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앱·웹사이트·업무용 프로그램의 개발을 외부 개발자나 개발사에 맡기는 일이 늘면서, 착수금과 중도금까지 지급했는데 결과물을 받지 못했다는 분쟁도 함께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의뢰인분들은 “돈만 받고 안 만들어 줬으니 당연히 사기 아니냐”고 말씀하시고, 반대로 개발을 맡았던 분들은 “일정이 밀렸을 뿐 속일 생각은 없었다”, “돈을 받았어도 이건 계약 위반이지 사기가 아니다”라고 말씀하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고소를 해 보면 경찰이 “민사로 해결할 사안”이라며 선을 긋기도 하고, 개발자 입장에서는 일을 미룬 것뿐이라 여겼는데 선금이 입금 직후 개인 채무 변제와 다른 프로젝트의 선금으로 흘러간 통장 내역이 나오면서 상황이 급변하기도 합니다.
최근까지 대법원은 도급계약에서 대금을 받은 사건이 사기인지 여부를 결과물을 주지 않았다는 사실이 아니라, 계약 당시에 일을 완성할 의사나 능력이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개발이 늦어지거나 무산됐다는 이유만으로 사기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처음부터 완성할 생각이나 능력이 없었다면 사기죄가 성립하고, 받은 금액이 크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까지 적용되어 처벌 수위가 크게 높아질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개발 용역비를 받고 결과물을 주지 않은 경우가 어떤 때 사기죄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피해를 입었다면 무엇부터 확인하고 어떻게 회수를 준비해야 하는지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결과물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사기가 되지 않습니다
사기죄는 결과물의 유무가 아니라, 대금을 받는 시점의 기망을 요구합니다.
개발 용역 계약은 보통 정해진 기능을 갖춘 프로그램이나 서비스를 완성해 넘겨주기로 약속하고 그 대가로 대금을 받는 구조여서, 민법상 도급(제664조)으로 다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도급에서 수급인이 약속한 일을 끝내지 못하거나 결과물을 넘겨주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민사상 채무불이행이 되고, 의뢰인은 계약 해제와 대금 반환, 손해배상으로 다투게 됩니다.
반면 형법 제347조 제1항의 사기죄는 사람을 속여(기망) 재물을 넘겨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얻은 경우에 성립하고,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됩니다(2026. 3. 12. 개정 시행). 즉 ‘속였다’는 사실과 그 속임수 때문에 의뢰인이 대금을 지급했다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결과물을 주지 않았다는 것은 계약 이후에 드러난 결과일 뿐이고, 사기가 되는지는 대금을 받는 시점에 있었던 일로 판단합니다.
그래서 수사기관은 고소 초기에 이 사건을 ‘약속을 못 지킨 것’으로 볼지 ‘처음부터 속인 것’으로 볼지부터 가르려 합니다. 이때 출발점은 계약서에 무엇을, 언제까지, 어떤 기준으로 인도하기로 했는지가 특정되어 있는지입니다. 범위와 납기가 모호한 계약일수록 개발자 쪽에서 “계약한 범위를 이행 중이었다”고 다툴 여지가 커지기 때문입니다.
결과물을 받지 못한 것은 민사상 채무불이행의 출발점일 뿐이고, 사기가 되려면 대금을 받은 시점의 기망이 따로 확인되어야 합니다.
2. 계약 당시 개발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면 사기가 성립합니다
판단 기준은 대금을 받은 시점에 일을 완성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느냐입니다.
이 기준을 정면으로 밝힌 것이 도급 대금 편취 사건에 관한 대법원 판결입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공사도급계약에서 편취에 의한 사기죄의 성립 여부는 계약 당시를 기준으로 피고인에게 공사를 완성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피해자에게 공사를 완성할 것처럼 거짓말을 하여 피해자로부터 공사대금 등을 편취할 고의가 있었는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9. 12. 27. 선고 2015도10570 판결).
이 판결은 공사도급 사건이지만, 일을 완성하겠다고 약속하고 그 대가를 먼저 받는 구조는 개발 용역도 같아서 개발 대금 사건 역시 같은 틀로 ‘완성할 의사와 능력’을 따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개발 용역에 대입하면 이렇습니다. ‘의사’의 측면에서는 처음부터 대금만 받고 개발에 착수할 생각이 없었던 경우, 받은 선금을 다른 용도에 쓸 계획이었던 경우가 문제됩니다. ‘능력’의 측면에서는 실제로 개발 경험이 없거나 개발할 인력·기술이 없는데도 “비슷한 서비스를 여러 번 만들어 봤다”, “개발팀이 따로 있다”고 말했다면 그 말 자체가 기망이 될 수 있습니다. 이미 여러 건의 선금을 받아 물리적으로 소화할 수 없는 상태에서 새 의뢰를 받은 경우도 같은 방향의 정황입니다.
반대로 계약 당시에는 실제로 개발할 의사와 역량이 있었고 착수까지 했는데, 요구사항이 계속 바뀌거나 핵심 개발자가 이탈하거나 기술적 난관을 만나 납기를 맞추지 못한 경우는 사후에 생긴 사정이어서 민사 문제로 남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 경우 개발자 쪽은 일정이 늘어진 사유를 의뢰인과 주고받은 기록으로 방어하게 됩니다.
