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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수정 친생부인의 소, 동의한 남편은 유전자가 달라도 허용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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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수정 친생부인의 소, 동의한 남편은 유전자가 달라도 허용되지 않는다 

강대현 변호사

난임 끝에 제3자의 정자를 받아 인공수정으로 아이를 얻었는데, 세월이 흘러 부부 사이가 틀어지자 남편이 '이 아이는 내 친자가 아니다'라며 법적 친자관계를 없애 달라고 나서는 분쟁이 있습니다. 유전자검사를 하면 혈연관계가 없다는 결과는 당연히 나오지만, 대법원은 그 결과가 곧바로 법률상 친자관계의 소멸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봅니다. 핵심은 남편이 인공수정에 동의했다는 사실이고, 동의한 남편이 나중에 이를 번복하고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전원합의체 판결의 입장입니다. 이 글에서는 혈연이 달라도 친자관계가 유지되는 법리, 동의서가 없을 때 동의가 어떻게 인정되는지, 그리고 그래도 다툴 수 있는 길이 남아 있는지를 차례로 정리합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친생추정과 친생부인의 소 — 혼인 중 태어난 아이의 법률상 아버지는 이렇게 정해진다

어머니와 자녀의 관계는 출산이라는 사실로 분명하지만, 아버지와 자녀의 관계는 눈으로 확인할 수 없어 법이 따로 정해 둡니다. 그 규칙이 민법 제844조 제1항이며,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고 규정합니다. 혼인 중 임신을 직접 증명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같은 조 제2항은 혼인이 성립한 날부터 200일 후에 출생한 자녀를, 제3항은 혼인관계가 종료된 날부터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녀를 혼인 중에 임신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이 추정은 부부가 정상적인 혼인생활을 하고 있다는 전제 위에서 자녀에게 출생과 동시에 법적 아버지를 마련해 주려는 제도입니다. 그래서 혼인 중 출생한 자녀의 부자관계는 유전자를 하나하나 따져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민법 규정에 따라 일률적으로 정해집니다.

추정이 진실과 다를 수 있으므로 민법은 이를 뒤집는 통로를 하나만 열어 둡니다. 바로 친생부인의 소입니다. 제846조에 따라 부부의 일방이 소를 제기할 수 있고, 제847조 제1항에 따라 상대방은 다른 일방 또는 자녀이며, 친생부인의 사유가 있음을 안 날부터 2년 안에 제기해야 합니다. 친생추정을 받는 자녀에 대해 이 소를 거치지 않고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제865조)로 부존재확인을 구하는 것은 부적법하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이고, 대법원 2019. 10. 23. 선고 2016므2510 전원합의체 판결도 이 법리를 그대로 확인했습니다. 즉 유전자검사 결과지를 들고 곧바로 '친자가 아니다'라는 확인을 구할 수는 없고, 정해진 소송 유형과 기간을 지켜야 합니다. 참고로 이혼 후 300일 이내에 태어난 자녀에 대해서는 제854조의2가 어머니 또는 전 남편의 친생부인 허가청구라는 별도 절차를 두고 있으나, 혼인 중의 자녀로 출생신고가 된 경우에는 이 절차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혼인 중 출생한 자녀의 아버지는 혈연을 개별적으로 심사해서가 아니라 민법 규정에 따라 일률적으로 정해지고, 그 추정을 깨려면 친생부인의 소라는 정해진 문을 정해진 기간 안에 통과해야 한다.

