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은 조사 대상이 아니었는데 출석 요구를 받는 경우
최근 마케팅 대행사가 수사를 받은 뒤, 그 대행사와 거래했던 병·의원에 확인 목적의 출석 요구가 이어지는 사례가 있습니다.
원장이 직접 환자를 소개받은 적이 없고, 대행사의 영업 방식을 상세히 알지 못했더라도 상황은 같습니다.
대행사에서 확보된 정산 자료에 병원 이름과 지급 내역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이 단계에서 "대행사가 알아서 한 일이라 잘 모른다"는 취지의 진술만 남기면, 이후 방어가 매우 어려워집니다.
의료광고와 환자 유인·알선의 경계는 진술이 아니라 계약과 정산 구조로 판단되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어떤 구조가 처벌로 이어지고 어떤 구조가 방어 가능한지를, 관련 법령과 판례를 기준으로 정리하겠습니다.
규제 환경의 변화
보건복지부는 2026년 6월 15일부터 '비정상·가짜진료 행정조사반'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주된 조사 대상은 효과가 확인되지 않은 주사제 투여를 조건으로 한 입원, 의학적 근거 없는 마약류·향정신성의약품 과잉 처방, 진료기록 허위 작성 등입니다.
여기에 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금품 제공 행위도 조사 항목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위법 사항이 확인되면 수사기관 고발 또는 수사 의뢰로 이어집니다.
과거 행정처분 단계에서 정리되던 사안이 형사 절차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진 셈입니다.
따라서 마케팅 계약 구조를 점검해 두는 일은 더 이상 선택 사항이 아닙니다.
핵심 쟁점: 대가의 산정 기준
의료법 제27조 제3항은 영리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와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실무에서 수사기관이 가장 먼저 확인하는 자료는 광고 문구가 아니라 정산 내역입니다.
대가의 산정 기준이 무엇인지가 판단의 출발점이기 때문입니다.
마케팅 대가는 크게 두 가지 구조로 나뉩니다.
첫째, CPA(Cost Per Action)입니다.
잠재 환자가 연락처를 남기는 행위 자체에 대해 건당 정액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성격상 '접촉'에 대한 대가입니다.
둘째, CPS(Cost Per Sale)입니다.
실제 내원·결제·진료가 성사된 건에 대해 수수료를 지급하거나 매출의 일정 비율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성사'에 대한 대가입니다.
의료법이 금지하는 소개·알선은 환자와 특정 의료기관 사이의 치료위임계약 성립에 관여하는 행위입니다.
그래서 대가의 지급 기준이 진료 성사에 가까워질수록 의료광고가 아닌 알선으로 평가될 위험이 커집니다.
처벌로 이어진 구조: 진료비에 연동된 수수료
대법원 2019. 4. 25. 선고 2018도20928 판결은 이 쟁점을 정면으로 다뤘습니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의료기관의 시술 상품 쿠폰을 판매하고, 환자가 지급한 진료비의 15~20%를 의료기관으로부터 수수료로 받은 사안입니다.
43개 병원, 환자 5만여 명, 수수료 6억 원대 규모였습니다.
대법원은 소개·알선의 의미를 "환자와 특정 의료기관 사이에서 치료위임계약의 성립을 중개하거나 편의를 도모하는 행위"로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이 사안의 행위는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진료계약 체결을 중개하고 그 대가를 받은 것이므로, 허용되는 의료광고의 범위를 넘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주의할 점은 플랫폼이나 대행사만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5. 26. 선고 2021고정1855 판결은, 미용의료 정보 앱을 통해 환자 1,312명을 유치하고 그 진료비 약 2억 1,937만 원의 9.7%인 2,127만여 원을 수수료로 지급한 의사에게 유인·알선을 사주한 책임을 인정해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같은 사안에서 해당 앱 운영사 대표 역시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의료법 위반 유죄(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가 인정되었습니다.
정리하면, 진료 수익을 나누는 구조에서는 수수료를 받은 쪽과 지급한 쪽이 모두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방어가 가능한 구조: 의료광고 법리
그렇다면 리드 단가를 정액으로 지급한 CPA 구조는 어떻게 평가될까요.
이 지점에서 근거가 되는 판례는 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0도1763 판결입니다.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의료광고행위는 의료법이 명문으로 금지하는 개별 행위유형에 준하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거나 의료시장의 질서를 현저하게 해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환자 '유인'에 해당하지 않으며, 그 광고가 의료인의 직원이나 제3자를 통해 이루어졌더라도 소개·알선이나 사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시했습니다.
