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회식이나 모임이 끝난 뒤 “한 잔만 더 하고 가라”, “대리비 아까운데 그냥 몰고 가”라며 곧 운전할 사람에게 술을 더 권하는 자리가 여전히 많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술을 권한 사람까지 음주운전 방조 혐의로 함께 조사를 받는 사례가 최근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에는 “나는 그냥 같이 마신 것뿐이다”, “그 사람이 운전할지 안 할지는 내 알 바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술자리를 이어간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정작 상대가 사고를 내거나 단속에 걸리고 나면, “나는 운전을 시킨 적이 없다”, “같이 마셨을 뿐이다”라는 항변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함께 입건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됩니다.
최근 대법원은 방조범의 성립 요건, 특히 정범의 범행을 안다는 인식과 그 실행행위를 실제로 용이하게 한 구체적 행위를 엄격하고 일관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술을 함께 마셨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방조범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형사책임의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아래에서는 운전할 것을 알면서도 술을 권한 행위가 어떤 경우에 음주운전 방조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의심 상황에서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관련 법리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단순히 같은 술자리에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방조범이 되지 않습니다
방조는 정범의 실행행위를 실제로 도운 구체적 행위가 있어야 성립합니다.
형법 제32조는 “타인의 범죄를 방조한 자는 종범으로 처벌한다”고 정하고, 종범의 형은 정범의 형보다 감경한다고 규정합니다. 여기서 방조란 정범이 범행을 한다는 사정을 알면서 그 실행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직접적, 간접적인 모든 행위를 의미합니다.
중요한 것은 방조범도 결국 정범의 범죄에 종속된다는 점입니다. 정범, 즉 운전자가 실제로 음주운전이라는 실행행위로 나아가야 방조가 성립할 여지가 생기고, 함께 술을 마신 사람이 대리운전을 불러 무사히 귀가했다면 애초에 방조가 문제될 실행행위 자체가 없는 것입니다.
반대로 실제 음주운전이 있었다면, 그 자리에서 술을 권한 사람의 행위가 정범의 실행행위와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다음 쟁점이 됩니다. 같은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 함께 술을 마셨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형사책임이 발생하지는 않습니다.
같은 술자리에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방조범이 되지 않고, 정범의 실제 음주운전과 방조행위 사이의 구체적 연결이 있어야 문제가 됩니다.
2. ‘운전할 것을 알면서도’라는 인식, 즉 방조의 고의가 핵심 쟁점입니다
고의는 확정적으로 알았을 필요 없이, 운전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감수했다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방조가 성립하려면 방조자에게 정범의 범행을 안다는 인식, 즉 방조의 고의가 있어야 합니다. 형사재판에서는 이 고의가 반드시 “100% 확신”일 필요는 없고, 상대가 운전할 가능성을 인식했음에도 이를 감수하고 술을 권했다면 미필적 고의로도 충분하다고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무에서 고의 판단의 근거가 되는 정황은 다양합니다. 그 사람이 차를 몰고 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대리운전을 부를 계획이 없다고 말한 적이 있는지, 술자리 중간에 “운전은 어떻게 할 거냐”는 대화가 있었는지 등이 대표적입니다.
형법상 방조행위의 의미와 관련해,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형법상 방조행위는 정범이 범행을 한다는 정을 알면서 그 실행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직접, 간접의 모든 행위를 가리키는 것인바, 자동차운전면허가 없는 자에게 승용차를 제공하여 그로 하여금 무면허운전을 하게 하였다면 이는 도로교통법위반(무면허운전) 범행의 방조행위에 해당한다(대법원 2000. 8. 18. 선고 2000도1914 판결).
이 판시는 무면허운전 사건에 관한 것이지만, “정범의 범행을 알면서 실행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직접·간접의 모든 행위”라는 방조행위의 정의는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일반원칙입니다. 도로교통법 제44조제1항, 제4항이 정한 혈중알코올농도 0.03퍼센트 이상의 운전 금지 규정을 상대가 위반할 것을 인식하면서도 술을 권했다면, 같은 법리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운전할 것을 알면서도’라는 인식은 확정적일 필요 없이, 가능성을 인식하고 감수했다면 방조의 고의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3. 술을 권한 행위가 실제로 운전을 쉽게 만들었는지에 따라 방조 여부가 갈립니다
단순한 권주는 부족하고, 운전 결심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행위가 있어야 방조로 인정됩니다.
방조행위와 정범의 실행행위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필요합니다. 즉 방조자의 행위가 실제로 운전자의 음주운전이라는 실행행위를 용이하게 했다고 평가될 수 있어야 합니다.
방조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은 대체로 이런 모습입니다. 차 열쇠를 손에 쥐어주며 “이 정도로는 안 걸린다”고 안심시킨 경우, 대리운전을 부르려는 것을 만류하며 “아깝다, 그냥 가자”고 한 경우, 운전을 직접 권유하거나 조수석에 동승해 길안내까지 한 경우가 그렇습니다. 이런 행위들은 술을 권한 것을 넘어, 운전이라는 실행행위 자체를 실질적으로 쉽게 만들었다고 평가될 여지가 큽니다.
반면 회식 자리에서 술을 권했을 뿐, 이후 그 사람이 어떤 방법으로 귀가하는지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고 먼저 자리를 떠난 경우라면, 술을 권한 행위와 그 뒤에 벌어진 운전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권주 행위”와 “운전을 용이하게 한 행위”가 구분됩니다.