제3자 정자 인공수정 자녀도 남편의 자녀로 추정된다 — 대법원 2016므2510 전원합의체 판결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판결이 대법원 2019. 10. 23. 선고 2016므2510 전원합의체 판결입니다. 사안의 부부는 1985년 혼인신고를 마쳤고, 남편이 1992년경 무정자증 진단을 받은 뒤 아내가 남편의 동의를 얻어 제3자의 정자를 제공받아 시험관시술로 임신해 자녀를 출산했습니다. 남편은 출생 9일 후 자신과 아내의 자녀로 출생신고를 했고, 이후 20년 넘게 함께 살았습니다. 그러다 2013년 부부갈등 끝에 협의이혼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남편이 자녀는 자신의 친자가 아니라고 말했고, 남편은 자녀를 상대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냈습니다. 남편은 자녀와 혈연관계가 없고 자신이 무정자증이라는 점을 들어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대법원은 아내가 혼인 중 남편이 아닌 제3자의 정자를 제공받아 인공수정으로 자녀를 출산한 경우에도 친생추정 규정을 적용하여 그 자녀가 남편의 자녀로 추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첫째 이유는 문언입니다. 제844조 제1항은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라고만 정할 뿐 임신의 경위에 따라 적용을 제한하지 않으며, 2017. 10. 31. 법률 제14965호로 개정될 때에도 이 형식이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둘째 이유는 자녀의 법적 지위입니다. 인공수정 자녀에게 친생추정을 적용하지 않으면 아버지를 정할 수 없는 상태가 생기는데, 정자제공자가 익명이면 특정조차 어렵습니다. 셋째로 자녀의 복리를 지속적으로 책임지는 부모에게 신분관계를 귀속시키는 것이 자녀에게 이롭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다만 이 판결은 '제3자 정자제공형 인공수정'만 다룬 것이고, 난자 제공이나 대리모 같은 다른 유형은 판단 범위 밖이라고 판결문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 문언 — 제844조 제1항은 임신이 자연적 성적 교섭으로 이루어졌는지 인공수정으로 이루어졌는지에 따라 적용을 나누지 않음.

  • 자녀의 지위 — 인공수정 자녀도 출생과 동시에 법적 아버지가 있어야 법적 보호의 공백이 생기지 않음.

  • 정자제공자 — 익명이면 특정이 어렵고 아버지로서 책임질 것을 예상하지 못했으므로, 혈연만으로 법률상 아버지로 취급하기는 부당함.

  • 자녀 복리 — 자녀를 양육해 온 부부에게 친자관계를 귀속시키는 것이 자녀의 안정에 도움이 됨.

혼인 중 제3자의 정자로 인공수정을 해 태어난 자녀도 제844조 제1항의 친생추정을 받는다 — 유전자가 다르다는 사실만으로 추정이 사라지지 않는다.

동의한 남편은 나중에 번복할 수 없다 — 동의가 곧 친생추정의 근거

판결의 핵심 문장은 이것입니다. 정상적으로 혼인생활을 하고 있는 부부 사이에서 인공수정 자녀가 출생하는 경우 남편은 동의의 방법으로 자녀의 임신과 출산에 참여하게 되고, 바로 이 동의가 친생추정이 적용되는 근거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남편이 인공수정에 동의했다가 나중에 이를 번복하고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인공수정 자녀가 남편과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은 동의할 때 남편이 이미 알고 있던 전제사실이고, 친생추정 규정을 적용하면서 이미 고려된 사항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통상의 친생부인 사유인 '혈연관계 없음'을 뒤늦게 내세워도 새로운 사정이 되지 못합니다.

대법원은 인공수정 자녀에게도 성적 교섭이 없었다는 것과 혈연이 없다는 것을 요건으로 친생부인의 소를 허용한다면, 친자관계를 생물학적 혈연으로만 결정하는 셈이 되어 인공수정을 통한 친자관계의 형성을 부정하는 결과가 된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민법이 친생추정과 친생부인의 소를 두어 혈연 이외의 요소도 고려해 친생자관계를 정하려 한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남편에게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남편의 기본권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인공수정 자녀를 양육해 온 부부에게 친자관계가 없다고 하는 것은 커다란 충격이고, 이를 바탕으로 가족관계를 형성해 온 자녀에게도 회복하기 어려운 위험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 판결에는 별개의견이 붙어 있는데, 이유 구성만 다를 뿐 동의한 남편이 나중에 친자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는 결론은 모두 같았습니다.

  • 다수의견 — 인공수정 자녀에게 제844조 제1항의 친생추정을 적용하고, 동의를 번복한 친생부인의 소는 허용하지 않음.

  • 대법관 권순일·노정희·김상환의 별개의견 — 친생추정 적용이 아니라 부부의 의사가 합치되어 시술에 동의함으로써 출생한 자녀는 부부의 친생자로 보아야 하고, 동의의 사후 번복은 허용될 수 없음.

