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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소전화해 대리인 선임권 위임 약정, 금지되는 범위와 이미 서명했을 때의 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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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소전화해 대리인 선임권 위임 약정, 금지되는 범위와 이미 서명했을 때의 대처 

강대현 변호사

임대차 계약서나 채무 정리 합의서 끝자락의 특약에 '제소전화해를 신청할 때 대리인의 선임과 위임장 작성은 갑에게 일임한다'는 식의 문구가 들어가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차피 화해를 하기로 한 마당에 대리인이 누구든 큰 차이가 없으리라 생각하고 서명하기 쉽지만, 민사소송법 제385조 제2항은 당사자가 화해를 위한 대리인 선임 권리를 상대방에게 위임할 수 없다고 정해 두었습니다. 이런 약정이 소송법상 인정되지 않는다면 그에 기대어 만들어진 화해조서는 어떻게 되는지, 이미 서명했거나 조서가 작성돼 버렸다면 어떤 방법이 남아 있는지가 실제 분쟁의 핵심입니다. 이 글에서는 제385조 제2항이 막는 약정의 범위와 법원이 이를 걸러내는 방법, 그리고 준재심을 통한 구제와 그 함정을 차례로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제385조 제2항 — 대리인을 고르는 권리는 상대방에게 넘길 수 없다

제소전화해는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상대방의 보통재판적이 있는 곳의 지방법원에 화해를 신청해 합의 내용을 법원 조서로 남기는 절차입니다. 근거 조문인 민사소송법 제385조 제1항은 민사상 다툼에 관하여 당사자가 청구의 취지·원인과 다투는 사정을 밝혀 화해를 신청할 수 있다고 정하고, 이어지는 제2항은 "당사자는 제1항의 화해를 위하여 대리인을 선임하는 권리를 상대방에게 위임할 수 없다"고 못 박습니다. 제3항은 법원이 필요한 경우 대리권의 유무를 조사하기 위해 당사자 본인 또는 법정대리인의 출석을 명할 수 있게 하고, 제4항은 성질에 어긋나지 않는 한 소에 관한 규정을 화해신청에 준용하도록 합니다. 네 개 항을 함께 읽으면 대리인을 쓰는 것 자체는 허용하되 누구를 대리인으로 세울지는 본인의 손으로 정해야 하고, 법원이 그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구조가 드러납니다.

그래서 금지의 대상을 정확히 짚어야 합니다. 막히는 것은 '대리인을 쓰는 것'이 아니라 '대리인을 선임하는 권리를 상대방에게 넘기는 것'입니다. 본인이 직접 변호사를 찾아 소송위임장에 서명했다면 제2항과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반면 상대방이 "대리인은 제가 알아서 정할 테니 위임장에는 도장만 찍어 주십시오"라고 요구하고 본인이 이에 응했다면, 위임의 형식이 계약서 특약이든 별도 합의서든 구두 약속이든 실질이 선임 권리의 이전이므로 제2항이 겨냥하는 바로 그 유형입니다.

이 조문의 성격은 민법과 견주어 보면 분명해집니다. 민법 제124조는 본인의 허락이 있으면 동일한 법률행위에서 당사자 쌍방을 대리하는 것을 허용하지만, 제소전화해에서는 본인이 스스로 선임 권리를 넘기겠다고 약속하더라도 그 위임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본인의 동의가 있어도 안 된다는 것은 화해절차에서 대리인 선임이 단순한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본인의 진정한 의사를 확보하는 관문이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계약서에 그런 문구를 넣고 서명했다는 사실만으로 상대방이 그 약정을 근거로 화해절차를 밀어붙일 수는 없습니다.

제385조 제2항이 막는 것은 대리인을 쓰는 일이 아니라, 대리인을 고르는 권리를 상대방에게 넘기는 일이다.

금지의 이유 — 화해조서는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화해가 성립하면 법원사무관 등은 조서에 당사자, 청구의 취지와 원인, 화해조항, 날짜와 법원을 적고(제386조), 이 조서는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습니다(제220조). 판례는 화해가 창설적 효력을 가져서 화해가 이루어지면 종전의 법률관계를 바탕으로 한 권리의무관계가 소멸한다고 봅니다(대법원 1984. 8. 14. 선고 84다카207 판결). 이 사건에서는 가등기 말소 소송이 진행되던 중 같은 당사자 사이에 별도의 제소전화해가 성립했는데, 대법원은 원고가 화해조서 작성 이전의 채무변제 사실로는 가등기 말소를 구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화해 이전의 변제나 상계 같은 사정은 조서가 만들어지는 순간 주장하기 어려워진다는 뜻입니다.

