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송된 편지는 다시 부치지 않는다
헤어진 연인의 집 앞을 찾아간 날들, 스토킹범죄 기소유예까지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한 마음이 범죄가 되기까지, 검사 출신 변호사가 직접 겪은 이야기
"변호사님, 저는 그냥 한 번만 보고 싶었던 건데요."
그가 내 앞에서 처음 꺼낸 말이었다.
눈빛은 아직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한 사람의 것이었다.
그 말에는 억울함보다 당혹감이 더 많이 담겨 있었다. 자신이 왜 조사를 받아야 하는지 아직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얼굴이었다.
그는 M씨였다.
오랜 시간 함께한 연인과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방은 연락을 끊었고, 만나자는 요청도 거절했다.
그러나 M씨는 그 현실을 믿을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이야기하면 오해가 풀릴 것 같았다"고 했다.
그래서 상대방의 집 앞으로 찾아갔다. 한 번이 아니었다.
여러 차례 집 앞에서 기다렸고, 상대방 차량 손잡이에 쪽지를 끼워두기도 했다.
그리고 얼마 뒤, 경찰의 연락이 왔다.
혐의는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이었다.
그제야 M씨는 자신의 행동이 법에서 어떻게 불리는지 알게 되었다.
수취를 거절한 편지를 다시 보내면 안 되는 이유
나는 M씨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마음을 전하는 일은 편지를 부치는 것과 비슷합니다.
받는 사람이 '수취 거절'이라고 적어 돌려보냈다면, 그 편지는 거기서 멈춰야 합니다.
같은 편지를 다시 부치고, 집 앞에 직접 가져다 두고, 문 앞에서 기다리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마음을 전하는 일이 아니라 상대방의 일상을 침범하는 일이 됩니다."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정의)】
"스토킹행위"란 상대방의 의사에 반(反)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가. 상대방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에게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나. 상대방등의 주거, 직장, 학교, 그 밖에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장소 또는 그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중략)
라. 상대방등에게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하여 물건등을 도달하게 하거나 주거등 또는 그 부근에 물건등을 두는 행위
"스토킹범죄"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스토킹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8조 (스토킹범죄)】
① 스토킹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집 앞에서 기다린 것, 차량에 쪽지를 남긴 것. M씨의 행동은 조문에 적힌 행위 유형에 그대로 겹쳐 있었다.
"보고 싶었을 뿐"이라는 마음은 행위의 성립을 막아주지 않는다.
상대방이 분명히 거절했는데도 반복해서 찾아가고 물건을 남긴 행위는 객관적으로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행위로 평가된다.
악의가 없었다는 사정은 처분 수위를 정할 때 고려될 수는 있다. 하지만 범죄가 성립하는지를 가르는 기준은 아니다.
그리고 반드시 알아야 할 점이 하나 더 있다.
스토킹범죄는 현재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사건이 끝나는 범죄가 아니다.
과거에는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처벌할 수 없는 구조였지만, 법 개정으로 그 조항이 삭제되었다.
합의는 여전히 중요한 참작 사정이다. 그러나 사건을 없애주는 열쇠는 아니다.
이미 부친 편지는 되돌릴 수 없다, 남은 것은 그 다음이었다
M씨는 자신의 행동을 인정했다.
사실관계를 다툴 사건이 아니었다.
나는 방향을 분명히 했다.
"이제 할 일은 검사가 재판에 넘기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할 수 있도록, 그 근거를 정직하게 쌓는 것입니다."
가장 먼저 M씨에게 당부한 것이 있다.
"지금부터 상대방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연락하시면 안 됩니다."
M씨는 사과만이라도 직접 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거절 의사를 밝힌 상대방에게 다시 연락하는 일은, 그 의도가 사과라 하더라도 또 하나의 반송된 편지를 부치는 일이 된다.
그 자체로 새로운 스토킹행위로 평가될 수 있고, 피해자가 이미 느끼고 있는 두려움을 더 키울 수 있다.
피해자 측과의 소통은 전적으로 변호인을 통해 진행했다.
피해자가 겪은 두려움과 불편을 충분히 듣는 것에서 시작했다.
