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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서버 이메일 원격 압수수색 — 계정 접속으로 내려받은 전자정보의 증거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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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서버 이메일 원격 압수수색 — 계정 접속으로 내려받은 전자정보의 증거능력 

강대현 변호사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영장을 들고 나타나 피의자의 컴퓨터를 켜더니, 구글이나 야후 같은 해외 이메일 계정에 로그인해 메일함을 통째로 내려받아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서버는 미국 등 국외에 있는데 영장에는 국내 주소지와 물건만 적혀 있으니, 이런 방식이 애초에 영장 범위 안의 적법한 압수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이 쟁점은 하급심에서도 판단이 엇갈렸을 만큼 간단하지 않았고, 대법원이 정리한 지금도 계정정보 취득 경위나 참여권 보장 여부에 따라 다퉈볼 여지가 남아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해외 서버에 저장된 이메일을 원격으로 압수·수색하는 것이 언제 적법하고, 어떤 경우에 위법수집증거로 다툴 수 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해외 이메일 계정을 압수수색한다는 것 — 무엇이 문제되나

사건은 대체로 비슷한 모습으로 시작됩니다. 국가보안법 위반이나 기업범죄, 성범죄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가 업무나 연락에 이메일을 썼던 정황이 나오고, 수사기관은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피의자의 자택이나 사무실에 있는 컴퓨터를 압수 또는 수색하러 갑니다. 그런데 정작 확보하려는 이메일 내용물은 피의자의 하드디스크가 아니라 구글·야후 같은 해외 사업자가 운영하는 서버에 저장돼 있습니다. 수사기관은 그 컴퓨터로 피의자의 이메일 계정에 로그인해 메일을 내려받거나 화면을 캡처하는 방식으로 자료를 확보합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압수수색영장에는 통상 수색할 장소와 압수할 물건이 특정돼 있는데, 실제 자료가 담긴 서버는 그 장소에 있지도 않고 국내에 있지도 않습니다. 해외 사업자는 국내 수사기관의 영장 집행에 협조할 의무가 없고, 정식으로 형사사법공조 절차를 거치려면 상대국의 협력을 기대하기 어렵거나 시간이 오래 걸려 수사의 실효성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실무는 계정 로그인이라는 우회로를 택해 왔고, 이 방식이 영장주의와 적법절차 원칙에 부합하는지가 오랫동안 다퉈졌습니다.

형사소송법이 정한 압수수색의 기본 틀과 원격지 서버의 공백

형사소송법 제215조는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을 하려면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고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되는 것에 한정해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고 정합니다. 같은 법 제109조는 수색의 대상을 피고인(피의자)의 신체·물건·주거 기타 장소로 규정하고, 제106조 제3항은 압수 목적물이 컴퓨터용디스크 등 정보저장매체인 경우 원칙적으로 기억된 정보의 범위를 정해 출력하거나 복제해 제출받도록 정합니다.

이 조문들은 모두 국내에 소재한, 특정 가능한 장소와 물건을 전제로 설계돼 있습니다. 원격지 서버, 그중에서도 국외에 있는 서버에 저장된 정보를 어떻게 취급할지는 조문 어디에도 직접 규정돼 있지 않습니다. 결국 이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가 실무와 학계의 오랜 쟁점이었고, 하급심에서도 원격지 서버 접속을 압수수색의 연장으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상반된 판단이 나온 바 있습니다. 이 공백을 정면으로 다룬 것이 다음에 볼 대법원 판결입니다.

형사소송법의 압수수색 조문은 국내에 특정된 장소·물건을 전제로 설계돼 있어, 원격지 서버·특히 해외 서버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어떻게 다룰지는 법 문언만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대법원 2017도9747 판결 — 원격 압수수색을 정면으로 인정하다

이 쟁점을 정리한 것이 대법원 2017. 11. 29. 선고 2017도9747 판결입니다.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상대로 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피의자가 이용하던 해외 이메일 계정에 접속해 그 안의 이메일 등 전자정보를 피의자의 컴퓨터로 내려받아 압수한 사안이었습니다. 하급심에서 이 방식의 적법성에 대해 엇갈린 판단이 나오자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정리에 나섰습니다.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피의자가 이용하는 이메일 계정에서 내려받아 피의자의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 내에 저장한 이메일 등 전자정보를 압수·수색하는 것은 허용되며, 그 전자정보가 제3자가 관리하는 원격지의 서버 등 저장매체에 저장돼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아무렇게나 접속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고, 영장에 기재된 수색장소에 있는 정보처리장치를 이용해 적법하게 취득한 피의자의 이메일 계정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등 피의자가 접근하는 통상적인 방법에 따라 원격지 저장매체에 접속하고, 그곳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수색장소의 정보처리장치로 내려받거나 화면에 현출시켜 캡처·출력·저장하는 방법일 것을 전제로 삼았습니다.

