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교통사고를 낸 뒤 보험사에 대인접수를 마쳤는데도,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서에서 출석통지서를 받거나 고소장이 접수됐다는 사실을 통보받고 당황해하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대인접수 했으니 이제 끝난 거 아닌가요”, “보험사가 다 처리해줄 텐데 설마 고소까지 가겠어요”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상대방의 상처가 예상보다 깊거나, 사고 당시 신호위반이나 중앙선 침범 같은 사정이 있었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보험 접수로 손해배상 문제가 정리되는 것과 형사처벌을 받는지는, 처음부터 별개의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최근 대법원은 보험 처리나 합의가 되어 있어도 그것이 곧 형사처벌을 면하게 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 그리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는 반드시 피해자 본인의 명시적인 의사여야 한다는 점을 거듭 확인하고 있습니다. 사고 유형이나 피해 정도에 따라서는 보험에 가입되어 있어도 애초에 형사처벌 특례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보험 대인접수와 형사처벌이 왜 별개로 진행되는지, 어떤 경우에 보험 가입에도 불구하고 고소·기소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고소를 당했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보험 대인 접수와 형사처벌은 원래부터 서로 다른 절차로 진행됩니다
대인접수는 손해배상 문제를 해결할 뿐, 형사처벌 여부를 결정짓는 절차가 아닙니다.
교통사고가 나면 두 가지 절차가 동시에 시작됩니다. 하나는 피해자의 치료비와 손해를 보상하는 민사(손해배상) 절차이고, 다른 하나는 운전자의 과실 행위를 국가가 처벌할지를 정하는 형사 절차입니다. 대인접수는 보험회사가 피해자를 대신해 치료비 전액과 정해진 기준의 손해를 먼저 지급하는 손해배상 절차에 해당합니다(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4조 제2항).
다만 이 절차가 진행된다고 해서 형사 절차가 자동으로 종료되는 것은 아닙니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은 일정한 조건을 갖춘 경우에만 형사처벌의 특례(반의사불벌·공소제기 제한)를 부여하고 있고, 그 조건에서 벗어나면 보험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수사와 기소가 그대로 진행됩니다.
실무에서는 대인접수를 마친 뒤 안심하고 있다가, 상대방이 고소장을 접수하거나 경찰이 사고 조사 중 직권으로 수사를 개시하면서 비로소 형사 절차가 별도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시점에는 이미 초기 진술이나 대응의 골든타임이 지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보험 대인접수는 손해배상 문제를 해결하는 절차일 뿐, 형사처벌 여부는 전혀 다른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2. 12대 중과실에 해당하면 보험에 가입돼 있어도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습니다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음주운전 등 열두 가지 사유에 해당하면 합의·보험 유무와 무관하게 공소가 제기됩니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은 업무상과실치상죄·중과실치상죄를 저지른 운전자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원칙적으로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정합니다. 종합보험에 가입된 경우에도 같은 법 제4조 제1항에 따라 공소제기가 제한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이 특례에는 처음부터 예외가 정해져 있습니다.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제한속도 시속 20킬로미터 초과, 앞지르기 방법 위반, 철길건널목 통과방법 위반, 횡단보도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 무면허운전, 음주·약물운전, 보도침범, 승객추락방지의무 위반, 어린이보호구역 안전운전의무 위반, 화물고정조치 위반 등 이른바 12대 중과실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피해자의 합의 여부나 보험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공소가 제기됩니다.
교통사고로 업무상과실치상죄 또는 중과실치상죄를 범한 운전자에 대하여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 각 호에서 규정한 신호위반 등의 예외사유는 같은 법 제3조 제1항 위반죄의 구성요건요소가 아니라 공소제기의 조건에 관한 사유이므로, 단서 각 호의 사유가 경합하더라도 하나의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죄가 성립할 뿐 각 호마다 별개의 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1. 7. 28. 선고 2011도3630 판결).
즉 사고 당시 위 12개 사유 중 하나에 해당한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그것으로 형사처벌 특례가 적용되지 않게 됩니다. 실무에서는 신호를 위반했는지, 안전거리를 확보했는지, 제한속도를 넘었는지 등 사고 당시 정황이 블랙박스와 CCTV로 끝까지 다투어지는 경우가 많은 이유입니다.
12대 중과실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보험에 가입되어 있어도 그 자체로 형사처벌 특례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3. 피해자가 중상해를 입었거나 의식불명 상태라면 가족의 합의로도 처벌을 막을 수 없습니다
처벌불원 의사는 피해자 본인의 명시적인 의사여야 하고, 중상해는 애초에 보험 특례의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4조 제1항 제2호는 피해자가 상해로 생명에 대한 위험이 발생하거나 불구, 불치 또는 난치의 질병을 얻은 경우, 즉 중상해에 이른 경우에는 보험에 가입되어 있어도 공소제기를 막는 특례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이는 2009년 헌법재판소가 중상해 사고까지 보험 특례로 처벌을 면제하는 것은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다며 위헌으로 결정한 뒤 법률에 반영된 내용입니다.
또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는 반드시 피해자 본인의 명시적인 의사여야 합니다. 피해자가 의식불명 등으로 의사표현을 할 수 없는 상태라면, 배우자나 자녀 등 가족, 심지어 법원이 선임한 성년후견인이라 하더라도 피해자를 대신해 합의금을 받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형성하거나 결정할 수 없습니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에서 차의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인하여 범한 업무상과실치상죄는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규정하여 문언상 그 처벌 여부가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달려 있음이 명백하므로, 성년후견인이 의사무능력 상태의 피해자를 대신하여 처벌불원의사를 형성하거나 결정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법의 문언에 반한다(대법원 2023. 7. 17. 선고 2021도11126 전원합의체 판결).
