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에는 지인이나 가족, 직장 동료에게 차를 빌려줬다가 상대방이 무면허 상태였다는 사실이 나중에 드러나면서, 차를 빌려준 사람까지 경찰 조사를 받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상담을 오시는 분들 대부분은 “나는 그냥 차를 빌려준 것뿐이다”, “운전면허가 있는지 없는지까지 내가 어떻게 확인하느냐”는 생각으로 별일 아니라고 여기셨던 경우입니다. 그런데 상대방이 무면허운전으로 단속되거나 사고를 낸 뒤 경찰이 차량 소유자인 본인에게까지 면허가 없다는 걸 알고 빌려줬는지 묻는 연락을 하면서, 그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는 분들이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방조범이 성립하기 위한 고의의 수준을 정범이 저지르는 범죄의 구체적 내용까지 알 필요는 없고 미필적 인식이나 예견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기준으로 폭넓게 인정하고 있어, “확실히 몰랐다”는 주장만으로는 책임을 벗기 어려운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무면허인 줄 모르고 차를 빌려준 경우 실제로 형사책임을 지게 되는 기준이 무엇인지, 그리고 의심을 받고 있다면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차를 빌려준 사람도 무면허운전을 도운 것으로 평가되면 방조범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무면허운전은 운전자만의 범죄가 아니라, 그 운전을 쉽게 만들어 준 사람도 형사책임의 대상이 됩니다.
도로교통법 제43조는 운전면허를 받지 아니하거나 그 효력이 정지된 상태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고, 이를 위반해 실제로 운전한 사람은 같은 법 제152조 제1호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이 처벌은 원칙적으로 직접 운전대를 잡은 사람, 즉 정범을 향한 것입니다.
그런데 형법 제32조는 타인의 범죄를 방조한 자는 종범으로 처벌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방조란 정범이 범행을 한다는 사정을 알면서 그 실행행위를 직접·간접으로 쉽게 만들어주는 모든 행위를 뜻하는데, 차 열쇠를 건네주는 행위, 차를 쓸 수 있게 빌려주는 행위도 상대방의 무면허운전을 물리적으로 가능하게 만든 행위인 이상 방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도 방조는 정범이 실행에 착수한 뒤에만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실행 착수 전에 장래의 범행을 예상하고 이를 쉽게 만들어주는 행위를 한 경우에도 성립한다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2011. 12. 8. 선고 2010도9500 판결). 차를 빌려주는 시점은 대개 무면허운전이라는 실행행위보다 앞서지만, 그 이후 이어지는 운전을 가능하게 만든 행위라는 점에서 방조 판단의 대상이 됩니다.
차를 빌려준 것이 상대방의 무면허운전을 실제로 가능하게 한 행위였다면, 운전을 직접 하지 않았더라도 형사책임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2. 핵심은 ‘몰랐다’는 말이 아니라, 몰랐다고 볼 수 있는 사정이 있었는지입니다
방조죄는 고의범이므로 정말 몰랐다면 원칙적으로 처벌 대상이 아니지만, 미필적 인식만으로도 고의는 인정됩니다.
형법 제13조는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방조죄에는 과실범을 처벌하는 별도 규정이 없으므로, 상대방이 무면허라는 사실을 정말 인식하지 못했다면 원칙적으로 방조죄가 성립하지 않는 것이 맞습니다.
문제는 “몰랐다”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여 줄 것인지입니다. 대법원은 방조범이 성립하기 위한 정범의 고의에 관해 다음과 같이 판단하고 있습니다.
방조범에 있어서 정범의 고의는 정범에 의하여 실현되는 범죄의 구체적 내용을 인식할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고 미필적 인식 또는 예견으로 충분하다(대법원 2011. 12. 8. 선고 2010도9500 판결).
즉 확실히 알았다는 적극적 인식이 아니라, 무면허일 수도 있겠다고 어렴풋이 짐작했으면서도 개의치 않고 차를 빌려줬다는 정도의 미필적 고의만 있어도 방조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상대방이 평소 운전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거나, 면허증을 보여달라는 요청을 회피했다거나, 나이가 아직 면허 취득 가능 연령에 이르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 등을 미필적 고의를 뒷받침하는 간접사실로 봅니다.
