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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생절차 상계금지, 지급정지 알고 사들인 채권으로 상계가 안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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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생절차 상계금지, 지급정지 알고 사들인 채권으로 상계가 안 되는 이유 

강대현 변호사

회생절차에 들어간 회사에 갚아야 할 돈이 있는 사람이, 마침 그 회사가 지급정지 상태라는 소문이 돌면서 헐값에 나온 그 회사에 대한 채권을 사들여 자신의 채무와 상계로 정리하려는 경우가 있습니다. 얼핏 합리적인 채무 정리처럼 보이지만, 채무자회생법은 이런 방식의 상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위기 상태를 알면서 채권을 사들여 상계로 액면가를 그대로 회수하는 것은 다른 회생채권자와의 형평을 해치기 때문입니다. 다만 예외도 분명히 존재해서, 어떤 경우에 상계가 살아남고 어떤 경우에 막히는지는 실제 사건마다 크게 갈립니다. 이 글에서는 지급정지를 알고 취득한 채권의 상계가 왜 금지되는지, 그리고 어떤 요건을 갖추면 예외적으로 상계가 허용되는지 정리하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회생절차에서 상계, 원칙적 허용과 예외적 금지의 구조

채무자회생법 제144조 제1항은 회생채권자 또는 회생담보권자가 회생절차개시 당시 채무자에 대하여도 채무를 부담하고 있는 경우, 채권과 채무의 쌍방이 신고기간 만료 전에 상계할 수 있게 된 때에는 회생절차에 의하지 않고 상계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서로 주고받을 돈이 있으면 정산해서 상쇄할 수 있다는 당사자의 기대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입니다. 그러나 상계는 실질적으로 자신의 채권을 액면 그대로 회수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냅니다. 회생계획에 따라 대폭 감면·분할변제를 받아야 하는 다른 회생채권자들과 비교하면, 상계할 수 있는 채권자만 사실상 담보를 확보한 것과 다름없는 결과가 됩니다.

이 때문에 채무자회생법 제145조는 상계가 회생채권자 사이의 형평을 해치거나 회생재단에 손해를 끼칠 위험이 큰 경우를 콕 집어 예외적으로 금지합니다. 제1호와 제2호는 회생채권자 자신이 위기 상태를 알고 새로 채무를 부담한 경우를 막고, 제3호와 제4호는 반대로 회생채무자에게 채무를 지고 있는 사람(회생채무자의 채무자, 이하 편의상 채권매수인이라 하겠습니다)이 위기 상태를 알고 회생채권을 새로 취득한 경우를 막습니다. 오늘 다룰 "지급정지를 알고 사들인 채권"은 바로 이 제4호에 해당하는 상황입니다.

상계는 실질적으로 담보와 같은 기능을 하기 때문에, 채무자의 위기상태가 드러난 이후에 형성된 상계 기대는 원칙적으로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채무자회생법 제145조의 기본 구조다.

지급정지를 알고 사들인 채권 — 상계가 막히는 이유

채무자회생법 제145조 제4호 본문은 "회생절차가 개시된 채무자의 채무자가 지급의 정지, 회생절차개시의 신청 또는 파산의 신청이 있음을 알고 회생채권 또는 회생담보권을 취득한 때"에는 상계하지 못한다고 규정합니다. 여기서 상계를 시도하는 쪽은 회생채무자 본인이 아니라, 회생채무자에게 갚을 돈이 있는 제3자입니다. 이 사람이 회생채무자가 이미 지급정지나 회생절차개시 신청 등으로 위기 상태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시중에 나온 그 회사에 대한 채권을 매입 등으로 새로 취득한 경우가 이 조항의 대상입니다.

