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이 상시화되고 처벌도 계속 강화되면서, 예전 같으면 벌금형 약식명령으로 끝났을 사건도 정식 재판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상담을 받으러 오시는 분들 중에는 “초범이니까 벌금형 정도로 끝나겠지”, “반성문 한 장 정도 내면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으로 재판 준비를 미루다 오시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실제 공판기일에 가서야 준비할 자료가 마땅치 않다는 것을 깨닫고, 예상보다 무거운 형이 선고되는 사례를 자주 봅니다.
최근 대법원은 양형 판단에 관해서는 제1심 법원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항소심에서 뒤집을 수 있다는 기대보다, 재판이 시작되기 전인 1심 단계에서 어떤 자료를 준비해 제출하느냐가 형량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된다는 뜻입니다.
아래에서는 음주운전 재판을 앞두고 어떤 양형자료를 준비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절차와 시기에 맞춰 제출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와 실무 기준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음주운전 재판은 유무죄가 아니라 형량을 다투는 절차인 경우가 많습니다
혈중알코올농도 측정 결과가 명확할수록 재판의 쟁점은 곧바로 양형으로 좁아집니다.
음주운전 사건은 호흡측정기나 채혈을 통해 혈중알코올농도가 수치로 확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다른 형사사건에 비해 사실관계를 다툴 여지가 크지 않습니다. 측정 절차에 하자가 있었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재판의 실질적인 쟁점은 유무죄가 아니라 ‘어떤 형을 선고받는가’로 넘어갑니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재판부의 판단을 좌우하는 것은 검찰이 제출한 수사기록만이 아니라, 피고인이 재판 과정에서 직접 제출하는 자료입니다. 대법원은 양형 판단의 성격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양형은 법정형을 기초로 하여 형법 제51조에서 정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을 두루 참작하여 합리적이고 적정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재량 판단으로서,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 형사소송법에서는 양형판단에 관하여도 제1심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한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이 판시가 중요한 이유는, 1심에서 충분한 자료 없이 재판을 마치면 항소심에서 그 부족을 메우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항소심도 나름의 양형재량을 갖지만, 1심이 직접 심리한 자료와 태도를 존중하는 구조이므로, 자료 준비는 항소를 염두에 둔 대비책이 아니라 1심 공판기일 전에 마쳐야 하는 일입니다.
음주운전 재판에서는 사실관계보다 재판부에 제출하는 양형자료가 형량을 결정짓는 경우가 많습니다.
2.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에 따라 혈중알코올농도와 재범 여부가 형량의 출발점을 정합니다
혈중알코올농도 구간과 재범·측정거부 여부가 처벌의 하한과 상한을 먼저 정해 둡니다.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는 혈중알코올농도에 따라 처벌 수위를 구간별로 나누고 있습니다. 혈중알코올농도 0.03퍼센트 이상 0.08퍼센트 미만이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0.08퍼센트 이상 0.2퍼센트 미만이면 1년 이상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1천만원 이하의 벌금, 0.2퍼센트 이상이면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재범이거나 음주측정을 거부한 경우에는 형이 한층 더 무거워집니다. 재범으로 혈중알코올농도 0.2퍼센트 이상이면 2년 이상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하고, 측정 거부는 1년 이상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구간은 형의 상한과 하한을 정한 것일 뿐, 같은 구간 안에서도 실제 선고형은 크게 달라집니다. 초범이고 사고가 없었던 사건에서도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와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함께 존재하는데,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이 바로 피고인이 재판에서 제출하는 양형자료입니다.
법정형 구간은 출발점일 뿐이고, 그 구간 안에서 실제 형량을 정하는 것은 양형자료입니다.
3. 양형자료는 반성·재범방지·생계 세 축으로 나눠 준비해야 합니다
반성문 한 장보다 재범방지 조치와 생계 자료가 재판부를 더 움직입니다.