반대로 상대방이 렌터카를 이용한 이력이 있거나, 평소 본인 차량으로 운전하는 모습을 여러 번 봤거나, 실제로 면허증을 확인하고 빌려준 사정이 있다면 “몰랐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자료가 되므로 방조 책임을 다툴 여지가 커집니다.
“몰랐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고, 몰랐다고 볼 수 있는 구체적인 사정을 자료로 뒷받침할 수 있는지가 책임 여부를 가릅니다.
3. 사업자의 의무와 개인 간 차량 대출은 근거 조문부터 다릅니다
렌터카·리스업체 같은 ‘고용주등’에게는 도로교통법이 별도 의무를 지우지만, 친구나 가족 사이의 대출에는 형법의 방조 이론이 적용됩니다.
도로교통법 제56조 제2항은 고용주등에게 운전면허가 없거나 정지된 운전자가 자동차등을 운전하는 것을 알고도 말리지 않거나 그런 운전자에게 운전을 시켜서는 안 된다는 의무를 지우고, 이를 어기면 같은 법 제152조 제2호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여기서 고용주등은 운전자를 고용한 사업주, 차량을 관리하는 지위에 있는 사람, 그리고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사업용 차량을 임차하거나 대여하는 리스·렌터카 사업자를 가리키는 개념입니다.
반면 일반적인 친구·가족·지인 사이의 차량 대출은 이 조항이 적용되는 사업적 관계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처벌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아니고, 앞서 본 형법 제32조의 방조범 규정이 별도로 적용됩니다. 근거 조문이 도로교통법의 특별규정에서 형법총칙으로 옮겨갈 뿐, 결론적으로 형사책임을 질 수 있다는 점은 같습니다.
다만 형량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방조범, 즉 종범은 형법 제32조 제2항에 따라 정범의 형보다 필요적으로 감경되고, 그 감경은 형법 제55조에 따라 유기징역은 형기의 2분의 1로, 벌금은 다액의 2분의 1로 이루어집니다. 무면허운전죄의 형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므로, 단순 방조로만 인정된다면 최대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150만원 이하의 벌금 범위에서 처벌이 이루어지는 것이 원칙입니다.
반면 단순히 빌려준 것을 넘어 면허가 없어도 이 길로만 다니면 괜찮다는 식으로 적극적으로 운전을 부추기거나 권유했다면 형법 제31조의 교사범이 문제될 수 있고, 교사범은 죄를 실행한 자와 동일한 형으로 처벌되어 감경 혜택이 없습니다. 단순 대출인지 적극적 권유인지에 따라 형량의 상한이 달라지는 셈입니다.
4. 사고로 이어지면 형사책임을 넘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까지 뒤따릅니다
무면허운전으로 사고가 나면, 차를 빌려준 사람은 방조죄와 별개로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상 운행자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무면허운전 자체는 도로교통법 제152조 제1호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 수준이지만, 무면허 상태에서 사고를 내 사람이 다치거나 사망하면 실제로 운전한 사람에게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 따른 치상·치사 책임이 별도로 추가되고, 사고 후 필요한 조치 없이 현장을 벗어나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도주치사죄까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이런 가중처벌은 원칙적으로 실제 운전자에게 적용되고, 차를 빌려준 사람에게 그대로 확장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차를 빌려준 사람이 형사책임(방조죄)을 면하더라도, 민사상으로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3조에 따른 운행자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 조항은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에게 그 운행으로 다른 사람이 사망하거나 부상한 경우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지우는데, 소유자가 스스로 승낙해서 차를 빌려준 이상 운행지배와 운행이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보험 실무에서도 무면허운전 중 사고가 나면 책임보험(대인배상Ⅰ)은 피해자 보호를 위해 우선 지급되지만, 보험회사는 이후 무면허운전이라는 사정을 들어 계약자나 운전자에게 지급한 금액을 구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차량 소유자가 보험계약자인 이상, 실제 운전하지 않았더라도 이 구상 청구의 상대방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5. 무면허운전 방조 의심을 받았다면, 이런 절차로 대응이 진행됩니다
조사 초기에 인식 여부를 뒷받침할 자료를 정리해두는 것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차를 빌려준 사람이 무면허운전 방조 의심을 받는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출석 요구 및 참고인 또는 피의자 조사 → ②차량 소유자와 실제 운전자 쌍방에 대한 조사 → ③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기소 여부 결정 → ④기소되는 경우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단순 방조로 판단되면 벌금형이나 기소유예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지만, 반복해서 차량을 빌려준 사정이 있거나 사고로 이어졌다면 절차가 길어질 수 있습니다.
