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미성년 성범죄 피해자나 그 보호자, 그리고 수사를 받는 피의자 측 모두에게서 같은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아이가 이미 경찰 조사 과정에서 영상으로 진술을 다 마쳤는데, 그 영상이 재판에서도 그대로 증거로 쓰이는지 여부입니다.
많은 보호자분들이 “아이가 힘들게 영상으로 다 진술했으니, 이제 법정에는 다시 안 나가도 되겠지”라고 안심합니다. 실제로 몇 년 전까지는 그 안심이 대체로 맞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사건에서는 검찰이 애써 확보한 영상녹화물이 재판 과정에서 통째로 증거에서 배제되고, 결국 아이가 다시 진술 절차를 밟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헌법재판소는 영상녹화물만으로 자동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해주던 특례 조항에 위헌 결정을 내렸고, 그 이후 대법원도 반대신문 기회가 보장되지 않은 영상물은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위헌 결정 전후로 미성년 피해자 진술 영상물의 증거능력 판단 기준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그리고 지금은 어떤 절차를 거쳐야 그 영상이 실제로 증거로 쓰일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영상녹화만으로 증거능력이 인정되던 특례는 위헌 결정으로 사라졌습니다
신뢰관계인의 진정성립 인정만으로 충분했던 조항이 위헌으로 효력을 잃었습니다.
과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0조 제6항은, 19세 미만 피해자를 조사하며 촬영한 영상녹화물에 대해 조사 과정에 동석했던 신뢰관계인이나 진술조력인이 법정에서 “영상 속 내용이 실제 조사와 같다”고 진정성립만 인정해주면, 피해자 본인에 대한 반대신문 없이도 그 영상 자체를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조항은 미성년 피해자가 법정에 다시 나와 가해자 면전에서 사건 경위를 되풀이해 진술해야 하는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도입됐습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2021. 12. 23. 선고 2018헌바524 결정에서, 이 조항이 피고인이 자신에게 불리한 증인인 피해자를 직접 신문할 기회, 즉 반대신문권을 원천적으로 박탈한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위헌 결정으로 해당 조항은 곧바로 효력을 잃었고, 국회는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제30조의2를 새로 마련했습니다. 지금은 영상녹화물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자동으로 증거가 되는 시대가 아니라는 점을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신뢰관계인의 진정성립 인정만으로 반대신문 없이 증거능력을 인정해주던 특례는 위헌 결정으로 사라졌습니다.
2. 지금은 반대신문 기회가 있었는지가 증거능력의 핵심 기준입니다
피고인 측에 반대신문 기회가 실제로 주어졌는지가 가장 먼저 따져야 할 부분입니다.
현행 제30조의2 제1항 제1호는, 증거보전기일이나 공판준비기일 또는 공판기일에 피의자·피고인·변호인이 그 영상 속 진술 내용에 대해 피해자를 신문할 수 있었던 경우에만 영상녹화물을 증거로 쓸 수 있다고 정합니다.
실무에서는 수사 초기 단계에서 검사가 형사소송법 제184조에 따른 증거보전을 적극적으로 청구해, 법원이 지정한 증거보전기일에 피해자를 한 번만 출석시켜 변호인의 반대신문까지 마친 뒤 그 과정을 영상으로 남기는 방식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특례법 제41조도 19세미만피해자등은 공판기일 출석·증언이 현저히 곤란한 것으로 보아, 피해자 측이 검사에게 증거보전 청구를 요청할 수 있도록 뒷받침합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오해하는 지점은 “조사 때 옆에 있던 사람이 확인해주면 되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이를 명확히 부정하고 있습니다.
반대신문권이 보장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작성된 영상녹화물에 대하여 조사 과정에 동석하였던 신뢰관계인의 진술에 의한 진정성립의 인정만으로는 그 증거능력을 부여할 수 없다(대법원 2022. 4. 14. 선고 2021도14530 판결).
