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 내에서 폭행을 당한 병사가 헌병 조사를 앞두고 가장 많이 묻는 질문 중 하나는 "나도 변호사를 데리고 갈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성범죄 피해자에게는 전담 변호사 제도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작 폭행처럼 성범죄가 아닌 사건의 피해 병사는 조사에 변호사를 동석시킬 근거 자체가 없다고 지레 짐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군사법원법은 죄명을 가리지 않고, 피해자가 조사 과정에서 불안·긴장을 느낄 우려가 있으면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을 동석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이 신뢰관계인에는 변호사도 포함됩니다. 다만 이 제도는 성범죄 피해자 전담 변호사와 권한의 폭이 다르고 동석이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도 아니어서, 요건과 신청 방법을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이 글에서는 부대 내 폭행 피해 병사가 어떤 근거로, 어떤 범위까지 변호사를 조사에 동석시킬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폭행 피해자는 변호사를 못 부른다"는 오해가 생기는 이유
언론이나 인터넷 게시글에서 접하는 '피해자 변호사'는 대부분 성폭력 사건 기사에서 등장합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7조가 성폭력범죄 피해자에게 변호사를 선임해 조사에 참여시키고 의견을 진술하게 할 수 있는 특례를 명문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조항이 워낙 자주 언급되다 보니, 폭행·상해처럼 성범죄가 아닌 사건의 피해자는 변호사를 조사에 데려갈 근거 자체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형사절차에서 피해자를 조사에 동석시킬 근거는 성폭력처벌법 하나뿐이 아닙니다. 군사법원법과 형사소송법에는 죄명을 가리지 않고 적용되는 별도의 동석 제도가 있고, 이 제도가 적용되는 범위 안에 변호사도 들어갑니다. 다만 이 제도는 '변호사 선임의 특례'라는 이름으로 따로 규정된 것이 아니라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의 동석'이라는 이름으로 규정돼 있어, 일반인은 물론 실무자들도 그 존재 자체를 놓치기 쉽습니다. 이름 때문에 가려진 권리인 셈입니다.
성범죄 피해자에게 주어지는 변호사 선임 특례와 별개로, 군사법원법은 죄명과 무관하게 피해자를 신뢰관계인과 함께 조사받게 할 수 있는 제도를 두고 있다.
근거 조문 — 군사법원법 제260조 제3항과 제204조의2
헌병수사관이나 군검사가 폭행 피해 병사를 조사할 때 적용되는 조문은 군사법원법 제260조 제3항입니다. 이 조항은 군검사나 군사법경찰관이 범죄의 피해자를 조사하는 경우 같은 법 제204조의2 제1항부터 제3항까지를 준용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제204조의2는 원래 군사법원이 피해자를 증인으로 신문할 때의 동석 절차를 정한 조항인데, 수사 단계의 피해자 조사에도 그대로 준용되는 구조입니다.
준용되는 요건은 명확합니다. 피해자의 연령, 심신 상태, 그 밖의 사정을 고려했을 때 피해자가 조사 과정에서 현저하게 불안 또는 긴장을 느낄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면, 군검사·군사법경찰관이 직권으로 또는 피해자·법정대리인·군검사의 신청에 따라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을 동석시킬 수 있습니다. 조문 어디에도 '동석할 수 있는 사람'을 가족이나 친지로 한정한다는 문구는 없고, 피해자와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이면 변호사도 포함된다는 것이 실무의 해석입니다. 민간 형사절차에서도 같은 구조의 형사소송법 제163조의2, 제221조 제3항이 2007년 개정으로 성범죄에 한정되지 않고 모든 범죄 피해자에게 확대 적용되고 있어, 군 조사도 이와 같은 흐름을 따릅니다.
요건 — 연령·심신 상태 등을 고려해 현저한 불안·긴장 우려가 인정될 것
신청 주체 — 피해자, 법정대리인, 군검사(수사기관 직권 허용도 가능)
적용 범위 — 군검사·군사법경찰관의 피해자 조사, 군사법원의 증인신문 모두 준용
동석자 범위 — 법률상 제한이 없어 변호사도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에 해당 가능
군사법원법 제260조 제3항이 준용하는 제204조의2는 죄명을 묻지 않고, 피해자가 불안·긴장을 느낄 우려만 인정되면 신뢰관계인 동석을 허용한다 — 그 신뢰관계인에는 변호사도 포함된다.
부대 내 폭행에서 이 요건이 인정되기 쉬운 구체적 사정
다른 사건보다 부대 내 폭행 사건에서 '현저한 불안 또는 긴장'이 인정되기 쉬운 구체적인 사정들이 있습니다. 계급과 서열이 뚜렷한 병영 생활의 특성상, 피해 병사는 조사가 끝난 뒤에도 가해자와 같은 생활관·같은 부대에서 계속 생활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조사 과정에서 진술한 내용이 새어 나가거나 가해자 측에 알려질 경우 보복이나 따돌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현실적인 두려움이 민간 사건보다 훨씬 크게 작용합니다.