조사 통보를 받았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정리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차를 빌려줄 당시 상대방의 운전면허 여부를 확인했는지, 확인했다면 어떤 방법으로 확인했는지(면허증 사본, 렌터카 이용 이력, 평소 운전하는 모습을 본 경험 등)를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차를 빌려준 경위(무상인지 대가를 받았는지, 처음 빌려준 것인지 반복적으로 빌려준 것인지, 상대방이 어떤 사유로 빌려달라고 했는지)를 문자나 대화 기록으로 남겨둔 것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단속이나 사고가 있었다면 그 시점과 차를 빌려준 시점 사이의 간격, 그 사이 본인이 무면허 사실을 알게 됐을 만한 계기가 있었는지를 단속확인서·사고기록 등 공적 자료로 대조합니다.
이런 자료를 미필적 고의를 다투는 데 활용하면, 단순 대출인지 방조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실질적으로 다퉈볼 수 있는 여지가 커집니다.
마치며
“차만 빌려준 것뿐인데 내가 왜 조사를 받아야 하나”라는 생각으로 초기 대응을 미루다가, 정작 조사 단계에 가서야 당시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 곤란해지는 분들을 자주 봅니다.
차를 빌려준 쪽 입장에서는 상대방의 면허 여부를 어떻게 확인했는지, 몰랐다고 볼 수 있는 사정을 자료로 남겨두는 것이 우선입니다. 반대로 무면허운전 차량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쪽 입장에서는 차량 소유자에게도 운행자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를 함께 검토해야 실질적인 손해 회복이 가능합니다.
저는 차를 빌려준 쪽과 무면허운전으로 피해를 입은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사실관계라도 인식 여부를 뒷받침하는 자료의 유무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몰랐다”는 말만으로 넘기기엔 위험이 큰 상황이라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면허증을 보여달라고 하기가 애매해서 그냥 믿고 빌려줬는데, 이것도 방조가 되나요?
A. 단순히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바로 방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평소 운전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거나 나이 등에서 의심할 사정이 있었는데도 확인을 회피했다면 미필적 고의를 뒷받침하는 사정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Q. 가족이라서 그냥 믿고 빌려줬는데도 처벌될 수 있나요?
A. 가족이라는 관계 자체는 처벌 여부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무면허 사실에 대한 인식이나 미필적 고의가 있었는지가 기준이므로, 가족 사이라도 무면허 사실을 알면서 빌려줬다면 방조죄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Q. 돈을 받지 않고 그냥 빌려준 것도 방조가 되나요?
A. 대가를 받았는지 여부는 방조죄 성립의 요건이 아닙니다. 무상으로 빌려줬더라도 상대방의 무면허운전을 가능하게 한 행위인 이상 방조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Q. 방조죄로 처벌된다면 형량은 어느 정도인가요?
A. 무면허운전죄의 형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고, 방조범은 형법상 이 형에서 필요적으로 감경되므로 통상 최대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150만원 이하의 벌금 범위에서 처벌이 이루어집니다.
Q. 몰랐다는 걸 어떻게 증명해야 하나요?
A. 면허증을 실제로 확인했던 사정, 상대방이 운전하는 모습을 본 경험, 렌터카 등으로 정상적으로 운전했던 이력에 관한 대화 기록이나 진술이 뒷받침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조사 초기부터 이런 자료를 정리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차를 빌려준 뒤 사고가 났는데, 저도 손해배상 책임을 지나요?
A. 형사상 방조 책임과는 별개로,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상 운행자책임에 따라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소유자가 승낙 하에 차를 빌려준 이상 운행지배·운행이익을 유지한 것으로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Q. 경찰에서 연락이 왔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하는 게 좋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에서 인식 여부에 관한 설명이 어떻게 정리되느냐에 따라 이후 절차의 방향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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