이 조항이 막으려는 것은 명확합니다. 예를 들어 A사가 지급정지 상태라는 사실이 거래처들 사이에 알려진 뒤, A사에 물품대금 채무 5천만원을 지고 있던 B사가 시중에 할인 유통되던 A사에 대한 채권 3천만원어치를 2천만원에 사들여 자신의 5천만원 채무와 상계하려 한다면, B사는 2천만원을 들여 사실상 3천만원의 채무를 소멸시키는 효과를 얻게 됩니다. 다른 회생채권자들은 회생계획에 따라 채권액의 일부만 장기간에 걸쳐 변제받는데, B사만 위기 상태를 이용해 액면가에 가깝게 채권을 회수하는 셈이 되어 형평에 어긋납니다. "지급의 정지"란 채무자가 변제거절 등으로 지급불능 상태를 외부에 표시하는 행위를 말하고, 실무에서는 이 사실을 채권매수인이 실제로 알았는지가 상계금지 여부를 가르는 핵심 쟁점이 됩니다.

다만 이 금지는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채무자회생법은 같은 조 제4호 단서에서 제2호 단서의 세 가지 예외사유(가목·나목·다목)를 그대로 준용하고 있어서, 이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지급정지를 알고 취득한 채권이라도 상계가 허용됩니다. 아래에서 순서대로 살펴보겠습니다.

예외 하나 — 법률에 정한 원인으로 취득한 채권

채무자회생법 제145조 제4호 단서, 제2호 단서 (가)목은 채권의 취득이 "법률에 정한 원인에 기한 때"에는 상계금지의 예외로 인정합니다. 채권매수인이 스스로 선택해서 시장에서 채권을 사들인 것이 아니라, 법률 규정에 따라 당연히 채권을 취득하게 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 보증인이 주채무를 대신 변제하고 채무자에 대해 갖게 되는 구상권

  • 연대채무자 중 1인이 변제 후 다른 연대채무자에게 갖는 구상권

  • 어음·수표법상 상환청구(소구)로 발생하는 채권

이런 채권들은 채권매수인이 회생채무자의 위기 상태를 알고 이를 노려 임의로 취득한 것이 아니라, 법률관계의 구조상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채권입니다. 상계에 대한 기대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므로 예외로 인정되는 것입니다.

예외 둘 — "알기 전에 생긴 원인"과 '전의 원인' 법리

실무에서 가장 자주 다투어지는 것은 (나)목입니다. 지급정지, 회생절차개시의 신청 등이 있음을 "알기 전에 생긴 원인"에 의하여 회생채권을 취득한 때에는 상계가 허용됩니다. 문제는 채권을 실제로 취득한 시점 자체는 위기 상태를 안 이후라도, 그 채권이 발생하게 된 원인관계는 이미 그 전부터 존재했던 경우입니다.

대법원은 이 "전의 원인"의 의미를 상당히 엄격하게 해석합니다. 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5다252501 판결은, 위기상태의 존재를 알게 된 이후에 취득한 채권이 그 이전부터 존재한 원인에 의하여 발생하였다고 인정받으려면 그 원인이 "채권자에게 상계의 기대를 발생시킬 정도로 직접적인 것이어야 할 뿐 아니라,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상계의 담보적 작용에 대한 회생채권자의 신뢰를 보호할 가치가 있는 정당한 것으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단순히 계약 체결 시점이 위기 상태를 알기 전이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이 판결의 사안이 구체적인 기준을 잘 보여줍니다. 골프장을 운영하는 회사(을 회사)가 회생절차개시 신청을 하자, 그 골프장 부지·건물을 을 회사에 임대해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을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그 골프장 회원으로 입회금을 납부해 둔 갑 회사가, 회원 탈회를 신청하며 입회금반환채권으로 자신이 부담하던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와 상계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갑 회사는 을 회사의 회생절차개시 신청 사실을 알면서 탈회를 신청해 입회금반환채권을 현실화한 것이었지만, 대법원은 입회계약 자체가 개시신청보다 훨씬 이전에 체결되었고 거치기간도 이미 지나 언제든 반환받을 수 있는 상태였으며, 임대차와 입회계약이 같은 골프장 부동산을 매개로 사실상 연계되어 있어 상계를 기대하는 것이 합리적이었다는 점을 들어 '전의 원인'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단순히 계약이 위기 상태를 알기 전에 체결됐다는 시간적 선후만으로는 부족하다 — 그 원인관계가 채권 취득과 직접 연결되고, 상계에 대한 신뢰가 구체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어야 '전의 원인'으로 인정된다.