조사 장소와 방식의 특수성도 영향을 줍니다. 헌병대 조사는 부대 인근의 한정된 공간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고, 조사관과 가해자가 같은 부대 소속 지휘계통에 있는 경우도 있어 피해 병사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에 심리적 위축을 느끼기 쉽습니다. 이런 사정들은 실제로 신뢰관계인 동석 신청서에 구체적으로 적어 소명해야 하는 근거가 됩니다. 막연히 '불안하다'는 진술만으로는 부족하고, 계급 관계, 같은 생활관 여부, 사건 이후 부대 내 상황 변화 등을 구체적으로 적시할수록 동석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가해자와 같은 생활관·부대에서 계속 생활해야 하는 사정
계급·서열에 따른 위계적 압박
진술 내용 유출에 따른 보복·따돌림 우려
조사관·가해자가 같은 지휘계통에 있는 경우의 심리적 위축
동석 신청은 막연한 불안 호소가 아니라, 계급관계·생활관 공유·보복 가능성 같은 구체적 사정을 적시할수록 인정 가능성이 높아진다.
변호사가 동석했을 때 할 수 있는 일과 법적 한계
신뢰관계인으로 동석한 변호사가 조사실에서 아무 제약 없이 발언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군사법원법이 준용하는 제204조의2 제3항은 동석한 사람이 신문 또는 진술을 방해하거나 그 진술 내용에 부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즉 변호사가 조사 도중 임의로 끼어들어 답변을 유도하거나 조사관의 질문에 대신 답하는 방식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이런 제한이 동석의 실익을 없애는 것은 아닙니다. 실무에서 변호사가 동석하면 피해자에게 고지돼야 할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확인하고, 조서에 피해자의 진술 취지와 다른 내용이 기재되지 않는지 살피며, 조사관이 유도신문이나 위압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 이의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조사 중간에 휴식을 요청하거나, 피해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질문이 이어질 때 이를 제지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동석 변호사가 할 수 있는 역할입니다. 무엇보다 익숙하지 않은 조사 환경에서 변호사가 옆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피해 병사의 심리적 안정에 실질적으로 기여합니다.
동석 변호사는 진술을 대신하거나 답변을 유도할 수는 없지만, 절차 준수 여부를 살피고 부당한 신문을 제지하는 방식으로 실질적인 보호 기능을 한다.
성범죄 피해자 전담 변호사와의 차이 — 기대치를 정확히
신뢰관계인 동석 제도와 성폭력처벌법상 변호사 선임 특례는 같은 '피해자 변호사'라는 말로 불리지만 권한의 폭이 다릅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7조에 따른 변호사는 조사에 참여해 의견을 진술할 수 있고(다만 조사 도중에는 수사기관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구속 전 피의자심문·증거보전절차·공판준비기일·공판절차에도 출석해 의견을 낼 수 있으며,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열람·등사할 수 있고, 피해자를 대리해 소송행위를 하는 포괄적 대리권까지 가집니다.
반면 부대 내 폭행 사건의 신뢰관계인 동석은 조사 자리에 함께 있으면서 신문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심리적 지지와 절차 감시 기능을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조서 열람·등사권이나 공판절차 출석권처럼 법률에 명시된 권한은 없고, 이 부분에서 도움이 필요하다면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나 별도의 사선 변호인 선임을 통해 보완해야 합니다. 두 제도를 혼동하면 동석 변호사에게 성범죄 전담 변호사 수준의 역할을 기대하다가 실망하는 경우가 생기므로, 어떤 근거로 어떤 범위까지 조력받을 수 있는지 미리 구분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신뢰관계인 동석은 '함께 있으며 절차를 지키는 조력'이고, 성폭력처벌법상 변호사 선임 특례는 '의견진술·열람등사·포괄적 대리'까지 포함하는 더 넓은 조력이다 — 이 차이를 알아야 기대치를 정확히 세울 수 있다.
합의해도 절차가 끝나지 않는 이유 — 군형법 제60조의6
부대 내 폭행 사건에서 변호사 조력이 특히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피해 병사가 가해자와 합의하더라도 사건이 저절로 종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군형법 제60조의6은 군인등이 군사기지, 군사시설, 군용항공기, 군용에 공하는 함선 등 일정한 장소에서 군인등을 폭행하거나 협박한 경우 형법 제260조 제3항(폭행죄 반의사불벌 규정)과 제283조 제3항(협박죄 반의사불벌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일반 형법상 단순 폭행·협박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이지만, 이 특례로 인해 부대 안에서 벌어진 폭행·협박은 피해 병사가 합의서를 써주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혀도 군검사가 기소 여부를 그대로 판단합니다. 결국 조사 단계에서 피해 병사가 어떤 진술을 남기는지, 그 진술이 얼마나 정확하고 일관되게 기록되는지가 이후 절차 전반에 계속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합의만 해두면 조사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과 달리, 조사 초기 진술의 정확성을 확보하는 일이 그만큼 중요해지는 이유입니다.
군형법 제60조의6에 따라 부대 내 폭행·협박은 합의해도 반의사불벌 특례가 적용되지 않는다 — 그래서 조사 단계의 진술 하나하나가 결과에 계속 영향을 미친다.