이 판결 이후 수사기관은 조사 단계에서부터 증거보전 절차를 밟아두지 않으면, 애써 확보한 영상녹화물이 재판 단계에서 아예 증거에서 배제될 위험을 안게 됐습니다.
지금은 조사 단계나 재판 단계에서 피고인 측에 실제로 반대신문 기회가 주어졌는지가 그 영상이 증거로 쓰일 수 있는지를 가르는 핵심 기준입니다.
3. 반대신문 기회가 없었다면 예외 사유와 특별한 신빙성이 함께 증명돼야 합니다
사망·소재불명 같은 예외 사유가 있어도, 그것만으로 자동으로 증거가 되지는 않습니다.
제30조의2 제1항 제2호는 반대신문 기회가 없었던 경우라도 피해자가 사망, 외국 거주, 신체적·정신적 질병이나 장애, 소재불명,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공판정에 출석해 진술할 수 없는 때에는 예외적으로 영상녹화물을 증거로 쓸 수 있도록 정합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조건이 하나 더 붙습니다. 그 영상녹화된 진술과 촬영 과정 자체가 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이 별도로 증명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피해자가 지금 연락이 안 된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조사 당시 유도신문이 없었는지, 진술 시점과 경위, 진술의 일관성 등이 함께 검토됩니다.
법원은 이 영상녹화물을 유죄의 증거로 쓸지를 결정할 때 피고인과의 관계, 범행의 내용, 피해자의 나이와 심신 상태, 증언으로 겪을 수 있는 심리적 외상, 진술 내용과 태도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되어 있고, 이 과정에서 전문심리위원이나 전문가의 의견을 듣도록 되어 있습니다. 예외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것만으로 곧바로 유죄의 증거가 확보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신문 기회가 없었다면, 예외 사유에 해당한다는 사정과 그 진술의 특별한 신빙성이 함께 증명되어야만 영상녹화물이 증거로 쓰일 수 있습니다.
4. 영상물의 증거능력 여부에 따라 실제 처벌 수위가 크게 갈립니다
영상녹화물이 증거로 채택되는지에 따라 무죄와 중형 사이의 결과가 갈릴 수 있습니다.
미성년 피해자 진술 영상이 증거로 문제되는 사건은 대부분 13세 미만이나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인 경우가 많고, 이때 적용되는 형량 자체가 매우 무겁습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7조에 따르면 13세 미만의 사람에게 형법상 강간죄를 범한 경우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 강제추행의 경우에도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형량 구간 자체가 높다 보니, 피해자 진술 영상이 증거로 채택되느냐 배제되느냐는 사건 전체의 향방을 가르는 결정적 변수가 됩니다. 영상이 유일한 직접증거인 사건에서 그 증거능력이 부정되면 다른 보강증거 없이는 무죄로 이어질 수 있고, 반대로 증거보전 절차를 거쳐 반대신문까지 마친 영상이라면 법정에서 그대로 유죄의 핵심 증거로 작용합니다.
그래서 피해자 측이라면 수사 초기부터 증거보전 절차가 제대로 진행되도록 챙기는 것이, 피의자·피고인 측이라면 그 절차에서 반대신문 기회가 형식적으로만 주어진 것은 아닌지 따져보는 것이 각각의 대응 전략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5. 증거보전절차를 챙겼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대응의 출발점입니다
영상이 어떤 절차를 거쳐 만들어졌는지부터 확인해야 다음 대응이 정해집니다.
미성년 피해자 진술 영상이 문제되는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사건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에서 피해자 조사와 동시에 영상녹화가 이루어지고 → ②검사가 형사소송법 제184조와 특례법 제41조에 따라 법원(수원지방법원)에 증거보전을 청구해 증거보전기일에 변호인의 반대신문까지 마치거나 그 절차 없이 곧바로 → ③검찰(수원지방검찰청) 기소로 이어져 → ④공판 단계에서 법원이 그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 자체를 별도로 심리하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 절차 중 어느 단계에서 반대신문 기회가 주어졌는지, 혹은 아예 생략됐는지에 따라 그 뒤의 대응 방향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특히 증거보전절차 없이 수사가 마무리된 사건이라면, 뒤늦게라도 그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가 쟁점이 됩니다.