반대로 말하면, 회생채무자의 채권을 시중에서 새로 매입한 경우에는 이 예외가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매매계약 자체가 위기 상태를 알고 난 뒤에 체결됐다면, 그 채권의 발생원인(매매계약)도 위기 상태를 안 이후에 생긴 것이어서 애초에 (나)목이 적용될 여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 예외는 대체로 기존에 계속적 거래관계가 있던 당사자 사이에서, 채권 취득의 실질적 원인관계가 위기 상태를 알기 전부터 이미 형성되어 있었던 경우에 한해 인정된다고 보아야 합니다.

예외 셋 — 위기시점보다 1년 이상 전에 생긴 원인

제145조 제4호 단서, 제2호 단서 (다)목은 채권 취득의 원인이 "회생절차개시시점 및 파산선고시점 중 가장 이른 시점보다 1년 이상 전에 생긴 원인에 의한 때"에는 상계를 허용합니다. 위기 상태로부터 충분히 오래전에 형성된 원인관계라면, 그 사이 위기가 닥칠 것을 예상하고 상계를 노렸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입니다. 조문이 "가장 이른 시점"이라고 명시한 이유는, 회생절차와 파산절차가 순차로 진행되는 경우 나중에 벌어진 절차의 개시·선고 시점을 기준으로 삼아 1년 계산을 유리하게 늘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이 기간 계산과 관련해 대법원 2019. 1. 31. 선고 2015다240041 판결이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습니다(이 판결은 파산절차의 상계금지 조항인 제422조에 관한 것이지만, 대법원은 제145조와 제422조의 '전의 원인' 법리가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명시했습니다). 이 판결은, 지급정지 이후 회생절차 등 선행 도산절차를 거쳐 파산선고에 이른 경우, 그 사이 회생절차 등에 소요된 기간은 원칙적으로 위기부인의 행사기간(제404조) 계산에 산입되지 않는다고 보았고, 이러한 법리가 상계금지의 1년 기간 계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밝혔습니다. 즉 회생절차가 오래 진행되었다고 해서 그 진행 기간만큼 채권 취득 시점을 유리하게 앞당겨 계산할 수는 없습니다.

실무 쟁점 — "알았는지"의 증명과 채권 취득 시점 특정

상계금지를 주장하는 쪽은 관리인입니다. 관리인이 채권매수인 측에서 지급정지, 회생절차개시의 신청 등이 있었다는 사실을 실제로 알고 있었음을 증명해야 상계를 막을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다음과 같은 정황이 '알았음'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쓰입니다.

  • 채권 매입가격이 액면가 대비 현저히 낮게 형성됐는지 — 시장이 이미 위기 상태를 가격에 반영한 정황

  • 매입 시점이 부도설·워크아웃설·회생절차개시 신청 보도 등이 공개된 이후인지

  • 채권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의 거래 경위, 매입을 주선한 경로

  • 매수인이 회생채무자와 기존에 어떤 채무관계를 갖고 있었는지, 상계를 염두에 둔 매입인지 여부

채권 취득 시점을 정확히 특정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채권양도의 경우 양도계약 체결일과 대항요건(민법 제450조의 확정일자 있는 통지 또는 승낙)을 갖춘 날이 다를 수 있어, 어느 시점을 취득 시점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지급정지를 알았는지 여부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상계의 의사표시 자체는 채무자회생법 제144조에 따라 회생채권 신고기간 만료 전이라면 회생절차개시 이후에도 할 수 있지만, 그 자동채권이 제145조의 요건에 걸린다면 상계의 의사표시를 아무리 서둘러도 애초에 효력이 없습니다.

