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늦은 밤 술자리를 마친 뒤 대리운전을 부르는 대신, 추운 날씨에 히터만 켜 놓고 차 안에서 잠들었다가 순찰 중이던 경찰에게 발견되어 조사를 받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에는 “시동만 걸었지 운전은 안 했으니 괜찮겠지”, “그냥 히터 때문에 잠깐 켠 거다”라는 생각으로 별다른 걱정 없이 넘기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경찰이 도착해 호흡측정을 요구하고 조사가 시작되면, “운전한 적이 없다”는 말만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도로교통법상 ‘운전’이 성립하려면 단순한 시동을 넘어 차를 움직이려는 목적적 의사와 발진조작의 완료가 있어야 한다는 기준을 일관되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기준은 음주운전 혐의를 벗어나게 해주는 만능열쇠가 아니라, 시동을 건 경위와 그 이후의 행동을 세밀하게 따져야 적용되는 엄격한 기준입니다.
아래에서는 히터만 켜고 잠든 경우가 어떤 조건에서 음주운전에 해당하지 않는지, 반대로 어떤 상황이면 운전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 그리고 조사를 받게 됐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히터만 켜고 잠들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음주운전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도로교통법상 ‘운전’은 단순한 시동이 아니라 차를 움직이려는 목적적 의사를 요구합니다.
도로교통법 제2조 제26호는 ‘운전’을 도로에서 차마를 그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 정의에 대해, 단순히 시동을 걸었다는 사실만으로 운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자동차를 움직이려는 목적적 의사가 있어야 비로소 ‘운전’에 해당한다고 판시해 왔습니다.
실제로 대법원은 술에 취한 채 차 안에서 자다가 추위를 느껴 히터를 켜기 위해 시동을 건 사안에서, 그 뒤 실수로 제동장치를 건드렸거나 애초에 안전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은 탓에 차가 약간 경사진 길을 따라 움직여 다른 차량을 충격한 경우에도, 운전자에게 자동차를 움직이려는 의도가 없었다면 음주운전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자동차를 움직이게 할 의도 없이 다른 목적을 위하여 자동차의 원동기의 시동을 걸었는데, 실수로 기어 등 자동차의 발진에 필요한 장치를 건드려 원동기의 추진력에 의하여 자동차가 움직이거나 또는 불안전한 주차상태나 도로여건 등으로 인하여 자동차가 움직이게 된 경우는 자동차의 운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대법원 2004. 4. 23. 선고 2004도1109 판결).
이 판례가 중요한 이유는, 사안 자체가 ‘히터를 켜기 위해 시동을 걸었다가 잠들었다’는 지금 이야기하는 상황과 거의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추위를 피하려고 시동을 건 것일 뿐 차를 이동시킬 생각이 없었다면, 설령 차가 조금 움직여 접촉사고가 났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곧바로 음주운전 유죄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히터만 켜고 잠들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음주운전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입니다.
2. 시동을 건 뒤 기어를 조작하고 제동장치를 해제했다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발진조작을 완료했는지’가 운전 인정 여부를 가르는 실질적인 기준입니다.
다만 위 대법원 법리를 ‘시동만 걸면 절대 처벌받지 않는다’는 뜻으로 오해해서는 안 됩니다. 대법원은 별도의 판결에서, 자동차를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했다고 하려면 단지 엔진을 시동시켰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이른바 발진조작의 완료를 요한다고 밝히면서, 그 판단 기준도 함께 제시했습니다.
자동차를 ‘그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하였다고 하기 위하여는 단지 엔진을 시동시켰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이른바 발진조작의 완료를 요한다. 통상 자동차 엔진을 시동시키고 기어를 조작하며 제동장치를 해제하는 등 일련의 조치를 취하면 위와 같은 발진조작을 완료하였다고 할 것이지만, 애초부터 자동차가 고장이나 결함 등의 원인으로 객관적으로 발진할 수 없었던 상태에 있었던 경우라면 그와 같이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21. 1. 14. 선고 2017도10815 판결).
정리하면 시동을 걸고 기어를 주행 위치로 넣은 뒤 사이드브레이크나 풋브레이크를 해제하는 등 실제로 차를 출발시킬 수 있는 상태까지 조작을 마쳤다면, 설령 차가 몇 십 센티미터 정도만 움직였거나 곧바로 다시 멈췄다 하더라도 발진조작을 완료한 것으로 평가되어 운전에 해당할 여지가 커집니다.