  • 대법관 민유숙의 별개의견 — 남편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 한해 친생추정을 적용하고, 동의한 남편은 제852조를 유추적용해 친자관계를 부정할 수 없음.

인공수정에 동의한 남편이 나중에 혈연이 없다는 이유로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동의서가 없어도 결론은 같다 — 동의의 추정과 출생신고·양육이라는 승인

실무에서 가장 흔한 반론은 '동의서를 쓴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대법원도 이 현실을 알고 있습니다.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제24조 제1항은 배아를 생성하기 위해 정자나 난자를 채취할 때 체외수정 시술대상자와 그 배우자의 서면동의를 받도록 하지만, 동의 사항은 배아생성의 목적, 배아·난자·정자의 보존기간과 폐기 등 시술 관련 내용이어서 친자관계의 성립에 관한 동의 여부를 명백히 증명하기는 어렵습니다. 게다가 같은 법 시행규칙 제20조 제5항은 동의서를 10년간 보존하도록 정하고 있어, 오래된 시술의 서류는 이미 사라진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이 사건에서도 법원이 병원에 사실조회를 했지만 의료기록 보존기간이 지나 진료기록이 없다는 회신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대법원은 동의서 작성이나 보존 여부에 따라 친자관계의 성립 여부가 달라지는 것은 명확성과 안정성이 요구되는 신분관계에 맞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그 대신 대법원은 두 단계의 판단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첫째, 부부가 정상적인 혼인생활을 하는 가운데 출생한 인공수정 자녀에 대해서는 다른 명확한 사정에 관한 증명이 없는 한 남편의 동의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제3자 정자 시술은 대한산부인과학회 보조생식술 윤리지침상 원칙적으로 법률상 부부에게만, 그것도 남편이 자연적인 방법으로는 임신할 수 없다고 확진된 경우에 이루어지므로, 남편의 동의 없이 아내가 시술을 받아 임신·출산하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곤란하다는 것입니다. 둘째, 동의서가 명백하지 않더라도 남편이 인공수정 자녀라는 사실을 알면서 출생신고를 하거나, 출생 이후 상당 기간 실질적인 친자관계를 유지하며 자신의 자녀로 알려 왔다면 동의가 있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취급합니다. 이렇게 되면 이후의 친생부인 주장은 민법 제852조(자의 출생 후에 친생자임을 승인한 자는 다시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지 못한다)의 취지에 반하고, 선행행위와 모순되는 행위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 사건 남편에게 적용해 보면 결론이 분명해집니다. 남편은 무정자증 진단을 받은 뒤 얼마 되지 않아 아내가 제3자의 정자로 자녀를 임신·출산하는 데 동의했고, 출생 9일 후 아무 문제 제기 없이 출생신고를 했으며, 이후 20년 넘게 함께 살며 실질적인 친자관계를 형성해 왔습니다. 협의이혼을 신청한 뒤 자녀와 나눈 대화의 녹취록에서도 남편은 자녀를 딸로 대하며 결혼할 때까지 책임지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대법원은 이런 사정을 종합해 남편이 자녀를 친생자로 승인했다고 평가했고, 그래서 친생부인을 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동의서 한 장의 유무가 아니라 시술 전후 남편의 행동 전체가 동의의 증거가 됩니다.

  • 동의 추정의 출발점 — 부부가 정상적인 혼인생활을 하는 가운데 인공수정 자녀가 태어났다는 사실.

  • 출생신고 — 남편이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사실을 알면서 자신의 자녀로 출생신고를 한 것.

  • 양육의 실질 — 출생 후 상당 기간 함께 살며 보호·양육하고 사회적으로 자신의 자녀로 알려 온 것.

  • 분쟁 이후의 태도 — 이혼 국면에서도 자녀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이 사건에서 판단 자료가 된 사정).

동의서가 남아 있는지가 아니라, 시술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와 출생 후 자녀를 자신의 자녀로 공시·용인해 왔는지가 동의 여부를 가른다.