이 판결은 자전거 사고로 보행자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자 법률상 배우자가 성년후견인으로 선임되어 합의금을 받고 처벌불원서를 제출한 사안이었는데, 대법원은 그 의사표시로는 형사처벌을 막을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대인접수 이후 가족 사이에 합의가 됐다고 안심하고 있다가, 피해자 본인의 명시적 의사가 아니었다는 이유로 형사절차가 그대로 진행되는 경우가 실제로 발생하는 것입니다.
피해자가 중상해를 입었다면 보험 가입 여부와 무관하게 공소제기가 가능하고, 가족의 합의만으로는 처벌불원의 효과가 인정되지 않습니다.
4. 사망사고나 도주(뺑소니)라면 보험 특례는 처음부터 적용되지 않습니다
피해자가 사망했거나 사고 후 도주했다면, 보험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훨씬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됩니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의 반의사불벌·보험 특례는 형법 제268조 중 업무상과실치상죄·중과실치상죄, 즉 다친 경우에만 적용됩니다.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처음부터 특례 대상이 아니므로, 보험 가입이나 유족과의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공소가 제기됩니다. 이 경우 형법 제268조에 따라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사고를 낸 뒤 피해자를 구호하지 않고 도주한 경우에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도주차량 운전자의 가중처벌)이 적용되어 형량이 크게 높아집니다.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도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피해자를 사고 장소에서 옮겨 유기하고 도주한 경우에는 상해만 있어도 3년 이상의 유기징역, 사망에 이르게 했다면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대인접수를 했다는 사실이 사고 직후 구호조치를 다했는지, 도주가 없었는지를 대체해주지는 않습니다. 사고 후 현장을 벗어난 경위, 연락처를 남겼는지, 곧바로 신고했는지 등은 도주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자료이므로 사고 직후의 행동이 특히 중요합니다.
5. 고소를 당했다면,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고소 이후 조사에 대비한 자료 정리가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대인접수 이후 형사고소로 이어지는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사고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또는 교통조사계의 직권 인지 → ②피해자·가해자 조사 및 사고 당시 블랙박스·CCTV·목격자 진술 확보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12대 중과실이나 도주에 해당한다면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고소 사실을 통보받았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고 당시 블랙박스 영상과 인근 CCTV가 있는지, 있다면 신호·속도·진행경로가 어떻게 기록되어 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보험사에 접수된 대인접수 내역과 진단서, 사고 경위서를 발급받아 12대 중과실이나 중상해 해당 여부를 미리 가늠합니다.
사고 직후 구호조치·신고 여부, 피해자와 나눈 대화나 합의 관련 자료를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교통사고 형사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12대 중과실이나 중상해 해당 여부를 미리 검토해 반의사불벌 특례를 살릴 수 있는지, 아니면 양형 대응에 집중해야 하는지 방향을 빨리 잡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보험 대인접수를 마쳤다는 안도감 때문에, 정작 형사 절차가 별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늦게 알아차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고를 당한 피해자 입장에서는 보험처리와 별개로 12대 중과실이나 중상해 해당 여부를 서둘러 확인해 형사고소로 대응할 필요가 있는지 판단해야 합니다. 처벌불원 의사는 반드시 본인이 직접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며, 가족이 대신할 수 없다는 점도 기억해야 합니다.
반대로 사고를 낸 운전자 입장에서도 “보험 처리했으니 끝났다”는 생각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사고 당시 신호·속도·구호조치 여부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저는 교통사고 형사사건에서 사고를 당한 피해자 측과 사고를 낸 운전자 측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에 어떤 자료를 확보했는지에 따라 사건의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보험 접수만으로 안심할 단계가 아니라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초기 대응이 결과를 가르는 이 시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보험사에서 대인접수를 완료했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왜 형사고소를 당하나요?
A. 대인접수는 손해배상을 처리하는 민사 절차이고, 형사처벌 여부는 별도의 기준으로 판단되기 때문입니다. 12대 중과실이나 중상해에 해당하면 보험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공소제기가 가능합니다.
Q. 상대방과 이미 합의서를 썼는데도 처벌받을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12대 중과실에 해당하는 사고라면 합의 여부와 무관하게 공소가 제기됩니다. 다만 12대 중과실에 해당하지 않는 일반 사고에서는 합의로 처벌불원 효과가 인정되고, 그 외의 경우에도 양형에서 유리하게 참작됩니다.
Q. 피해자가 의식이 없어서 가족이 합의금을 받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는데도 처벌될 수 있나요?
A. 그럴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처벌불원 의사표시는 피해자 본인의 명시적 의사여야 하고, 성년후견인을 포함한 가족이 대신 결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가족이 수령한 합의금은 양형에서 참작될 수 있습니다.
Q. 신호위반이 있었는지가 애매한 상황인데, 어떻게 다투나요?
A. 블랙박스 영상, 인근 CCTV, 신호 주기 기록 등 사고 당시 정황을 객관적 자료로 확인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신호위반 여부는 공소제기의 조건에 관한 사유이므로, 이 부분이 인정되지 않으면 특례 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사고 후 잠깐 현장을 벗어났다가 바로 돌아왔는데도 도주로 볼 수 있나요?
A. 구호조치를 다했는지, 연락처를 남기고 신고했는지가 관건입니다. 상황에 따라 도주로 평가되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이 적용되어 형량이 크게 높아질 수 있으므로, 사고 직후의 행적을 정확히 정리해두어야 합니다.
Q. 형사사건과 별개로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도 진행해야 하나요?
A. 대인접수로 처리되지 않는 손해(치료 종결 후 후유장해, 위자료 등)가 있다면 별도의 민사소송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형사절차의 결과가 민사소송에서 유리한 자료로 활용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