 있는 것 — 하자보수청구권과 손해배상청구권
해제가 막혀 있다고 해서 건축주가 무방비 상태에 놓이는 것은 아닙니다. 민법 제667조 제1항은 완성된 목적물에 하자가 있을 때 도급인이 수급인에게 상당한 기간을 정해 하자보수를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다만 단서에서 하자가 중요하지 않으면서 그 보수에 과다한 비용이 드는 경우에는 보수청구권 자체가 제한됩니다. 예컨대 벽지 색상이 미세하게 다른 정도의 하자를 이유로 벽 전체를 뜯어 재시공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는 취지입니다.
제667조 제2항은 도급인이 하자보수에 갈음하거나 보수와 함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실무에서는 수급인이 하자보수를 거부하거나 시기를 놓친 경우, 건축주가 직접 다른 업체에 보수공사를 맡기고 그 비용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하는 방식이 흔히 쓰입니다. 이때 하자보수비용을 뒷받침할 다른 업체의 견적서와 시공내역서, 하자 발생 사진 자료를 미리 확보해 두는 쪽이 이후 소송에서 유리합니다. 하자보수청구와 손해배상청구는 양자택일이 아니라 함께 행사할 수도 있다는 점도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하자보수청구권(제667조 제1항) — 상당한 기간을 정해 직접 보수를 요구.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제667조 제2항) — 직접 보수업체를 불러 고치고 그 비용을 청구.
보수와 함께 손해배상(제667조 제2항) — 보수 후에도 남는 손해(지연손해 등)를 별도로 청구.
공사대금 지급 거절(제667조 제3항, 제536조 준용) — 하자보수·손해배상이 이루어질 때까지 동시이행항변.
도급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고 해서 건축주가 무방비 상태가 되는 것은 아니다 — 하자보수청구권과 손해배상청구권은 여전히 살아 있다.
손해배상 범위는 어떻게 정해지나 — 교환가치 차액이 원칙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 범위를 놓고 흔히 오해가 생깁니다. 대법원 96다45436 판결(1997. 2. 25. 선고)은 건물신축도급계약에서 수급인이 신축한 건물의 하자가 중요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그 보수에 과다한 비용이 드는 경우, 도급인은 하자보수나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고 그 하자로 입은 손해의 배상만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이때 통상의 손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하자 없이 시공했을 경우의 목적물 교환가치와 하자 있는 현재 상태의 교환가치의 차액으로 산정된다는 것이 판례의 결론입니다.
반대로 하자가 중요하거나, 중요하지 않더라도 보수비용이 과다하지 않은 경우라면 하자보수비용 자체를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감정을 통해 하자보수에 필요한 공사비를 산정하는 방식이 가장 흔히 쓰입니다. 다만 하자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는, 수급인이 그런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에 한해 특별손해로만 인정되므로, 일반적인 신축 건물 하자 사건에서 위자료까지 받아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자가 중요하거나 보수비용이 과다하지 않은 경우 — 하자보수비용 상당액.
하자가 중요하지 않으면서 보수비용이 과다한 경우 — 하자 없었을 교환가치와 현재 교환가치의 차액.
정신적 손해(위자료) — 수급인이 예견할 수 있었던 경우에 한해 특별손해로 인정.
보수비용이 지나치게 크면 그 비용을 그대로 받는 것이 아니라, 하자로 떨어진 건물 가치의 차액만큼만 배상받는다 — 판례가 그은 선이다.
공사대금 지급을 미룰 수 있는 근거 — 동시이행항변권
하자가 있는데도 공사대금을 전액 지급해야 한다면 건축주로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습니다. 민법 제667조 제3항은 하자보수청구권·손해배상청구권에 제536조(동시이행의 항변권)를 준용한다고 정합니다. 수급인이 하자를 보수하거나 그에 상응하는 손해를 배상할 때까지, 건축주는 자신의 공사대금 지급의무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이 항변권을 공사대금 전액에 대해 무제한으로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자와 무관한 나머지 공사부분에 대해서까지 대금 지급을 전부 거절하면, 오히려 건축주 쪽이 이행지체 책임을 질 위험이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하자보수에 필요한 비용이나 그에 상응하는 손해배상액 범위 안에서만 대금 지급을 유보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봅니다. 잔금 전액을 무기한 보류하기보다는, 하자보수비용에 해당하는 금액만큼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정산하는 방식이 분쟁을 줄이는 현실적인 선택입니다.