조서의 무게는 집행력에서도 나타납니다. 민사집행법 제56조 제5호는 소송상 화해 등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 것에 기초해서도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고 정하므로, 제소전화해 조서는 소송 한 번 거치지 않고 얻는 집행권원이 됩니다. 조서에 '임차인은 차임을 연체하면 건물을 인도한다' 같은 조항이 들어 있다면 그 조항은 나중에 명도집행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소송이었다면 변론에서 다툴 수 있었을 사항이 화해 단계에서 이미 정리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이렇게 무거운 효과를 가진 문서를 만드는 절차에서 상대방이 고른 사람이 내 의사를 대신 표시하게 허용하면, 화해 내용이 나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짜여도 걸러낼 장치가 사라집니다. 대리인이 누구인지는 화해조항의 한 줄 한 줄만큼 중요한 문제입니다. 제2항의 금지와 제3항의 본인 출석 명령은 이 위험을 막기 위해 함께 작동하는 장치입니다. 그래서 화해 자체의 합의가 진정하더라도 그 합의를 표시한 대리인의 선임 과정에 흠이 있으면 조서 전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화해조서는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과 집행력을 갖기 때문에, 누가 내 대리인인지는 화해 내용만큼 중요하다.

문제가 되는 약정의 유형 — 특약, 백지위임장, 지정 대리인

실무에서 제385조 제2항 위반이 문제 되는 모습은 대체로 몇 가지로 나뉩니다. 공통점은 본인이 대리인을 직접 고르지 않았는데도 상대방이 만든 서류로 본인의 이름이 화해절차에 올라간다는 점입니다. 아래 유형 가운데 실질이 선임 권리의 이전이라면 제2항의 대상입니다. 유형이 다르더라도 판단의 축은 하나, 대리인을 정한 사람이 본인이냐 상대방이냐입니다.

  • 계약서 특약형 — "제소전화해 신청 시 대리인 선임과 위임장 작성은 갑이 정하는 바에 따른다"는 문구를 계약서에 넣는 방식.

  • 백지위임장 교부형 — 도장을 찍고 인감증명서를 붙인 위임장의 대리인 란과 화해 권한 란을 비워 상대방에게 미리 건네는 방식.

  • 지정 변호사 일임형 — "갑이 지정하는 변호사가 을을 대리한다"고 미리 합의해 두는 방식.

  • 위임장 임의 작성형 — 본인 모르게 상대방이 본인 명의의 소송위임장을 만들어 대리인을 세우는 방식. 약정이 아니라 위조의 문제이므로 소송대리권 흠결이 더 분명하다.

가령 임대인 갑과 임차인 을이 상가 임대차계약서에 "을은 갑이 신청하는 제소전화해에 응하고, 대리인 선임은 갑이 정한다"는 특약을 넣었다고 해 봅시다. 갑이 정한 사람이 을의 대리인으로 화해기일에 출석해 "을은 차임을 연체하면 건물을 인도한다"는 조항으로 화해를 성립시키고, 을은 조서의 존재조차 모르다가 집행 통지를 받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갑 쪽은 특약을 근거로 을의 동의가 있었다고 주장하겠지만, 선임 권리를 넘기는 약정 자체가 제2항에서 허용되지 않으므로 그렇게 선임된 대리인의 소송대리권은 흠이 있는 것으로 다뤄집니다.

허용 경계도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상대방이 소개한 변호사를 본인이 직접 만나 위임장에 서명하고 선임했다면 선임 권리를 넘긴 것이 아니므로 제2항 위반은 아닙니다. 다만 그 변호사가 이미 상대방으로부터 상의를 받아 수임을 승낙한 사건이라면 변호사법 제31조 제1항 제1호가, 수임하고 있는 사건의 상대방이 위임하는 다른 사건이라면 제2호가 직무 수행을 제한합니다. 84다카207 사안에서는 같은 변호사가 화해기일에는 상대방(원고)의 대리인으로 출정했고 같은 분쟁의 본안 소송에서는 신청인(피고)의 소송대리인으로 선임 신고되어 있었는데, 대법원은 이를 당시 변호사법이 금지하던 쌍방대리의 혐의가 있는 경우로 보았습니다.