미성년 피해자 진술 영상이 걸린 사건에 관여하게 됐다면,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영상녹화가 언제, 어떤 절차로 이루어졌는지, 증거보전 절차를 거쳤는지부터 수사기록으로 확인합니다.
증거보전기일이 있었다면 그 기일에 변호인의 반대신문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졌는지, 질문과 답변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봅니다.
반대신문 기회가 없었다면 피해자가 제30조의2 제1항 제2호의 예외 사유에 해당하는지, 그 사유를 뒷받침할 자료가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이러한 확인 작업은 법조문과 최근 판례의 흐름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으므로,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 사건 경험이 있는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마치며
미성년 피해자 진술 영상의 증거능력 문제는 법리가 복잡하게 바뀌다 보니, 정작 사건 당사자들은 지금 이 순간 그 영상이 증거로 쓰이는지조차 제대로 안내받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자를 둔 보호자 입장에서는, 아이가 이미 영상으로 진술했다고 안심하기보다 수사 단계에서 증거보전 절차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먼저 챙기는 것이 아이가 다시 진술해야 하는 상황을 줄이는 길입니다.
반대로 수사나 재판을 받고 있는 입장에서도, 영상녹화물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불리하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 영상이 어떤 절차로 만들어졌고 반대신문 기회가 실제로 주어졌는지에 따라 증거능력 자체를 다툴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미성년 피해자 진술 영상의 증거능력이 문제 된 사건에서 피해자 측과 피고인 측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영상이라도 그것이 만들어진 절차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확인해 왔습니다.
영상만 있으면 끝이라고 단정하기 전에, 그 절차부터 정확히 짚어봐야 합니다.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예전에 촬영된 영상녹화물은 이제 전부 증거로 못 쓰나요?
A. 아닙니다. 촬영 자체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고, 그 영상에 대해 반대신문 기회가 있었는지 또는 예외 사유와 특별한 신빙성이 증명됐는지에 따라 증거로 쓸 수 있는지가 갈립니다.
Q. 반대신문 기회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주어지나요?
A. 수사 단계의 증거보전기일이나 공판준비기일, 공판기일 중 어느 하나에서 피의자·피고인·변호인이 피해자를 상대로 그 진술 내용에 대해 신문할 수 있었으면 됩니다. 가장 흔한 방식은 증거보전절차를 통한 사전 신문입니다.
Q. 아이가 결국 법정에 직접 나가서 증언해야 하나요?
A. 증거보전절차 등으로 반대신문 기회가 이미 마련됐다면 다시 나가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그런 절차 없이 진행된 사건이라면 법원이 별도 방식으로 진술을 다시 확보해야 할 수 있습니다.
Q. 소재불명이나 외국 거주 같은 사유만 있으면 영상이 곧바로 증거가 되나요?
A. 아닙니다. 그런 사유가 있어도 영상녹화 과정 자체가 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이 별도로 증명돼야 하고, 법원이 피해자의 나이·심신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합니다.
Q. 증거보전절차는 누가, 언제 신청하나요?
A. 검사가 형사소송법 제184조와 특례법 제41조에 따라 법원에 청구하며, 통상 수사 초기 단계에서 이루어집니다. 피해자나 법정대리인도 검사에게 그 청구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Q. 영상이 증거로 인정되지 않으면 사건은 무죄로 끝나나요?
A.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다른 물증이나 정황증거, 목격자 진술 등 보강증거가 있다면 유죄 판단이 가능합니다. 다만 영상이 유일한 직접증거였던 사건이라면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Q. 이런 사건에서 변호사는 언제 선임하는 것이 좋은가요?
A. 수사 초기, 특히 증거보전절차가 논의되는 시점에 선임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 시점의 대응에 따라 이후 재판에서 다툴 수 있는 범위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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