그 위에서 M씨의 사과와 다시는 찾아가지 않겠다는 약속을 전했다.
피해자는 결국 M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혀주었다.
의견서에는 무엇을 담았는가
검사 시절, 나는 스토킹 사건 기록을 적지 않게 보았다.
같은 "반성합니다"라는 문장이라도, 그것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있는지에 따라 기록에서 읽히는 무게가 전혀 달랐다.
그래서 의견서에는 세 가지를 담았다.
첫째, 행위의 경위와 정도를 사실대로 정리했다.
M씨는 상대방에게 신체적 위해를 가하거나 협박한 적이 없었다.
행위는 집 앞에서 기다린 것과 쪽지를 남긴 것이었고, 그 횟수와 기간도 있는 그대로 적었다.
행위를 축소하지 않되, 그 범위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둘째, 반성이 말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M씨는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한 자신의 상태를 돌아보기 위해 심리 상담을 받고 있었다.
상담 진행 내용과 함께, 다시는 같은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구체적인 다짐을 담았다.
셋째, M씨가 범죄 전력 없이 살아온 사람이라는 점과 현재의 생활환경을 정리했다.
검찰의 판단은 "기소유예"였다
검찰은 M씨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검찰이 고려한 사정은 이러했다.
범행 횟수와 행위 태양 등에 비추어 범행의 정도가 비교적 중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했다.
M씨가 반성하며 재범하지 않을 것을 다짐하고 있다는 점도 함께 보았다.
피해자도 M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까지 종합했다.
사건은 재판으로 넘어가지 않았고, 형의 선고도 없었다.
다만 기소유예는 사건이 없었던 일이 되는 처분이 아니다.
잘못이 인정되었지만 이번에는 재판에 넘기지 않겠다는 결정이다.
스토킹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됐다면, 이것부터 확인하라
① 첫 조사 전에 변호사와 사실관계부터 정리하라.
언제, 몇 번,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에 따라 범죄의 성립과 정도에 대한 판단이 달라진다.
기억에 의존해 즉석에서 진술하면 사실보다 불리하게 기록될 수 있다.
② 상대방에게 어떤 방식으로도 연락하지 마라.
사과나 해명을 위한 연락, 지인을 통한 전달, SNS 메시지도 새로운 스토킹행위가 될 수 있다.
필요한 소통은 변호인을 통해서만 진행해야 한다.
③ 잠정조치가 내려졌다면 그 범위를 정확히 확인하라.
수사 초기에 접근금지나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같은 잠정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이를 어기면 별도로 형사처벌을 받는다.
어디까지가 금지되는지 변호인과 함께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④ 합의만으로 사건이 끝난다고 생각하지 마라.
스토킹범죄는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가 있어도 기소될 수 있다.
합의와 함께 반성의 태도, 재발 방지 노력을 함께 보여주어야 한다.
⑤ 반성은 확인할 수 있는 행동으로 보여라.
심리 상담 참여, 재범방지 교육 이수처럼 구체적인 노력이 참작 사정이 된다.
⑥ 기소유예 이후에도 다시 찾아가지 마라.
같은 상대방에게 다시 접근하면 새로운 사건이 되고, 이전 처분 전력도 함께 불리하게 고려될 수 있다.
처분이 끝난 뒤의 행동이 가장 중요하다.
놓아주는 것도 마음을 전하는 한 방법이다
기소유예 결정이 난 뒤, M씨가 다시 사무실을 찾아왔다.
"이제는 놓아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는 그 말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스토킹 혐의로 사무실을 찾는 사람들 중에는, 처음부터 해를 끼치려 한 사람보다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한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해서 그 행동이 괜찮아지는 것은 아니다.
문 앞에서 기다린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두려움의 시간이었다는 사실이 먼저다.
수취를 거절한 편지를 더는 부치지 않는 것.
그것이 M씨가 상대방에게 마지막으로 전할 수 있는 존중이었다.
스토킹 혐의로 조사 연락을 받았다면, 혼자 해명하려 하지 말고 첫 조사 전에 대응 방향부터 신중하게 점검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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