법원이 걸러내는 방법 — 본인 출석 명령, 위임장 진정, 화해 특별수권

법원은 제385조 제3항에 따라 필요하면 대리권의 유무를 조사하기 위해 당사자 본인이나 법정대리인의 출석을 명할 수 있습니다. 기일에 본인이 나오지 않고 대리인만 오는 경우 법원은 위임장의 진정과 내용을 확인하게 됩니다. 민사소송법 제89조는 소송대리인의 권한을 서면으로 증명하도록 하고, 그 서면이 사문서인 경우 법원이 공증인 등의 인증을 받도록 명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위임장의 진정을 확인하는 수단이 이렇게 법에 마련되어 있는 것입니다.

화해 권한은 별도의 특별수권 사항입니다. 소송대리인은 위임받은 사건에 대해 일체의 소송행위를 할 수 있지만(제90조 제1항), 소의 취하·화해·청구의 포기·인낙과 대리인의 선임 같은 사항은 특별한 권한을 따로 받아야 합니다(제90조 제2항 제2호·제4호). 그래서 위임장에 화해 권한이 적혀 있는지, 그 권한이 본인의 의사로 부여된 것인지가 확인 대상이 됩니다. 백지위임장처럼 본인이 내용을 채우지 않은 서류로 화해 권한이 부여된 것처럼 꾸며졌다면 바로 이 지점에서 흠이 드러납니다.

기일에 불출석하면 어떻게 될까요. 제387조 제2항은 신청인 또는 상대방이 기일에 출석하지 아니한 때 법원이 화해가 성립되지 아니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정합니다. 상대방이 특약을 내밀며 본인의 출석 없이 화해를 성립시키려 해도, 본인이 나오지 않고 유효한 대리인도 없다면 화해가 불성립으로 정리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법원의 심사는 서류와 출석 확인에 의존하기 때문에, 서류가 형식을 갖추어 제출되면 화해조서가 작성되는 일이 생기고 그때부터는 사후 구제인 준재심의 문제가 됩니다.

  • 위임장의 서명·날인이 본인의 것인지, 첨부된 인감증명서의 발급 일자가 본인이 발급받은 시점과 맞는지.

  • 대리인 란이 본인이 아는 사람으로 채워져 있는지, 비어 있던 란을 나중에 채운 흔적은 없는지.

  • 화해 권한이 위임 범위에 명시되어 있는지, 화해조항이 위임 당시 본인이 본 내용과 같은지.

  • 대리인이 상대방과 별도의 위임관계에 있는 변호사이거나 상대방 측 직원이 아닌지.

이미 서명하거나 위임장을 건넸다면 — 화해기일 전에 할 수 있는 조치

특약에 서명했거나 백지위임장을 건넨 뒤 화해신청이 접수된 사실을 알았다면, 조서가 만들어지기 전에 대리권 문제를 정리하는 것이 가장 쉽습니다. 첫째, 본인이 기일에 직접 출석해 화해 내용에 동의할 것인지 스스로 진술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화해신청은 당사자가 직접 할 수 있는 절차이고, 본인이 출석해 진술하면 대리권 문제는 애초에 생기지 않습니다. 둘째, 본인이 직접 선임한 변호사의 소송위임장을 법원에 제출해 그 대리인만 자신을 대리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미 건넨 위임장이나 특약에 따른 위임을 거두려면 그 사실을 상대방에게 통지해야 합니다. 소송대리인에게도 준용되는 민사소송법 제97조와 제63조 제1항에 따르면, 소송절차가 진행되는 중에 대리권이 소멸한 경우 본인 또는 대리인이 상대방에게 그 사실을 통지하지 않으면 소멸의 효력을 주장하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위임을 철회한다는 뜻을 내용증명 등 서면으로 상대방에게 통지하고, 같은 서면을 화해신청 사건이 계속 중인 법원에도 제출해 두어야 합니다. 특약에 근거해 상대방이 선임한 대리인이 있다면 그 대리인에게 본인의 위임이 없다는 점도 함께 밝혀 둡니다.

