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안의 개요
전세계약을 체결할 때 임대인과 "임대차기간 중에는 근저당권이나 그 밖의 제한물권을 설정하지 않는다"는 특약을 맺어두시는 임차인분들이 계십니다. 임대인이 계약기간 중 마음대로 담보를 잡혀버리면, 나중에 보증금을 돌려받아야 할 때 순위가 밀리거나 다음 임차인을 구하기가 어려워져 임차인에게 큰 위험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안의 의뢰인 역시 이러한 특약을 명시적으로 계약서에 기재해두신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임대차기간이 아직 한참 남아있는 상황에서, 임대인은 특약을 어기고 후순위로 근저당권을 설정해버렸습니다. 더 큰 문제는 그 이후 임대인과 아예 연락이 두절되어버렸다는 점이었습니다.
계약기간이 남아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당장 계약이 종료된 것은 아니었지만, 이런 상황에서 만기까지 기다리는 것은 오히려 위험을 키우는 일이었습니다. 임대인의 신용 상태는 계속 악화될 가능성이 높고, 연락이 되지 않는 임대인을 상대로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보증금을 돌려받기가 사실상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의뢰인께서는 더 늦기 전에 법적인 절차를 밟기로 결심하시고 저희에게 사건을 맡겨주셨습니다.
참고로 이 사안은 앞서 소개해드린 해결사례와 동일한 다세대주택의 다른 호실에 대한 사건입니다. 같은 건물 안에서도 임대인 한 사람의 문제로 여러 세대의 임차인들이 비슷한 피해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2. 대처 방안
사건을 위임받은 저희는 우선 임대인이 특약을 위반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실을 근거로, 임대차계약에 대한 중도해지를 통지했습니다. 계약기간이 남아있다 하더라도 임대인이 스스로 지켜야 할 약정을 위반하고 임차인과의 신뢰관계를 무너뜨린 이상, 임차인 입장에서 계약을 조기에 해지하고 보증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사안이었습니다.
이후 보증금반환청구소송을 진행하여, 2024년 10월경 임대인은 의뢰인에게 보증금 2 억 8천만 원을 즉시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아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였습니다.
판결을 받아도 임대인이 임의로 지급하지 않으면 결국 강제집행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저희는 임대인의 재산을 조회했는데 임대차목적 물인 부동산 이외에는 실익이 있는 재산이 남아있지 않아, 해당 부동산에 대한 강제경매를 신청했습니다.
경매절차를 진행하면서 저희가 가장 바랐던 것은 제3자가 정상적으로 낙찰을 받아, 의뢰인이 배당을 통해 현금으로 보증금을 회수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시세보다 낙찰가가 계속 낮게 떨어지는 상황이 이어졌고, 이렇게 가격이 많이 떨어진 물건에는 소위 '위험한 경매꾼'들이 개입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런 경우 낙찰자가 대항력 있는 임차 인을 상대로 부당한 압박을 가하거나 명도 과정에서 괴롭히는 사례들이 실제로 많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위험을 고려해, 저희는 무작정 낙찰자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기보다 의뢰인께서 직접 낙찰을 받으시도록 권유해드렸습니다. 임차인이 스스로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하면 위험한 제3자의 개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고, 최소한 부동산이라는 형태로 나마 확실하게 보증금 상당의 가치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도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만약 임차인이 전세자금 대출을 받은 상태라면 대출금융기관이나 보증기관이 임차보증금반환채권에 대해 질권을 설정해둔 경우가 많아, 경매절차 진행이나 배당, 소유권 취득 방식에 있어 질권자 측의 의사를 함께 확인하고 조율해야 합니다.
저희는 이러한 이해관계를 꼼꼼히 살펴 가며 의뢰인께서 안전하게 소유권을 취득하실 수 있도록 절차를 도왔습니다.
3. 결과
결국 의뢰인께서는 경매절차에서 직접 낙찰을 받아 2026년 8월경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하시게 되었습니다.
현금으로 온전히 보증금을 회수한 것은 아니었지만, 부동산이 라는 확실한 자산의 형태로 보증금 상당의 가치를 지켜내실 수 있었습니다.
다만 조금 아쉬운 지점도 있었습니다.
앞서 진행했던 같은 건물의 사례에서는 사건을 비교적 이른 시점에 진행하여, 시장에 경쟁 매물이 많지 않은 상태에서 낙찰자를 잘 찾을 수 있었고 그 결과 현금으로 배당을 받아 회수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이번 사건은 의뢰인께서 사건을 시작하신 시점이 다소 늦어지면서, 그 사이 시장에 유사한 경매 매물들이 여럿 더 나오게 되었고,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낙찰자를 찾기가 어려워진 측면이 있었습니다.
4. 시사점
두 사건을 나란히 놓고 보면 결국 '타이밍'의 차이가 회수 방식의 차이로 이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임대인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연락 두절, 근저당권 설정, 압류 등)를 확인한 시점에서 얼마나 신속하게 법적 절차에 착수하느냐에 따라, 현금으로 온전히 회수할 수 있는지, 아니면 부동산이라는 우회적인 방법으로라도 회수해야 하는지가 갈릴 수 있습니다.
경매절차가 오래 지연되고 낙찰이 계속 유찰될수록 시장에는 비슷한 조건의 경쟁 매물들이 쌓이게 되고, 이는 임차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낙찰가가 지나치게 낮아진 물건에는 임차인을 압박해 이익을 취하려는 위험한 매수인이 개입할 가능성도 함께 커집니다.
임대인이 특약을 위반하거나 연락이 끊기는 등 이상 징후가 보인다면, 계약기간이 남아있다는 이유로 막연히 기다리기보다는 가능한 한 빨리 법률전문가와 상담하여 계약 해지, 보증금반환청구, 경매신청 등 필요한 절차를 신속하게 밟아나가시는 것이 보증금을 지켜내는 데 훨씬 유리합니다. 아울러 전세자금대출을 이용하고 계신 경우라면 질 권자 등과의 관계까지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꼭 기억해두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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