유전자검사만으로는 부족하다 — 혈연 불일치는 친생추정을 벗어나는 사유가 아니다

제목의 두 번째 축입니다. 같은 판결은 인공수정과 무관한 부분에서, 혼인 중 아내가 임신하여 출산한 자녀가 남편과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이 밝혀졌더라도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혈연관계의 유무를 기준으로 친생추정이 미치는 범위를 정하면 제844조를 사실상 사문화하고, 가족관계의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부부의 내밀한 영역에 깊숙이 관여하게 된다는 이유입니다. 혈연이 없다는 사실은 친생추정이 처음부터 미치지 않게 하는 사유가 아니라, 친생부인의 소에서 추정을 뒤집을 수 있게 하는 사유이자 제소기간이 진행되는 기준점일 뿐입니다. 따라서 유전자검사로 불일치가 확인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소송의 문이 열리지 않고, 정해진 소송과 기간을 지켜야 합니다.

같은 사건의 둘째 자녀가 이 차이를 잘 보여줍니다. 둘째는 아내가 혼외 관계로 임신해 출산한 자녀였고, 남편은 늦어도 2008년경 병원 검사로 자신의 친자가 아님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도 오랫동안 문제 삼지 않다가 이혼 국면에서 소를 냈습니다. 대법원은 남편이 친생부인의 사유가 있음을 안 날부터 2년 내에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해 판결을 받지 않은 이상,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로 부존재확인을 구하는 것은 부적법하다고 보아 소를 각하한 원심의 결론을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아내가 혼외 관계로 임신한 사안처럼 남편이 혈연 없음을 몰랐던 경우에는 알게 된 날부터 2년이라는 친생부인의 소의 문이 열려 있지만, 인공수정 동의 사안은 남편이 처음부터 혈연 없음을 알고 동의했기 때문에 그 문이 애초에 좁아집니다. 같은 유전자 불일치라도 남편이 언제 무엇을 알았고 어떤 선택을 했는지에 따라 결론이 갈리는 것입니다.

  • 혼외 임신 사안 — 남편이 혈연 없음을 몰랐다가 알게 된 경우, 안 날부터 2년 안에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음(제847조 제1항).

  • 인공수정 동의 사안 — 남편이 혈연 없음을 알고 동의한 경우, 동의 번복은 허용되지 않고 출생 후 승인은 제852조로 막힘.

  • 공통 — 친생추정을 받는 자녀에 대해 유전자검사 결과만으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은 부적법함.

혈연이 다르다는 사실은 친생부인의 소를 이유 있게 만드는 사유일 뿐, 친생추정 자체를 없애는 사유가 아니다.

동의 자체를 다투려면 — 동의의 부존재 입증과 친생부인의 소 2년

인공수정 사안에서 남편이 다툴 수 있는 지점은 결국 '동의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대법원이 동의를 추정하면서 붙인 단서가 바로 '다른 명확한 사정에 관한 증명이 없는 한'이라는 문구입니다. 이 단서는 동의가 확정된 규범이 아니라 추정임을 뜻하므로, 남편이 시술 사실 자체를 알지 못했다는 점이 명확히 증명되고 출생 후에도 인공수정 사실을 알면서 친자로 공시·용인한 사정이 없다면 추정은 깨집니다. 반대로 동의가 명백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사정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볼 것은 아니라는 점도 판결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결국 입증의 무게는 동의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쪽에 실립니다.

동의 부존재가 인정되면 인공수정 동의라는 봉쇄 사유가 사라지므로, 통상의 친생부인의 소로 돌아갑니다. 제846조에 따라 부부의 일방이 제847조 제1항의 상대방(다른 일방 또는 자녀)을 상대로, 친생부인의 사유가 있음을 안 날부터 2년 안에 제기해야 합니다. 판결은 혈연관계가 없음을 알게 되면 제소기간이 진행되고, 소가 적법하게 제기되면 부모와 자녀 사이에 생물학적 혈연관계가 존재하는지가 증명의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질적으로 행사할 기회를 부여받고도 제소기간이 지나 다툴 수 없게 된 경우를 두고 대법원은 헌법재판소 2015. 3. 26. 선고 2012헌바357 결정을 인용해 남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언제 어떤 경위로 알게 되었는지를 뒷받침하는 자료가 곧 소송의 성패를 좌우하는 기산점 증거가 됩니다.