동석 신청, 언제 어떻게 준비하나
신뢰관계인 동석은 조사 당일 갑자기 요청한다고 받아들여지는 일이 아닙니다. 헌병대나 군검찰의 1회 조사 일정이 잡히면, 그 전에 변호사를 신뢰관계인으로 동석시켜 달라는 취지의 신청서를 제출하고 앞서 살펴본 구체적 사정(계급관계, 생활관 공유 여부, 보복 우려 등)을 소명자료와 함께 정리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신청은 피해자 본인, 법정대리인, 군검사 중 누구든 할 수 있고, 수사기관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직권으로도 동석을 허용할 수 있습니다.
조사 일정이 급박하게 잡히는 경우도 있으므로, 피해 신고나 고소 직후부터 변호사와 함께 조사 대비를 시작해 두면 신청 시점을 놓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조사 전 단계에서부터 사건 경위와 증거를 정리해 두면, 동석한 변호사가 조사 도중 절차상 문제를 즉시 알아차리고 대응하기도 수월해집니다. 여러 차례 조사가 이어지는 사건이라면 매 회차마다 신청 여부와 소명 내용을 다시 점검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1회 조사 전 신뢰관계인 동석 신청서 제출(사유 소명자료 포함)
신청 주체 — 피해자 본인, 법정대리인, 군검사(직권 허용도 가능)
피해 신고·고소 직후부터 변호사와 조사 대비 시작
조사가 여러 차례라면 회차마다 신청·소명 내용 재점검
동석 신청은 조사 당일이 아니라 1회 조사 전부터 준비해야 하고, 사유를 구체적으로 소명할수록 인정 가능성이 높아진다.
자주 묻는 질문
Q. 성범죄가 아닌 일반 폭행 사건 피해 병사도 조사에 변호사를 데려갈 수 있나요?
A. 네. 군사법원법 제260조 제3항이 준용하는 제204조의2에 따라, 죄명과 무관하게 피해자가 현저한 불안·긴장을 느낄 우려가 인정되면 신뢰관계인으로 변호사를 동석시킬 수 있습니다. 다만 동석이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구체적 사정을 소명해야 합니다.
Q. 동석한 변호사가 조사 중 질문에 대신 답할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군사법원법이 준용하는 제204조의2 제3항은 동석자가 신문이나 진술을 방해하거나 진술 내용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어, 변호사가 피해자를 대신해 답변하거나 답변을 유도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절차 준수를 확인하고 부당한 신문을 제지하는 역할은 할 수 있습니다.
Q. 동석 신청은 반드시 받아들여지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수사기관이나 군사법원이 연령·심신 상태·그 밖의 사정을 고려해 현저한 불안·긴장 우려가 인정된다고 판단해야 동석이 허용됩니다. 계급관계, 같은 생활관 거주 여부, 보복 우려 등을 구체적으로 소명할수록 인정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Q. 가해자와 합의하면 조사에 협조하지 않아도 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군형법 제60조의6에 따라 군사기지·군사시설 등에서 벌어진 폭행·협박은 형법상 반의사불벌 특례가 적용되지 않아, 합의 여부와 무관하게 군검사가 기소 여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합의 이후에도 조사에는 성실히 응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헌병 조사와 군검찰 조사 모두에서 변호사 동석이 가능한가요?
A. 네. 군사법원법 제260조 제3항은 군검사와 군사법경찰관 모두의 피해자 조사에 적용되므로, 헌병 등 군사법경찰관 단계의 조사와 군검찰 조사 모두에서 동일한 요건으로 신뢰관계인 동석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Q. 신뢰관계인 동석과 성폭력범죄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는 같은 것인가요?
A. 다릅니다. 성폭력처벌법 제27조의 변호사는 의견진술권, 서류 열람·등사권, 공판절차 출석권, 포괄적 대리권까지 갖는 반면, 신뢰관계인 동석은 조사 자리에 함께 있으며 절차를 지키는 데 초점이 맞춰진 제한적 조력입니다. 두 제도를 혼동하지 말고 필요한 조력의 범위에 맞게 준비해야 합니다.
맺음말
부대 내 폭행 피해 병사가 조사에 변호사를 동석시킬 수 있다는 근거는 성범죄 전담 조항이 아니라, 죄명을 가리지 않는 신뢰관계인 동석 제도에 있습니다. 군사법원법 제260조 제3항과 제204조의2가 그 근거이며, 계급관계와 생활관 공유, 보복 우려 같은 구체적 사정을 소명하면 변호사도 신뢰관계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제도가 부여하는 권한은 성폭력처벌법상 변호사 선임 특례보다 제한적이고, 군형법 제60조의6으로 인해 합의 여부와 무관하게 절차가 계속 진행될 수 있다는 점까지 함께 고려해야 실질적인 대응이 가능합니다. 조사 초기 단계에서부터 어떤 조력을 받을 수 있는지 정확히 파악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원과 경기남부 지역 인근 부대에서 발생한 폭행 사건으로 헌병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동석 신청 요건을 갖추고 있는지부터 먼저 검토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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