존속기간을 놓치면 권리 자체가 사라진다 — 5년·10년의 함정
하자담보책임에는 기간 제한이 있습니다. 민법 제670조 제1항은 하자보수·손해배상청구·계약해제는 목적물 인도일로부터 1년 내에 해야 한다고 정하지만, 건물이나 그 밖의 공작물에는 제671조의 특칙이 우선 적용됩니다. 제671조 제1항에 따르면 토지·건물 기타 공작물의 수급인은 목적물 또는 지반공사의 하자에 대해 인도 후 5년간 담보책임을 지고, 목적물이 석조·석회조·연와조·금속 기타 이와 유사한 재료로 조성된 경우에는 그 기간이 10년으로 늘어납니다.
여기서 실무상 자주 놓치는 부분이 제671조 제2항입니다. 하자로 인해 건물이 멸실되거나 훼손된 경우에는, 그 멸실·훼손일로부터 1년 내에 제667조의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고 별도로 정하고 있습니다. 5년·10년이라는 존속기간만 믿고 있다가, 하자로 실제 붕괴나 침하 같은 훼손이 발생했는데도 그 시점으로부터 1년을 넘겨버리면 담보책임 자체를 물을 수 없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하자를 발견하면 존속기간과 별도로 훼손 여부와 그 발생 시점을 함께 기록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건축주가 자재를 지정했거나 시공사 지시를 따른 경우는 다르다
모든 하자에 대해 수급인이 담보책임을 지는 것은 아닙니다. 민법 제669조는 목적물의 하자가 도급인이 제공한 재료의 성질이나 도급인의 지시에서 비롯된 경우에는 제667조·제668조의 담보책임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건축주가 특정 자재를 직접 지정해 시공을 요구했거나 설계 변경을 지시했고 그로 인해 하자가 생겼다면, 원칙적으로 수급인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습니다.
다만 이 면책에도 예외가 있습니다. 수급인이 그 재료나 지시가 부적당하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건축주에게 고지하지 않았다면, 여전히 담보책임을 집니다. 전문 시공업체인 수급인에게는 위험한 자재나 무리한 지시를 걸러낼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따라서 건축주가 자재나 시공방법을 지정했던 사안이라도, 당시 시공사가 문제를 지적하거나 이의를 제기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책임소재를 가리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하자가 너무 심해서 사실상 재건축해야 하는 수준이어도 계약을 해제할 수 없나요?
A. 네. 민법 제668조 단서는 건물 기타 토지의 공작물에 대해서는 하자의 정도와 관계없이 도급계약 해제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하자보수비용이나 교환가치 차액 상당의 손해배상은 별도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Q. 공사대금을 아직 다 안 줬다면 하자를 이유로 안 줘도 되나요?
A. 하자보수나 손해배상이 이루어질 때까지 그 범위 안에서 대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동시이행항변권). 다만 하자와 무관한 부분까지 전액 지급을 거절하면 오히려 이행지체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Q. 하자보수비용이 공사대금보다 큰 경우엔 어떻게 되나요?
A. 그렇다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자가 중요하지 않으면서 보수비용이 과다하다면, 하자 없는 경우와 있는 경우의 교환가치 차액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하는 방식으로 처리됩니다.
Q. 담보책임은 언제까지 주장할 수 있나요?
A. 건물이나 공작물은 인도 후 5년, 목적물이 석조·금속 등으로 조성된 경우 10년까지 담보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다만 하자로 건물이 멸실·훼손된 경우에는 그 시점으로부터 1년 안에 별도로 권리를 행사해야 합니다.
Q. 제가 자재를 직접 골라줬는데 그것 때문에 하자가 생겼다면요?
A. 원칙적으로 그 하자에 대해서는 수급인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습니다. 다만 수급인이 그 자재나 지시가 부적당하다는 것을 알고도 알리지 않았다면, 예외적으로 담보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Q. 하자보수를 요구했는데 시공사가 응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요?
A. 다른 업체에 보수를 맡기고 그 비용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후 소송으로 갈 가능성에 대비해 시공사에 보낸 보수 요구 서면과 다른 업체의 견적서·시공내역을 미리 갖춰 두는 것이 좋습니다.
맺음말
신축 건물에 하자가 있다고 해서 계약 자체를 되돌릴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민법은 건물에 관한 한 그 길을 원천적으로 막아 놓았습니다. 하자가 아무리 커도 도급계약 해제는 불가능하고, 건축주가 쥘 수 있는 무기는 하자보수청구권과 손해배상청구권, 그리고 그에 딸린 동시이행항변권입니다. 존속기간과 손해배상의 산정 방식을 먼저 이해해야, 실제로 받을 수 있는 것과 받을 수 없는 것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특히 수원·화성 등 경기남부처럼 신축공사가 꾸준히 진행되는 지역에서는, 준공 이후 하자를 발견한 건축주가 '해제하고 대금부터 돌려받자'는 생각으로 대응 시점을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어떤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존속기간은 언제까지인지 먼저 확인한 뒤 절차를 밟는 것이 공사비 전체를 지키는 길입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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