승인이 문제 되는 경우에는 제854조도 알아 둘 필요가 있습니다. 남편이 출생 후 친생자임을 승인했더라도 그 승인이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한 것이라면 승인을 취소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내가 혼외 관계로 임신한 사실을 숨기고 남편의 아이라고 속여 출생신고를 하게 했다면 이 조항이 검토됩니다. 그러나 인공수정 사실을 알고 동의한 남편은 속은 사정이 없으므로 이 조항의 도움을 받기 어렵습니다.

  • 시술 병원의 진료·시술 기록과 동의서 — 보존기간 10년이 지났는지부터 확인.

  • 출생신고서의 작성 경위와 신고 주체 — 누가 어떤 사실을 알고 신고했는지.

  • 출생 후 양육·부양 자료 — 양육비 지급, 학교·병원 서류상 보호자 표시 등 친자로 공시·용인해 온 정황.

  • 혈연 부존재를 알게 된 시점 — 검사 결과와 통보 시점으로 제소기간 2년의 기산점을 특정.

동의는 추정될 뿐 확정이 아니므로, 동의가 없었음이 명확히 증명되고 출생 후 승인도 없다면 통상의 친생부인의 소(안 날부터 2년)로 돌아간다.

친자관계가 유지되면 따라오는 효과 — 양육·상속, 그리고 생부 인지의 봉쇄

친생부인이 막히면 그 자녀는 계속 남편의 법률상 자녀입니다. 그 효과는 이혼 후에도 이어집니다. 부부가 이혼하더라도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그대로이므로, 협의이혼이든 재판상 이혼이든 민법 제837조에 따라 양육자, 양육비용의 부담, 면접교섭권의 행사 여부와 방법을 정해야 하고(재판상 이혼은 제843조가 준용), 협의가 자녀의 복리에 반하면 가정법원이 보정을 명하거나 직권으로 정합니다. 대법원도 혼인관계가 종료되어 가정이 해체되더라도 자녀의 신분관계의 법적 안정을 유지할 필요가 당연히 없어지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친자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양육과 부양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상속에서도 같습니다. 친생자로 추정되어 유지되는 자녀는 남편의 직계비속으로서 민법 제1000조 제1항 제1호가 정한 1순위 상속인입니다. 친자관계가 법적으로 유지되는 한 유전자가 다르다는 사정은 상속인 지위를 바꾸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혼이나 상속 국면에서 뒤늦게 친자관계를 문제 삼더라도, 친생부인의 소라는 정해진 절차를 통과하지 못하면 자녀의 지위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정자제공자와의 관계에서도 결론이 갈립니다. 판결은 친생부인이 되지 않아 친생자로 추정되는 한 생부가 혼인외 출생자로서 인지할 수도 없고(제855조 제1항), 자녀가 생부를 상대로 인지를 청구할 수도 없다(제863조)고 설명했습니다. 익명으로 정자를 제공한 사람은 자신의 정자로 태어날 아이에 대해 아버지로서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예상할 수 없고, 정자 제공 외에 임신과 출생에 아버지로서 신분을 귀속시킬 만한 역할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결과적으로 법률상 아버지는 남편 한 사람으로 고정되고, 자녀는 법적 보호의 공백 없이 그 지위를 유지합니다.

친생추정이 유지되는 한 남편은 이혼 후에도 양육·상속의 당사자로 남고, 정자제공자는 인지로 법률상 아버지가 될 수 없다.

자주 묻는 질문

Q. 인공수정 동의서를 쓴 기억이 없는데도 친자관계를 부인할 수 없나요?

A. 동의서의 유무가 결정적이지 않습니다. 부부가 정상적으로 혼인생활을 하는 가운데 출생한 인공수정 자녀는 다른 명확한 사정에 관한 증명이 없는 한 남편이 동의한 것으로 봅니다. 동의서가 없어도 인공수정 사실을 알면서 출생신고를 했거나 상당 기간 자녀로 알리며 양육해 왔다면 동의가 있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취급됩니다. 동의서 보존기간이 10년에 그치는 현실을 감안해 대법원은 서류의 유무에 결론을 걸지 않았습니다.