기일통지서나 신청서 부본을 받았다면 화해조항 초안을 꼼꼼히 읽고, 계약서에서 합의한 적 없는 내용이 들어 있지 않은지 대조해야 합니다. 화해가 성립되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은 앞서 본 창설적 효력에서 드러납니다. 조항을 계약서와 대조하는 작업은 본인이 직접 하거나 본인이 선임한 변호사가 해야 하고, 상대방이 지정한 사람에게 맡겨서는 안 됩니다.

조서가 이미 작성됐다면 — 대리권 흠결을 이유로 한 준재심

화해조서가 작성된 뒤에는 조서 자체를 다투는 절차로 들어가야 합니다. 민사소송법 제461조는 제220조의 조서에 제451조 제1항의 재심사유가 있으면 확정판결에 대한 재심 규정에 준해 재심을 제기할 수 있다고 정하는데, 이를 준재심이라고 부릅니다. 재심사유 가운데 제451조 제1항 제3호는 법정대리권·소송대리권 또는 대리인이 소송행위를 하는 데에 필요한 권한의 수여에 흠이 있는 때를 들고 있습니다. 제385조 제2항을 어긴 선임에 따라 화해가 이루어졌다면 바로 이 사유가 문제 됩니다.

대리인 선임을 둘러싼 준재심을 다룬 판례가 있습니다. 대법원 1999. 2. 9. 선고 98다38739 판결에서 신청인 측은 "피신청인의 위임에 따라 신청인이 변호사를 피신청인의 대리인으로 선임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피신청인으로부터 대리인 선임에 관한 위임을 받았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했고 피신청인이 그 변호사에게 직접 소송위임을 한 바가 없다는 점은 신청인도 인정한 상태였습니다. 대법원은 변호사가 소송위임을 받지 아니한 채 피신청인을 대리한 사실을 인정한 원심 판단이 수긍이 간다고 보아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은 위임의 존재를 입증하지 못한 사안이지만, 위임이 있었다고 주장하더라도 제385조 제2항이 그 위임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은 조문의 문언이 분명히 말해 줍니다.

입증책임은 준재심을 제기하는 쪽에 있습니다. 같은 판결은 소송대리권의 흠결이 소극적 사실이어서 직접증거로 정면 증명하기 어렵고, 먼저 간접사실을 입증한 다음 경험칙에 따른 추론을 거쳐 주요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보통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준재심을 준비할 때는 아래와 같은 간접사실을 촘촘히 모아야 합니다.

  • 위임장 원본과 인감증명서 — 필적과 인영의 진위, 인감증명서의 발급 일자와 용도.

  • 계약서 특약 문구와 서명 경위 — 선임 권리를 넘기는 문구가 실제로 들어 있었는지.

  • 본인과 대리인 사이의 연락 기록 — 통화·문자·이메일이 전혀 없었다는 점.

  • 조서를 알게 된 시점과 경위 — 조서 정본의 송달 여부, 집행 통지를 받은 날짜.

기간 문제는 특별합니다. 제456조는 재심의 소를 재심사유를 안 날부터 30일 이내에, 판결이 확정된 뒤 5년이 지나기 전에 제기하도록 하지만, 제457조는 대리권의 흠을 이유로 하는 재심의 소에는 제456조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다만 대리권의 흠은 추인으로 치유될 수 있어서(제451조 제1항 제3호 단서, 제60조·제97조), 조서를 알게 된 뒤 조서 내용을 인정하는 취지로 행동하면 사유 자체가 사라질 위험이 있습니다. 추인은 화해의 당사자 본인만 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1990. 12. 11. 선고 90다카4669 판결은 명의신탁자가 수탁자를 대리해 위조된 소송위임장으로 이루어진 제소전화해를 추인했다고 본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대리권의 흠을 이유로 한 준재심에는 재심제기 기간이 적용되지 않지만, 조서를 인정하는 행동은 추인으로 다뤄질 수 있다.