실질적인 압수·수색 행위는 해외 서버가 아니라 영장 기재 수색장소에 있는 피의자의 정보처리장치에서 이뤄진다는 것이 대법원 논리의 핵심이다.

적법한 원격 압수수색의 요건 — 계정정보 취득부터 관련성 원칙까지

판례가 요구하는 요건을 실무적으로 풀면 크게 네 가지로 나뉩니다. 첫째, 접속은 영장에 적힌 수색장소에 있는 정보처리장치를 이용해야 합니다. 둘째, 계정 아이디와 비밀번호는 그 자체로 적법하게 취득한 것이어야 합니다. 셋째, 접속 방법이 피의자가 평소 쓰던 통상적인 로그인 절차를 벗어나지 않아야 합니다. 넷째, 내려받거나 캡처한 자료의 범위가 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과 관련된 부분으로 한정돼야 합니다.

  • 수색장소 요건 — 접속 행위 자체가 영장 기재 수색장소에서 이뤄질 것.

  • 계정정보 적법 취득 — 임의제출·별건 조사 등 적법한 절차로 얻은 아이디·비밀번호일 것(강요·기망으로 얻었다면 그 자체가 위법수집증거).

  • 통상적 접속 방법 — 해킹성 우회접속이 아니라 피의자가 평소 쓰던 로그인 절차를 그대로 이용할 것.

  • 관련성 범위 준수 — 형사소송법 제106조 제3항에 따라 혐의사실과 관계된 부분으로 한정해 출력·복제할 것.

네 번째 요건인 관련성 원칙은 대법원 2011. 5. 26.자 2009모1190 결정이 세운 기준입니다. 이 결정은 전자정보 압수수색의 대상은 저장매체 자체가 아니라 그 안의 '전자정보' 그 자체임을 분명히 하면서, 혐의사실과 관련성에 대한 구분 없이 저장된 자료 전체를 임의로 출력·복제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영장주의에 반하는 위법한 집행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메일 계정을 통째로 내려받았더라도, 그중 영장 기재 혐의사실과 무관한 사적인 메일까지 증거로 쓰겠다고 하면 그 부분에서는 다툴 여지가 생깁니다.

참여권은 누구에게 있나 — 피의자냐 해외 서버 관리자냐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에는 형사소송법 제121조에 따라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참여할 수 있습니다. 원격 압수수색에서 이 참여권이 누구에게 귀속되는지도 쟁점이었습니다. 서버를 관리하는 해외 이메일 사업자에게 참여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었지만, 판례의 결론은 정보의 실질적 주체인 피의자 보호에 중점을 두는 쪽이었습니다. 서버 관리자인 인터넷서비스제공자가 아니라, 그 계정의 실제 이용자인 피의자와 그 변호인이 참여권의 대상이라는 것입니다.

참여권의 구체적인 내용은 대법원 2011. 5. 26.자 2009모1190 결정과 이를 재확인한 대법원 2015. 7. 16.자 2011모1839 전원합의체 결정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따릅니다. 저장매체를 탐색·복제하는 전 과정에서 피압수자나 변호인의 계속적인 참여 기회를 보장하고, 그들이 배제된 상태에서 열람·복사를 진행해서는 안 되며, 압수한 전자정보의 목록을 작성해 교부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원격지 서버 접속 방식에서도 이 절차적 보장이 형해화되지 않았는지, 즉 접속·다운로드 과정에 피의자나 변호인이 실질적으로 참여할 기회를 받았는지가 실무에서 자주 다퉈지는 지점입니다.

해외 서버라는 사실만으로 위법해지는가 — 국제관할권 논란

학계에서는 이 판례가 나온 뒤에도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국내 수사기관이 정식 형사사법공조 절차나 조약을 거치지 않고 해외에 물리적으로 소재한 서버의 정보를 확보하는 것은 상대국의 영토주권·재판관할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정보가 국경을 넘어 저장되는 클라우드 시대의 특성상 이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대법원은 이 국제법적 논란에 정면으로 답하기보다, 실질적인 압수·수색 행위 자체는 해외 서버가 아니라 영장 기재 수색장소에 있는 피의자의 정보처리장치에서 이뤄진다는 논리로 문제를 우회했습니다. 서버는 해외에 있어도 로그인·다운로드·캡처라는 행위는 국내에서 벌어진다는 것입니다. 이 논리가 확립된 이상, 실무에서 단순히 "서버가 해외에 있으니 위법하다"는 주장만으로 증거능력을 다투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투려면 접속 방법이나 계정정보 취득 경위, 관련성 범위처럼 판례가 실제로 요구하는 요건의 결함을 구체적으로 지적해야 합니다.