Q. 유전자검사에서 친자가 아니라고 나오면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낼 수 있나요?

A. 혼인 중 출생해 친생추정을 받는 자녀라면 유전자검사 결과만으로는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낼 수 없습니다. 대법원은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이 밝혀졌더라도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정해진 방법은 제846조·제847조 제1항의 친생부인의 소이고, 사유가 있음을 안 날부터 2년 안에 제기해야 합니다. 그 소에서 유전자검사 결과는 혈연 부존재를 증명하는 자료로 쓰입니다.

Q. 아내가 남편 몰래 제3자의 정자로 인공수정을 했다면 어떻게 되나요?

A. 남편의 동의가 없었다는 점이 명확히 증명된다면 동의 번복 불허 법리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때는 통상의 친생부인의 소로서, 사유가 있음을 안 날부터 2년 안에 제기해야 합니다. 다만 출생 후 인공수정 사실을 알게 되고도 출생신고를 하거나 자녀로 알리며 지냈다면 제852조의 승인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알게 된 시점과 그 이후의 행동을 보여주는 기록이 중요합니다.

Q. 출생신고를 해 준 것만으로도 친자로 승인한 것이 되나요?

A. 출생신고를 하게 된 경위가 중요합니다. 판결은 남편이 인공수정 자녀라는 사실을 알면서 출생신고를 하는 등 친자로 공시하는 행위를 한 경우를 동의와 마찬가지로 취급했습니다. 혈연이 없다는 사실을 모른 채 자기 아이로 믿고 신고한 경우는 인공수정 동의 사안과 전제가 달라, 그 사실을 안 날부터 2년의 친생부인의 소 문제로 다뤄집니다. 승인이 사기 또는 강박에 의한 것이라면 제854조에 따라 취소할 수 있습니다.

Q. 이혼하면 인공수정으로 낳은 자녀와의 친자관계도 정리되나요?

A. 이혼은 부부관계를 끝낼 뿐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그대로 남습니다. 이혼할 때는 제837조에 따라 양육자, 양육비용의 부담, 면접교섭의 여부와 방법을 정해야 하며, 재판상 이혼은 제843조가 이를 준용합니다. 대법원도 가정이 해체되더라도 자녀의 신분관계의 법적 안정을 유지할 필요가 없어지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친자관계 자체를 다투려면 이혼과 별개의 소송이 필요한데, 인공수정에 동의한 남편에게는 그 소가 막혀 있습니다.

Q. 정자를 제공한 사람이 나중에 자기 아이라며 인지를 청구할 수 있나요?

A. 친생추정이 유지되는 한 생부는 혼인외 출생자로서 인지할 수 없고, 자녀도 생부를 상대로 인지를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 판결의 설명입니다. 대법원은 익명의 정자제공자가 아버지로서 책임질 것을 예상하지 못했고 신분을 귀속시킬 만한 역할도 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혈연만으로 법률상 아버지로 취급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법률상 아버지는 남편으로 고정됩니다.

맺음말

제3자의 정자로 인공수정을 한 자녀도 혼인 중 출생한 자녀로서 제844조 제1항의 친생추정을 받고, 동의한 남편은 나중에 마음이 바뀌어도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 2016므2510 전원합의체 판결의 결론입니다. 유전자가 다르다는 사실은 친생추정을 뒤집을 수 있는 사유이지만, 인공수정에서는 그 사실을 알고 동의한 것이므로 뒤늦게 내세울 수 있는 사정이 아닙니다.

동의서가 남아 있지 않더라도 결론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정상적인 혼인생활 중 출생한 자녀라면 동의가 추정되고, 인공수정 사실을 알면서 출생신고를 했거나 오랫동안 친자로 양육해 왔다면 제852조의 승인과 신의칙에 따라 다툴 수 없게 됩니다. 반대로 동의가 없었다는 점이 명확하다면 알게 된 날부터 2년이라는 제소기간이 사실상 유일한 승부처가 됩니다.

이 분쟁은 시술 당시의 상황, 출생신고의 경위, 혈연 부존재를 안 시점에 따라 결론이 갈리는 만큼, 소를 검토하시기 전에 관련 기록을 먼저 정리하고 법리에 비추어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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