준재심 전까지 조서는 살아 있다 — 집행 대응과 함정

가장 흔한 오해는 '선임 권리 위임이 무효이니 화해조서도 저절로 무효'라는 생각입니다. 84다카207에서 대법원은 같은 변호사가 양쪽을 대리한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화해에 관한 소송행위에 하자가 있다고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화해조서가 준재심에 의하여 취소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는 이상 화해조서의 효력을 부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화해조서와 저촉되는 사실을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환송했습니다. 조서에 흠이 있어도 준재심으로 취소되기 전까지는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그대로 살아 있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조서가 집행권원이라는 점입니다. 상대방은 화해조서에 집행문을 받아 강제집행에 나설 수 있고(민사집행법 제56조 제5호), 준재심을 제기하는 것만으로 집행이 자동으로 멈추지는 않습니다. 집행이 임박했다면 준재심 제기와 함께 집행정지를 신청해야 합니다. 재심에 관한 민사소송법 제500조 제1항은 불복 이유가 법률상 정당하고 사실에 대한 소명이 있으면 법원이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담보를 제공하게 하거나 제공하지 않게 하고 강제집행을 일시정지하도록 명할 수 있다고 정하며, 제2항은 담보 없이 하는 정지는 그 집행으로 보상할 수 없는 손해가 생기는 것을 소명한 때에만 한다고 정합니다.

담보 문제와 시간 문제를 함께 봐야 합니다. 담보를 제공하고 정지를 받으려면 공탁할 자금이 필요하고, 담보 없이 받으려면 보상할 수 없는 손해를 소명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명도집행으로 영업장을 비워야 하는 상황이라면 영업을 잃는 손해가 금전으로 보상하기 어려운 성격이라는 점을 자료로 뒷받침해야 합니다. 이런 자료는 집행 통지를 받고 나서 급히 모으기보다 화해신청 사실을 알게 된 시점부터 미리 챙겨 두는 편이 낫습니다. 준재심에서 다툴 사유와 집행정지에서 소명할 사유는 겹치는 부분이 많아 처음부터 한 세트로 준비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신청하는 쪽에서도 위험하다 — 선임 권리 특약에 기대면 집행권원이 흔들린다

이 조문은 상대방에게 대리인 선임을 맡기라고 요구하는 쪽, 즉 임대인이나 채권자에게도 중요합니다. 특약에 기대어 상대방의 대리인을 정해 화해를 성립시켜도, 그렇게 얻은 조서는 준재심으로 다툼을 받을 위험을 안고 있고 준재심이 받아들여져 조서가 취소되면 집행권원 자체가 사라집니다. 소송을 피하려고 택한 제소전화해가 오히려 시간과 비용만 늘리는 결과로 끝나는 셈입니다. 안전하게 집행권원을 확보하려면 상대방이 직접 출석하거나 스스로 선임한 대리인이 출석하도록 기일을 조율해야 합니다.

상대방이 기일에 나오지 않는 경우의 출구도 있습니다. 제387조 제2항에 따라 불출석하면 법원은 화해가 성립되지 아니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이때 당사자는 제388조의 소제기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이 신청은 조서등본이 송달된 날부터 2주 이내에 해야 하는 불변기간이지만 조서등본이 송달되기 전에도 할 수 있고, 적법한 신청이 있으면 화해신청을 한 때에 소가 제기된 것으로 봅니다. 화해비용은 소제기신청이 있으면 소송비용의 일부가 됩니다(제389조). 화해가 불성립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필요는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화해조항을 본인이 직접 확인해야 하는 이유는 창설적 효력의 범위와도 이어집니다. 대법원 2022. 1. 27. 선고 2019다299058 판결은 제소전 화해의 창설적 효력이 당사자 간에 다투어졌던 권리관계에만 미치고, 다툼이 없었던 사항이나 화해의 전제로 서로 양해하고 있는 사항에는 미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임대차기간 만료일에 보증금을 반환받음과 동시에 점포를 인도한다는 제소전 화해가 있었는데도, 임차인이 화해조서 작성 이후에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화해조항이 무엇을 정리하고 무엇을 정리하지 않았는지는 조항의 문언과 경위로 따지는 만큼, 조항을 직접 읽고 이해한 본인이 있어야 자기 권리가 어디까지 정리되는지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계약서 특약에 대리인 선임 권리를 상대방에게 위임한다고 적혀 있으면 임대차계약 전체가 무효인가요?

