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명예훼손이 인정되지 않은 형사 사건의 민사적 대응방안
누군가 나에 대해 험담이나 허위 사실을 말했을 때 많은 분들이 먼저 형사 고소를 택합니다. 그런데 "그런 말을 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여러 사람에게 퍼질 가능성(공연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혐의나 무죄가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때 많은 분들이 "결국 책임이 없다는 뜻"이라고 여기고 포기하시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법원은 형사책임은 국가가 형벌로 제재하는 것이고 민사책임은 피해자의 손해를 메우게 하는 것이어서, 범죄가 되지 않는 행위라도 민사상 불법행위가 되는지는 따로 판단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나아가, 민사법원은 무혐의 처분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그에 구속되지 않고, 반대되는 사실을 인정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형사재판은 의심스러우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라는 엄격한 기준으로 판단하는 반면, 민사재판은 어느 쪽 주장이 더 설득력 있는지를 기준으로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고, 기준이 다른 절차의 결론을 그대로 옮겨 쓸 수는 없다는 뜻이고, 형사가 무혐의로 끝났더라도 민사 손해배상이라는 별도의 길이 남아 있게 됩니다.
2.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가능성
가장 중요한 차이는 공연성 입니다. 대법원은 민사상 손해배상에서의 명예훼손은 품성·명성·신용 등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침해하면 충분하고, 여러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상태일 필요는 없다고 판시하고 있어서 단 한 사람에게 한 말이라도 민사 책임은 성립할 수 있습니다.
하급심 역시, 친구 한 명에게 허위 발언을 한 사안에서 형사는 무죄였지만, 민사법원은 위자료 지급 의무를 인정한 사건이나 제3자에게 남의 사생활을 말하면서 비밀로 해달라고 한 사건 역시 형사는 무죄로 확정되었으나 민사에서는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었습니다. 결국, 공연성은 형사상 요건일 뿐 민사상 요건이 아니라는 것이 다수의 하급심 판례들의 공통된 판단입니다.
한편, 명예훼손 성립이 다투어지는 경우에도 인격권 침해를 예비적으로 주장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모욕적·경멸적 인신공격이나 타인의 신상에 관한 사실을 왜곡하는 표현은 명예훼손과 별개의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고 보았고, 본인 의사에 반해 사생활을 제3자에게 이야기한 것만으로 인격권 침해를 인정한 판결도 있습니다.
3. 실무상 주의사항
먼저, 증거가 핵심입니다. 언제, 누구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어야 합니다. 발언을 전해 들은 사람의 진술서, 메신저 대화, 통화 녹음, 형사기록에 남은 진술 등이 중요합니다. 특히 상대방이 형사 절차에서 "말한 것은 맞지만 퍼뜨릴 뜻은 없었다"고 진술했다면 민사에서 유리한 자료가 되므로, 수사기록 열람·등사나 판결문 확보를 초기에 검토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음으로, 손해액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증명하는지가 배상 범위를 좌우합니다. 위자료 외에도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면 진료비·약제비, 사건으로 예정된 근무를 하지 못해 수입이 줄었다면 그 차액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수입 감소는 "그 일이 없었다면 그 수입을 얻었을 것"이라는 연결고리를 자료로 뒷받침해야 하므로, 진단서·치료비 내역·근로계약서·관계자 진술서 등을 미리 정리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시간을 놓치면 안 됩니다. 손해배상청구권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소멸합니다(민법 제766조). 형사 결과를 기다리다 시효가 지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하셔야 합니다.
4. 변호사 선임을 고려중인 분들을 위한 조언
명예훼손 사건은 단순해 보여도 형사와 민사의 요건이 다르고, 같은 사실을 두고도 명예훼손·모욕·인격권 침해·사생활 침해 등 여러 방향으로 주장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특히 형사에서 무혐의·무죄가 나온 사안이라면, 그 결론이 민사에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 이유를 판례로 정리하고, 명예훼손을 주된 청구원인으로, 인격권 침해를 예비적 청구원인으로 함께 구성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형사에서 무혐의 통보를 받으셨다면 "이미 끝난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앞서 본 것처럼 형사에서 공연성이 인정되지 않아 처벌이 되지 않은 사안에서도 민사에서는 배상책임이 인정된 사례들이 있습니다. 오히려 형사 절차에서 상대방이 "그런 말을 한 것은 맞다"고 인정한 기록이 남아 있다면, 그 기록 자체가 민사 소송에서 유리한 증거가 될 수 있고, 무혐의 결정문이나 판결문은 손해배상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상담 시에는 문제된 발언의 내용·시점과 들은 사람, 그 사실을 알게 된 경위, 형사 고소 여부와 그 결과(불기소결정서, 판결문 등), 실제로 겪은 불이익(치료 내역, 직장에서의 영향 등)을 시간 순서로 간단히 정리해 오시면 좋고, 추가로 무엇을 어떻게 확보할지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형사에서 무혐의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길이 닫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억울함을 혼자 삭이지 마시고, 아직 남아 있는 민사적 구제 가능성을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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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배상] 명예훼손 무죄/무혐의 사건의 민사적 대응방안](/_next/image?url=https%3A%2F%2Fd2ai3ajp99ywjy.cloudfront.net%2Fuploads%2Ftitleimage%2Foriginal%2F5f102b49a0f88f02eea6141b-original.jpg&w=3840&q=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