결과물을 주지 않은 것은 같아도, 계약 당시 완성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지에 따라 민사 분쟁으로 끝날 수도, 사기죄가 될 수도 있습니다.
3. 선금을 받은 뒤의 행동이 계약 당시의 속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됩니다
편취의 고의는 자백이 없으면 계약 전후의 객관적 사정으로 입증됩니다.
실제 사건에서 “처음부터 속일 생각이었다”고 자백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편취의 고의는 정황으로 입증하게 되는데, 대법원도 이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고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한 범행 전후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피해자와의 관계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8. 1. 선고 2017도20682 판결).
같은 판결은 금전을 빌린 사안에서 채무불이행 사실만으로 바로 편취의 고의를 인정할 수는 없지만, 확실한 변제 의사가 없거나 변제 능력이 없는데도 변제할 것처럼 가장했다면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용역대금 사건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따지기 때문에, 수사기관은 ‘결과물을 주지 않았다’는 사실보다 ‘그 사이에 어떤 행동이 있었는가’를 봅니다.
개발 용역 사건에서 구체적으로 확인되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착수 여부입니다. 소스코드 저장소의 작업 이력, 개발 서버·도메인 설정, 중간 시연본, 회의·진행보고 기록이 있는지에 따라 “일을 하다가 못 끝낸 것”인지 “처음부터 손도 대지 않은 것”인지가 갈립니다. 다음은 대금의 흐름입니다. 선금이 입금된 직후 개인 채무 변제, 다른 프로젝트의 선금 돌려막기, 투자·도박 등으로 빠져나갔는지, 계약 당시 이미 압류나 다수의 채무로 자금 여력이 없었는지를 통장 거래내역으로 대조합니다.
여기에 수주 상황과 사후 태도가 더해집니다. 같은 시기에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의뢰를 받았거나 다른 의뢰인에게서도 같은 방식의 피해 호소가 있다면 강한 정황이 됩니다. 일정 연기 핑계를 반복하며 실제 진행과 다른 화면을 보내거나, 환불 요구에 연락을 끊고 계정을 차단한 사실도 계약 당시의 마음을 거꾸로 추론하게 하는 자료로 쓰입니다.
이 정황은 반대 입장에서는 그대로 방어 자료가 됩니다. 착수 기록, 투입한 인력과 시간, 일정이 늘어진 사유를 주고받은 대화가 남아 있다면 편취의 고의를 부정하는 사정으로 작용합니다.
계약 당시의 마음은 직접 볼 수 없으므로, 착수 여부·대금 사용처·수주 상황·사후 태도가 곧 증거가 됩니다.
4. 받은 금액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달라지고, 형사 고소만으로는 돈이 돌아오지 않습니다
이득액이 5억원을 넘으면 특경법이 적용되고, 회수는 민사 절차를 함께 써야 합니다.
사기죄의 기본 법정형은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고, 편취한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대규모 시스템 개발 용역은 계약금액 자체가 크고 선금·중도금이 여러 차례 나뉘어 지급되므로, 한 의뢰인에게서 나눠 받은 금액이 하나의 범행으로 묶여 합산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다만 형사 절차의 목적은 처벌이어서, 유죄가 선고되더라도 의뢰인이 낸 돈이 자동으로 돌아오지는 않습니다. 회수를 염두에 둔다면 민사 절차를 병행해야 합니다. 상당한 기간을 정해 개발 이행을 최고하고 그 기간 안에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민법 제544조), 상대방이 미리 이행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면 최고 없이도 해제할 수 있습니다. 해제하면 받은 대금은 원상회복으로 반환해야 하고 받은 날부터의 이자가 붙으며(민법 제548조), 해제와 별개로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551조). 최고와 해제의 의사표시는 내용증명으로 남겨 두는 것이 실무적으로 안전합니다.
상대방이 재산을 빼돌릴 우려가 있다면 반환청구 소송에 앞서 가압류로 보전하는 방법을 검토합니다. 또한 형사재판에서 유죄가 선고될 때 피해자가 신청하면 법원이 직접적인 물적 피해의 배상을 명하는 배상명령 제도가 있어(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 별도의 민사소송 없이 배상을 명받는 길도 있습니다. 다만 피해 금액이 특정되지 않았거나 배상책임의 범위가 명백하지 않으면 배상명령은 내려지지 않으므로, 대금 지급 내역을 처음부터 정확히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초범인지, 개발 진행 경위가 어땠는지, 반환·합의가 이루어졌는지는 사기죄의 성립 자체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이후 양형 단계에서 참작될 수 있는 사정입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고소 전에 계약 당시의 기망 정황을 자료로 정리해 두는 것이 사건의 방향을 좌우합니다.