반대로 히터나 에어컨을 켤 목적으로만 시동을 걸었고, 기어는 주차(P) 위치에 그대로 두었으며, 사이드브레이크도 체결된 상태였다면 발진조작을 완료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결국 ‘시동을 걸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결론을 내릴 수 없고, 기어 위치와 제동장치 상태까지 함께 따져야 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기어 조작과 제동장치 해제까지 나아갔는지가, 단순히 히터를 켠 것인지 실제 운전으로 나아간 것인지를 가르는 기준이 됩니다.
3. 실수로 움직인 것인지 적극적으로 조작한 것인지는 정황증거로 가려집니다
기어 위치, 경사로 여부, 이동 거리와 시간차 같은 정황이 실제 판단을 좌우합니다.
목적적 의사나 발진조작 완료 여부는 결국 법정에서 다투는 사실인정의 문제입니다. 실무에서 법원이 눈여겨보는 정황은 대체로 정해져 있습니다.
먼저 기어 위치입니다. 시동을 걸었을 때 기어가 주차(P)나 중립(N)에 있었는지, 아니면 주행(D)이나 후진(R)에 걸려 있었는지가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사이드브레이크가 체결돼 있었는지, 바닥이 평지였는지 경사로였는지도 함께 살핍니다. 경사로에서 사이드브레이크 없이 시동만 걸어 두었다가 차가 저절로 굴러간 경우라면, 기어 조작 없이도 차가 움직일 수 있었다는 사정이 오히려 ‘운전 의사가 없었다’는 쪽으로 평가되기도 합니다.
다음으로 잠들기 전 목적이 정말 히터·에어컨이었는지입니다. 계절과 기온, 옷차림, 동승자 진술, 그리고 시동을 건 시각과 발견된 시각 사이의 시간차 등이 뒷받침 정황이 됩니다. 반대로 애초에 귀가하려고 출발했다가 몇 미터 이동한 뒤 잠이 들었다면, 이미 발진조작을 마친 뒤라 히터를 핑계로 대기 어려워집니다.
블랙박스나 인근 CCTV에 시동을 건 시점부터 발견될 때까지의 영상이 남아 있다면, 차가 실제로 움직였는지·얼마나 움직였는지·운전석에 있던 사람이 어떤 조작을 했는지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됩니다. 목격자가 없고 블랙박스도 없는 상태에서 진술만으로 다투게 되면, 경찰·검찰 단계에서 불리하게 판단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기어 위치, 경사로 여부, 시동을 건 목적과 시간차, 블랙박스 영상이 실제 사건에서 운전 여부를 가르는 핵심 정황입니다.
4. 실제로 운전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면 혈중알코올농도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달라집니다
혈중알코올농도 0.03퍼센트부터 처벌 대상이며 수치 구간에 따라 형량이 크게 벌어집니다.
만약 조사 결과 목적적 의사와 발진조작 완료가 인정되어 음주운전으로 결론 난다면, 처벌 수위는 혈중알코올농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도로교통법 제44조 제4항은 운전이 금지되는 술에 취한 상태의 기준을 혈중알코올농도 0.03퍼센트 이상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3항에 따르면 혈중알코올농도 0.03퍼센트 이상 0.08퍼센트 미만이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0.08퍼센트 이상 0.2퍼센트 미만이면 1년 이상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0.2퍼센트 이상이면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과거 음주운전으로 벌금 이상의 형이 확정된 적이 있다면, 그로부터 10년 이내 재차 적발됐을 때는 제148조의2 제1항에 따라 형량이 한층 무거워지고, 운전면허 정지·취소 등 행정처분도 별도로 뒤따릅니다. ‘시동만 걸었을 뿐’이라는 사정은 이런 처벌 구간과는 별개로, 애초에 운전으로 인정되는지 여부를 가르는 앞선 단계의 쟁점이라는 점을 구분해 이해해야 합니다.
5. 조사 통보를 받았다면 절차에 맞춰 자료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현장 적발 사건이라도, 초기 자료 정리가 이후 대응 방향을 결정합니다.