가장 먼저 준비하는 것이 반성문이지만, “실수였다”, “다시는 안 그러겠다” 식의 짧은 다짐만으로는 설득력이 약합니다.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왜 운전대를 잡았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음주운전이 자신과 타인에게 어떤 위험을 초래할 수 있었는지를 스스로의 언어로 짚어내는 반성문이 재판부에 더 설득력 있게 읽힙니다.
반성의 진지함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도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도로교통공단 등에서 운영하는 특별교육이나 준법운전강의를 수강하고 수료증을 받아두는 것, 필요하다면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음주 습관에 대한 상담·치료를 받고 진단서나 소견서를 받아두는 것, 그리고 음주운전 방지장치를 자발적으로 설치하겠다는 신청서나 서약서를 준비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실제로 차량을 처분했다면 그 매도 계약서도 재범 위험을 낮추는 자료로 제출할 수 있습니다.
생계 자료도 핵심입니다. 배송·운수업처럼 운전이 직업과 직결되는 경우라면 재직증명서나 소득 자료로 형이 확정되었을 때 생계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고, 부양가족이 있다면 가족관계증명서와 함께 그 사정을 적은 자료를 준비합니다. 여기에 가족, 직장 동료, 거래처, 지역 주민 등 주변에서 받은 탄원서, 그리고 헌혈증이나 봉사활동 확인서 같은 사회적 유대관계를 보여주는 자료까지 더해지면 재판부가 피고인의 생활 전반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반성문·재범방지 조치·생계 자료를 각각 준비해야 재판부가 실제로 참고할 만한 양형자료가 됩니다.
4. 준비를 늦게 시작할수록 정작 재판에서 쓸 수 있는 자료가 줄어듭니다
기소 후 첫 공판기일까지 주어진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습니다.
약식명령으로 끝나지 않고 정식 기소되어 재판(구공판)으로 넘어간 사건은, 통상 기소일로부터 한두 달 안에 첫 공판기일이 잡힙니다. 그 안에 반성문을 쓰고, 교육 수강 신청부터 수료까지 마치고, 탄원서를 받고, 필요한 진단서나 소득 자료까지 챙기려면 시간이 넉넉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벌금형 정도겠지”라는 생각으로 손을 놓고 있다가 공판기일이 임박해서야 서두르는 경우, 특별교육이나 상담 프로그램은 대기 인원 때문에 수료증을 받기도 전에 재판이 끝나버리는 일이 흔합니다. 준비가 늦어질수록 낼 수 있는 자료의 종류와 완성도가 줄어들고, 그만큼 재판부가 참고할 근거도 줄어듭니다.
혈중알코올농도가 높거나 재범인 사건일수록 이 차이가 더 크게 벌어집니다. 초범이고 혈중알코올농도가 낮은 사건은 벌금형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재범이거나 혈중알코올농도가 0.2퍼센트에 가까운 사건에서는 실형과 집행유예의 경계선에서 자료의 완성도가 결과를 가르는 경우를 실무에서 자주 봅니다.
5. 단속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약식명령을 받은 뒤 정식재판을 청구할 때는 형종 상향 금지 원칙을 함께 알아둬야 합니다.
음주운전 사건은 통상 ①현장 단속에서 호흡측정 또는 채혈로 혈중알코올농도를 확인하고 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에서 조사 → ②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결정 → ③혈중알코올농도가 낮고 초범이면 약식명령(벌금) 청구, 재범이거나 수치가 높으면 구공판(정식 기소) → ④법원(수원지방법원) 공판기일 진행의 순서로 흘러갑니다.
약식명령으로 벌금형 통지를 받은 뒤 액수가 부당하다고 생각해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 반드시 알아둘 것이 형사소송법상 형종 상향 금지 원칙입니다.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 제1항은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하여는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종류의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고 규정하여 형종 상향 금지의 원칙을 정하고 있고, 이 원칙은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이 다른 사건과 병합·심리되어 경합범으로 처단되는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대법원 2020. 1. 9. 선고 2019도15700 판결).