광고 업무를 제3자가 수행했다는 사정만으로 알선이 되지는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이 법리에 따라 방어 시에는 다음 세 가지를 자료로 입증해야 합니다.
첫째, 해당 랜딩페이지와 광고물이 병원 명의로 진행된 의료광고라는 점입니다.
둘째, 대행사는 광고 노출과 리드 전달이라는 광고 대행 업무만 수행했고 내원 유도나 진료 성사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셋째, 환자 상담과 치료위임계약이 병원 또는 병원 직원과 환자 사이에서 직접 체결되었다는 점입니다.
다만 CPA 구조라도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시술 종류에 따라 리드 단가를 다르게 책정한 경우, 수사기관은 이를 환자 한 명의 예상 매출에 연동된 변형 CPS로 볼 수 있습니다.
고가 시술 리드와 일반 시술 리드의 단가가 달랐다면 계약서와 정산 기준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함께 문제 되는 개인정보보호법
환자 유인·알선 사안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가 함께 검토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사기관은 개인정보의 수집 주체와 수집 목적을 확인합니다.
방어 가능한 구조는 처리 위탁 형태입니다.
병원 명의의 랜딩페이지에서 병원이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아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대행사는 그 시스템을 관리·운영하는 수탁자 지위에 있는 경우입니다.
반면 대행사가 자기 명의로 불특정 다수의 개인정보를 수집해 둔 뒤 이를 특정 병원에 대가를 받고 제공한 경우는 수집 목적 외 제공에 해당할 수 있고, 이를 제공받아 이용한 병원도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일관성입니다.
"광고 대행이었다"는 의료법 방어 논리와 "적법한 처리 위탁이었다"는 개인정보보호법 방어 논리는 하나의 사실관계 위에서 서로 맞물려야 합니다.
두 설명이 어긋나면 양쪽 혐의 모두 다투기 어려워집니다.
형사처벌과 별개인 행정처분
의료법 제27조 제3항 위반은 형사처벌로 끝나지 않습니다.
의료인 자격정지 처분이 별도로 따르며, 환자 유인·알선의 경우 자격정지 2개월 수준의 처분에 이를 수 있습니다.
또한 행정처분은 형사처분과 독립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위반자에게 고의나 과실이 없더라도 제재가 부과될 수 있다는 것이 행정법의 일반 원칙입니다.
다만 실무에서는 형사사건의 처분 결과가 이후 행정처분 단계의 대응 여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초기 진술 단계에서 방어 가능한 기간과 문제가 있는 기간을 구분해 정리해 두는 작업이 중요합니다.
계약 구조가 중간에 CPA에서 CPS로 바뀌었거나 그 반대인 경우, 이를 구분하지 않고 전체 기간을 하나로 묶어 진술하면 다툴 수 있는 부분까지 함께 인정되는 결과가 생깁니다.
확인 요구를 받았을 때 정리해 둘 자료
출석에 앞서 다음 자료를 확보하고 내용을 파악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1. 마케팅 계약서 — 과금 기준이 리드 단위인지 성사 단위인지 명시되어 있는지
2. 정산 내역 — 기간별 단가와 산정 방식, 시술별 단가 차등 여부
3. 랜딩페이지와 광고물 캡처 — 광고 주체 표시, 개인정보 수집 주체와 동의 문안
4. 상담 콜 기록 — 실제 상담을 병원 직원이 수행했는지, 대행사가 관여했는지
디지털 마케팅의 정산 구조는 수사 단계에서 충분히 설명되지 않으면 전통적인 '브로커' 구조와 동일하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대행사에서 확보된 자료와 병원 측 진술이 어긋나면 그 자체가 불리한 정황으로 작용합니다.
정리
의료광고와 환자 유인·알선의 경계는 광고 문구가 아니라 대가의 산정 기준에서 갈립니다.
진료 성사나 진료비에 연동된 수수료 구조는 판례상 알선으로 평가되어 왔고, 수수료를 지급한 병원 측도 사주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병원 명의 광고와 리드 단가 정액 구조라면 의료광고 법리로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같은 CPA라도 단가 책정 방식, 상담 주체, 개인정보 수집 주체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사안마다 구조가 다르므로 일반적인 기준만으로 판단하기보다, 계약서와 정산 내역을 확보한 상태에서 형사 대응과 행정처분 대응을 함께 검토하시길 권합니다.
명심하십시오. 초기진술이 가장 중요합니다. 첫 진술부터 전문가와 함께 방어책을 설계하십시오.
※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의견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자료를 기준으로 별도 검토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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