히터 때문에 시동만 걸고 잠들었다가 순찰 경찰에게 발견되는 사건은 보통 ①현장에서 경찰관의 호흡측정 요구 및 음주감지 → ②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에서의 피의자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될 경우 법원(수원지방법원)의 재판 순서로 진행됩니다. 발진조작 완료 여부가 다투어지는 사건에서는 경찰 단계 진술이 그대로 이후 절차의 기초 자료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사 통보를 받았거나 이미 현장에서 조사를 받았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시동을 건 시각과 발견된 시각, 그 사이 기어 위치와 사이드브레이크 상태를 기억나는 대로 정리하고, 동승자나 목격자가 있었다면 진술을 확보합니다.
인근 CCTV나 차량 블랙박스 영상이 남아 있는지 확인하고, 삭제되기 전에 최대한 빨리 확보하거나 보존을 요청합니다.
히터·에어컨을 켠 이유(기온, 옷차림, 귀가 계획 등)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황(문자메시지, 결제 내역, 동승자 연락처 등)을 정리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목적적 의사와 발진조작 완료 여부를 다투는 데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애초에 운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과,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의 양형 대응을 함께 준비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히터 때문에 시동만 걸고 잠들었다가 조사를 받게 된 분들은 대부분 “그냥 추워서 그런 건데 왜 이렇게까지 조사를 받아야 하나”라는 당혹감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억울하게 조사를 받는 쪽이라면, 목적적 의사가 없었다는 사정을 뒷받침할 기어 위치·시간차·정황 자료를 최대한 빨리 확보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반대로 실제로는 귀가를 위해 조금이라도 이동한 뒤 잠든 쪽이라면, ‘히터 때문’이라는 해명만으로는 발진조작 완료라는 사실관계 자체를 뒤집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시동만 걸고 잠든 상황에서 무혐의를 다투는 쪽과, 실제로 운전에 해당함이 인정된 이후의 처벌 수위를 낮추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에 어떤 자료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사건의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시동을 걸었다는 사실 하나로 결론이 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결론이 갈릴 수 있는 바로 그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히터를 켜려고 시동만 걸었는데 경찰이 왔습니다. 그냥 사실대로 말하면 되나요?
A. 사실대로 말하되, 기어 위치와 사이드브레이크 상태, 시동을 건 목적과 시각처럼 목적적 의사 판단에 중요한 사정은 정확하게 진술하는 것이 좋습니다. 막연히 “운전 안 했다”는 말만 반복하기보다, 구체적인 정황을 짚어 진술하는 편이 이후 절차에서 유리합니다.
Q. 차가 아주 조금(10~20센티미터) 움직였는데도 음주운전이 되나요?
A. 이동 거리 자체보다 발진조작을 완료했는지가 기준입니다. 기어를 조작하고 제동장치를 해제한 상태에서 조금이라도 움직였다면 운전으로 인정될 수 있는 반면, 시동만 걸어둔 상태에서 경사나 실수로 움직였다면 거리가 짧더라도 운전이 아닐 수 있습니다.
Q. 차량 고장으로 아예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는데도 조사를 받아야 하나요?
A. 대법원은 애초에 자동차가 고장이나 결함으로 객관적으로 발진할 수 없었던 상태라면 발진조작을 완료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다만 이는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라, 정비 이력이나 고장 진단 자료를 확보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Q. 히터를 켰다는 것을 증명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데, 그래도 다툴 수 있나요?
A. 직접적인 증거가 없더라도 기온, 옷차림, 동승자 진술, 잠들기 전후 행적 등 간접 정황을 통해 목적적 의사 부재를 다툴 수 있습니다. 다만 정황이 부족할수록 수사기관의 판단이 불리해질 수 있어, 가능한 자료는 초기에 모두 확보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면허는 어떻게 되나요? 형사처벌과 별개인가요?
A. 네, 별개입니다. 형사처벌은 법원의 판단을 거치지만, 운전면허 정지·취소는 경찰(시·도경찰청)의 행정처분으로 별도 진행됩니다. 운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이 인정되면 행정처분도 함께 다툴 수 있습니다.
Q. 경찰 조사를 받으러 갈 때 변호사를 꼭 동행해야 하나요?
A. 필수는 아니지만, 목적적 의사와 발진조작 완료 여부처럼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크게 갈리는 사건일수록 첫 진술 전에 변호사와 정리해두는 것이 유리합니다. 진술이 한번 조서에 기재되면 이후 뒤집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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