A. 제385조 제2항이 인정하지 않는 것은 화해를 위한 대리인 선임 권리의 위임이고, 그 특약이 소송법상 효력을 갖지 못한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계약 전체가 함께 무효가 되는지는 별개의 문제로, 민법 제137조에 따라 무효인 부분이 없더라도 법률행위를 하였을 것으로 인정되면 나머지 부분은 무효가 되지 않습니다. 이 특약은 목적물·기간·보증금·차임 같은 핵심 조건과 별개의 절차 조항이어서 특약 부분만 효력이 없는 것으로 다뤄지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Q. 상대방이 소개한 변호사를 제가 직접 선임하면 제385조 제2항 위반인가요?

A. 본인이 직접 그 변호사와 위임계약을 하고 소송위임장에 서명했다면 선임 권리를 넘긴 것이 아니어서 제2항 위반은 아닙니다. 다만 그 변호사가 상대방으로부터 이미 상의를 받아 수임을 승낙한 사건이라면 변호사법 제31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직무를 수행할 수 없어 쌍방대리의 문제가 생깁니다. 상대방과 이해가 대립하는 자리에서는 소개받은 사람보다 본인이 따로 찾은 변호사가 안전합니다.

Q. 화해기일에 나가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A. 제387조 제2항에 따라 법원은 화해가 성립되지 아니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불성립이면 조서등본이 송달된 날부터 2주 이내에 당사자가 소제기신청을 할 수 있고, 그 경우 소송으로 이어집니다. 본인이 나가지 않고 대리인만 세우려면 위임장에 화해 권한을 적고 본인이 직접 서명해야 합니다.

Q. 조서가 작성된 지 오래됐는데 준재심이 가능한가요?

A. 제457조는 대리권의 흠을 이유로 하는 재심의 소에는 제456조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하므로, 재심사유를 안 날부터 30일이라는 기간과 판결 확정 뒤 5년이라는 제한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화해조서를 알고도 그 내용을 인정하는 취지로 행동하면 추인으로 다뤄져 사유 자체가 사라질 수 있습니다. 조서를 알게 되었다면 기간 제한이 없다는 사실에 기대지 말고 바로 준재심 여부를 판단해야 합니다.

Q. 준재심을 제기하면 강제집행이 자동으로 멈추나요?

A. 자동으로 멈추지 않습니다. 제500조에 따라 법원에 강제집행 일시정지를 신청해야 하고, 불복 이유가 법률상 정당하며 사실에 대한 소명이 있어야 합니다. 담보를 제공하고 정지를 받는 것이 기본이고, 담보 없이 정지를 받으려면 집행으로 보상할 수 없는 손해가 생긴다는 점을 소명해야 합니다.

Q. 본인이 직접 신청하고 출석하면 대리인 문제는 아예 생기지 않나요?

A. 제385조 제1항은 당사자가 화해를 신청할 수 있다고 정하므로 본인이 직접 신청하고 출석하면 대리권 흠결의 문제는 처음부터 생기지 않습니다. 다만 화해조항의 내용은 창설적 효력으로 확정되므로, 본인이 나오더라도 조항을 읽고 이해한 뒤 동의해야 합니다. 조항의 문구가 어렵다면 본인이 직접 선임한 변호사에게 조항 검토를 맡기는 방식이 안전합니다.

맺음말

제385조 제2항은 제소전화해에서 누가 대리인이 되느냐를 본인의 손에 묶어 두는 조문입니다. 선임 권리를 넘기는 특약과 백지위임장은 소송법상 인정받지 못하고, 그 위에서 만들어진 화해조서는 준재심으로 다퉈야 하는 대상이 됩니다. 다만 조서는 준재심으로 취소되기 전까지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과 집행력을 유지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대리권 흠결을 이유로 한 준재심은 재심제기 기간의 제약을 받지 않지만, 알게 된 뒤 조서를 인정하는 행동을 하면 추인의 문제가 생기고 집행이 임박하면 제500조에 따른 정지 신청이 급해집니다. 그래서 서명 전에는 특약 문구를, 기일통지를 받은 뒤에는 위임장과 화해조항을, 조서를 받은 뒤에는 집행 일정과 소명 자료를 먼저 점검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광교나 수지 일대에서 임대차계약을 앞두고 있거나 제소전화해 특약이 포함된 계약서를 받아 든 상황이라면, 도장을 찍기 전에 대리인 선임과 위임장에 관한 문구부터 살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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