단순한 권주만으로는 부족하고, 운전이라는 실행행위 자체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구체적 행위가 있어야 방조로 인정됩니다.
4. 실제로 운전자가 처벌되는 형량 구간에 따라 방조범의 형도 달라집니다
종범의 형은 정범의 형보다 반드시 감경되지만, 정범의 형량 자체가 무거우면 감경 후에도 가볍지 않습니다.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제3항은 혈중알코올농도에 따라 처벌 수위를 구분합니다. 혈중알코올농도가 0.03퍼센트 이상 0.08퍼센트 미만이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0.08퍼센트 이상 0.2퍼센트 미만이면 1년 이상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1천만원 이하의 벌금, 0.2퍼센트 이상이면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10년 내 재범이라면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제1항에 따라 형이 더 무거워집니다.
형법 제32조제2항은 종범의 형을 정범의 형보다 감경한다고 정하고 있고, 이 감경은 형법 제55조에 따라 유기징역은 그 형기의 2분의 1로, 벌금은 그 다액의 2분의 1로 줄이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다만 이는 필요적 감경일 뿐, 정범인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가 높아 애초 법정형 자체가 무거운 사건이라면 감경 후에도 방조범의 처벌 수위가 가볍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한 방조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운전 사실을 알면서 함께 음주 운전 차량에 동승한 경우라면 별도로 도로교통법상 책임이나 민사상 공동책임이 문제될 수 있어, 방조 혐의 여부와는 별개로 따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5. 방조 혐의로 함께 수사를 받게 되면,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초기 진술과 대화 기록 정리가 방조 혐의를 좌우하는 첫 갈림길입니다.
음주운전 방조 사건은 통상 ①운전자의 단속 또는 사고를 계기로 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가 수사를 개시하면서 동석자의 진술과 통신 기록을 확보 → ②동석자가 참고인 또는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되면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술을 권한 사람이라는 이유로 조사 통보를 받았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날 나눈 문자·메신저 대화에 운전 계획이나 대리운전 관련 언급이 남아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동석했던 다른 사람들의 진술을 통해 누가 어떤 말을 했는지, 술을 권한 맥락이 무엇이었는지를 재구성합니다.
실제 귀가·이동 방법(대리기사 호출 내역, 카드 결제 기록, 주변 CCTV 등)을 확보해 방조행위와 실행행위 사이의 인과관계를 다툴 자료로 삼습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방조 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고의와 인과관계 중 어느 지점에서 방어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검토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술을 권했다는 이유로 조사를 받게 되면, “그냥 같이 마셨을 뿐인데 내가 왜”라는 억울함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사고를 당한 쪽에서도 운전자만 문제 삼고, 함께 술자리를 주도한 동석자의 책임은 놓치고 지나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술을 권한 쪽 입장에서는 그 자리의 대화와 정황이 고의·인과관계를 어떻게 뒷받침하거나 반박하는지를 냉정하게 짚어보는 것이 먼저입니다. 반대로 사고나 단속의 피해를 입은 쪽 입장에서도, 운전자 외에 방조 책임을 질 사람이 있는지를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음주운전 사건에서 운전자를 변호한 경험과, 방조 혐의를 받는 동석자를 변호한 경험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술자리라도 고의와 인과관계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술을 권했을 뿐인데도 방조로 처벌될 수 있나요?
A. 가능성은 있지만 자동으로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운전할 것을 알았다는 고의와, 그 권유가 실제 운전을 용이하게 했다는 인과관계가 함께 인정되어야 방조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Q. 대리운전을 부르라고 말했는데 상대가 그냥 운전했다면 방조가 되나요?
A. 그 사실만으로는 방조로 보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운전을 만류하려 했다는 사정은 방조의 고의가 없었다는 방향으로 참작될 수 있는 정황입니다.
Q. 확정적으로 알지 못했어도 방조가 인정되나요?
A. 인정될 수 있습니다. 운전할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이를 감수하고 술을 권했다면 미필적 고의로도 방조의 고의가 충족될 수 있습니다.
Q. 방조범의 형량은 운전자보다 얼마나 가벼운가요?
A. 형법 제32조제2항에 따라 종범의 형은 정범의 형보다 필요적으로 감경되고, 유기징역은 형기의 2분의 1, 벌금은 다액의 2분의 1로 줄어듭니다. 다만 정범의 법정형 자체가 무거우면 감경 후에도 가볍지 않을 수 있습니다.
Q. 술을 권한 사람이 그 차에 함께 타지 않았다면 책임이 줄어드나요?
A. 동승 여부 자체가 방조 성립의 필수 요건은 아닙니다. 다만 동승해 운전을 독려하거나 길안내까지 했다면 방조를 인정하는 근거가 더 뚜렷해지고, 술을 권한 뒤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면 인과관계를 다툴 여지가 커집니다.
Q. 회사 회식에서 상급자가 술을 강권한 경우도 같은 기준이 적용되나요?
A. 같은 기준이 적용됩니다. 다만 상급자가 지위를 이용해 반복적으로 음주를 강요하고 운전까지 종용한 사정이 확인되면, 고의와 인과관계 판단에서 더 불리하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Q. 경찰 조사를 받게 되면 어떻게 진술해야 하나요?
A. 첫 진술에서 그날의 대화와 정황을 정확히 정리해 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억에 의존해 섣불리 단정하기보다, 문자·메신저 기록 등 객관적 자료를 먼저 확인한 뒤 조사에 응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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