개발 용역비 사기 사건은 통상 ①상대방의 주소지나 범행지를 관할하는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에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와 계좌·통신 자료 확인 → ③사건의 검사 송치 및 기소 여부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경찰이 혐의가 없다고 보아 사건을 송치하지 않고 종결하더라도 고소인은 이의신청으로 다시 판단을 구할 수 있습니다. 사기죄의 공소시효는 10년이지만(형사소송법 제249조 제1항 제3호), 대화방 삭제나 계정 탈퇴로 증거가 사라지기 전에 서두르는 편이 좋습니다.
결과물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 감정적으로 항의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보하는 것이 좋습니다.
계약서·견적서·요구사항 정의서와 대금 이체내역을 모아 무엇을 언제까지 인도하기로 했고 선금·중도금이 언제 얼마 지급됐는지부터 확정합니다. 계약서가 없다면 메신저·이메일 대화를 통째로 백업합니다.
상대방이 계약 전에 한 말, 즉 경력·포트폴리오·개발 인력 소개와 “이미 만들어 둔 것이 있다”는 식의 설명을 대화와 제안서에서 찾아 실제와 대조합니다.
착수 여부와 진행 경과를 보여주는 자료(중간 산출물·회의 기록·저장소 접속 이력), 연락이 끊긴 시점, 환불 요구 이후의 대응을 시간순으로 정리해 고소장의 기망 정황과 연결합니다.
상대방이 연락을 끊었더라도 입금 계좌 명의·전화번호·사업자등록 정보로 고소장에 피고소인을 특정할 수 있습니다. 프리랜서 중개 플랫폼을 거친 계약이라면 플랫폼 안의 대화와 정산 기록도 삭제되기 전에 저장해 두어야 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개발 용역 분쟁에 경험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형사 고소와 민사상 반환청구를 함께 검토해 실질적인 회수 방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개발 용역 분쟁은 “곧 나온다고 했으니 한 번만 더 기다려 보자”, “일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사이 대화방이 정리되고 계정이 사라지고 선금은 다른 곳으로 흘러갑니다.
선금을 보낸 의뢰인 입장에서는 “속았다”는 감정보다, 계약 당시 어떤 말과 자료로 대금을 지급하게 됐는지를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계약서, 이체내역, 계약 전의 경력 소개와 진행 경과 기록이 쌓일수록 형사 고소와 민사 반환청구 모두에서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사기 의심을 받는 개발자 입장에서도 “일정이 밀렸을 뿐”이라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착수했는지, 받은 대금을 어디에 썼는지, 지연 사유를 어떻게 알렸는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개발·용역 대금 분쟁에서 대금을 지급한 쪽과 사기 의심을 받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계약 당시의 사정을 어떻게 자료로 정리하느냐에 따라 같은 사실관계가 민사 분쟁으로 끝나기도 하고 형사 사건으로 번지기도 하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민사인지 형사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 지금이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증거가 남아 있는 동안,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선금을 받고 개발을 해 주지 않으면 무조건 사기로 처벌되나요?
A. 아닙니다. 대법원은 계약 당시를 기준으로 완성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는데도 있는 것처럼 속여 대금을 받았는지를 봅니다. 계약 당시에는 이행이 가능했는데 사후에 지키지 못한 것이라면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그칠 수 있습니다.
Q. 개발을 절반쯤 진행했는데도 사기가 될 수 있나요?
A. 될 수 있습니다. 일부 진행한 사실은 편취의 고의를 부정하는 유력한 사정이지만 그것만으로 사기가 배제되지는 않습니다. 계약 전에 경력이나 인력을 속였는지, 받은 대금을 다른 곳에 썼는지를 함께 종합해 판단합니다.
Q. 경찰이 “민사 사안”이라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초기에 그런 안내를 받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허위 경력, 대금 유용 흔적, 다른 피해자처럼 계약 당시의 기망 정황을 담은 자료를 정리해 고소장에 구체적으로 적어야 합니다. 경찰이 사건을 송치하지 않고 종결하더라도 이의신청으로 다툴 수 있습니다.
Q. 계약서 없이 메신저로만 주고받았는데 고소가 가능한가요?
A. 가능합니다. 계약서가 없다고 사기가 성립하지 않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메신저에 남은 경력 소개·납기 약속·입금 요청 내용이 기망의 증거가 됩니다. 대화가 삭제되기 전에 전체를 백업해 두세요.
Q. 형사 고소를 하면 낸 돈을 돌려받을 수 있나요?
A. 형사 처벌 자체가 반환을 강제하지는 않습니다. 유죄 판결 절차에서 배상명령을 신청하거나 민사로 계약 해제와 반환청구를 병행해야 하고, 합의로 반환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환·합의는 양형에서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됩니다.
Q. 고소할 수 있는 기간이 정해져 있나요?
A. 사기죄는 친고죄가 아니어서 고소 기간의 제한이 없고, 공소시효 10년 안이면 수사가 가능합니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대화방·계좌·서버 기록이 사라지므로 빠를수록 유리합니다.
Q. 제가 개발자인데 사기로 고소당했습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A. 계약 당시 완성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고 실제로 진행했다는 자료가 핵심입니다. 착수 기록, 투입한 인력, 지연 사유를 알린 대화를 정리하고, 첫 조사 전에 진술 방향을 세우는 것이 좋습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