즉 벌금형으로 약식명령을 받은 사건은 정식재판을 청구해도 징역형으로 종류가 바뀌지는 않지만, 같은 벌금형 안에서 액수가 더 올라갈 위험은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정식재판을 청구할 때는 액수를 낮출 만한 양형자료를 함께 준비해야 청구의 의미가 있습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 음주운전 사건에서 의심 정황이나 재판을 앞두고 있다면 아래 순서로 준비 상황을 점검하는 것이 좋습니다.
약식명령을 받았다면 통지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인 정식재판청구 기한을 먼저 확인합니다.
구공판으로 기소됐다면 첫 공판기일까지 남은 기간을 계산해 반성문·교육 수강·자료 수집 일정을 역산해 짭니다.
준비된 자료를 반성·재범방지·생계 자료로 분류해 정리하고, 공판기일 최소 1주일 전까지 법원에 제출합니다.
이 시점부터는 어떤 자료를 어떤 순서로 제출할지, 그리고 정식재판청구가 실제로 유리한 선택인지까지 함께 판단해야 하므로, 음주운전 재판에 경험이 있는 변호사와 함께 준비하는 것이 자료의 완성도를 높이는 길입니다.
마치며
음주운전으로 재판까지 가게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축되어, “어차피 벌금형이겠지”라는 생각으로 초기 대응을 미루는 분들이 많습니다.
처음 음주운전으로 재판을 받게 된 초범 입장에서는 첫 재판이라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조차 감이 잡히지 않아 반성문 한 장으로 끝내려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이미 한 번 선처를 받았는데 다시 서게 된 재범 입장에서는 이번에는 정말 실형이 나올까 봐 두려운 마음에 오히려 무엇부터 손대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초범부터 재범까지, 음주운전 재판을 앞둔 다양한 사건에서 양형자료를 함께 준비해 온 변호사로서, 같은 혈중알코올농도라도 준비한 자료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확인해 왔습니다.
재판까지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그 시간 안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초범이고 혈중알코올농도가 낮은데도 재판까지 가나요?
A. 혈중알코올농도가 낮은 초범은 대부분 약식명령(벌금)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사고가 있었거나 검찰이 구공판으로 기소하면 정식 재판으로 진행됩니다. 약식명령을 받았더라도 액수가 부당하면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Q. 반성문은 언제까지 제출하면 되나요?
A. 정해진 기한은 없지만 재판부가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므로 첫 공판기일 최소 1주일 전에는 제출하는 것이 적정합니다. 너무 늦게 제출하면 재판부가 충분히 참고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Q. 음주운전 방지장치를 꼭 설치해야 하나요?
A. 법적으로 강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재범 위험을 낮추겠다는 의사를 보여주는 자료로 활용됩니다. 설치 신청서나 서약서를 양형자료로 제출하면 재범방지 노력을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습니다.
Q. 실형과 집행유예의 경계는 어떻게 정해지나요?
A. 혈중알코올농도, 재범 여부, 사고 유무 같은 객관적 사정에 반성 정도와 재범방지 조치, 생계 사정 같은 양형자료가 더해져 종합적으로 판단됩니다. 정해진 수치 하나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Q. 약식명령에 대해 정식재판을 청구하면 형이 더 무거워질 수도 있나요?
A. 형종, 즉 벌금형에서 징역형으로 종류가 바뀌지는 않지만 같은 벌금형 안에서 액수가 올라갈 위험은 있습니다. 그래서 청구 전에 액수를 낮출 양형자료를 함께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Q. 변호사는 언제 선임하는 것이 좋나요?
A. 기소 여부가 결정되기 전, 늦어도 공판기일이 잡히자마자 선임하는 것이 좋습니다. 준비할 자료가 많고 일부는 수료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이르게 시작할수록 자료의 완성도가 높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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