실무에서 다투는 지점 — 계정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성 이탈

피의자나 변호인 입장에서 원격 압수수색의 위법성을 다투려면 판례가 제시한 요건이 실제로 지켜졌는지를 하나씩 확인해야 합니다. 계정 아이디·비밀번호를 얻은 경위, 접속 방식이 통상적인 로그인 절차와 같았는지, 내려받은 자료가 영장 기재 혐의사실과 관련성이 있는 범위였는지, 그 과정에 참여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됐는지가 확인 대상입니다. 이 중 하나라도 어긋나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위법수집증거 배제를 주장할 근거가 생깁니다.

  • 계정정보 취득 경위 — 강압·기망·별건 압박으로 비밀번호를 얻었는지, 임의제출 동의가 진정한 의사였는지.

  • 접속 방식의 통상성 — 피의자가 평소 쓰던 로그인 절차를 벗어난 비정상적 접속이었는지.

  • 관련성 범위 준수 — 혐의사실과 무관한 사적 메일까지 무차별적으로 내려받았는지.

  • 참여권 보장 — 접속·다운로드·목록 작성 과정에 변호인 참여 기회가 주어졌는지.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쓸 수 없다고 정합니다. 원격 압수수색 과정에서 위 요건 중 일부가 위법하다고 인정되면, 그 이메일 자체는 물론 그로부터 파생된 2차 증거까지 증거능력을 다툴 여지가 생깁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압수수색 당시 작성된 압수조서·참여 확인서·전자정보 목록을 먼저 확보해 접속 경위와 관련성 준수 여부를 재구성하는 작업이 방어의 출발점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해외 서버에 저장된 이메일도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대법원 2017도9747 판결이 인정한 것은 적법한 압수수색영장을 전제로, 그 집행 과정에서 피의자가 이용하는 계정에 통상적인 방법으로 접속해 내려받는 방식입니다. 영장 자체가 없거나 무관한 혐의사실을 명목으로 접속했다면 별도로 위법성이 문제됩니다.

Q. 계정 비밀번호를 수사기관이 강압적으로 알아냈다면 어떻게 되나요?

A. 계정정보 취득 자체가 위법하다면 그 이후 이뤄진 접속·다운로드도 함께 위법성을 이어받게 됩니다. 판례가 요구하는 요건 중 하나가 계정정보의 적법한 취득이므로, 취득 경위에 강압이나 기망이 있었다면 이 부분을 구체적으로 다퉈볼 수 있습니다.

Q.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은 채 이메일을 내려받았다면 증거능력이 없어지나요?

A. 참여권 침해가 절차 전반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되면 위법수집증거로 배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참여 기회가 일부 제한됐더라도 전체 절차의 적법성에 미친 영향이 크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도 있어, 침해의 정도와 절차 전체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Q. 영장에 이메일 계정이 따로 특정돼 있지 않아도 압수할 수 있나요?

A. 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과 관련성이 인정되는 범위라면 계정을 개별적으로 특정하지 않았더라도 압수 대상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다만 관련성 범위를 벗어난 자료까지 무차별적으로 확보했다면 그 초과 부분은 별도로 다툴 수 있습니다.

Q. 형사사법공조를 거치지 않은 것이 국제법 위반 아닌가요?

A. 학계에서 그런 비판이 제기돼 온 것은 사실이지만, 대법원은 실질적인 압수·수색 행위가 국내에 있는 피의자의 정보처리장치에서 이뤄진다는 논리로 적법성을 인정했습니다. 이 판례가 확립된 이상 국제법 위반이라는 주장만으로 증거능력을 다투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Q. 내려받은 이메일 중 사건과 무관한 사적인 내용까지 수사기관이 계속 보관하나요?

A. 관련성 원칙상 혐의사실과 무관한 부분은 압수 대상에서 제외돼야 합니다. 무관한 자료까지 포함해 압수했다면 그 부분의 폐기나 반환을 요구하거나, 재판 단계에서 증거능력을 다투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맺음말

해외 서버에 저장된 이메일에 대한 원격 압수수색은 대법원 2017도9747 판결로 적법성의 큰 틀이 정리됐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세부적으로 다퉈볼 지점이 남아 있습니다. 계정정보를 어떻게 얻었는지, 접속 방식이 통상적이었는지, 내려받은 범위가 혐의사실과 관련성이 있는지, 참여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됐는지는 모두 사건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사실관계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해외 서버니까 무조건 위법하다"는 주장은 판례상 받아들여지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원격 압수수색이 무조건 적법한 것도 아닙니다. 압수조서와 참여 확인서, 전자정보 목록을 꼼꼼히 확인해 판례가 요구하는 요건이 실제로 지켜졌는지부터 짚어보는 것이 방어의 출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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