상계가 막히면 어떻게 되나 — 채무는 전액 이행, 채권은 회생채권으로만

제145조에 해당하는 상계는 관리인에 대하여 효력이 없습니다. 관리인은 이런 상계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원래의 채권채무관계대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채권매수인은 자신이 회생채무자에게 부담하던 채무를 상계 없이 그대로 이행해야 하고, 반대로 자신이 매입한 채권은 다른 채권자들과 마찬가지로 회생채권으로 신고해 회생계획에서 정한 조건, 통상 대폭 감면된 금액을 장기간에 걸쳐 나누어 받는 방식으로만 회수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헐값에 채권을 사들여 액면가로 상계 회수하겠다는 전략은 오히려 손해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채권 매입에 들인 대금과 회생계획에 따라 실제로 돌려받는 변제액의 차이만큼 그대로 손실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회생절차에 들어간 회사에 대한 채권을 매입해 자신의 채무와 정리하려는 계획이 있다면, 매입에 앞서 그 회사가 이미 지급정지나 회생절차개시 신청 상태에 들어갔는지, 그리고 취득하려는 채권의 발생원인이 위 세 가지 예외사유 중 하나에 해당하는지를 먼저 검토해야 합니다. 채권매매계약서와 매입가격 산정 근거, 매입 시점의 공시자료(법원 공고, 회생절차개시 보도 등)를 미리 확보해 두면 나중에 예외 해당 여부를 다툴 때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지급정지를 몰랐다면 채권을 사들여 상계해도 되나요?

A. 채무자회생법 제145조 제4호는 채권매수인이 지급의 정지, 회생절차개시의 신청 등을 "알고" 채권을 취득한 경우만 금지합니다. 취득 당시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면 상계금지 대상이 아니지만, 나중에 몰랐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자료를 준비해 두어야 다툼이 생겼을 때 유리합니다.

Q. 계약은 오래전에 맺었는데 채권 취득은 최근이면 예외에 해당하나요?

A. 계약 체결 시점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대법원은 그 원인관계가 채권자에게 상계 기대를 발생시킬 정도로 직접적이고, 구체적 사정을 종합해 신뢰를 보호할 가치가 있는 정당한 경우에만 '전의 원인'으로 인정합니다. 단순히 오래된 계약이라는 사실만으로 자동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Q. 시중에서 회생채권을 할인 매입하는 것 자체가 불법인가요?

A. 채권 매입 행위 자체를 금지하는 규정은 아닙니다. 다만 지급정지 등을 알고 취득한 채권을 자신의 채무와 상계하는 것이 제한될 뿐이므로, 매입한 채권은 회생채권으로 신고해 회생계획에 따른 변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Q. 상계금지에 해당하는데도 상계 의사표시를 하면 어떻게 되나요?

A. 그 상계는 관리인에 대하여 효력이 없습니다. 관리인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원래대로 채무 이행을 청구할 수 있으며, 채권매수인은 자신이 취득한 채권을 회생채권으로 신고해 회생계획에 따른 변제만 받을 수 있습니다.

Q. 1년 이상 전에 생긴 원인이면 무조건 상계할 수 있나요?

A. 채권 취득의 원인이 회생절차개시시점과 파산선고시점 중 가장 이른 시점보다 1년 이상 전에 생겼다면 예외로 인정됩니다. 다만 지급정지 이후 회생절차 등을 거쳐 파산선고에 이른 경우 그 사이 소요된 기간은 원칙적으로 계산에 산입되지 않으므로, 절차가 길어졌다고 기간이 유리하게 늘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Q. 보증인의 구상권처럼 법률상 당연히 생기는 채권도 상계가 막히나요?

A. 그 취득이 법률에 정한 원인에 기한 때에는 예외로 인정되어 상계가 허용됩니다. 보증인의 구상권, 어음·수표법상 상환청구로 발생하는 채권 등이 여기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맺음말

지급정지를 알고 사들인 채권은 원칙적으로 상계에 쓸 수 없습니다. 회생채권자 사이의 형평을 지키기 위한 규정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법률에 정한 원인에 기한 때, 위기 상태를 알기 전에 생긴 직접적이고 정당한 원인에 의한 때, 위기시점보다 1년 이상 전에 생긴 원인에 의한 때라는 세 가지 예외는 분명히 존재하고, 실제 사건에서는 이 예외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치열하게 다투게 됩니다.

채권 취득 시점, 지급정지를 알았는지에 대한 증명, 원인관계의 형성 시점은 사건마다 사실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일률적으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경기남부 지역 기업들의 회생·파산 사건은 수원회생법원이 관할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채권 매입을 통한 상계를 검토하고 계신다면 매입 전에 예외사유 해당 여부부터 꼼꼼히 짚어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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